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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린은 모딕을 귓가에 대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 여보세요…….”
“어, 수린이니?”
평소대로의 그의 목소리였다. 순간 수린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수린은 가슴을 한손으로 내리누르며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무슨 일이세요?”
“……괜찮아?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 같은데.”
“아, 아아무렇지도 않아요! 그것보다 호진 오빠, 무슨 일이세요?”
“음, 아니, 그게.”
수화기 저 편에서 머뭇대는 소리가 났다. 수린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기다렸다. 이내 호진이 앗하하, 하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별 건 아니고. 제대로 집으로 들어갔나, 하고 걱정이 좀 돼서. 지금 집이니?”
수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둘은 그것 말고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물론 대부분이 낮에 있었던 데이트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가끔 호진은 가택관리AI라는 「아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수린은 기대된다며 꼭 한번 놀러가 보고 싶다고 했다. 호진은 기겁하며 참아달라고 말했다. 수린은 밝게 웃었다.
거짓말 같았다. 방금 전까지 가슴을 까맣게 물들이던 축축한 슬픔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제대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그러나 세상 무엇보다도 따스하고 포근한 그런 감정이었다. 문득 깨달았을 때는, 어느새 그녀는 눈물자국이 남은 얼굴로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통화를 너무 길게 했나. 조금 졸리네. 아무래도 슬슬 자야겠어.”
문득 호진이 헤어짐의 말을 꺼냈다. 진한 아쉬움이 수린의 가슴을 물들였으나 그녀는 꾹 참고 대답했다.
“아, 네. 저도 곧 잠자리에 들 시간이에요.”
“오, 그래? 딱 좋은 타이밍인걸. 아무튼 슬슬 끊을게. 잘 자.”
“네……아, 저, 저기 오빠.”
호진이 전화를 끊기 직전 수린의 말이 그를 붙잡았다. 호진이 수화기 너머로 응? 하고 반문했다. 수린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꾹 감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에게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지껏 내지 못했던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수린은 입을 열었다. 입을 벙긋거리며, 오늘 하려했으나 가슴에만 묻어두었던 말을.
“――좋아, 해요.”
작게. 정말 작게, 용기를 내서 말했다.
“……응? 뭐라고 했니? 미안, 잘 안 들렸어.”
호진이 어리둥절한 어조로 물었다. 수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무 것도 아녜요.”
“그래? 그럼 내일 보자.”
“네, 안녕히 주무세요.”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겼다. 수린은 모딕의 폴더를 닫고 그것을 양손으로 감싸 쥐어 가슴 앞에 끌어당겼다. 이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당사자에게 고백하는 것은 여전히 무리지만. 수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다시 한 번 작게 말했다.
“좋아해요.”
아아, 그렇다. 자신은 그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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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견딜 수 있는가, 이 염장을!
주2. 페더입니다. 왕의 영광입니다. 왕의 영광은 정규연재란에 있습니다.
주3. 3권, 파일02 내용의 일부입니다. 파일02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핑크빛 염장 만발☆
주4. 가오가이가는 재밌습니다(?)
주5. 이번 홍보는 그다지 할 말이 없네요. 그저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솔로 환영합니다 : )
주6. "오라, 용자여! 이 핑크빛 염장의 파도에 정면으로 도전해, 그것을 뚫고, 너의 신념을 확고히 세우는 거다!"
주7. 페더는 솔로입니다. 커플이 아닙니다. 솔로라서 크리스마스에도 방구석에 틀어박혀 1만자나 썼습니다. 칭찬해주세요. 쓰다듬어주세요. 갸릉갸릉/ㅁ/
주8. 홍보글, 이걸로 끝. 이번에는 훼이크 아닙니다'ㅁ'
주9. 어째서 한담글은 이탤릭체 태그가 안 먹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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