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사건이 끝나면 술이나 한잔 하자구, 친구"
"그래..."
...저녀석들 중 한명은 이제 죽겠군.
2.
"크하하하! 아직 멀었군. 너 같은 놈은 죽일 가치도 없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 주지"
...그냥 죽여. 너 그러다 분명 나중에 저놈한테 당한다.
분명 각기 다른 작품을 보고 있는데도, 똑같은 장면이 보이신다구요? 옙, 그게 바로 [클리셰]입니다.
클리셰(cliche)라는 단어는 원래 프랑스어로, 출판물 인쇄시 자주 쓰이는 단어를 미리 만들어놓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이 후에 발전하여 [언제 어디서나 자주 나오는 것들]과 같은 의미로 쓰이게 됐습니다.
클리셰는 저번에 제가 언급한 [스테레오 타입]과 비슷하지만, 스테레오 타입의 경우에는 [고정관념에 기초한 캐릭터]인 반면 클리셰는 [어디서나 흔하게 나오는 장면]이라고 구분하시면 편합니다. 사실 약간 의미가 겹치지만, 스테레오 타입은 캐릭터에, 클리셰는 장면에 중점을 두신다고 이해하시면 구분하기 쉽습니다.
클리셰는 스테레오 타입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다]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곧, [주인공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갑자기 과거 회상을 시작하면 이것은 역전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아주 쉽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리셰는 스테레오 타입보다도 더욱 작품을 진부하게 만들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장면 자체를 [어디서나 흔하게 나오는 장면]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클리셰가 많은 작품일수록 이런 것이 심한데, 심지어 몇몇 작품들은 말마따나 [첫장면만 보면 뒤의 스토리를 전부 알 수 있다]고 할 정도이지요. 흔히 말하는 [양판소]는 사실 이런 클리셰의 종합체입니다. [평범한 주인공이 갑자기 큰 힘을 얻어 모험도 하고 여자도 만나고 잘나가다가 배신도 좀 당하고 배신자 처벌하고...].
그래서 이러한 클리셰를 뒤집는 작품들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납치당한 아리따운 공주님이 사실은 흑막]이라든지 [주인공이 알고보면 최종보스]라든지. 하지만 [클리셰를 뒤집은 것도 클리셰가 될 정도로], 그러한 패턴도 점점 더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러한 클리셰가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작품은 진부해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러한 [진부함]이 [안정성]으로 이어져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예, [양판소] 소리를 듣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하면 이러한 클리셰를 벗어날 수 있는지, 혹은 클리셰를 사용한다고해도 어떻게하면 [덜 진부하게 보일지] 고민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창작자의 고민]이야말로 창작자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잣대가 됩니다. 비평가들은 대개 [재미가 있긴한데 너무 뻔한 이야기]에는 좋은 비평을 내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의 재미나 인기와는 별도로 [창작자가 독창적인 창작을 하려는 노력 혹은 능력]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설은 [재밌으면 장땡]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소설에서도 뻔히 나오는 장면, 혹은 심지어 표절에 가까운 장면들만을 나열해서 재밌다면], 그것은 노력 부족 혹은 표절시비라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창작자는 이러한 클리셰을 다룸에 있어서, [여러 장르, 혹은 여러가지 방식의 작품들]을 두루 참고하여 되도록이면 자신의 독창적인 길을 발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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