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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이피리스? 마왕 이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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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
작품등록일 :
2015.07.02 19:20
최근연재일 :
2015.07.13 23:02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435
추천수 :
16
글자수 :
30,680

작성
15.07.10 09:00
조회
192
추천
2
글자
7쪽

1장 용사 이피리스?

DUMMY

“흥. 이번만 들어주겠어. 저 벌래들을 치워버려.”

그 복화술과 동시에 멜이 의자 다리를 툭 쳤다. 말로만 듣던 놀이기구처럼, 휙 하고 돌아가는 의자 덕에 이피리스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물론 그 모습은 빚쟁이들에게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멜은 자리에서 일어나 빚쟁이들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노려보던 빚쟁이들이 이제는 감동어린 얼굴이 되어있었다.

“대마왕님께서 허락해 주셨지만 아마 당신들의 얼굴을 다시 보기는 영 불편하신 것 같군요. 혹시 생명을 담보해서 다시 한 번 방문하실 분 있으십니까? 약간 변덕이 있으셔서 돈을 주실 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 말에 이렇게 빚을 떼이는 것이 아닌가? 노심초사하던 빚쟁이들의 얼굴이 조금 밝아지려고 했다.

“뭐 그 변덕으로 시체도 온전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역시 생명보다는 돈이 중요하시죠?”

뒤돌아보고 있던 이피리스에게도 고개 흔드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격렬하게 부정을 표시한 빚쟁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증서를 꺼내들었다.

몇몇은 마음이 상해 멜에게 그것을 던지려고 했지만 다행이 자제력이 있는 몇몇 사람들이 증서를 모으기 시작했다. 일부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머뭇거린다. 그걸 본 멜이 복화술을 사용했다.

“멜! 왜 이리 오래 걸려?”

“죄송합니다.”

멜은 살짝 말소리를 줄여 빚쟁이들에게 말했다.

“변덕이 심하십니다.”

결국 대다수로 인한 소수의 탄압을 통해 순식간에 증서가 모아졌고, 그것이 멜의 손에 들어오자마자 문이 활짝 열렸다.

너나할 것 없이 도망갔다.

중간 중간 넘어져 짓밟혀 죽은 사람도 있었지만, 이피리스가 눈치 채기 전에 멜이 어디론가 이어지는 검은 공간으로 밀어 넣은 덕에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손끝에서 검은 불꽃을 만들어 빚 증서를 깨끗하게 태워버린 멜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걸로 2백억 골드는 정리되었군요.”

“네?”

그제야 마력에 의한 통제가 풀린 이피리스가 왕좌를 원상복귀하며 의문을 표했다.

멜이 한걸음에 다가와 의자를 살짝 잡아 돌려주자 휙 돌아갔고 이피리스는 허망한 눈으로 의자를 바라봤다.

“저들에게 빚진 것이 간단하게 2백억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문제는 남은 1천억이지만요.”

“지, 지금 2백억 골드를 때어먹었다는 거예요?”

자신도 모르게 존대한 것을 애써 고친 이피리스는 의자에 편히 몸을 기댔다. 역시 마왕이 쓰던 의자라 그런지 튼튼하고 아주 편했다.

“뭐 그런 것입니다.”

“그, 그거 범죄잖아요!”

“그럼 대마왕이 봉사활동이라도 해야 합니까?”

“그래도!”

“뭐 걱정 마십시오. 이미 마왕성을 제외한 모든 남방영토를 사이좋게 갈라먹어 배때기가 불러 터질 지경이면 터질 지경인 빈궁한 자들은 아닙니다.”

이피리스는 남방영토라는 말에 자신이 이곳까지 오며 봐왔던 황폐하다 못해 개미 한 마리도 살지 않는 그 땅들을 떠올렸다.

“그게 돈이 되나요?”

“투기라는 군요. 언젠간 대마왕성이 예전과 같이 호황을 누리지 않을까 하고서 보증으로 받아두었다가 결국 차압해가고선 시세가 안 오르니 돈 달라고 몰려온 것들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런데 남은 천억은 누구에게 빌린 거예요?”

“그것이 문제입니다.”

멜은 재산목록을 꺼내들어 뒤척이기 시작했다.

“서방의 대마왕님에게 2백억, 북방의 대마왕님에게 2백억, 동방의 대마왕님에게 2백억, 그리고 다크골드에 2백억, 마지막 2백억은 누구인지 알 수 없네요. 따로 적혀있지 않습니다.”

멜은 재산목록을 집어넣으며 이피리스의 어깨에 손을 올리곤 말했다.

“그리고 제 봉급이 2개월 치 연체되어있습니다. 이번 달 말에 청구될 봉급까지 5천 골드가 필요한데 가능하시겠습니까?”

“보, 봉급?”

멜은 미간을 찌푸리곤 말없이 이피리스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무급봉사라 생각하신 겁니까?”

“무, 무슨 월급을 그리 많이 받아요!”

“이래보여도 마계에서 최고 엘리트입니다. 사실 전대 대마왕 놈, 죄송합니다. 전대 대마왕께서 삽질만 안했어도 다른 대마왕 분보다 몇 배의 부를 쌓으셨을 겁니다.”

“무슨 짓을 했기에?”

“늦바람이 무섭다는 것 아십니까?”

멜은 의자 옆에 앉았다.

집무실의 아름다운 샹들리에를 바라보았다. 검은 수정으로 만들어져 있는 아름다운 샹들리에였다.

“과거 마왕의 상징이라 하면.”

“마왕 납치? 아 이게 아니지 공주 납치요!”

멜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한 200년 전에 유행했던 일이었죠. 그 전까지 공주보기를 돌같이 하고 놀음에만 빠져있던 전대 대마왕이 문득 납치라는 것에 맛이 들리더니 대륙에 공주란 공주를 다 납치했지요. 대마왕께선 공주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이피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품속에서 책을 꺼내 뒤척이기 시작했다. 이내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나며 말했다.

“공주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반드시 금발이어야 하고, 나이스 바디에 뽀샤시한 얼굴을 가지고 용사님에게 구원받기만 애타게 기다리는 존재에요!”

“이피리스. 공주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멜의 얼굴에 살짝 두려움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곤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알약하나를 꺼내 삼키곤 말을 이어갔다.

“시간당 천 골드는 쓰는데다가 짜증은 짜증대로 부리고, 완벽주의자 덩어리인지 바닥에 실지렁이라도 하나 있으면 소닉붐을 뿜어내고, 식성은 얼마나 제각각인지 공주 한 마리마다 전용 주방장을 고용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납치 당시 같이 끌고 와야 할 지경이지요. 손도 없고 발도 없어서 절대 자기 손으로 뭘 하고 걸어 다니질 않아서, 하인만 열댓 명은 기본이고, 피부 관리에 그렇게 먹고 나서 다이어트 해야 한다고 헬스장과 전담 트레이너까지.”

멜은 한숨을 토해냈다.

“전대 대마왕이 공주를 납치했을 때 그 나라 재정 상황이 나아진 것에 잔치까지 벌어졌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공주를 납치해가라고, 몰래 성문을 열어주는 재무장관 얼굴에 번진 미소가 왜 그리 악독해 보이던지.”

“고, 공주가!”

컬처쇼크에 빠진 이피리스가 절망에 휩싸였다. 멜은 물 컵을 소환해 단번에 원샷 해버리곤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약 200명의 공주를 납치해서 단 1년 만에 파산했죠. ‘마지막 1골드까지 빨아 먹겠다’라는 각오로 끝까지 견디던 공주들이 파산소식을 접하자마자 자기에 성으로 흩어지는 모습이란, 마치 뼈까지 다 씹어 먹고 흩어지는 아귀의 모습이었습니다. 뭐 후일담으로 갑작스러운 공주의 복귀에 대륙금융에 구제 신청한 왕국들이 상당하다고는 하더군요.”

멜은 설명을 멈추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피리스를 노려보았다.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일단 제 봉급은 어쩌실 겁니까?”

“안주면 안 될까요?”

“안됩니다.”

이피리스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멜을 바라보았지만 멜의 차가운 눈초리에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일단 가까운 막노동판이라도 찾아볼 테니 어디 도망가시 마십시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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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장 알바와 인어와 머맨과 이피리스? +1 15.07.13 16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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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장 용사 이피리스? 15.07.08 207 3 10쪽
5 1장 용사 이피리스? 15.07.06 232 1 12쪽
4 1장 용사 이피리스? 15.07.05 219 3 9쪽
3 1장 용사 이피리스? +1 15.07.03 247 1 8쪽
2 1장 용사 이피리스? 15.07.02 391 1 10쪽
1 용사 지망생을 위한 지침서 15.07.02 781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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