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머리가 어지럽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혼란스러운 머리가 움직이려는 발길을 자꾸만 잡아챈다. 몸이 무겁다. 수많은 사람들이 골목 앞을 스쳐지나간다.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무표정하게, 모두들 그렇게 의미 없이 떠들며 서로의 곁을 스쳐간다.
목청 높여 물건을 파는 사람들, 북적대며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다들 저마다의 손에 쥔 물건들보다 천 배는 무거운 삶을 허리에 인 채 힘겹게, 힘겹게 무엇을 향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못하는 여자와의 인연. 그것으로 인해 서서히, 그리고 철저히 망가지고 타락해가는 한 남자의 인생을 엿보시겠습니까?
- 아직 공개되지 않은 본문 中에서...
Commen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