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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이피리스? 마왕 이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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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
작품등록일 :
2015.07.02 19:20
최근연재일 :
2015.07.13 23:02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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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수 :
30,680

작성
15.07.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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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장 알바와 인어와 머맨과 이피리스?

DUMMY

2장 알바와 인어와 머맨과 이피리스?


프롤로그


새벽녘이었다. 검붉은 하늘 사이로 무엇보다 검으면서도 무엇보다 밝은 마계의 태양이 막 떠오르려는 찰나였다. 작은 소녀인어가 주변을 갸웃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곳은 테스바 호수의 간척사업본부였다.

“여기라면 못 찾겠지?”

본디 새벽잠이 없는 인어들의 특성은 어린 인어도 마찬가지였는지 벌써 일어나 장난치는 것이었다. 저 소녀인어는 시시덕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간척사업에 필요한 각종 서류와 설계도가 널려있었다. 구석의 책상아래에 자리를 잡은 소녀인어는 혹시라도 친구들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기대감으로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이내 흥미를 잃었고, 이번에는 책상아래 널브러진 서류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막 글을 배운 소녀인어에게 제법 어려운 글도 있었지만 대충은 읽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하나의 글을 발견한 소녀인어는 두 눈이 커지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으로 달려갔다.

그 날이 바로 이피리스가 대마왕이 된 날이었다.




막 떠오른 태양이 그 밝고 아름다운 빛으로 대마왕성을 비추고 있었다. 대마왕성에서 가장 볕이 잘 들어오고 큰 창문이 있는 방에서 멜은 흐뭇하게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밀크티와 아침식사가 담진 쟁반을 침대 옆에 내려놓고, 이런 화창한 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성의 주인을 내려다보았다.

누가 납치해가도 모를 정도로 잠에 취해버린 이피리스는 이불은 멀리 날아가 버린 지 오래고, 잠옷으로 입으라고 그렇게 강요했지만 도저히 말을 듣지 않다.

그 옷을 보자니 손끝에 생긴 상처가 욱신거렸다. 멜은 못마땅한 눈으로 자신의 길고 하얀 손끝을 노려봤다. 아무래도 오늘 밤에 새로 만든 드레스도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밀크티가 식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검은 불꽃이 찻잔을 휘감고 사라졌다. 그러자 김이 모락모락 나며 방금 끓여놓은 것 같이 뜨거운 차로 돌아왔다.

멜은 이피리스 옆에 서서 조용히 내려 보다가 입을 열었다.

“슬슬 일어나시죠?”

대마왕 취임 2일째 아침을 맞이한 이피리스는 멜의 목소리가 들림에도 불구하고 계속 몸만 뒤척이고 있었다. 멜은 방금 데워놓은 모닝티를 흘깃 바라보고는 조금 더 기다려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멜이 들어오면서 약간의 찬 공기도 같이 들어온 것인지 이피리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멜은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이피리스의 얼굴도 작은 미소가 지어지는 듯 했다.

“흠냐…사악한 마왕…하이엘프님은…내가…구할 거다. 쩝쩝.”

그 순간 멜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하이엘프? 당장 일어나시죠!”

창가에 성큼성큼 걸어가 그 큰 창문을 활짝 열어버리고, 방금 자신이 정성스럽게 덮어주었던 이불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이피리스가 찬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며 웅크린다. 멜은 그러건 말건 침대를 쿵하고 내려치며 소리쳤다.

“일어나십시오!”

하지만 이피리스도 만만치 않았다. 추위와 소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다. 멜은 돌연 물이라도 뿌려버릴까 생각했지만, 늘어나는 빨랫감과 침대를 말리려면 들어갈 수고에 차마 뿌리지 못했다.

“거기에 감기라도 걸리면……. 아, 그건 상관없나?”

그보다 모닝티를 흘깃 바라보며 혹시라도 식을까 걱정을 한 멜은, 모닝티를 사수하기 위해 조금 강압적인 방법을 쓰기로 다짐했다. 한손으로는 쟁반을, 다른 한손으로는 이피리스를 들어 들쳐 업고는 방을 나갔다. 낡고 긴 복도를 지나 발로 집무실 문을 밀어 열어 들어가서는 이피리스를 분수대에 던져버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정화 마법진은 이물질을 정화하기위해 하얀 빛을 뿜었고, 한동안 죽은 듯이 잠잠하던 이피리스가 마구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푸, 푸하! 멜! 으읍, 홍수가!”

탁자에 쟁반을 내려놓은 멜은 잠깐 웃음을 터트리다가 발버둥치는 이피리스의 목덜미를 잡아 위로 쭈욱 올렸다. 물을 머금고 축 늘어진 빨래마냥 올라온 이피리스는 멍하니 분수대를 바라보다가 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또!”

“아침식사에 물 튀니 날뛰지 마십시오.”

멜은 이피리스를 내려놓고, 미리 몇 장 챙겨 분수대 옆에 놓은 목욕터울을 건넸다. 그걸 받아든 이피리스는 급히 몸을 감싸곤 원망하는 얼굴로 멜을 노려봤다.

“좀 정상적인 방법으로 깨워요!”

“그 전에 어제 씻고 자라고 제가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피곤했단 말이에요! 거, 거기에 이렇게 사방이 뚫린 곳에서 어떻게 목욕을 하라고 해요!”

“누가 본다고 그러시는 겁니까?”

“그, 그래도 욕실도 있잖아요!”

“물은 누가 데워서 체울 겁니까?”

“그거야…….”

“청소는 누가 할 것입니까?”

“그것도…….”

“차가 식습니다. 빨리 갈아입으시죠. 갈아입을 옷은… 그렇군요.”

멜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멜 옆의 바닥이 스륵하고 갈라지더니 옷장하나가 솟아났다. 멜은 그것을 활짝 열었다. 안에는 검은색 드레스가 6벌 정도 있었다. 전부 같은 디자인이었는데 멜은 그중에서도 제일 끝에 것을 꺼내 들었다.

“실패작이지만 입으시죠.”

터울에 파묻혀 있던 이피리스는 실패작이라는 말에 멜에게 다가와 드레스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멜은 드레스를 가까이 보지 못하도록 치웠다.

“박음질이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속옷은 타울 쌓아놓은 곳에 정리해놓았으니 챙겨 입으시기 바랍니다.”

멜은 그 말과 함께 뒤를 돌아버렸다. 이피리스는 주섬주섬 드레스와 속옷을 챙겨든 이피리스는 기둥 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한참동안 낑낑대려 갈아입지 못하고 있자 멜은 기껏 준비한 식사와 차가 식어버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미간이 꿈틀 꿈틀거리는 것이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다 입었어요.”

“정말입니까?”

멜은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검은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리는 이피리스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멜은 그 모습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멜이 뚫어지게 쳐다보자 이피리스의 얼굴이 화악 붉게 변했다.

“저, 저…….”

“음 수정한 것보다도 작으시군요. 내일 입으실 드레스에서는 완벽하게 수정해 드리겠습니다.”

“네?”

“식사 데워드릴 테니 어서 드시죠.”

멜은 불꽃을 만들어 탁자 위를 스쳐지나가게 만들었다. 그러자 아침식사가 뽀얀 김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부드럽고 고소한 향기에 이피리스는 좀비처럼 식탁으로 향했다.

멜은 조용히 의자를 빼주었다. 이피리스가 앉자 살짝 몸을 숙여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렇게 하이엘프가 좋습니까?”

“네?”

“됐습니다.”

차가운 말투에 이피리스는 혹자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곰곰이 따지기 시작했다.

“그만 생각하고 드시죠.”

이피리스는 아무래도 아침부터 묘하게 기분이 안 좋은 것이 불안하여 멜의 눈치를 살살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머리를 정리하려고 손을 살짝 올리는데 멜의 목소리가 들렸다.

“식사 중에는 머리에 손을 대지 마십시오.”

“네…….”

이피리스는 움찔하곤 찻잔을 들었다. 뽀얀 밀크티에 두 손으로 들어올렸다. 집에서 뜨겁게 데운 우유를 먹는 습관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하지만 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찻잔은 한손으로 드는 겁니다.”

이피리스는 원망하는 눈빛으로 멜을 한번 쳐다봤다가 그 서늘한 눈총에 본전도 못 뽑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결국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고 스프를 먹기 위해 스푼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그리곤 스프를 떠서 후후 식혀 입에 가져가는데 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프는 저어서 식히는 것입니다. 불지 마십시오. 그리고 먹을 때도 소리 내면 안 됩니다.”

이피리스는 울상이 되어 스푼마저 내려놓았다.

“그냥 먹으면 안 되나요?”

“안됩니다. 다른 대마왕님들과의 식사시간에 대비해서 충분히 연습해야죠. 설마 제 얼굴에 먹칠하실 의도는 아니시겠죠?”

멜은 차갑게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결국 이피리스는 아침식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멜은 이피리스를 내버려두고 집무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문을 닫자마자 허겁지겁 먹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하곤 눈을 감았다. 조용히 기다렸다가 이피리스가 아침을 먹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갑자기 문이 열리자, 이피리스가 깜짝 놀라 쥐고 있던 스푼을 떨어트렸다. 스푼이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멜이 스르륵 나타나 스푼을 잡았다.

“오늘 할 알바를 구했습니다.”

“네?”

“가지죠.”

다짜고짜 이피리스의 손을 잡고 대마왕성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끌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지하계단은 멜이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자동으로 횃불이 들어와 길을 밝혔다. 다만 지나가면 횃불이 다시 꺼져버리는 것 때문에 그냥 끌려가는 중인 이피리스는 끝없는 계단을 계속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어, 어디로 가는 거예요?”

“가보면 압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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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알바와 인어와 머맨과 이피리스? +1 15.07.13 16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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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장 용사 이피리스? +1 15.07.03 247 1 8쪽
2 1장 용사 이피리스? 15.07.02 391 1 10쪽
1 용사 지망생을 위한 지침서 15.07.02 781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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