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출판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TimelessTime을 내린다고 하신 날짜가 오늘이기에,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부족하나마 응원하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아마도 마지막 추천이겠지요.
0. 2007년 중간고사를 앞둔 10월 초, 오전 0시 25분 사망. 1988년 5월 15일생 임유진 양의 사망 예정 시각은 2007년 10월 3일 오전 1시 20분. 약 한 시간쯤 빠르지만 오차범위내의 사망입니다.
1.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통 시커먼 옷을 입은 아저씨가 있습니다. 사신이랍니다. 죽은 사람을 명부로 데려가는 사람이요. 저승사자죠, 뭐. 그런데 명부가 아니라 자기 집에 데려다 놨답니다. 그리고 이 집에는 가끔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2. 왜냐면 이 저승사자 아저씨가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거든요. 찾아온 손님을 원하는 만큼 과거로 보내주는 재주요. 원하는 만큼 과거로 갈 수 있다. 엄청난 유혹이지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초콜릿을 야금야금 집어먹듯이,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을 때마다 며칠씩 과거로 돌아가면서 야금야금 시간을 잡아먹기도 한답니다.
3. 그리고 어떤 사람은 환상에 사로잡혀서 찾아오기도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살면 지금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 거라고요. 일어난 일은 일어났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데 말이지요.
4.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뭐라고 탓할 수도 없어요. 사람은 다 그렇게 사는 거잖아요. 태어나서, 이러쿵 저러쿵 살다가, 때가 되면 죽는 거요. 이게 중요한 겁니다. 태어나고 죽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그 사이에 이러쿵 저러쿵, 어쩌고 저쩌고 사는 건 다 본인 몫이거든요. 자기 의지로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가 책임지는 거요. 그게 인생이죠.
5. 그리고 어떤 인생을 살든 시간이 지나고 보면 '옛날 옛적엔 이런 일도 있었지' 하게 되는 겁니다. 아무리 기쁜 일도, 아무리 슬픈 일도.
6. 인간이 아닌 사신 역시 그렇습니다. 어떤 사신은 인간을 호두까기 인형이나 모빌 같은 장난감으로 취급하고 갖고 놀지만 그건 그냥 인간보다 힘이 좀 더 셀 뿐인 거지,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 있어서는 인간이나 사신이나 놀라울 만큼 똑같습니다.
7. 살면서 정말 많은 선택을 하게 되고, 또 그 와중에 실수도 하게 되죠. 인간이나, 사신이나.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실수를 외면하고 잘못을 덮고 싶어하지요. 자기가 한 선택의 결과는 오롯이 자기가 짊어져야 하는 건데요.
(단주누님 사랑합니다!)
8. 만약 정말로 과거로 보내주는 저승사자가 있다면 잘못한 선택을 돌이킬 수 있는 걸까요? 글쎄, 정답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둬야 할 사실은, '일어난 일은 일어났다'는 겁니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도, 처음 했던 그 선택과 그 때의 감정, 기억이 모조리 없던 것이 되지는 않아요. 그러니 조심해야 합니다. 아주 작은 계기로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9. 제가 읽은 TimelessTime은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살고 죽는 것은 운명이지만, 죽기 전까지의 삶은 내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살아라. 과거에 집착하지 마라. 아무리 덮으려 발버둥쳐도 일어난 일은 일어났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살면서 많은 실수를 하겠지만, 괜찮다. 지난 일은 지난 대로 두고, 지금을 살아라. 어제까지보다는 오늘 더 행복하기 위해서.
10. 자건 님은 글을 참 잘 쓰시는데, 저는 글 쓰는 재능이 형편없나 봅니다. 추천글 하나 쓰는데 죽을 지경이네요.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좋은 글 같이 보자 권하는 게 나쁜 짓은 아니니, 비루한 글솜씨로 지루하게 늘어놓은 건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정규연재란, 자건 님의 TimelessTime. 곧 출판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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