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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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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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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05.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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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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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2쪽

#2. 모든 이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건 아니니까요

DUMMY

덜그럭

덜컹


마차의 흔들림에 맞춰 조종석에 있던 하루와 사라가 엉덩이를 들썩였다.


사라가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


무의식이 그녀보다 먼저 짐칸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냉기 마법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떠오른 참에 뒤쪽에서 외투 두 벌을 꺼내 한 벌은 입고 나머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이건?”


“택배기사 복장입니다.”


사라는 그것을 한 번 펼쳐보더니 조금 흥미가 생긴 듯했다.


“전부 붉은색인가요?”


“아뇨. 상단마다 다릅니다.”


사라가 외투를 걸쳐 입은 후에야 그녀를 힐끔 쳐다보면 눌러쓴 모자챙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거······”


“아, 역시 신경 쓰이시나요?”


하루는 조심스레 고개를 저었다.


그런 반응에 사라는 다소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애써 안 그러셔도 돼요. 아직 사람들 인식이 그런걸요.”


그녀의 말에 하루는 크게 표정에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언니가 상단에 불렸다고 했을 땐 조금 걱정했는데, 아까 단원들 반응을 보면 괜한 걱정이었나 싶기도 하네요.”


그녀가 연이어 말을 이어가는 것과는 별개로, 사실 뿔의 형태와 연관된 인물을 몇 명 더 떠올렸다.


“······어느 쪽입니까?”


질문의 상태가 다소 이상했지만,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무의식중에 튀어나왔다.


그녀의 눈동자가 커져 있었다.


“정말 모르세요?”


여태 자신에게 그렇게 물어온 사람은 전쟁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비꼬는 사람들뿐이었던지라 조금은 의심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을 한 번 더 확인하니 의구심도 그 이상을 가진 않았다.


“죄송해요. 모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해서······. 아자젤······이라고 하시면 아실까요?”


“아.”


방금까지도 제 머릿속 예상 인물 중 하나였기에 조금 더 반가운 듯 감탄사를 뱉었다.


그와는 반대로 사라는 더 시무룩해졌다.


어쩌면 자신이 모르길 바라는 눈치였을지도 모른다.


하루는 그런 그녀를 보더니 코로 깊은숨을 내쉬었다.


“확실한가요?”


“네?”


의중을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다시 물어왔다.


“앗!”


돌연 앞뒤 생각 않는 하루의 행동에 놀란 듯한 반응을 흘렸다.


그는 고삐를 잡고 있던 한 손을 놓고 그녀의 모자를 슬쩍 들었다.


그녀는 모자를 낚아채려다 이미 그의 손에 들린 모자를 보고 양손으로 뿔을 잡았다.


그전에 이미 뿔을 한 번 확인한 하루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모자를 머리 위에 살며시 씌었다.


사라가 재빨리 모자를 당겨 푸욱 눌러쓰는 바람에 얼굴의 반쯤이 가려졌다.


“죄송해요.”


그의 말은 듣는 척도 안 하고 이미 잔뜩 삐져있는 채로 모자챙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뿔에 관한 건 누구한테 들었는데요?”


“·········몰라요. 부모님도 이유 없이 마을에서······ 구박받았으니까.”


덜그럭


마차가 흔들리자 하루는 다시 양손으로 고삐를 잡았다.


“제 생각에는 조금 달라서 그래요.”


그녀는 감춰진 눈을 아주 조금 빼고는 목 위로는 챙에 가려진 그를 바라봤다.


“······뭐가요?”


“아자젤은 아니에요.”


“위로하는 거예요?”


“아뇨.”


사라는 그제야 모자를 바로 고쳐 썼다.


그리곤 여전히 뚱한 얼굴로 그를 흘깃거렸다.


“무슨 근거로요?”


“뿔의 형태가 달라요. 뿔이라고 전부 그의 것은 아니죠.”


저승 제1군단장.


천계도 추방이라는 판결에 승복할 만큼 그의 강함은 정평이 나 있었다.


사람인 아이와 아내가 사람에 의해 사라졌을 때, 거의 반파될 뻔한 인계를 보며 그 힘의 역량을 잘 못 측정했다고 할 정도였다.


후에도 그에게 아이가 생겼을 리는 만무했다.


그가 다른 누군가와 혼인하는 모습은 상상도 못 할뿐더러, 그의 소멸을 마주한 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하루는 빨라지는 고동을 느꼈다.


그날 아자젤의 손바닥이 짚었던 심장 부근부터 다시 체온이 상승하는 것만 같았다.


막 사라질 것 같은 숨을 겨우 붙잡고 있던 얼굴은, 분노도 회한도 담지 않았다.


마지막 한마디를 떠올리면 무의식중에 미간에 힘이 들어가고 만다.


─미안했다.


“그럼 누군데요?”


옆에서 들려온 질문에 한창 심각했던 표정을 풀고 사라를 스쳐봤다.


여전히 뚱한 채로 무릎에 턱을 괸 채 정면만을 응시했다.


하루는 입을 열려다 한 번 망설였다.


지금 아자젤 외의 인물이 어떤 인식이었는지 떠올렸지만, 아무렴 아자젤 이상이었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아자젤의 인성이 갖는 잘잘못을 아는 사람으로서 보자면, 아자젤의 후손으로 여겨지는 건 자랑이었을 터였다.


“······판입니다.”


그래도 이게 그녀에게 있어선 최선의 답이었다.


“판?”


바포멧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성격만 봐선 아무래도 판이었다.


그녀의 부풀려 있던 볼이 돌아왔다.


뭔가 더 기대하는 듯한 눈망울에 이야기를 나아갔다.


“색마의 현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호색한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천계가 질려 지상에서 활개 칠 정도니까요. 그만큼 자손이 많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하하······. 그건 또 그것대로······”


묘한 감정이 그대로 표정이 드러났다.


“······솔직히 전 아자젤의 자손인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덜그럭

덜컹


잠시 마차 운전에 집중하다 보니 누군가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는 걸 느꼈다.


슬쩍 눈동자를 굴리면 그녀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되게 자세히 아시네요.”


하루는 입을 다물었다.


곧 뭐라도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생각해서 다시 입을 열었지만, 머릿속에 떠올린 어떤 문구도 어색해 또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몇 번 다물고 열기를 반복하다 떠올린 게,


“하트······선생님에게 들었습니다.”


2년 전 말 그대로 목숨을 빚진 노파였다.


“하트······. 아, 그 의사 선생님?”


“아십니까?”


“뭐 저희 마을에 유명한 의사라면 그분뿐이니까요. 근데 어디 아프세요?”


“예전에 좀 신세를 져서······.”


“흐음─ 역시 아는 게 많은 분이셨군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연식과 직업이 주는 인상에 감사했다.


덜그럭,

다각다각,


벽돌로 포장된 길로 들어서자마자 마차 바퀴와 말발굽 소리가 커졌다.


고개를 돌려 정면을 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햇빛이 만연했다.


“와아── 수도는 제 생각보다 훨씬 큰 곳이네요······!”


길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허리를 곧추세우고 저 먼 성 꼭대기까지 응시하던 그녀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조금 더 마차를 끌고 가면 비슷한 마차가 입구에서 줄줄이 늘어져 있었다.


“전부 택배기사인가요?”


“단순한 행상인도 제법 섞여 있을 겁니다.”


“행상인하고는 또 다른 건가요?”


“일단은 택배기사도 기사의 작위를 부여받는 직업입니다. 다루는 업종도 훨씬 다양하고 사실 이제는 평범한 행상인으로선 벌어먹기 힘들죠.”


대기하는 마차들의 위로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 탓에 마차 주인들과 그녀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미 머리 위를 지나 멀리 시야 밖으로 사라져가던 붉은 형체에 그녀는 또 신난 아이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곧 보란 듯이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저건 와이번 아닌가요?! 방금 사람이 타고 있었어요!”


“거대 상단 중 하나일 겁니다. 이미 택배기사단 중에 기용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런 지방에선 보기 드물지만요.”


“택배기사는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이었네요!”


기죽은 듯 모자만 부여잡고 있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연이어 보여주는 바람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좋을지 내심 당황했다.


“누군가에겐 그저 눈엣가시일 수도 있겠죠.”


사라는 혼자 읊조리는 말을 듣지 못한 채 기다리는 마차에서 우뚝 서서 전망을 바라봤다.


마차들의 행렬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이윽고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에서 출입을 확인하던 기사 한 명에게 증명서를 내밀었다.


천천히 서류를 살피던 기사가 일정 구간에서 멈칫했다.




투구에 감춰져 보이진 않았지만, 그의 얼굴은 분명 아니꼬운 듯 일그러졌을 것이다.


그 소리를 얼핏 들었는지 옆에 있던 사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사가 또 다른 기사에게 고개를 까딱이면 막고 있던 길을 열었다.


다각다각


점차 멀어지는 그들에게서 사라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뭔가······ 제 기분 탓일 수도 있겠는데요.”


그녀가 해올 질문을 알고 있었다.


“택배기사가 공식으로 기사의 작위를 부여받을 수 있었을 때, 그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든요.”


가로채 먼저 답을 하면 그녀의 의구심은 증폭되었다.


“왜요? 뭔가 불이득이 있었나요?”


“아뇨. 본래 기사란 귀족만이 갖는 작위지 않았습니까. 신분의 차이가 있었을 때부터 존재한 불변의 법칙이 택배기사란 직업으로 깨지게 된 거니까요.”


사라는 아직도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어떤 것에 의문을 품고 있는지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사람이 그렇다는 단순한 말로는 종족 대통합이 된 현시대에 통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이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게 형편 좋게 생각하는 법만큼은 지겹게 익혀왔다.


적어도 그들이 선을 지키는 한에서는.


푸르륵


하루는 말을 멈춰 조심스레 말의 뒷목을 쓰다듬었다.


“붉은 산맥에서 왔나?”


허리에 에이프런을 두른 채 팔짱을 낀 중년의 남성이 식당 앞에 서있었다.


하도 잡지에서 많이 본 인물이었던지라 그가 셰프라는 건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천천히 짐칸으로 걸어갔다.


“조금 봐도 될까?”


뒤에서 묻는 말에 서로 시선을 나누던 하루와 사라가 마차에서 내렸다.


사라가 마법진을 조금 약화하면 하루는 나무 상자 하나를 꺼내 열었다.


“오.”


작은 감탄사를 내뱉던 셰프가 하루의 긍정을 받은 뒤 흰 가루를 한 꼬집 집었다.


냄새를 맡아보거나 검지와 엄지로 살짝 비비더니 혀로 슬쩍 맛을 봤다.


“소금······?”


“예. 한 번 빙결 마법으로 응축한 뒤 분쇄해 얼음 결정이 가미된 소금입니다.”


“음. 어쩐지 보통의 소금보단 짜지 않다 싶었어. 하지만 빙결 마도구가 필수인 재료들이라니 유지비가 상당하겠네.”


셰프는 짐의 양을 살피더니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곤 씩 웃었다.


“소금만 있는 건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좀 더 살펴봐도 되겠나?”


하루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셰프는 짐칸으로 올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루와 사라는 거침없는 행동에 순간 당황했지만, 냉기 정도야 신경도 쓰지 않는 셰프의 모습에 한동안 넋 놓고 바라봤다.


점차 하늘에 붉은 기운이 서릴 때야 셰프는 짐칸에서 내려왔다.


후우!


거친 숨을 내뱉는 그가 에이프런을 툭툭 털더니 하루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정도 제품이면 마도구쯤이야 몇십 들여놔도 남는 장사 아니겠어?”


담담히 악수를 받으면 손에 흔들림에서 벌써 그의 좋은 기분이 느껴졌다.


곧 식당 문을 벌컥 열더니 큰 소리로 조수들을 불러 짐을 옮기게 했다.


짐칸은 순식간에 비워졌다.


그제야 냉기 마법진을 거두는 사라도 아무래도 장시간 술식 유지에 지친 기색을 내비쳤다.


비용으로 돈 자루를 내려놓던 셰프가 그런 둘을 보더니 콧숨을 가볍게 내뿜었다.


“어때. 신작 맛 좀 보고 가지 않을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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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400대 하루 21.05.12 2,665 50 17쪽
1 #Prologue +6 21.05.12 3,056 7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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