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3일, 스퀘어 에닉스에서 플레이스테이션3로 출시한 액션 RPG게임인 [니어 레플리컨트]라는 게임을 아시는 분들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이 게임은 겉으로는 왕도적인 전개에 해피엔딩으로 꾸미고 있지만, 좀만 파고 들어가면 플레이어를 멘붕하게 만드는 설정들이 한가득이라고 하지요.
그 중 하나는 주인공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을 살아가는 사람(레플리칸트)들과 그들에게 마물로 여겨지는 게슈탈트들 간의 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비극이라고 할까요?
서로 사상이나 신념을 비교하기 이전에 언어 자체와 외형이 극도로 다르다는 이유로 인해 대화로 하는 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주인공과 그가 속한 집단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저 상대가 사악하고 해롭다고만 믿고 정의로운 마음으로 학살을 자행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판타지에서는 '오크'라는 종족이 자주 나오지요. 이 오크는 작품에 따라 설정되는 모습 또한 다양합니다.
설정되는 지성이나 언어소통에 따라서도 작중에서 단순한 몬스터로 치부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고등한 종족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어느 설정이든 간에 오크라는 종족은 기본적으로 외형이 추악하거나 거칠고 험상궂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몬스터 혹은 인간과 대등한 아인종의 경계를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그 경계를 정하는 것은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부분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예를 들어 주인공이 지구 출신인데 어떠한 일로 인해 갑자기 이세계로 날아와 치트적인 힘까지 받고 판타지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동료들을 모으고, 그 동료들과 함께 몬스터들이 모여있다는 지역으로 가서 레벨업이나 자금을 입수하기 위해 몬스터를 사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오크들을 만나 살육하게 되었다고 해도, 이것은 보통 주인공의 활약과정에 양념을 부여하기 위한 것일뿐 큰 비중이 있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적어도 몬스터로서 나오는 오크 같은 녀석들을 쓰러트리는 것은 주인공 입장에선 이야기를 진행하는 과정의 레벨업을 위한 소소한 경험치 벌이 이상의 일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 나오는 오크들이 몬스터가 아닌 인간과 대등한 아인종으로서 인식하고, 그들이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잘못한 일은 없었다고 한다면 이것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 이런 사실을 안다면 주인공의 성품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보통 일반적으로 나오는 주인공의 성향이면 최소한 별 이유 없이 죽이는 것에는 저항감이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오크들이 실은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선량한 아인종들이라 할지라도, 주인공이 속하게 된 인간사회가 인간 외 아인종은 극도로 차별하는 나머지 오크 따윈 몬스터로만 생각하는 곳이라면?
거기에 오크들과는 언어와 문화가 아예 달라 일반적으로 대화를 통한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주인공 입장에선 오크가 어디까지나 사람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몬스터일 뿐이라는 생각을 정정할 기회조차 없다고 한다면?
이런 식으로 인간에 의해 오크 같은 아인종들이 실은 인간과 동등한 아인종이라는 사실이 은폐되고, 몬스터와 똑같은 취급을 하며 차별하는 양상을 극명하게 드러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설정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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