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다 보면 '타고나신' 분들 자주 봅니다.
이름만 걸려도 프롤로그에 선작이 몇백씩 들어오시는 분들,
스스로 빠를 자처할 만큼의 열렬한 팬이 많으신 분들,
팬픽이니 팬아트니 싸다바쳐가며 님아 제발 다음편점여 하시는 독자님들이 많으신 분들,
아니 그 이전에
우습지만 같은 글쟁이로서
줄줄줄 읽다 보면 입술을 깨물고 졌다...는 말을 뇌까리게 되는 분들이
이 세상엔 잔인할 만큼 많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인기가 많은 건 어찌보면 당연하지요.
같은 반에 배용준같은 남학생이 있는데 어찌 인기가 없을 수 있을까요.
같은 회사에 김태희 같은 아가씨가 있는데 어찌 남자들이 목을 매지 않을 수 있을까요.
다 같은 사람인데도 누구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
한팔에 다 못 안을 초콜렛 사탕을 쓸어안고 몇 개는 흘리면서 집으로 간다지만
누구는 오래된 친구가 사 주는 막대 사탕 하나로 땜을 하고 넘어가야 되는 게 사람 사는 모양이겠지요.
그러다 보니
가끔은 샘이 나고 배가 아프고 눈꼴이 시고.
뭐, 어디엔가 있겠지요.
난 조각같이 잘생긴 남자는 부담스러워 싫다는 여자처럼
난 너무 날씬한 여자는 웬지 정이 안간다는 남자처럼
어수룩하고 허술하고 답답스런 제 글도
있는 그대로 아껴주고 좋아해 주실 분이, 어딘가 분명 계시겠지요.
(지금도 계시고 말이죠)
내가 이토록 너를 사랑하는데
왜 너는 나를 사랑해주지 않느냐는 하소연은
안타깝긴 해도, 연민이 가긴 해도
남에게 강요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듯이.
왜 내가 이토록이나 열심히 글을 쓰는데
아무도 내 글을 알아주지 않느냐 하는 말도
안타깝긴 해도, 연민이 가긴 해도
남에게 강요할 수 있는 그런 것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사랑이란 게 어차피 그런 거 아니던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도 나라는 것은
어쩌면 이 너른 우주를 스치는 혜성 두 개가 어느 별에서 한 하늘에 쏟아질 확률만큼이나 낮은 것을요.
푸념도 탄식도 한숨도
아직은 때가 이르거니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씁니다.
사랑하듯이, 사랑받듯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듯이, 그 희박한 희망에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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