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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이피리스? 마왕 이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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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
작품등록일 :
2015.07.02 19:20
최근연재일 :
2015.07.13 23:02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434
추천수 :
16
글자수 :
30,680

작성
15.07.03 09:15
조회
246
추천
1
글자
8쪽

1장 용사 이피리스?

DUMMY

“아 진짜, 보스와 준 보스가 같이 등장하다니 반칙이잖……아가 아니라, 대마왕! 너를 해치우고 고통 받는 대륙의 백성들을 구하겠다!”

“푸훗!”

적발청안의 남자가 입을 가리며 웃기 시작했고 대마왕은 무엇인가 고심하는 듯 턱을 괴고 다른 손으로 손가락을 까닥거리기 시작했다. 이피리스는 자신 따위는 염두에도 없다는 행동에 얼굴을 붉히곤 칼을 뽑아들었다.

“덤벼라! 정의가 승리하는 것을 보여 줄 테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가 코앞에 나타나 버렸다. 이피리스는 깜짝 놀라 칼을 휘둘렀지만 남자는 그걸 엄지와 검지로 가볍게 잡았다.

“무, 무슨!”

그리곤 무슨 장난감이라도 되는 듯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며 칼을 훑어본다. 이피리스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칼을 붙잡았지만 엄청난 힘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거, 이거. 성검은커녕 매직 아이템도 아니군요. 이것 외에는 장비도 없는 것 같고 어떻게 문지기를 통과하셨나요? 아, 그리고 보니 문지기가 지난주에 계약이 끝나서 가버렸었던가요? 대마왕님 말 좀 해보시죠? 대마왕님이 일을 이렇게 만들어버려서 이런 초보자가 여기까지 오지 않습니까?”

남자는 그 말과 함께 손끝을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칼이 귀 따가운 비명을 지르다가 깨져버렸다. 이피리스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사고가 정지해버렸고, 남자는 그런 이피리스를 보고 혀끝을 차며 말했다.

“오늘은 대마왕님께서 바쁘시니 나중에 선약하신 후 찾아오시죠?”

“네?”

“축객령입니다.”

“아, 죄송해요.”

자신도 모르게 납득해버린 이피리스가 몸을 돌리려다가 손잡이만 남은 자신의 칼을 보고 여기까지 온 목적을 간신히 기억해 냈다. 이 세상의 모든 여성을 대표하여, 여성도 당당히 마왕이 될 수 있다고 증명하기 위해 나선 이상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1남 8녀 중 맏이로 태어나 제일 막내인 남동생의 수발을 들으며 겪은 고난과 고초를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위해 용사가 된 표면적인 이유까지 떠올렸다.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동생에게 몇 백 몇 천 번은 읽어준 가보로 내오는 이야기책 덕분에 나도 모르게 세뇌되어 용사가 되고 싶었다는 것도 있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거기에 생사고락을 함께한 칼의 복수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당당히 소리치기에는 저 남자의 차가운 눈빛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아, 그게 아니고! 지금 당장은 안 될까요?”

그걸 본 남자는 난감하다는 듯 볼을 긁적이다가 대마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마왕은 여전히 고민 중이었다.

“추후에 다시 뵈었으면 좋겠는데요.”

“이대로 물러날 수 없어요!”

“다음에 다시 찾아주시죠? 아니면 가까운 군부대에 연락해서 불법침입으로 고소할 수도 있습니다.”

“마왕성에 법률이 적용될 리가 없잖아요!”

“145년 전에 체결된 마계와 제국 간의 상호 간 범죄자 양도 조약에 의거하여 적용됩니다만?”

이 무슨 귀신이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이피리스는 책에서 설명된 수많은 용사들이 불법침입으로 다 체포된 것이 아닌지 고민하다가 문득 속임수로 용사를 힘들게 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거짓말로 용사를 핍박하지 마세요!”

“아직 용사 지망생인 것 같습니다만?”

“곧 될 거예요!”

“최소한 신전에서 성검이라도 빌려 오는 성의라도 보이시고 그런 말을 하시죠?”

남자는 가늘게 뜬 눈으로 이피리스를 훑어보며 피식 웃었다. 기분이 잔뜩 나빠진 이피리스는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남자는 빨리 정리해 버리겠다는 생각에 이피리스의 손을 잡아 살짝 끌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싸우겠다.”

멋도 모르고 외간남자의 손이 어째서 여느 여성보다 부드러운 것인지 고민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끌려가던 이피리스는 갑자기 들려온 중후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남자 역시 의문을 표하며 고개를 돌린다.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

“싸우겠다고 말했다.”

“척 봐도 아직 미성년자에 방어구라고는 다 떨어져 가는 옷 한 벌 입고 있는데다가, 무기도 성검도 아닌 철검을 들고, 그나마 가지고 온 것마저도 방금 제 손에 박살나 이제 맨손인 이 꼬마 애랑 말입니까?”

“마왕이 용사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것은 마계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도 대마왕이라면 더욱 그렇지.”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 .”

남자는 대마왕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감아버렸다.

“뭐, 알아서 하십시오.”

남자가 흩어지듯 사라졌다. 깜짝 놀란 이피리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집무실 한쪽 구석에서 다시 나타나 팔짱을 낀 채로 이피리스와 대마왕을 번갈아 바라본다.

마왕은 몸을 일으키나 싶더니 어느새 이피리스 바로 앞에 나타났다. 본능적으로 두어 걸음 물러나며 고개를 드는데 황금빛으로 빛나는 마왕의 두 눈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대마왕은 그러거나 말거나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검붉은 기운들이 몰려와 하나의 검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피리스는 저 옆에서 어디서 꺼내듯 것인지 모를 감자튀김을 집어먹으며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남자도 이기지 못하는데, 이 근육 덩어리를 이길 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필사적으로 자신의 도주로를 찾기 위해 곁눈질하는데, 대마왕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걸 써라.”

그 말에 마왕에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다. 검고 붉은 검은 요사한 빛을 품고 있었고, 검신에는 수많은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오호, 남방의 요검 이실릿이군요. 대마왕님의 애검을 내놓으시다니, 이실릿의 위력이라면 아무리 꼬마 애라도 재미있어지겠군요.”

이피리스는 남자의 말에 조금은 희망을 품고 이실릿을 잡았다. 잡자마자 기묘한 진동이 스쳐지나 갔고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독하게 무거워서 과연 한 번이라도 휘두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무기가 없는 상대에게 자신의 애검까지 내어주는 대마왕의 모습에 아주 조금은 대마왕도 인정이 있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잠시, 대마왕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피리스는 그 강대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꼭 감고 이실릿을 휘둘렀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손끝에서 불쾌한 감촉이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그 느낌에 이피리스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대마왕의 심장을 관통한 검붉은 검신이었다.

“하하하하하!”

보통사람이면 즉사할 상처인데도 대마왕이라 그런지 생명력이 질긴 모양이었다. 대마왕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웃더니 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남자에게 던졌다. 그리고는 입가에서 검은 피를 토해내곤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겼어?”

이피리스가 승리의 기쁨과 미묘한 감촉의 불쾌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두루마리를 펼쳐 읽고 있던 남자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당했다!”

“네?”

이피리스가 남자의 목소리에 의문을 표할 때 갑자기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머릿속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지식이 마구 스쳐 지나가고, 오른손 손등은 인두로 지지는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고통 가운데 남자의 절규를 들으며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이 빌어먹을 대마왕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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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장 용사 이피리스? 15.07.05 219 3 9쪽
» 1장 용사 이피리스? +1 15.07.03 247 1 8쪽
2 1장 용사 이피리스? 15.07.02 391 1 10쪽
1 용사 지망생을 위한 지침서 15.07.02 781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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