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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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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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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69
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05.12 18:13
조회
1,106
추천
26
글자
11쪽

#3. 괜히 일류가 아니네요

DUMMY

치이익

탁탁탁탁


식당은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를 갖고 있었다.


더군다나 요리사의 화려한 테크닉을 몸소 볼 수 있게끔 설계된 구도가 낯설지 않았다.


“와아!”


아까부터 감탄사를 남발하던 사라의 얼굴엔 이미 지친 기색이라곤 볼 수 없었다.


팬에서 불이 한 번씩 치솟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칼질에 말을 잊은 지 오래였다.


“아 저거!”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면 셰프가 냉소금을 뿌리고 있었다.


외에도 프로스트 밀크를 붓거나 스노우 슈가를 뿌리는 등 원재료를 사용하는 게 곧잘 보였다.


“사실 저도 저런 재료는 태어나서 처음 봐요. 어떤 맛일지 너무 기대돼요!”


이미 음식을 넣은 것처럼 잔뜩 부풀린 볼을 양손으로 감쌌다.


하루도 소소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오랜만에 그러네요.”


콜로사이니는 그 주방장의 역량에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기나긴 전쟁의 시대에서도 종족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던 맛이 이 수도에 자리 잡았다는 소문이 돌았을 땐, 변방의 끝에서 그를 찾아올 정도였다.


그의 음식은 단 한 번 맛본 적이 있었다.


그때 분명 그가 인계 쪽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다행히 여겼었다.


“인계 분 아니셨어요?”


사라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획 돌렸다.


“예. 보기에는 저렇게 보여도 난쟁이입니다.”


“·········네?”


“난쟁이와 타이탄의 하프예요. 이미 유명합니다.”


“상상이 안 되긴 하네요.”


셰프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유명하신 분인데 저는 성함도 모르네요.”


그녀가 무안한 듯 어색하게 웃었다.


반면 하루는 그런 사라를 묘하게 보다가 이내 뭔가를 이해한 듯했다.


“아, 그렇군요. 오해를 많이 하긴 합니다.”


“네? 뭐가요?”


특유의 또랑또랑한 눈망울이 자신을 보면 하루는 씩 웃으며 셰프 쪽으로 눈을 돌렸다.


“셰프가 이름입니다.”


사라는 또다시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개명한 건 종전 직후였을 겁니다. 그만큼 요리를 대하는 열정이 남다르다는 걸 증명한 거죠.”


언젠가 그의 음식을 맛봤을 때 들었던 개명 이전의 이름을 떠올리려 했다.


벌써 언제였는지 음식의 맛이 없었다면 그의 존재도 잊었을 게 분명했다.


한참을 떠올리다 군침 도는 냄새에 포기하고 셰프와 조수들이 들고 오는 음식을 맞이했다.


“생각보다 신작이 많네요?”


눈은 이미 그들이 가지고 온 요리에서 떼지 못했다.


“재료리스트는 이미 봐뒀으니까. 맛은 몰라도 얼추 머릿속에 그린 것들을 재현해본 거야.”


천재.


그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 사이 사라가 먼저 스테이크를 크게 썰어 입에 넣었다.


곧 눈을 반짝이며 하이톤으로 뭐라고 웅얼거렸다.


“천천히 먹어.”


그녀의 먹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듯 요리사들이 단체로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당당했다.


한참을 씹던 그녀가 드디어 음식을 꿀떡 삼켰다.


잔뜩 고조되어 포크와 나이프를 쥔 양손을 테이블에 내리치는 바람에 음식에 손을 가져가던 하루가 흠칫했다.


“어떻게 고기가 이렇게 시원하면서 부드러울 수가 있죠?! 전 완전히 설익은 고기를 생각했는데.”


“하하. 다른 고기라면 그렇게 제조하는 건 불가능해. ‘프로스트 밀크’에 절인 ‘서리 와이번’의 육질을 사용했기에 가능한 거지.”


하루도 스테이크를 조금 썰어 입에 넣었다.


혀에 착 감기는 육즙과 풍미에 조금 놀란 듯 셰프를 바라봤다.


“용케 단시간에 숙성시키셨네요.”


“아무래도 가게 특성상 미리 준비한 재료에는 한계가 있거든. 조수 중에 타임 소서러가 있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해.”


치켜세운 엄지를 뒤를 가리키면 한 조수가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쓰다듬고 있었다.


‘이건 또 드문 인재네.’


조수를 한 번 흘겨보면서 음식을 또 입에 넣었다.


“아, 그래도 그쪽만 하겠어.”


셰프가 이번엔 하루에게 삿대질했다.


“?”


“그쪽 단장이라는 사람한테 다 들었어. 당신이 고안한 거라면서?”


“아.”


“설마 마법마다 맛이 다르다는 걸 누가 알았겠어. 그 덕에 웬만해선 태랑상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잖아. 프로스트를 사용할 소서러를 고용할 바에야 그편이 훨씬 저렴할 테니까.”


다소 짓궂다는 듯 가리키는 셰프의 손가락을 빤히 보더니 하루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뭔가를 고심하다 다시 그를 마주했다.


셰프의 직감이 날카롭게 불안함을 캐치한 듯 어색하게 웃었다.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뭐, 뭐가.”


하루가 말하기 전에 괜히 셰프의 목젖이 꿀떡였다.


“마법마다, 가 아니라 사용자마다, 라는 게 더 정확해요.”


“······거짓말이지?”


모든 마법에 맛이 있다는 것만으로 사실 황당했는데, 놀라움의 연속을 받아들이기엔 뇌의 처리속도가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


셰프는 기어코 짧게 실소했다.


그리곤 얼마 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거야 불가피하게 태랑상단을 쓸 수밖에 없겠네.”


뒤이어 단장은 이 사실을 아느냐고 묻는 말에 하루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반응에 단장의 이미지가 *짓궂은 토끼 정도로 재인식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흔히 우리가 아는 여우 같은 놈과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이미 그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오지 않은 지 오래인 사라는 음식에 전념했다.


“하루님! 이것도 드셔보세요. 엄청 달콤해요!”


주식은 물론이고 이미 디저트에 손대기 시작한 사라가 스푼을 내밀었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고대하는 바람에 그 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와이번 스테이크보다 확실하게 찬 열매의 기운이 입안을 감쌌다.


하지만 그 이후에 터지던 달콤함이 그것을 중화시켜 또 한 번 놀랐다.


“겉보기엔 단순한 판타지야 베리지만, 안에 스노우 슈가로 만든 크림을 잔뜩 넣었어. 설(雪)계 마법 때문인지 찬 기운보다 입자가 고운 게 훨씬 세더라고. 굳이 비교하자면 녹지 않는 눈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도 입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크림에 볼을 부풀리고 있으면 셰프가 먼저 설명했다.


확실히 단순하게 크림을 얼린 것과는 달랐다.


다 먹고도 입맛을 다시게 되는 맛.


“괜히 일류가 아니네요.”


“크하하하! 그렇게 띄워준다고 뭐 안 나온다고!”


호탕한 웃음이 전염이라도 되듯 주위가 밝아졌다.




소리를 듣던 셰프가 창밖을 보면 가로등이 길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오늘은 이미 날도 저물었으니 수도에서 묵고 가는 게 어때. 앞 여관에는 내가 전달해놓지.”


“너무 대접받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염치없다는 듯 답하면 옆에서 조그맣게 오물거리던 입을 가리던 사라가 부끄럽게 홍조를 띠었다.


“대접은 무슨.”


뒤돌며 손을 흔드는 셰프가 주방으로 도로 들어갔다.


식사를 마치고 테이블에서 일어나자 마침 주방에서 셰프가 사복 차림으로 나왔다.


뒷정리를 조수들에게 맡기는 셰프를 따라 여관으로 향했다.


따라간 여관에 들어서기도 전에 시끌벅적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셰프가 문을 열고 먼저 들어서자 더욱 증폭되었다.


1층은 다른 여관과 마찬가지로 술집을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이게 누구야!”


먼저 반긴 건 빈 컵을 닦고 있던 오너였다.


뒤로 웨이브 머리를 묶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여인이다.


그녀가 아는 척을 하니 근처에서 술을 마시던 인원들의 시선도 이끌렸다.


“역시 유명하신 모양이에요.”


사라가 뒤에서 속삭이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분들은?”


“아, 전에 얘기한 재료들을 전달해주기 위해 온 기사님들이시지.”


낯선 호칭에 몸 둘 바를 모르는 사라의 반응을 즐기는 듯했다.


오너는 유독 반가워했다.


“오오! 그럼 곧 신메뉴를 맛볼 수 있는 거야?”


물론 신메뉴에 대한 소식을.


셰프는 검지를 제 입술에 가져가며 신신당부했다.


“제발 미리 소문은 퍼뜨리지 말라고······! 나뿐만이 아니라 조수들도 상당히 피곤해지니까.”


“그럼 그럼. 물론 내 입은 무겁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뭔가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셰프는 당연히 그렇게 나올 거라 여겼는지 주머니에 미리 싸 온 보자기를 바 테이블에 펼쳤다.


마치 오로라처럼 투명한 비스킷이다.


앞서 먹었던 요리보다 퀄리티는 덜했지만, 역시 상당한 맛일 게 분명했다.


그렇게 먹고서도 보자마자 눈을 번쩍이며 고개를 빼는 사라였다.


“역시 말이 통하는 남자라니까!”


셰프는 짓궂게 웃는 오너에게 말이나 못 하면, 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앉았다.


그리곤 퍼뜩 떠올린 듯 뒤로 고개를 돌렸다.


“아 참, 방은 위층 끝에 있는 두 곳이야. 짐 놓고 내려오라고.”


하루와 사라가 나란히 계단을 오르는 걸 지켜보던 오너가 돌연 목소리를 낮췄다.


“기사란 거, 택배기사 맞지?”


“음.”


“하아. 그런 줄 알았으면 오늘 마감을 일찍 할 걸 그랬어.”


“무슨 말이야?”


셰프의 의문에 오너는 슬쩍 눈짓을 줬다.


그녀를 따라 시선을 돌린 곳에는 기사들 서너 명이 갑옷을 입은 채 시끄럽게 테이블을 채우고 있었다.


그제야 수긍한 듯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술잔을 비웠다.


“뭐, 둘의 복장만 확인하지 못했다면 문제 생길 거 있겠어?”


목을 축이는 셰프와 달리 오너는 아무래도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사실 그녀의 걱정대로 하루는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들을 직시했다.


가장 구석에 있던 한 기사와 눈을 마주쳤지만 어쩐지 자신에게 신경 쓸 겨를은 없어 보였다.


방에 들어와 겉옷을 벗다 말고 그 기사가 떠올랐다.


그들의 속사정도 모를뿐더러 오늘 처음 마주쳤을 뿐이라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그는 분명 술자리를 반기지 않은 듯했다.


계속 연상하고 있자니 아무래도 괜한 생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나머지 짐은 간단하게만 놓고 방을 나왔다.


바로 건너편 방문을 두 번 두들기면 안에서 사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먼저 내려가 있겠습니다.”


허둥지둥 대답하는 게 들렸던 것도 같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는 중에 방금의 기사 일행의 테이블 쪽을 힐긋 스쳐봤다.


어째선지 불만이 있는 듯하지만 도리어 기죽지 않고 당당한 태도인 걸로 봐선, 역시 단순한 동문끼리의 의견갈등일지 모른다.


다시 그와 눈이 마주쳤다.


재빨리 눈동자를 굴려 셰프가 있는 쪽을 향했다가 다시 몇 초 뒤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뭔가 굉장히 분한 듯 테이블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런 반응을 보는 주위의 기사들은 굉장히 즐거운 듯싶었다.


어쩐지 자꾸 낯이 익은 눈동자였는지 시선을 주체하지 못하면 셰프가 먼저 하루를 발견하곤 술잔을 건넸다.


“나왔나?”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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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괜히 일류가 아니네요 21.05.12 1,107 26 11쪽
3 #2. 모든 이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건 아니니까요 21.05.12 1,532 38 12쪽
2 #1. 400대 하루 21.05.12 2,665 50 17쪽
1 #Prologue +6 21.05.12 3,056 7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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