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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재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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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재수
작품등록일 :
2024.08.21 02:44
최근연재일 :
2024.09.20 20:0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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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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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69,456

작성
24.09.18 20:00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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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2 아니, 저게 왜 봉인이 풀려?! 저것도 버그잖아!

DUMMY

내 말에 그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놀란 듯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이내 곧 안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깊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50억이 아니라 5억에 날로 먹으려 했으면 당장 짐 싸 들고 나가려 했는데 그나마 협회가 양심적이라 참았다.

게다가 어차피 이건 나한테도 좋은 거래다.

50억짜리 고가품을 세계 경매장까지 안전하게 옮기는 것도 큰일이고, 여러 복잡한 서류나 수속 같은 것을 처리하느라 귀찮을 일도 없으며, 만약 헌협 소속의 누군가가 이 무기를 써준다면 내 안전성도 조금 올라간다.


“대신 그 무기는 한동안 제 경호에 써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계약서 같은 건 제가 다 처리해 둘 테니까 재주님은 마지막 확인 서명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는데 그동안 나는 잠깐 앉아서 쉬었다.


‘거의 반쯤 재미로 만든 거였는데 그게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이야.’


애당초 내가 여기 온 목적은 내가 쓸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시험 삼아 검 하나 만들어 봤더니 이 난리가 난 거였는데, 덕분에 정작 내 아이템은 아직도 못 만들었다.


‘···그냥 차라리 필요한 걸 살까?’


어차피 이제 돈도 많은데 아낄 필요 있나?

그동안 빚 때문에 사고 싶어도 참아왔던 아이템이 수두룩했다.

그러니 오늘 한 번 플렉스 해봐?!


“혹시 여기 상품 코너도 있어요?”

“아, 상품 코너는 없고 물품 보관소는 아래층에 있습니다. 둘러보시겠습니까?”

“네.”


오랜만에 돈 좀 쓰는 기분 좀 느끼기 위해 이준팔 비서를 따라 아이템 보관소로 내려갔다.


“오, 여기가.”


아이템 보관소는 마치 물류 창고처럼 보였다.

높은 천장에는 조명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끝없이 이어진 대형 선반에는 커다란 상자가 차곡차곡 보관되어 있었다.

상자마다 붙어있는 라벨에는 몬스터 소재, 보급용 무기, 각종 물약 등이 쓰여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응? 방어구 M사이즈?”

“아, 방어구 XL사이즈는 저쪽에 있습니다.”

“방어구도 옷처럼 사이즈가 따로 있었군요?”

“여기 있는 건 헌협에서 만든 보급용 방어구라 그렇습니다. 옛날에는 장인이 손수 맞춤 제작하는 방어구가 성능이 더 좋았는데 요즘 저희가 싸고 좋은 방어구를 보급하기 시작하자, 이제는 평가가 갈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네. 게다가 저희 방어구는 전국 헌협 매장에서 무료로 수리해 드리니까 마음껏 쓰시다가 부숴 먹어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헌협에 그런 서비스도 있었구나?

방어구는 생각보다 쉽게 긁히고 더러워지니까 무기보다 더 꾸준하게 관리하고 수리해야 된다.

그런데 그걸 헌협에서 무료로 해준다니?

이 정도면 확실히 평가가 바뀔 만하네.


“그럼, 저도 XXL로 하나.”

<가깝다.>

“응?”


바로 그때.

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러십니까?”

“아뇨, 또 어디서 소리가 들렸는데.”

<더 앞쪽.>


이번에는 확실하게 들렸다.

목소리는 바로 내 품에서 들리는 거였다.

정확히는 내가 품에 넣고 다니는 하얀 마법책.

저번에 노인에게 받았던 거기에서 소리가 들리는 거였다.


“혹시 물류 작업하는 자동기계 소리가 불편하십니까?”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더 앞이다.>


계속 앞을 가리키는 책의 속삭임에 이끌려 뭐가 있나 하고 가보니, 거대한 철문으로 막혀있는 커다란 방이 보였다.


“저, 여긴 뭐예요?”

“아, 여긴 불법 아이템 보관하는 곳입니다.”

“불법 아이템?”

“그냥 위험한 폭발물이나 마약 같은 걸 보관하는 창고입니다. 구경해보시겠습니까?”

“네? 이런 곳에 그냥 막 들여보내도 되요?”

“당연하죠. 협회장님 직속이시면 협회장님과 같은 권한이 있습니다.”


그건 좀 위험한 거 아닌가?

아무리 믿을만한 사람을 뽑는다고 해도 내가 뭘 잘못 만져서 실수할 수도 있는 건데 그걸 그렇게까지 풀어준다고?

원래 위험물은 아기 손에 닫지 않는 곳에 둬야 하는 거 아니야?


‘나야 뭐, 고맙긴 하지만.’


창고를 열고 들어가자 어두운 방 안에 불이 들어오며 수백 개가 넘는 두꺼운 금고가 검은 자태를 뽐냈다.

이런 식으로 보관해 뒀구나?

아예 내용물도 보지 못하게 만들어놨네.

이러면 이 중에 뭘 가리키는 건지 내가 어떻게 알라고···.


<조금 더 오른쪽이다.>

“뭐 어떤 거? 이거?”

<그거다.>

“비서님. 이것 좀 열어주세요.”


내가 옆에 있던 금고 중 하나를 가리키자, 비서가 와서 열어줬는데 그 안에는 호두까기 병정 인형이 들어있었다.


“이건 뭐예요?”

“글쎄요? 제가 한 번 감정해 봐도 되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세요.”


내가 살짝 자리를 비켜주자, 그가 호두까기 인형을 이리저리 살펴봤는데 영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 관찰력으로 봐도 모르겠군요. 정보도 전부 물음표로 나오고.”

“그럼, 제가 한 번 봐도 될까요?”

“예. 물론입니다.”


그렇게 호두까기 인형을 받아 든 순간.


<안에 나를 끼워 넣어라.>


마법책이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어디에 끼우라는 거야?’


마력 탐지로 살펴봐도 온통 검은 기운만 느껴지는데 뭘 어쩌라고?

그렇게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뭔가 잘못 만졌는지 목이 똑 하고 떨어졌다.

혹시 부러진 건가? 하고 목 안쪽을 살펴봤는데.


[당신은 심연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정신이 오염됩니다.]

[당신은 부동심(SS)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연 따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심연이 당신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심연이 놀라 도망칩니다.]


“뭔데 이건?”


잘 모르겠지만, 마법책을 동그랗게 말면 들어갈 것 같아서 한 번 넣어봤는데, 톡 하고 마법책이 호두까기 인형의 뱃속에 들어갔다.

그다음 머리를 원래대로 끼우자, 호두까기 병정 인형이 눈을 반짝이더니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육체를 얻었다!>


딱딱딱딱딱!


그렇게 말하며 호두까기 인형인지 마법책인지가 만세를 부르며 입을 딱딱거렸다.


“넌 뭐야?”

<나는! 나는··· 나는? 난 뭐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지금까지 불편해서 참을 수 없었기에 육체를 원했을 뿐.>

“왜 그렇게 육체가 필요했는데?”

<등이 간지러웠다. 몇백 년 동안.>

“······.”


녀석의 대답에 무심코 머리를 긁적였다.

간지러웠다고? 책이?

그래서 손이 필요했다?


“그럼, 지금은 긁을 수 있어?”

<······아니! 간지럽다! 미치겠다!>


그렇게 말하며 녀석이 바닥에 등을 비비며 어떻게든 등을 긁으려 애썼는데 그런다고 등이 시원해질 리가 없다.

녀석의 본체는 책이니까.


“차라리 손에 든 머스킷 총 같은 걸 써보지?”

<아! 좋은 생각이다!>


내 말에 녀석이 총구로 등을 벅벅 긁었는데 갈려 나오는 건 나뭇조각과 페인트 도색뿐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것만으로도 시원했는지 마치 천국으로 날아 갈 것 같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그럼, 이제 좀 물어봐도 될까? 넌 마법책 혹은 스킬북 맞지?”

<응? 그렇다만?>

“네 안에 무슨 마법이 쓰여있는 거야?”

<오! 좋은 질문이다. 그건 나도 잘 알지.>


내 질문에 호두까기 인형이 일어나서 자랑스럽다는 듯 허리를 꼿꼿이 폈다.


<듣고 놀라지 마라! 내 마법은 바로···! 바로··· 어? 뭐였지?>

“그것도 까먹은 거야?”

<아니 잠깐. 내가 이걸 왜 까먹었지? 지금까지 숱하게 써오던 마법인데?>


이번만큼은 녀석도 당황스러웠는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뭐라도 기억해 내기 위해 주위를 맴돌았다.

이 녀석 정체가 뭐야 대체?


“그럼 다른 것 좀 물어봐도 될까?”

<뭐? 어떤 거?>

“너랑 같이 있던 할아버지는 누구야? 내가 너 받기 전에 만났던 그 할아버지.”

<아, 그 말귀 못 알아듣는 노인? 나도 모른다.>


내 물음에 녀석은 모른다고 즉답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을 텐데?


“그 할아버지가 나한테 네 적합자를 찾아달라고 부탁까지 할 정도였는데 아무것도 모른다고?”

<적합자는 또 뭔 소리냐? 그놈 내가 등 좀 긁어달라고 몇백 년이나 소리쳤는데 귀가 먹었는지 잠만 자던데?>


즉, 녀석은 몇백 년 동안 등 간지러운 것 때문에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까먹었단 말이다.

진짜 도움이 안 되는 녀석이네.


<···방금 한심하단 표정 짓지 않았냐?>

“아니, 됐다. 배고프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어차피 처음부터 아무런 단서도 없었던 거.

조금이라도 찾을 가능성이 늘었다는 것에 만족하며 비서님을 따라 식당으로 안내받았다.

식당은 마치 뷔페처럼 차려져 있었는데, 넓고 큰 하얀 배경에 노란 조명이 비추고, 각 테이블에는 협회 직원으로 보이는 다양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즐겁게 밥을 먹고 있었다.


“오, 여기 그냥 먹어도 돼요? 혹시 식권 같은 거 필요하진 않아요?”

“직원용 식당이라 마음껏 드셔도 좋습니다.”

“오!”


일단 식판부터 집어 든 나는 요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뭘 먹을까 고민했다.

그냥 대충 훑어봐도 반찬만 수십 종류 이상이고 메인 요리도 다양했는데, 그 옆에 국물까지 준비되어 있어서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돌 지경이었다.


“이야, 뷔페는 이게 얼마 만이냐.”


이렇게 돈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어이, 나도 좀 줘라.>

“응? 넌 뭘 먹을 수 있는데?”

<호두. 껍질 안 까진 호두가 좋다.>

“호두? 여기 그런 게 있나 모르겠네?”


녀석도 먹고 싶다는 말에 식당을 돌아다니며 녀석이 먹을 만한 걸 찾아다녔는데, 뷔페라 그런지 딱딱하고 먹기 힘든 건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호두 파이는 있는데 이건 별로야?”

<내용물 말고 껍질이 좋다.>

“그래?”


호두까기 인형이라 그런가?

특이하게 호두보다 그 껍질을 더 좋아하네.


“재주님. 호두가 필요하시면 지금 주문 넣겠습니다.”

“아, 그렇게 해주실래요?”


내가 호두를 한참 찾아다니자, 비서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비서가 있으니까 진짜 편하긴 하네.

뭔가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고 할까?

그동안 나는 지나오면서 봐뒀던 양념갈비나 감자샐러드 같은 요리를 취향대로 식판에 담고 순두부 찌개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이준팔 비서도 자기 식판을 들고 내 옆에 와서 앉았고 내 앞에는 협회장님이 앉았는데···.


“어? 협회장님? 언제 오셨어요?”

“한참 됐다. 보안실 문이 열렸다는 메시지에 하던 일도 멈추고 날아왔거든.”

“보안실? ···아!”


설마 내가 들어간 그 불법 아이템 보관실을 말하는 건가?

하긴, 위험한 건 거기에 다 보관하고 있을 텐데 누가 거기 들어가면 당연히 협회장님 귀에도 들어가겠지!


“저, 혹시 잘못했나요?”

“아니, 어차피 내 후계자가 되려면 그 안에 있는 물건들 다 외워야 하니까 상관없네.”

“······.”


이건 나한테 후계자가 되라고 돌려 말하는 건가?


“일단 식사하게. 뭐가 됐든 밥은 먹고 살아야지.”


협회장님의 말에 일단 밥부터 먹었는데 호두까기 인형이 식탁에 올라와서 우리가 먹는 걸 지긋이 내려다봤다.

왜 그렇게 부담스럽게 쳐다보냐?


<···나는?>

“방금 주문했으니까 좀만 기다려 봐.”

<눈앞에서 먹고 있는데 어떻게 기다리란 말이냐! 당장 나도 주지 못할까!>


그렇게 때쓰기 시작한 녀석이 내가 먹고 남긴 갈비뼈 하나를 집어갔는데, 그대로 입에 넣고 분쇠시켜버렸다.

아니, 그걸 왜 먹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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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 후, 일단 급한 불은 껐는데 지원팀은 언제 오는 거야? NEW 18시간 전 13 0 12쪽
» #12 아니, 저게 왜 봉인이 풀려?! 저것도 버그잖아! 24.09.18 23 0 12쪽
12 #11 저거 또 이상한 거 만들기 전에 어떻게 좀 해야겠다. 24.09.16 26 0 11쪽
11 #10 저거 또 이상한 짓 하네? 지원팀은 언제 오는 거야? 24.09.13 31 0 11쪽
10 #9 으아아! 버그가 흘러 넘친다! 24.09.11 36 0 12쪽
9 #8 아니 미친! 버그가 운명에 간섭한다! 막아! 24.09.04 46 0 12쪽
8 #7 이런 미친. 진짜 심각한 버그가 터졌네. 24.09.02 50 0 12쪽
7 #6 결국 오류 터졌네. 24.08.30 56 0 11쪽
6 #5 저 사기탬은 또 뭐야? 24.08.28 61 0 12쪽
5 #4 뭐냐? 왜 내 권능이 스킬로 들어있냐? 버그? 24.08.26 65 0 11쪽
4 #3 진작 포기했으면 잘 먹고 잘 살았겠네. 24.08.23 65 0 11쪽
3 #2 이 정도 눈치 줬으면 알아 먹어라. 넌 안 된다고. 24.08.23 74 1 11쪽
2 #1 도박 성공? 아니, 본심은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24.08.23 95 1 11쪽
1 프롤로그 24.08.21 12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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