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게 문학하듯 [노국대장공주진]을 진지하게 연재중인 박원걸이, 무협을 쓰고 있다는 추천 글에 설마 하며 확인 차 가봤다가 놀라 돌아온다.
武俠 판에 억하심정이라도 있는지, 파무림(破武林)하고 멸강호(滅江湖)하자는 의도에선지, 저자는 교묘하게 혹은 드러내놓고 무협의 형식을 비틀고 때론 과장하여 능청스럽게 ‘이래도 웃지 않을 텐가?’ 묻는 듯하다.
보는 내내 킥킥 웃음을 삼키며, 주성치의영화 [Kung Fu Hustle]을 떠올림은 나만의 상념일까?
마치 미소년 같던 자신의 인기 이미지를 헌신짝 버리듯 던져버리고 망가지는 역할을 자청하듯 하는 Brad Pitt처럼, 이 著者는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무협이란 장르에서 시험해보려는 것 같다.
절벽에서 떨어지면 기연이요 우연히 만나면 미녀들인 – 여기선 아예 나이 차이 많은 소녀다 – 그런 뻔한 설정들은, 물론 당연한 듯이 채택되어 또 다른 웃음의 기제로 써먹는다.
기존 무협의 대세라 할 틀에 딴죽이라도 걸 듯, 약관의 머리 좋은 절세 미남도 아니요 우매해 보이는 30세 노총각 시골 초자(초짜 가 아니라 나무꾼 樵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우리말과 한자의 간극을 십분 활용한 作名法으로 – 그도 모자라 어떤 곳에서는 아예 괄호 안에 (한자생략)이라고 쓰는 만행(?)까지 -, 때로는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사투리와 ‘철저한 고증과는 거리가 먼 소설’이라는 소리도 서슴지 않는, 참으로 뻔뻔할 정도로 친절한 금자씨 같은 著者이다.
요즘 한창 화제인 [Intern 무사], [高검천극] 같은 진지해 보이는 무협의 팬들에게는 맞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 그 두 무협의 광 팬(?)인 본인에겐 괜찮다 -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웃음이 필요해 보이는 요즈음에, 그저 별 생각 없이 웃어보고 싶은 분들에겐 권해 볼만한 한 편의 소품 같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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