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보면, 창작 그 자체가 재미나는 부분도 있고, 정말이지 쓰기 싫지만 억지로 쓰는 경우도 있죠.
예를 들면, 자신의 글의 주인공이나 아끼는 인물이, 감동적으로 승리하거나, 쟁취하거나, 쟁탈하거나 하는 장면은 글 쓰는 작가 역시 불끈 불끈 하게 만들죠.
한편으론 자신의 취향인 여성캐릭터가 섹시한 씬을 드러내는 장면도 그렇고,
작가가 의도한 멋진 연출을 표현하는 부분은 힘겹지만 재밌죠.
반면, 독자는 모르지만 작가는 다 알고 있는 반전을 위한 복선을 깐다거나
배경을 설명한다거나, 주인공의 고난을 위해서 당하는 씬이라거나,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쓰는 연출은 재미 없고 힘겹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리소설이나 스릴러의 작가들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자신은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독자의 입장을 생각하며 글을 써야하니
정말로 ‘공부’하는 정도의 고뇌가 함께 할 것 같은 작업일 것 같네요.
진짜 아이러니한 사실은,
멋드러진 클라이막스를 준비해놓고, 그 장면하나만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립니다.
재미없는 상황을 꾹꾹 참고 달려오다가- 막상 클라이막스 씬을 쓰려고 마음먹으면 부담이 되어서 손이 굳더군요.
그래서 전, 소설을 쓸 때 그냥 쓰고 싶은 부분을 씁니다.
클라이막스를 쓰고 싶으면 그부분을 쓰고 결말을 쓰고 싶으면 결말을 씁니다.
그리고 그간 써온 소설들의 앞뒤를 끼워 맞춰가며 대규모 수정을 거친 뒤에 하나의 시나리오를 완성합니다.
물론 이건, 연재는 안하고 비축분만 쌓는 저 같은 변태에게만 가능한 방식입니다.
- 잡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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