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것을 한 줄로 표현 한다면
[10년 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판타지 소설이란 것을 읽을 때로 돌아간 기분]
이란 것이다.
깊은 호수는 얕은 물가와 달리 그 진정한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깊숙히 잠수를 해야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도입부만 봐서는 결코 그 진정한 참 맛을 알기 어려운 작품.
도입부 부분은 흔히 볼 수 있는 이계진입스타일처럼 보였기에 다소 고개를 갸우뚱 했으나, 점차 읽어나가면서 작가가 구상한 세계관과 짜임이 매우 세밀하다는 것을 절로 느낄 수가 있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작가의 구성. 옛 TV 프로그램 환상특급이 잠시 떠오르기도 했으나 작가는 프롤로그 부분을 자신의 뜻대로 잘 요리해서 글로 풀어내었다.
다소 길다면 긴 프롤로그도 최근의 작품에서 보기 힘든 요소. 조금 더 내용을 줄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점차 읽어나갈 수록 작가의 작품 스타일 자체가 여운을 남기며 글에서 각 캐릭의 심리묘사와 사건진행을 하는 것인지라 이내 프롤로그의 구성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계의 창조. 어쩌면 초극강 먼치킨으로 구성할 수 도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을 잔잔한 음악처럼 조금씩 조금씩 독자에게 풀어나갔다.
흡사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몇 시간을 요리해야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내놓는 것 같은 작품이었다.
물론 그 요리의 처음을 음미한 사람은 그 맛에 놀라, 비록 빠른 패스트 푸드를 잠시 멀리하고 천천히 나오는 요리를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겠지만. 그 기다림을 참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다소 답답한 글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한 이 작품의 맛은 바로 기다림.
참고 기다리면서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의 실타래가 이어져 나갈 때 느끼는 기쁨. 그것은 최근 작품들에서는 보기 힘든 부분이었다.
각 캐릭터들의 신경전과 감정의 충돌.
사람과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감정.
희.노(로).애.락.을 깊게 겪어본 사람만이 표출할 수 있는 필력이 뭍어 있는 작품이었다.
패스트 푸드와 같이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대세인 현 상황에서
오랜만에 옛 정통 판타지의 향취가 묻어나오는 작품을 읽은 느낌.
다만 약간 아쉬운 것은 초반부 주인공 설정을 굳이 번거롭게 할 것 아니라 하나로 통일해서 쭉 이야기를 이어나갔다면 더 깔끔했을 것 같은 아쉬움.
그러나 그 외에는 최근에 읽은 작품 중 수작이라 할 수 있었다.
도입부 부분을 조금 손보고 주인공에 대한 정체성을 조금 확고하게 손본다면 더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Recovery의 서평 中 i캣츠아이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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