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는 현의 폭음과 함께 선율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누군가의 ‘비밀 병기’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치명적인 멜로디.
처음 에비올에서 들려온 것은 절규. 두 번째는 미칠듯한 속도감이었다.
속주야 말로 다인의 주특기. 청중이 하나의 음을 인식할 때 이미 세 개의 음을 더 제시한다. 계속해서 쏟아져 오는 고음에 청중들은 압도되고 만다!
파가니니 카프리스 5번.
신기에 가까운 탁월한 기교. 그것 때문에 악마와 연계되었다고까지 전해지는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마법이 지금 여기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찢어지는 소리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레이븐은 어느새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이것은 기선제압이다.
앞에 있는 청중이 어떤 자여도 지금의 다인에겐 상관이 없다. 그것은 나라의 왕이 올지라도 압도될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차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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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의 음악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빠른 곡이라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설렁설렁 넘어가버려서 그냥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레이븐은 음 하나하나를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없었다.
선생의 특기를 따라가는 듯, 다인의 수준은 되지 못해도 빠른 곡에서 쉽게 흘릴 수 있는 음을 놓치지 않았다.
레이븐은 자신도 놀랄 만큼 의외로 태연하게 곡을 잘 소화해내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의 고개가 점점 앞으로 쏠리고 있었다.
더 듣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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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악보의 발견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세계에 떨어진 최고의 바이올린리스트 김진현. 그가 레이븐의 에비올 선생이 되어 황도에 들어간다.
하지만, 에비올을 배우던 레이븐 에크룬드는 생각지도 못했던 여자아이. 그리고 여자는 음악을 할 수 없다고 인식된 사회.
이제 본선 결과만을 남겨놓고 있는데...
황은성님의
강력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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