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몇 편 올라온 글을 보았지만 우울해진 건 우울해진 것이다.
그래서 추천은 못하겠고 한담으로 쓴다.
별과 검은 잘 모르겠다.
그동안 읽어왔던 시하의 소설과 차이가 너무 심하다. 문체를 보면 시하가 확실하지만 글에 흐르던 뭔가가 없다고 해야 할지 부드러워졌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여명지검이나 무제본기 황산고편에서 시하는 쇠를 녹일 것 같은 집중력이랄까 열기? 또는 뚜렷한 의도 같은 것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작품 '별과 검'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전작들에서 호불호가 너무 갈린 때문일까? 아니면 시하가 여명지검을 거치면서 드디어 대중성에 눈을 뜬 것일까? 어느 경우든 간에 별과 검은 나를 우울하게 한다. 술술 읽히고 잔재미를 풀어놓았지만 결국 이는 시하의 자기 포기로 보인다.
황홀하게 만드는 지식과 사색의 결정들, 치밀한 복선들,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도 늘 몰랐다가 깨닫는 것이 있는 그의 기묘한 소설은 이제 어디서 봐야할 지 모르겠다. 시하가 쓰지 않으면 그가 가던 길은 이제 누가 갈까?
별과 검은 연재된 분량까지 몇 번을 읽었지만 그냥 무협지일 뿐이다.
시하의 새작품에 들떴다가 갑자기 절벽에서 뚝 떨어진 느낌이다.
시하는 결국 무협지를 쓰고 말았다. 나와 독자들이 시하가 무협지를 쓰게 만들어버렸다. 몹시 우울한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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