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신이 사라진 뒤로 30년이 지난 어느 날.
아침나라, 그무말 고을의 어느 노인이 이른 새벽을 맞아 눈을 뜨고 있다.
“탈춤을 배우고 싶어요.”
오래간만에 찾아온 손주의 그 말만 아니었더라면 노인의 하루는 그 전날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구들장이 다 식어갈 무렵인 이른 새벽, 바닥에 붙인 허리가 잠결에 슬슬 시려올 때쯤이면 여지없이 눈이 뜨였다. 하루의 시작이다. 누렁이 먹일 소죽을 끓여야 했다. 솥에다 한 가득 뜨물과 여물을 쏟아 붓고 아궁이에 불을 붙인다. 한참을 불을 때다 솥 귀퉁이에 거품이 바글바글 넘치기 시작하면 준비해둔 쌀겨를 부어넣는다. 마침 남은 감자가 두어 덩이. 노인이 혼자 먹기에도 아쉬운 양이라 그냥 솥에다가 같이 던져 넣는다.
장작불 타는 매운 연기가 이따금 노인의 얼굴을 덮쳤다. 켈룩, 켈룩. 기침과 함께 눈물 한 방울이 삐죽 솟아올랐다.
“바람이 부나?”
노인은 볼멘소리를 하며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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