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지금 제가 쓰고 있는 글은 시점이 섞여있으니까요. 주인공의 시점과 전지적 작가시점, 그리고 3인칭 관찰자 시점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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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는 몸을 벅벅 긁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벼룩이라니. 노숙을 하다가 진드기나 벌레에 물린적은 있어도 벼룩에 물린적은 이것이 두번째였다. 심지어 여관에서라니. 650을 주고 지내는 여관인데 이건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옷을 벗어 탈탈 털어내었다. 맘만 같아서는 불을 피워 연기를 쬐어 남아있을 모든 벌레들을 박멸시키고 싶었지만 그럴 여건은 되지 않았다.
속옷까지 전부 벗어 털어낸 알파는 가방에 있던 새 옷을 꺼내 갈아 입었다. 이곳에서는 잘 수 없었다. 차라리 노숙을 하는게 백배는 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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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말이죠.
시점은 분명 중요합니다만, 무조건 통일이 되어야 하는가? 에 대해선 의문이 들더군요. 그래서 섞어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이지만) 시점의 혼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필력. 그 혼용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필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필력이 충분히 좋다면 혼용이건 통일된 시점이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반대로, 필력이 구리다면 혼용이건 통일된 시점이건 읽는데 거슬리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또 거기까지 가니 필력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필력이란 무엇인가? 단순한 문장력을 필력이라고 하진 않지요. 문장을 잘 쓴다고 그 사람의 필력이 좋은가? 그건 또 아닙니다. 개연성도 한 몫할겁니다. '문장과 문장의 이어짐이 얼마나 부드러운가' 라는 문제 또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어디를 향해 가는가 봅시다. 독자. 독자입니다. 이 모든 요소들은 독자를 위해 갑니다. 문장력은 독자가 얼마나 문장을 쉽게 이해하는가, 얼마나 그 문장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가를 좌우합니다. 개연성은 독자가 얼마나 스토리에 합리성을 느끼는가를 좌우합니다.
즉, 필력이란 독자가 그 글에 몰입되기 쉬운 정도를 말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자. 원점으로 돌아가봅시다. 시점의 문제가 원점이였죠. 그리고 시점의 혼용은 필력이 충분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였습니다.
독자가 그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고, 문장과 문장이 이어짐에 독자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시점의 혼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시점이란 것은 절대적인 무엇인가가 아닌, 이미 쓰여진 글에 틀을 나누어 분류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틀을 나누어 글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난 간결체로 쓸거야! 만연체로 쓸거야! 이런 생각또한 사실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작가는 편하게 글을 쓰고, 독자는 자연스럽게 글을 읽는다면, 그것으로 족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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