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리메이크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솔직히 독자 입장에서, 지겹습니다;
리메이크라는 게 결국 원본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드니까요.
이미 아는 내용이 또 반복되지요.
물론 두번 세번 읽어도 재미있는 글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
더구나 완결이 안 난 상태에서 리메이크에 들어간 경우, 뒷 내용을 어서 알고 싶은데 다 아는 앞 내용만 느릿~ 느릿~ 다시 올라오지요.
그리고 리메이크는, 수렁입니다.
한 번 리메이크 들어가면 2번, 3번 계속 리메이크만 하다가 스스로 포기하시는 작가님들을 여럿 봤어요.
애초에 손을 안 댔다면 모를까, 손을 한 번 대니까 이왕 리메이크한 것 더 완벽하게 하고 싶고, 더 재미있게 하고 싶고...
그렇게 계속 반복만 하니까 독자들도 지쳐서 떨어져나가고...
독자들의 호응이 없으니 작가님 자신도 지쳐버리는 거죠.
그래서 저는 리메이크란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흑왕기는 다르더군요!
일단, 대사와 문장을 거의 뜯어고치셨습니다. 이거야 뭐, 리메이크의 본분(?)이다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이 풋풋해졌습니다. 주인공도 한 살 어려졌고, 특히 주인공의 최측근이 될 것으로 보이는 기사와 마법사 중 기사가 이미 완성된 기사에서 설익은 애송이 기사가 되었습니다.
리메이크 전에 "이렇게 잘난 기사가 왜 고생을 자처하나?" 싶었다면, 리메이크 후에는 "음, 떡잎일 때 낚아챘... 쿨럭; 아니,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거군." 이랄까요.
스토리 전개가 빨라졌습니다.
리메이크 전에 주인공의 적과 주인공이 머리싸움(인재싸움?)부터 시작했다면, 리메이크 후에는 주인공이 일단 밖으로 나갑니다. 어제(2010-02-18) 연재분에서 작가님께서 하신 말씀에 따르면, 3권에서나 나왔을 상황이 보다 빨리 나온 거죠.
개인적으로 참 잘 하신 결정이라 봅니다. 보통 2권까지 보고 이후권을 볼지 말지 결정하니까요. 그 안에 뭔가 보여주는 게 좋겠죠.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매혹적으로 변했습니다.
주인공의 적 막시민님. 왜 주인공 리노에게도 안 붙는 "님"자가 붙었는지는 그 포스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막시민님이 주인공이어도 매혹적인 소설이 되었을 겁니다. 저는 본래 무조건 주인공 파인데, 흑왕기에서는 자꾸 막시민님께 더 시선이 가는군요... 분발해라, 리노군.
그리고 여신님.
네, 고백합니다. 리메이크 전에 여신님 무지하게 싫어했습니다. 츤데레 끼가 폴폴 나는 여캐를 여자가 좋아하기는 좀 힘듭니다. 적어도 저는 싫어합니다. 왠지 여주인공이 될 것도 같은데, 이렇게 어린애마냥 퉁퉁거리는 여캐가, 적극적으로 도와 주는 것도 아니고 애매하게 방관하는 듯 아닌 듯 계속 글 안에서 설쳐 대면 읽기가 좀 괴롭겠구나... 싶었을 정도였죠. 그래서 리메이크 후에는 안 나와주기를 은근히 바랐습니다.(송현근님, 죄송합니다;)
그런데 리메이크 후에, 여신님이 우아하고 요염해지셨습니다. 긴 담뱃대 물고 픽 웃어주시는 여신님. 더구나 앞으로 큰 힘이 되어준다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자자, 뭔가 한참 길게 수다를 늘어놓았군요.
결론은.
리메이크 후에 더욱 빛이 나는 수작입니다.
어서 보러 가세요. Go!(포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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