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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이피리스? 마왕 이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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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
작품등록일 :
2015.07.02 19:20
최근연재일 :
2015.07.13 23:02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438
추천수 :
16
글자수 :
30,680

작성
15.07.08 09:18
조회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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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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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장 용사 이피리스?

DUMMY

아침에 눈을 뜬 이피리스는 붉게 변한 눈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혹시 용사가 쳐들어온 것인 줄 알고, 집무실을 박차고 들어온 멜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원래 마왕의 눈은 붉은 색입니다. 물론 다 같은 것은 아니니 걱정 마시죠. 마왕의 권능을 사용할 때 그 특징이 나타나는데, 하급마왕의 경우 보라색, 중급 마왕은 군청색, 상급 마왕은 검은색으로 빛나게 되니 참고 하십시오. 대마왕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직접 보셨으니 알거라 믿지만…….”

멜은 이피리스를 한심스럽다는 눈으로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모를 것 같으니 알려드리죠. 황금색입니다. 그러니 눈동자 색깔 정도 변했다고 비명 지르지 마십시오. 무슨 권능이라도 쓰는 날에는 기절이라도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피리스는 반박도 못했다. 멜은 가봉된 검은 드레스를 이피리스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입으시죠.”

“네?”

“오늘 하루 동안 입으실 옷입니다. 망신당하기 싫다면 대충 걸치기라도 해야 하니. 빨리 입어보셔야 사이즈 조정을 할 수 있으니 서둘러 주십시오.”

이피리스는 영문도 모르고 멜의 말에 따라 대충 걸쳐봤다. 책에서만 들어보던 드레스라는 것에 이피리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늘 바지와 셔츠만 입고 살은 과거가 꿈만 같았다.

치마는 나이 지긋한 아줌마나 입는 것이지, 이피리스 나이 때 아이들은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가리지 않고 물려 입히기 좋은 바지를 선호했다.

그것은 남자아이의 꿈을 버리지 않은 이피리스의 부모도 마찬가지였고, 물론 바지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천이 더 적다는 것도 한몫했다.

결국 지금까지 살아생전 치마라는 것은 입어보지 못한 이피리스가 치마를 능가하는 여성의 상징인 드레스를 입은 것은 감동의 폭풍이 몰아칠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멜은 사이즈만 체크하고는 감동의 도가니가 이어지기도 전에 가지고 가버렸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이피리스는 어느새 완성된 드레스를 가지고온 멜이 던져주고 사라지자 말로만 듣던 드레스가 얼마나 입기 힘든 물건인지를 깨닫게 됐다.

두 시간정도 지난 후, 마왕성 입장 시 이피리스가 새로운 용사의 탄생을 경축하기 위하여 죽을 둥 살 둥 열어놓은 문으로 해방된 백성들이 아닌, 빚 증서를 무기 삼은 빚쟁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멜은 이미 예상한 듯 싸늘한 얼굴로 위협하며 도착한 순서대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다만 빚쟁이들끼리 치고 박는 문제에 대해선 일체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쟁이들은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무력을 이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2천 여 명에 가까웠던 빚쟁이들 중 20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부상자는 거의 대부분인 상태였다. 한 쪽 구석에서 파라솔까지 챙겨 그 아래서 감자튀김을 집어먹으며 싸움 구경하던 멜은 그때서야 천천히 일어나서 느긋한 걸음으로 시체를 모아놓은 곳으로 다가갔다.

몇몇 빚쟁이가 멜을 막으려 했지만 멜의 눈총에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 버렸고, 멜은 콧노래까지 부르더니 시체에서 빚 증서를 꺼내들었다.

“대충 20만 골드는 되는 것 같은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증서가 불타버렸다. 멜은 다른 시체에서도 증서를 꺼내 태워 버리곤 다시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

“자, 다시 시작하시죠? 싸움구경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빚쟁이들은 멜의 태도에 파랗게 질리더니 자기들끼리 순서를 정해서 들어가기 시작했다. 멜은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 하다가 마지막 빚쟁이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안에서 쩔쩔매고 있을 이피리스를 떠올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가 보니 광장만한 집무실을 가득매운 빚쟁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땅은 필요 없습니다! 돌려 드릴 테니 돈을 주십시오!”

“차압으로 지급된 땅이 지금 얼마인 줄 아십니까? 겨우 5천 실버 밖에 안 됩니다! 5골드라고요! 제가 받을 돈은 10만 골드란 말입니다!”

“언제부터 대마왕의 이름에 신용이 이렇게 떨어진 것입니까!”

경쟁하듯 쏟아지는 불만에 이피리스는 두개골이 쪼개질 지경이었다. 다만 이렇게 견딜 수 있는 것은 어제 밤에 누더기가 된 인형을 대신하여 멜이 인형을 추가로 구입해온 덕이었다.

지금도 그중 하나가 주머니 속에서 코브라트위스트를 당하는 중이다. 이번에 자세를 바꿔 암바를 걸려던 때에 한 상인이 이피리스 앞에 놓여 있는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돈 내놔!”

언제나 용사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었던 이피리스의 인내심도 그와 함께 바닥나버렸다. 암바를 걸려던 인형의 팔은 나가떨어져 버렸다. 이피리스가 빚이건 뭐건 다 깽판 놓으려 하는데 멜이 그 상인 옆에 나타났다.

“죽고 싶습니까?”

멜은 허공에서 데스사이드를 꺼내들어 상인의 목을 겨누었다. 침 한 번 삼켰다가 데스사이드의 날에 베어 스믈스믈 피를 흘리기 시작한 상인은 바들바들 떨뿐 아무 말도 못했다. 멜은 다른 빚쟁이들을 훑어보곤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본 대마왕성이 이렇게 얕보였는지 모르겠군요. 당신들의 눈에 이분이 그냥 소녀로 보입니까? 언제부터 당신들이 마왕을 외형만 보고 얕봤습니까?”

멜의 새파란 눈에서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지독한 살기와 함께 데스사이드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빚쟁이들은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열려있던 출입문이 일제히 닫히면서 불가능해졌다.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우습군요. 감히 만마의 종주이시자 어떤 어둠보다 더 어두운 대마왕님께 그런 무례를 저지르고도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라.”

멜이 데스사이드를 휘둘렀다. 검은 선들이 상인을 휘감더니 상인이 입고 있던 옷이 산산 조각나 버렸다. 속옷만 남은 상인은 다리가 풀려버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고 일순간 빚쟁이들 사이로 공포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산산조각내고 싶지만 대마왕님의 앞이니 참도록 하죠.”

멜은 데스사이드를 이리저리 흔들며 출입문 앞을 떡하니 막아섰다.

“살고 싶습니까?”

멜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돈을 내시죠.”

“무, 무슨 소리입니까?”

“대마왕이면 폐허보다도 못한 담보만 내놓으면 되는 겁니까? 그리고도 모라라서 목숨까지 위협하며 돈을 요구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옮소!”

“맞아!”

“이건 횡포다!”

“어서 제대로 보상하라!”

“우리의 돈은 우리가 찾는 거다!”

“와아아!”

한 빚쟁이가 벌벌 떨면서도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나서자, 자고로 사람의 심리란 시작이 어렵지 그 다음은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는 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른 빚쟁이들도 하나 둘 불만을 터트렸다. 결국 폭동이 일어날 지경이 되었다.

“우리 돈을 돌려 달라! 우리는 협박에 넘어가지 않는다!”

“와아!”

이젠 서로 어깨동무까지 하곤 좌우로 몸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당황한 이피리스는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었고 멜은 한 쪽 귀를 막고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피리스를 보고 씨익 웃고는 입을 열었다.

“이쯤에서 대마왕님의 말씀을 듣겠으니 부디 주둥이 좀 다물어주시죠.”

난데없는 인터뷰 요청에 멍했던 것이 이번에는 혼까지 빠져나가기 직전이 되었다.

“그, 그러니까…….”

그때였다. 멜이 이피리스 뒤로 슬그머니 나타나서 방금전 수선할 때 쓴 바늘로 이피리스를 콕 찔렀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이피리스의 눈이 크게 떠졌고 이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단순한 황금빛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위압감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런 위압감에 빚쟁이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피리스 역시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위압감에 하얗게 질렸는데 빚쟁이들은 그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격한 분노로 인한 것이라 착각했다. 거기에 뒤에서 멜은 마력을 풀어놓으며 어두운 이펙트로 집무실 전체를 휘감자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멜!”

이피리스는 자신을 찌른 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돌아보며 소리쳤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이피리스가 따지기도 전에 멜이 이피리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빚쟁이들은 이 천청벽력과도 같은 상황에 너나할 것 없이 수군거렸다.

“아니 그게…….”

데스사이드를 크게 휘두르던 멜이 고개를 돌려 이피리스를 흘깃 바라본다.

새파랗고 차가운 눈이 ‘그냥 조용히 있는 게 좋은 겁니다.’라고 말하는 듯 했고, 그것이 아니어도 검게 넘실거리는 마력에 질린 이피리스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 했다. 멜은 몸을 돌려 이피리스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부디 저 어리석은 자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시지요.”

이피리스가 그러라고 말하려는 순간 멜이 섬뜩한 눈빛으로 노려보곤 복화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흥. 벌레만도 못한 녀석들에게 내가 배려해야 한다는 거냐?”

“부디 자비를…….”

이피리스는 이 인큐버스가 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 놀고 있는 모습과 갈수록 하얗게 질려가는 빚쟁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갔다. 특히 멜의 복화술이 얼마나 절묘했던지 정말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착각 할 지경이었다.

“흥. 이번만 들어주겠어. 저 벌래들을 치워버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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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이피리스? 마왕 이피리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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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장 알바와 인어와 머맨과 이피리스? +1 15.07.13 167 3 9쪽
7 1장 용사 이피리스? 15.07.10 193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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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장 용사 이피리스? 15.07.06 232 1 12쪽
4 1장 용사 이피리스? 15.07.05 220 3 9쪽
3 1장 용사 이피리스? +1 15.07.03 247 1 8쪽
2 1장 용사 이피리스? 15.07.02 391 1 10쪽
1 용사 지망생을 위한 지침서 15.07.02 781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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