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재수재수 님의 서재입니다.

다 같이 레벨 업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재수재수
작품등록일 :
2024.08.21 02:44
최근연재일 :
2024.09.20 20: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766
추천수 :
2
글자수 :
69,456

작성
24.09.04 20:00
조회
45
추천
0
글자
12쪽

#8 아니 미친! 버그가 운명에 간섭한다! 막아!

DUMMY

그렇게 마지막 길드까지 소개가 끝나자 드디어 협회장님이 본래 목적을 꺼냈다.


“이번에 부른 이유는 짐작했겠지만, 자네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라네.”

“네.”


역시 기권하라는 말인가?

오기 전부터 짐작은 했다.

나도 따지고 보면 이제 막 각성한 초보자라 조금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난이도를 조금 조절하려고 불렀는데 그 전에 우선 이것부터 말하지. 자네는 이번 대회에서 몇 등을 하든 우승상금을 받을 거야.”

“네?”


이미 마음속으로 돌아갈 준비 다 하고 있었는데, 협회장님이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대신 조건이 있네. 무기는 나무만 사용할 것. 마력을 쓰지 않을 것. 상대를 배려할 것.”


협회장님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무기랑 마력을 쓰지 말라는 건 이해하겠는데 상대를 배려하라는 말은 뭐지?


“혹시 일부러 지라는 말인가요?”

“그럴 리가 있나. 항상 매너 있게 행동하고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다치게 하지 말라는 뜻이야.”

“아, 그렇군요.”


애당초 마력을 쓰지 말라는 말 자체가 이기지 말라는 말과 같지만··· 뭐, 어차피 우승상금은 준다니까.

적당히 하다가 기권하면 되겠네.


“알겠으면 이만 나가보게. 곧 32강이 시작될 테니까.”

“네.”

“참고로 오늘 경기에는 각 길드 에이스가 참여할 예정이니까 너무 방심하지는 말게나.”


왜 마지막에 그런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회의실을 나왔다.


***


그리고 잠시 후.

내가 회의실에서 충분히 멀어지자, 협회장님과 다른 길드장들이 조심스럽게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길드에 권유할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이야기가 잘 풀렸습니다.”

“감사할 것까지야 있나? 어차피 선택은 본인 몫인데.”

“그런데 신기하네요. 모든 길드를 거부하는 사람은 봤어도 모든 길드에 호의적인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는데.”


원래 이러한 아마추어 대회는 각 길드의 스카우트들이 주로 활동하는 무대다.

어차피 대회 우승자에겐 관심 없고 재능이 있거나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을 뽑는 것이 목적인 면접의 장.

이번에는 우연히 길드장이 직접 면접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그들은 관중석에서 똑똑히 보았다.

당장 길드의 1군으로 들어가도 손색없는 그의 힘을.


“협회장은 어디에서 저런 인재를 발견하신 겁니까?”

“아니, 원래부터 있었는데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것뿐일세. 비유하자면 저건 화석이지.”

“최고참 뉴비라는 뜻이군요. 오히려 더 좋습니다.”

“협회장님이 보시기에 다른 길드의 원석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위라고 보십니까?”

“방금 보고도 모르겠나? 걸음걸이가 무슨 절대지존이더만. 여기까지 오는데 숨이 턱 막히는 줄 알았어.”


그렇게 말하며 협회장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그렇게 보여준 협회장의 목 아래는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하긴, 저 수준을 이해하려면 협회장님 정도는 돼야겠죠.”

“저는 우리 애들이 분수도 모르고 저분에게 너무 까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아까 보니까 인성은 괜찮은 것 같던데 차라리 잘 된 거 아닙니까? 이참에 우리 애들 콧대도 눌러줄 수 있고.”

“그건 모르는 일이지. 부처도 세 번만 참는다 하지 않나? 애들이 정도를 넘기 전에 주의를 좀 주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


협회장과 길드장의 그러한 걱정이 무색하게 대기실로 복귀한 나는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회의실에서 무슨 이야기 하셨어요?”

“검기 쓰는 비법 좀 알려주세요!”

“펜이에요! 사인해주세요!”


이것저것 질문하는 사람부터 사인해달라며 팬과 종이를 들이미는 사람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호기심과 기대로 가득했는데 문제는 그만큼 질투도 많이 받아야 했다.


“칫, 당연히 그거 다 조작이겠지.”

“그냥 템빨일 수도 있잖아?”

“집에 돈 좀 많나 보네.”


그런 식으로 멀리서 욕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솔직히 이 정도면 많이 약한 편이다.

던전에서 일하다 보면 다들 예민해서 욕하고 윽박 지르는 게 보통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무시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슬슬 숨통 트일 정보를 뿌려줘야겠네.


“대회 측에서 저보고 목검으로 싸우라네요.”

“목검으로요?”

“네. 게다가 마력도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네?! 마력까지?!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뭐 어쩌겠어요? 해보는 데까지 해봐야지.”


어차피 나는 조건만 지켜주면 우승상금이 들어오니 손해 볼 것도 없다.

그런 내 말에 내 쪽으로 악감정을 보내던 일부 참가자들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는데 그럼에도 몇몇은 여전히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나보고 이 이상 어쩌라는 거냐?


-잠시 후에 32강 경기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참가자 선수는 경기장 위로 올라와주시기 바랍니다.


마침, 그때 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내가 경기장 위로 올라가자, 관중들의 환호와 함께 반대편에 마법사 한 명이 올라왔다.

그녀는 교복 위에 붉은 모자와 망토를 둘렀는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그녀가 들고 온 지팡이였다.


“지팡이?”


그러고 보니 마법사 무기는 대부분 목재였지?

이유는 마력 전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아직 한 번도 써본 적 없어서 궁금했다.

어차피 목검이나 지팡이나 휘두르면 다 똑같으니.


“저, 지팡이 하나만 빌려주실래요?”


그렇게 지팡이를 하나 빌려서 감정해 봤는데.


[던전 뿌리 지팡이(노말)

던전에서 자라는 나무뿌리로 만든 지팡이

마력 전도율이 조금 좋다.

마력 +10]


‘이게 보급용 노말 아이템 성능이구나.’


인터넷에서 팔던 지팡이는 같은 노말 아이템이라도 이것보다 성능이 좀 더 좋던데, 이건 그중에서도 진짜 최하급 품을 빌려준 모양이다.


“이제 보호막 걸어드리겠습니다.”

“네?”


갑자기 웬 보호막?

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문 마법사가 와서 보호막을 걸어주며 설명을 덧붙였다.


“보호막은 5분이며 보호막이 먼저 깨지는 쪽이 패배합니다.”

“아하.”


-양 선수. 준비 되셨습니까?


방송에서 준비됐냐는 물음에 지팡이를 들고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내자, 전광판에 10초 카운트다운이 들어갔다.


-그럼, 32강 1선 경기. 매지션즈 길드의 이은아 선수 대 숨은 고수! 손재주 선수의 시합!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설자의 대사가 끝나며 카운트다운이 0초가 되자.


“아이스 스피어!”


그와 동시에 상대가 얼음 화살을 날렸다.

스킬명을 외치는 걸 보니 단축 캐스팅을 쓰는 모양이네?

정식 명칭은 [주문 생략]이었던가?

복잡한 마법을 간단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회 0티어 스킬이다.


[깨달음 효과로 주문 생략(F)을 배우셨습니다.]

[깨달음 효과로 빙결 마법(F)을 배우셨습니다.]


아무튼, 날아오는 얼음 화살을 옆으로 피하면서 지팡이로 쳐냈는데, 아이스 스피어가 지팡이에 달라붙으며 곡괭이 같은 모양이 돼버렸다.


‘뭐야? 아이스 스피어란 게 원래 이렇게 달라붙는 거였어?’


-선공은 매지션즈의 이은아 선수! 그걸 막은 손재주 선수는 무기가 봉인되고 말았습니다!


이건 또 처음 알았네?

겨우 얼음 따위라고 우습게 보다가 손으로 쳐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아이스 스피어!”


이어서 얼음 화살이 하나 더 날아오는 것을 보고 피했는데, 바닥에 붙은 아이스 스피어가 마치 스파이크처럼 뾰족하게 얼어붙었다.


-빙결 속성 마법의 최대 장점이 바로 이 유틸성이죠! 이은아 선수가 필드 장악 능력으로 상대를 점점 압박합니다!


해설자의 말대로 상대는 빙결 마법을 효과적으로 잘 쓰는 편이었는데 공격 방향이 전후좌우로 다채롭고, 조금이라도 다가가려 하면 어김없이 얼음벽으로 가로막혔다.

딱 봐도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은 느낌인데 조금 아깝네.

마력 낭비가 이렇게 심하다니.

던전에서 이렇게 마력을 펑펑 쓰면 금방 지친다.


‘···아니, 이게 대회용 스킬 세팅이겠지.’


대회는 길어봐야 한 판에 5분, 짧으면 3분이다.

초반에 모든 힘을 쓰고 빨리 힘을 회복하는 게 대회 공략법이지.

반면 나는 대회 참가는커녕 대회 구경할 시간에 던전을 돌며 살았다.

던전의 최대 전투 시간은 말 그대로 미지수.

한 호흡만에 짧게 끝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3일 밤낮으로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던전에선 쉴 때도 편히 쉴 수 없기에 던전용 스킬 세팅은 항상 그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내가 조금 불리하네.’


그만큼 스킬은 세팅이 중요한데, 내가 아마추어 대회를 너무 우습게 보고 전혀 준비를 안 해왔다.

내가 아무리 공격을 잘 막고 피해도 이대로 가면 타임오버로 판정패가 확실해지는데 어쩌면 좋냐.


‘마력은 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럼 이건 되나?’


바닥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얼음을 마치 골프하듯 쳐서 날리자, 상대가 재빠르게 얼음 방패로 막았다.


-앗! 그동안 막기도 급급하던 손재주 선수의 반격! 바닥에서 솟아오른 얼음을 마치 고드름처럼 날렸습니다!


“오, 생각보다 잘 날아가잖아?”


얼음이 단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부러졌다.

딱 예상대로네.

내가 알던 아이스 스피어랑 효과가 다르길래 마법에 무슨 조작을 해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 위력과 냉기 속성을 올린 대신 내구력을 줄인 거였다.

진짜 연습 많이 했겠네.


“아이스 스피어!”


마법의 내구력이 약하다는 걸 알았으니, 그냥 부숴버리기 위해 야구하듯 지팡이를 휘둘러 봤는데 예상과 달리 자잘하게 부서지며 오히려 내 보호막만 긁고 떨어졌다.


-히트! 이은아 선수의 공격이 드디어 유효타로 들어갔습니다! 지금 손재주 선수의 보호막이 5% 정도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기 종료까지 1분 남은 상황! 과연 손재주 선수!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1분 남았었구나.’


데미지야 별 거 아니지만, 어차피 이대로면 질 게 뻔하니 마지막 도박을 한다 생각하고 상대를 향해 달렸다.

그러자 어김없이 내 앞에 얼음벽이 나타났는데 애당초 나는 처음부터 이걸 노렸다.


“후우. 간다.”


얼음벽은 얼음 화살과 달리 당연히 방어력 위주로 강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나머지 장점을 대부분 희생했을 터.

그 가능성에 모든 걸 걸어본 나는 곡괭이 모양으로 변한 지팡이로 얼음벽이 밑에 깔린 땅을 파냈다.


-아니? 손재주 선수 뭐 하는 짓이죠? 경기장을 파고 있습니다! 땅굴로 들어갈 생각인 걸 까요?


“아이스 마인!”


상대도 내가 땅굴을 파고 들어갈 생각이라 예상했는지 자기 주변에 지뢰를 깔았는데, 오히려 잘 됐다.

덕분에 상대는 이제 도망칠 곳이 없어졌으니까!


“넘어~ 간~ 다~!”


땅을 파고 지렛대의 원리로 얼음벽을 상대 쪽으로 밀어 넘어트리자 마치 거대한 빙산이 쓰러지듯 육중한 소리와 함께 무너졌고.


“아, 아이스 월!”


도망칠 곳이 없었던 상대는 다시 얼음벽으로 막으려 했지만, 그건 큰 실수였다.

이미 넘어지고 있던 얼음벽은 도미노처럼 그 뒤에 만들어진 아이스 월까지 넘어트렸고 결국 상대가 만든 아이스 월이 그대로 상대를 덮어버렸다.


‘예상대로 마법을 방어력에 너무 투자한 나머지 뿌리까지 신경 쓰진 못한 모양이네.’


만약 아이스 월의 생김새가 뎀처럼 생겼거나 냉기가 예상보다 좀 더 강해서 바닥에 달라붙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작전이다.

이번에 이길 수 있었던 건 그저 상대가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


파바바바방!


한 박자 늦게 상대가 지면에 깔아둔 아이스 마인이 연쇠폭발을 일으키며 상대의 쉴드가 완전히 깨져나갔다.


-시합! 종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손재주 선수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역전승을 이루며 1선 경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 같이 레벨 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3 후, 일단 급한 불은 껐는데 지원팀은 언제 오는 거야? NEW 18시간 전 13 0 12쪽
13 #12 아니, 저게 왜 봉인이 풀려?! 저것도 버그잖아! 24.09.18 22 0 12쪽
12 #11 저거 또 이상한 거 만들기 전에 어떻게 좀 해야겠다. 24.09.16 26 0 11쪽
11 #10 저거 또 이상한 짓 하네? 지원팀은 언제 오는 거야? 24.09.13 31 0 11쪽
10 #9 으아아! 버그가 흘러 넘친다! 24.09.11 36 0 12쪽
» #8 아니 미친! 버그가 운명에 간섭한다! 막아! 24.09.04 45 0 12쪽
8 #7 이런 미친. 진짜 심각한 버그가 터졌네. 24.09.02 50 0 12쪽
7 #6 결국 오류 터졌네. 24.08.30 56 0 11쪽
6 #5 저 사기탬은 또 뭐야? 24.08.28 61 0 12쪽
5 #4 뭐냐? 왜 내 권능이 스킬로 들어있냐? 버그? 24.08.26 65 0 11쪽
4 #3 진작 포기했으면 잘 먹고 잘 살았겠네. 24.08.23 65 0 11쪽
3 #2 이 정도 눈치 줬으면 알아 먹어라. 넌 안 된다고. 24.08.23 74 1 11쪽
2 #1 도박 성공? 아니, 본심은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24.08.23 95 1 11쪽
1 프롤로그 24.08.21 127 0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