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분이 재능을 운운한 뒤, 절필을 선언하셨습니다. 뭐, 그 분의 글을 읽고 보니, 그 분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저 역시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단 하나. 재능. 글의 성공 여부가 재능에 좌지우지 된다는 말은 절대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그 분의 말대로라면 전 글을 접어야 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전 글에 재능이 1도 없는 놈이니까요. 미칠 듯이 재능이 있었다면 제가 아직까지 자유연재 바닥에 묻혀있을 리는 없을 테죠.
하지만 전 조금씩 성장 중입니다. 오늘로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지, 일 년 째에 접어든 시점, 분명 일 년 전 보다 지금은 제가 보기에도 더 좋은 글을 써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글을 홍보하기 위해 별 시답지 않은 어그로 질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한가지만큼은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재밌는 글은 어디에 있건 글 두더지들이 반드시 파헤친다는 걸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전 소개 글도 안 쓰기 시작했습니다. 소제목도 안 달았습니다. 그냥 읽고 싶으면 읽어라. 나는 내 식대로 쓸라니까. 딱 이정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시일이 흐르고, 두 자리가 안 되는 선작에 한 작품을 접었습니다. 다시 또 한 작품. 또 한 작품.......한 다섯 작품 쯤 접었을까요? 하루는 홧김에 술에 취해 그냥 막 글을 쓴 뒤, 프롤로그를 올렸습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조회 수에 제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물론 그 기준은 제 이전의 글에 비해서입니다. 하지만 당시 저에게는 기적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신이 나서 열심히 그 글에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애초에 계획에 없던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도 없었고, 자료조사도 없었고, 애초에 당시 전 글에 노력을 3시간도 투자하지 않던 놈이었습니다. 글을 쓰겠다는 녀석이 현재 유행하는 글도 분석하지 않고, 여전히 편식하듯 제 취향에 맞는 글들만 섭렵하니. 제대로 된 글이 나오겠습니까? 그냥 운이 좋았던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다만 그동안 적게나마 제가 글에 쏟은 열정이 이전보다는 조금 더 나은 필력을 만들어주었기에, 운과 약간의 노력이 시너지 작용을 일으켰다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노력 없던 글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뭐 뻔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출간직전까지 이르렀지만, 제가 먼저 접었습니다. 그냥 도망쳤습니다. 글쓰기 싫다고 담당자의 전화까지 피한 채, 다시 독자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달이었습니다. 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더군요. 글이 쓰고 싶어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왔고, 다섯 작품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냉담했습니다. 이제 더는 그때와 같은 글은 쓰지 못 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때, 운명처럼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쉽게 요약하면 얼마나 노력해봤니? 이겁니다. 이 사람, 정말 소름끼치도록 노력파더군요. ( 누군지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제야 전 제가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노력이 부족해서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맞습니다. 노력입니다. 재능이 아무리 탁월하다 한들 노력 없이는 절대 열매를 얻을 수 없습니다. 재능 전에 노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의 재능은 노력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것을 그 분의 글을 읽고 나서야 깨우쳤습니다. 그게 불과 두 달 전입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해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하지만 천성이란 게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라 이전보다 약간 더 노력했습니다. 좀 더 생각하고, 읽기 싫은 글도 읽어보려 노력하고. 최신 유행하는 흐름이 뭔가 곰곰이 살펴도 보고. 딱 그 정도.
그랬더니, 처음으로 세 자리 선작을 돌파하였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이 보신다면 비웃을 열매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 저에게는 너무나 값진 열매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계획을 세워 얻은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유행에 편승해서? 절대 아닙니다. 지금의 결과물은 온전히 제 노력이 만든 결실입니다.
그렇다면 좀 더 노력한다면 네 자리, 다섯 자리 선작 또한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 절필을 선언한 분에게 일방적으로 한 가지 약속을 청하였습니다.
아래는 그분께 적은 글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그리고 이게 제가 그분께 청하는 약속입니다.
『재능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재능이 없으면 글을 쓰면 안 된다고 믿으십니까? 제가 보여드리죠. 전 글에 재능도 없고, 아직은 노력도 부족한 게으름뱅이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겁니다. 약간의 성과이지만, 지금까지의 노력과 성과를 발판으로 반드시 독자들에게 더 호응 받는 글을 써내고 말겁니다. 네 자리 선호작, 다섯 자리 선호작! 시일이 얼마나 걸리든 반드시 꼭 이룰 겁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이 목표를 달성하는 날, 여전히 문피아를 찾고 계시다면 저처럼 작가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하세요! 재능이 없으면 글을 접어야 한다는 개인의 편견을 사실인양 언급한 점에 대해 사과하세요! 대신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세요! 또한 님도 다시 도전해주세요!』
하지만 이 글을 적어놓고 여기에 글을 쓴다면 어그로 질에 불과하겠죠. 그래서 전 옆 동네로 이사해서 새로운 글을 시작하고, 목표를 성취하면 다시 제가 나고 자란 여기로 돌아와 여러분께 알릴 생각입니다. 필명 또한 다를 것이기에 절대 여러분은 제 글을 찾을 수 없습니다.
물론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은 지금 말하는 글이 아닙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제 글을 찾아오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현재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실례입니다.
혹시라도 만약 갑자기 조회 수가 폭발하면 바로 연중조치 할 겁니다. 제 서재에 찾아오는 평소 숫자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 서재에 들러도 연중조치 할 겁니다. 전 어그로 질은 딱 질색입니다.
다만 저분의 한탄이 머리로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가슴으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기에 이 글을 쓰는 거고, 위와 같은 도전을 하려는 겁니다. 그게 전붑니다.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앞으로는 미치도록 노력해서, 노력만으로, 오직 노력만으로 반드시 옆 동네에서 보란 듯이 성공해서 돌아오겠습니다. 노력으로 재능을 덥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약 이 약속을 지키는 날엔 더 이상 재능 운운하는 분들이 없길 바랍니다!
솔직히 매우 화가 납니다! 저 원래 운동하던 놈이었습니다. 한데 부상과, 부족한 재능 때문에 운동을 접은 놈입니다. 그때도 억울해 죽겠는데, 기껏 좋아하는 일을 이제야 만나서 한 번 해보려는데 여기마저 재능입니까? 전 최소 이 바닥만큼은 재능보다 노력이 우선이라 믿는 사람입니다! 아니었으면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만약 제가 옆 동네서 성공한 결과물을 가지고 돌아오는 날엔 더 이상 재능 운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