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뭐, 갑자기 변덕으로 쓰게 된 추천글입니다.
뭐랄까,
요즘은 계속해서 시험의 나날이었죠.
그게 학교 시험이 되었든, 자기 자신에 대한 시험이 되었든
정신 건강에 참 안 좋더란 말입니다.
글에 손을 대기는 했는데, 몇 페이지 쓰고 또 지우고...
의 반복이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무언가 읽을 것에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뭐, 그러다가 다시 이 작품을 처음부터 보게 됐다, 이 말이죠.
네, 서론이 지나치게 맹맹이를 돌고 있네요.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감이 안 잡히려고 하니 그냥 이쯤에서 끊고 추천 작품을 소개하는 게 낫겠네요.
립립 님의 시온입니다.
시온?
시온이라.
시온이란 말을 들으면 생각나는 몇 가지를 천천히 열거해 봅시다.
구원.
희망.
최후성지.
매트릭스.
그리고 The one.
마지막 세 단어는 차치하고라도 개인적으로 위쪽의 두 단어는 이 작품의 의의를 상당히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모순적으로요.
주인공인 수영은, 평범한 소녀입니다. 딱 하나 다른 사람과는 다른 말을 비망록에 끼워 넣을 수는 있지 싶은데, 그게 '운해재-좀비' 뭐 이런 말입니다. 저런, 자기 소개서에 적었다간 취직은커녕 면접도 못 보겠군요.
운해재는 압도적인 절망입니다. 왜 나타난 것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고, 피해자를 처절하게 괴롭히죠. 피해자의 몸을 갉아먹고, 주위의 모두는 고개를 돌리게 만듭니다. 어느 누가 사지가 뭉그러지고, 내장을 훤히 내보이고, 온 몸이 타버렸는데도 살아 있는, 그런 상태를 좋아라 하겠습니까.
하지만 딱 하나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치료' 라는 명목으로 온갖 새디즘적인 실험을 가하는 연구소 사람들. 그 필두에 서 있는 한 소년은, 항상 수영이에게 절망과 희망을 함께 줍니다. 그 비율은 99:1 정도.
희망이란 것은 참 얄궃은 것이, 찬란하게 빛나면서도 한없이 잔인합니다. 수영이에게는 항상 버틸 수 있는 힘과 절망을 곱배기 해서 돌려주거든요. 구원은 존재할까요? 과연? 있지 않을까, 라는 말도 역시 희망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없다, 라는 말과도 동의어입니다. 그리고 수영이는 하루하루 인간이 아니게 되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더욱더 절망하게 되는 거지요.
네, 뭐, 단적으로 말해서 시온이라는 소설은 수영이라는 소녀의 투병생활-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증상이 '좀비화' 일 뿐이라구요.
그래서 립립 님의 필력이 더 빛을 발하는게 아닌가 싶군요. 섬뜩하면서도 세세한 필치는 언뜻 지루해질 수도 있는 이 작품을 끝까지 긴장감 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처음부터 자세하게 짜여 있는 것 같은 플롯은 그다지 빈틈이 없습니다. 이 사건이, 저 사건이 되고, 사실 저 사건은 그 사건과 관련이 있는 식의 전개가 계속해서 이어지죠. 많은 공부가 되죠.
야밤에 쓰는 두서없는 추천글입니다. 그래도 이 글을 읽고 시온이라는 작품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그 목적은 달성한 셈이 되겠네요.
포탈이나 띄우고 공부하러 가야겠습니다. 일단 시험은 내일로 끝나니, 내일은 진짜로 제 글에 손 대봐야겠네요. 아 아니구나, 오늘이구나.
ps. 이제 마지막화 좀 올려주세요 립립님.
며칠전에 비밀글 올라왔다가 없애시는 거 봤습니다.
기대 만빵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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