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추스른 최민순 국방장관은 깊이 허리를 숙였다. 정중한 사과의 표현이었다. 강준만 대변인도 아까 전의 고함에 사과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는 눈길을 피했다.
“그리고 대변인님”
“예”
“제가 아까 대변인님이라면 대통령께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한다는 둥, 그랬지 않습니까?”
“예, 그랬죠.”
“저 따위가 대변인님께 함부로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인배적이게 한마디 한다면 단어 선택을 잘 하셔야 합니다.”
브리핑 룸으로 향해 열려있는 문에서 강만준 대변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최민순 국방장관과 눈을 마주쳤다.
“모든 북한 사람이 우리의 적은 아닙니다. 근데 우리의 적은 모두 북한 사람입니다.”
강만준 대변인은 멍하니 선 채로 그를 주시했다. 최민순 국방장관의 언어유희는 의미를 알 수 없었고, 아주 낯설었다. 한참을 서서 그를 쳐다보며, 그가 한 말을 되짚어봤다. 의도야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지금 당장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적은 북한이 아니라 북한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윗선을 노리는 뜻이 있었다.
“국방장관님, 아까 해주셨던 말 다시 해줄래요?”
“모든 북한 사람이 우리의 적은 아닌데, 우리의 적은 모두 북한 사람이란 말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강만준 대변인은 등을 돌려 복도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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