프롤로그
금수저? 흙수저?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
나는 처음부터 수저 자체가 없었어.
무(無)수저.
어떤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부르더군. 무 수저라고.
어머니는 늦둥이 동생을 낳으시고 오래지 않아 돌아가셨고, 노가다 판을 전전하시던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지.
묘자리 쓸 땅 한 평 없었던 탓에 화장 후 아버지의 유골을 강가에 뿌렸었지. 코흘리개 동생과 집으로 돌아오는데 동네 아저씨들이 혀를 끌끌 차며 그러더군.
“쯔쯔쯔. 저 어린 것들을 남겨 두고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다니.”
“그러게... 저것들이 뭔 죄야...”
“없는 살림에 뭐하러 늦둥이는 낳아가지고...”
“집안에 의사 하나만 있었어도 저렇게 쉽게 죽진 않았을텐데...”
그때까지만 해도 오르지 못할 나무라 생각했었던 직업. 의사.
나는 그때 결심했다.
의사가 되기로.
병든 사람들을 살려내고,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가 아녔다.
무수저가 금수저가 될 수 있는 길.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떵떵 거리고 살 수 있는 직업이 ‘의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의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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