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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주의 님의 서재입니다.

SF단편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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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주의
작품등록일 :
2013.03.18 23:31
최근연재일 :
2017.11.21 06:06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45,688
추천수 :
815
글자수 :
243,676

작성
13.04.01 17:48
조회
2,929
추천
142
글자
6쪽

1. 거인들의 나라

DUMMY

어느 평범한 날. 이유와 전조 없이 세상이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흔하게 발견 가능한 6mm 크기 불개미는 하루만에 6m 크기만큼 거대해졌고 381m 크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하루만에 381km 크기만큼 거대해졌다. 그야말로 세계가 넘쳐흐를 상황이였지만 지구도 동일한 비율로 거대해졌고 세계 삼라만상 모두도 마찬가지였기에 아무런 차이도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물리의 법칙에 자비란 없었다. 거대해졌다는 것도 느끼지 못한 거대화 된 생명체들은 갑작스럽게 묵중해진 그들의 체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이 약간 무겁게 느껴질 뿐이였다. 하지만 곧 그들은 한걸음을 내딛는 것 만으로도 마라톤을 뛴 것 마냥 노곤맥진해질 지경에 도달했고 바닥에 쓰러져 옴짤달싹 못하게 됬다.


그것만으로도 지구 생명체의 멸망이라 부를 수 있겠지만, 10배로 증가한 지구의 질량은 지구의 중력을 무지막지하게 증가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에 쓰러져 옴짝달싹 못하게 된 생명체들은 증가한 중력에 말 그대로 짓눌리며 온몸이 바닥에 뭉개지기 시작했다.


척추동물들의 척추는 크게 휘어지며 뱃가죽까지 내려오다 결국 끊어졌다. 바닷생물들은 갑작스레 증가한 수압과 기압을 이겨내지 못하고 발버둥치다 터져 죽었다. 육지생물들의 내장은 뱃가죽에 부침개처럼 달라붙다 서로간에 짓이겨져 끊어졌다. 식물들 또한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지거나 휘어져 바닥에 처박혔다. 그렇게 지구는 6억 3천만년 전처럼 단세포 미생물들만이 존재하는 세계가 되었다. 당연하지만 인류가 1만여년동안 쌓아 올린 모든 역사와 찬란한 문명은 산산조각나 사라졌다.


그렇게 2달이 흘렀다. 증가한 질량을 통해 지구는 태양계의 새로운 항성이 되었다. 태양은 지구를 끌어당겼고 지구는 태양을 끌어당겼다. 8광분의 거리만큼 떨어져있던 두 항성은 결국 한점에서 만나 서로를 공전하는 쌍성이 되었다. 지구의 이동궤도에 금성과 금성이 있었기에 그 둘은 지구에 흡수되어 태양계로부터 사라졌다. 태양계는 생명없는 쌍성계로서 새로운 시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새로운 시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끊임없이 질량을 불린 지구는 적색을 통해 백색의 단계에 도달했다. 태양은 질량이 불어난 지구에게 흡수된지 오래였다.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지 못한 태양계의 항성들은 나선형 궤도를 통해 지구에게 차례차례 흡수되었다. 수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결국 태양계에는 지구만이 남게 되었다. 더 이상 태양계라 부르기 힘든 상황이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지구는 끝없이 거대해져갔다. 질량의 증가를 통한 압력 증가와 온도 증가를 통해 지구의 색은 푸른색으로 변해갔고 결국에는 보라색에 가까운 청색으로 변했다. 질량이 계속 거대해져가며 핵융합에 소모 되는 질량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결국에는 1초마다 목성을 소모할 정도까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화는 정지하지 않았다. 지구가 그렇게까지 거대해진 상황에서도 지구의 질량은 24시간마다 10배씩 증가했기 때문이였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중력에 지구의 겉표면은 매초마다 내핵을 향해 28만 킬로미터씩 무너져내렸지만 언제나 질량이 불어나는 속도는 무너져내리는 속도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늘어난 지구의 중력은 지구가 항성이며 동시에 블랙홀이 되도록 만들었다. 지구는 여전히 무지막지한 빛과 복사열을 내뿜는 온 우주에서 가장 뜨거운 항성이였다. 하지만 동시에 지구의 무지막지한 중력이 빛과 복사열이 지구를 탈출할 수 없도록 붙잡았기에 지구는 블랙홀이기도 했다. 지구는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밝은 항성임과 동시에 가장 뜨겁지 않고 가장 밝지 않은 블랙홀로서 천천히 몸집을 불려갔다. 절대 감지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온 우주를 가득채울 천체의 등장이였다.


억겁의 세월이 흘렀다. 우주의 대부분은 지구에 의해 잡아먹혔다. 스스로를 신이라 여길만큼 초고도로 발전한 문명 수천만개도 지구에 의해 잡아먹혔다. 그들 대부분은 지구에게 잡아먹히는 바로 그 순간까지도 무엇이 그들을 덮쳤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갑작스레 항성들의 궤도가 비틀어지는 것을 감지한 후 온 항성계가 궤도를 비틀어 아무것도 관측되지 않는 한 점을 향해 끌려들어가는 것을 느낄 뿐이였다. 대부분 그들 문명이 가진 최고의 지성들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당연스럽게도 해결하지 못했고 지구의 중력때문에 우주선을 통한 탈출또한 상상하지 못했다. 지구의 중력권이 몸집을 불려가는 속도가 어떤 우주선보다도 빨랐기 때문이였다.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언젠가 모든 우주선들은 지구의 중력속으로 끌려들어갈 운명이였다.


결국 온 우주가 지구로 가득차게 되었다. 우주는 곧 지구였고 지구는 곧 우주였다. 모든 물리법칙들이 사라진 순간 지구는 무한대의 질량과 0의 질량을 동시에 가진 천체가 되었다. 섬광과 함께 지구 안에서 모든 것이 들어있는 하나의 점이 폭발했다. 쿼크가 나타나 수소원자로 합쳐졌고 수소원자는 핵융합을 통해 헬륨원자로 변했다. 우주와 지구라는 2개의 껍질을 바깥에 둔채 지구의 내부에서 새로운 우주가 탄생했고 그렇게 우주의 시계는 새롭게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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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15 해그
    작성일
    13.04.22 05:45
    No. 1

    재미있네요. 푹 빠져서 스크롤을 내렸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일단 선작만^^ㅋ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04.25 19:24
    No. 2

    오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활의남쪽
    작성일
    13.12.18 20:52
    No. 3

    태양계의 모든 것을 잡아먹은 지구가 점점 더 커진닷! 좋습니다! 작가님의 설정이니 푹 빠져서 읽어볼랍니다!
    그런데 오류가 조금 있습니다. 조금만 수정하시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태양계에서 지구가 차지하는 무게나 부피등은 정말 미미 합니다. 태양 혼자 99.85%정도를 차지하거든요. 초반 설정에 지구가 커지는 묘사를 보면 다른것을 좀더 집어 넣어야 할것 같습니다.
    태양은 지구 지름의 109배..지구를 일자로 109개 줄세워야 태양에 지름만큼 한줄 그을 수 있습니다. 질량은 33만배 정도 입니다. 부피로 따지면 지구가 130만개가 있어야 비슷합니다.

    목성과 지구를 보면 지구 11개를 늘어 놓아야 목성 지름정도 됩니다.
    지구 질량 10배는 어렵구요 부피는 약 1300배 정도, 질량은 320배 정도 늘어야 목성 정도가 됩니다.

    만약 목성이 조금 더 컷다면 핵융합 반응이 시작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니까요. 적어도 목성보다는 커져야 태양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담에 태양이 되더라도 원래 태양에 비하면 새발의 피 입니다. 잡아 먹는게 아니고 잡아 먹힙니다. 태양계의 모든 행성 + 찌끄레기 소행성+ 행성간 물질+ 입자들 먼지 한톨 까지 박박 긁어 모아야 0.15% 됩니다;; 나머지 99.85% 를 먹을 수가 없어요;;

    말 그대로 태양계 입니다.

    저 ~ 멀리 하늘에 둥그런 태양!! 엄청나게 멀리있는 빛으로도 8분을 가야하는 곳에 있는 천체가 하늘에 떡하니 큼지막하게 보입니다. 난로 옆에서 2~3 m 만 떨어져도 온기가 잘 안오는데. 태양은 여름에 열기도 장난이 아니죠 겨울에도 공기가 차가워서 그렇지 빛 닿는 곳은 따뜻합니다. 어마어마 하게 크기때문에 저렇게 멀리 있어도 달처럼 바로옆에 있는 것만큼 크게 보입니다.

    지구를 더 크게 키우시려면 뭔가 엄청난것을 계속 먹여야 살이 좀 더 찔것 같습니다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1 활의남쪽
    작성일
    13.12.18 21:16
    No. 4

    그리고 수소가 핵융합 과정이 끝나면 헬륨이 됩니다. 헬륨으로 핵융합을 계속하죠 그럼 순서는 H>He>C+O>O+Ne+Mg>Si>Fe 이렇게 됩니다. 가장 무거운 철 이 됩니다. 안으로 무너진다 는 표현 캬~ 멋지십니다.

    중심밀도가 무한대, 부피는 0 인 점이 특이점이며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블랙홀 이라고 여깁니다.
    블랙홀은 빛을 만들어 내지는 못합니다. 태양보다 10배 이상은 큰 항성이 초신성 폭발 후 바깥쪽은 모두 날아가 버리고 중심핵이 안으로 무너지면서 수축 후 생긴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모든것이 안으로 안으로...특이점을 향하여 작가님 표현대로 계속 무너져 내려 모여야 블랙홀이 됩니다. 내부엔 항성처럼 빛을 내고 바깥쪽은 블랙홀.. 이건 조금 맞지 않는 듯 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19 06:38
    No. 5

    호, 감사합니다. 제 지식이 부족해 많은 오류가 있었는대 그것을 친절하게 지적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19 06:40
    No. 6

    사실 쓴지 좀 되기도 해서 지금 보니 좀 부끄럽습니다 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손에손에손
    작성일
    13.12.29 22:02
    No. 7

    태클은 아니고 그냥 그렇다구요 ^^ 길이가 1000배 늘어나면 부피는 1000000000배 늘어납니다. 고로 태양보다 무거워 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박약
    작성일
    14.01.29 18:34
    No. 8

    중간에 수성이 들어가야 할 부분에 금성이 들어가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책머리
    작성일
    14.07.28 21:36
    No. 9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지 못한 태양계의 항성들은' 이 부분 항성이 아니라 행성이 맞지 않나요?

    아무튼, 마지막 한 문단을 위해서 뜸을 들이는 듯한 글이네요. 뜸 들이는 시간이 좀 긴 감이 있지만 소재 자체가 워낙 특이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은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핀하트
    작성일
    20.11.03 13:41
    No. 10

    금성과 금성이 - 금성과 수성이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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