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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일치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 버그로 인생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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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일치
그림/삽화
Dall-E
작품등록일 :
2024.06.29 17:33
최근연재일 :
2024.07.04 07:15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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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5
글자수 :
41,524

작성
24.07.02 14:15
조회
150
추천
5
글자
13쪽

히든은 낭만이지.

DUMMY

휘겸이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 현실로 돌아왔구나.’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가상 세계에서의 경험이 아직도 생생했다.

휘겸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자신의 방이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방이 달라진 게 아니라, 자신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레벨이 올라서 그런 건가.’


휘겸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상태창.”


그 순간, 그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능력치 창>

이름: 휘겸인디

레벨: 13

직업: 도적

문파: 없음

[힘: 15] [민첩: 20] [지력: 20]

[지혜: 17] [건강: 14]


D월드의 상태창이었다.

가상현실도 아니고, 현실에서 게임 상태창이 뜬 것이다.


휘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진짜 상태창이 구현되었잖아?”


그는 손을 뻗어 상태창을 만져보려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그대로 상태창을 통과했다.


짝!


이번에는 자신의 뺨을 때려보았다.

꿈은 아니었는지 무척 아팠다.


정말로 현실에서 게임의 상태창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의 가슴이 뜨거워지며 짜릿한 희열이 전신을 관통했다.


휘겸은 떨리는 손으로 스킬 목록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 스킬에 주목했다.


‘과연 현실에서도 스킬이 써질까?’


스킬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 지금 확인해봐야 할 거 같았다.


“그림자 은신.”


순간, 휘겸의 몸이 반투명해지기 시작했다.

휘겸은 놀라서 자신의 손을 들어 확인했다.


확실히 몸이 희미해져 있었다.


“와···. 이게 정말 현실에서도 되는 거야?”


휘겸은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거울 속의 자신이 흐릿하게 보였다.

마치 유령처럼.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기쁨과 흥분이 뒤섞인 웃음이었다.


이건 정말 엄청난 일이었다.

게임 속 능력을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다니.


휘겸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히어로 놀이라도 해볼까?’


지금의 그라면 영화 속 히어로를 흉내 내는 게 가능하였다.

전신 쫄쫄이를 입고 흉악한 범죄자를 응징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반대로 빌런이 되어 완전범죄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것도 가능하였다.

마침 그의 직업이 도적이지 않은가.


은신 능력만 잘 활용해도 은행을 터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으리라.


‘하지만 굳이 그렇게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휘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히어로든, 빌런이든 너무 눈에 띄는 짓이었다.


아무리 잘 감춘다 해도, 현대의 과학 기술이라면 언젠가 발각될 것이 분명하였다.

그리고 만약 휘겸의 능력이 발각된다면 분명 어디론가 끌려가서 온갖 인체실험을 당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격 스킬은 절대 사용하면 안 되겠어.’


물론 공격 스킬 외에도 웬만해서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아까운 일이었다.


남들이 갖지 못한 기회를 잡았는데 겁이 난다는 이유로 그 기회를 날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뭐가 좋을까?’


그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그게 좋겠어! 분신을 배우는 거야!’


휘겸은 흥분해서 주먹을 꽉 쥐었다.

분신 스킬이라면 정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하고, 여행도 가고···. 아니, 더 많은 걸 할 수 있겠어!’


그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한 명은 학교에 가고, 다른 한 명은 집에서 게임을 하고, 또 다른 한 명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


정말 완벽할 것 같았다.

하지만 곧 현실적인 생각이 그를 덮쳤다.


‘잠깐, 분신 스킬은 40레벨을 찍어야 배울 수 있어. 레벨 올리기가 점점 빡세질 테니, 한참 멀었잖아.’


휘겸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다시 환하게 웃었다.


‘그래도 괜찮아. 지금부터 열심히 레벨을 올리면 돼!’


그때, 방 밖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휘겸아, 아직도 게임하니?”


휘겸은 깜짝 놀라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다행히 그림자 은신은 이미 풀린 상태였다.


“아, 끝났어요!”

“그럼 밥 먹게 나와라!”

“지금 나갈게요!”


그는 급하게 방을 나섰다.

거실로 나오자 부모님이 웃으면서 그를 맞이했다.


“오, 드디어 나왔구나.”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기분이 어땠니? 재미있었지?”

“재밌으니 저리 늦게 나온 거 아니겠어? 하하하.”


휘겸은 어색하게 웃었다.

부모님은 마치 그가 늦게 나올 걸 예상했다는 듯 굴었다.


‘하긴, 풀다이브를 처음 경험한 사람이라면 다 같은 반응이었겠지.’


아스가르드를 생각하니 빨리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몬스터를 마구 사냥해 레벨을 40까지 찍고 싶었다.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


식사를 마친 휘겸은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스가르드는 해봤냐? 설마 몇 시간 동안 엉뚱한 것만 하고 온 건 아니겠지?”

“해봤어요.”


휘겸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버지의 눈이 반짝였다.


“나라는 어디를 선택했냐?”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뭘 물어, 당연히 아케인 왕국을 선택했겠지.”

“설마! 내가 아발론을 선택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아, 그게···.”


휘겸은 잠시 망설였다.


“다른 나라 선택했어요. 미드가르드 연합왕국이요.”

“뭐?”


아버지의 얼굴에 실망감이 짙게 드리웠다.

그는 진심으로 휘겸이 아발론 기사단국을 선택하길 바랐던 것이다.


“왜 그 재미없는 나라를 선택한 거야? 아발론에서 거기까지 가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는데!”


어머니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휘겸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한 거잖아. 응원해줘야지.”

“에휴. 낭만이 없구먼, 낭만이 없어. 근데 너, 지금 레벨은 몇이야?”

“이제 10 레벨 찍었어요. 직업 뭐 할지 고민 중이에요.”


그 순간 부모님의 눈이 동그래졌다.

휘겸이 레벨을 10이나 찍었다는 게 그들로선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뭐라고? 벌써, 10이 되었다고? 몇 시간밖에 안 했잖아!”


어머니도 놀란 표정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레벨을 올렸니?”


휘겸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하면 되던데요. 쉬지 않고 몬스터 잡았더니 금방 10 됐어요.”

“친구들이 쩔이라도 해준 거야?”


아버지의 입에서 ‘쩔’이란 단어가 튀어나오다니.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긴, 생각해보면 아버지도 나름 뤼니지 세대긴 했다.


“아니요. 처음에 4렙까지만 파티 사냥하다가 그 뒤로는 혼자 사냥했는데요?”

“뭐? 그럼 퀘스트는?”

“퀘스트는 한 번도 안 했어요. 그냥 사냥만 했어요.”


부모님은 서로 놀란 눈빛을 주고받았다.

휘겸은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깨달았다.


‘하긴, 미라 파티와 비교해 봐도 능력치 차이가 커 보이긴 했었지. 미라가 나보다 레벨이 더 높았는데도 말이야.’


따지고 보면 휘겸은 레벨 10에서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성장이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직업은 뭘 선택할 거니?”


어머니가 물었다.

휘겸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저는 히든 직업으로 가려고요.”


그러자 어머니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히든 직업은 네가 생각한 만큼 좋은 게 아니야. 찾는 것도 일인데, 일반 직업보다 약할 수도 있어!”


하지만 아버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호오, 히든이라···. 그거 낭만 아니냐! 남자라면 한 번쯤은 도전해봐야지.”

“뭐? 히든이 뭐가 좋다고? 노히든이 훨씬 더 낫다니까.”


어머니가 반박했다.

히든이 낫다, 노히든이 가성비 좋다···.


부모님은 마치 게임 전문가들처럼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휘겸은 이 광경이 오히려 자신이 상태창을 보는 것보다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전역할 때부터 느낀 거지만, 무슨 트루먼쇼를 보는 기분이네. 부모님이 이렇게 변하다니.’


부모님과의 대화를 마친 휘겸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식사하는 중에 친구들과의 약속이 잡혔던 것이다.


휘겸이 도착하자 먼저 도착해있던 친구들이 그를 열렬히 반겨주었다.


“이 자식, 벌써 전역했네. 아무튼, 누가 군대에 있으면 시간이 장난 아니게 빠르게 간다니까.”

“축하한다, 휘겸아.”

“왔으니 마셔라, 마셔!”


그런 친구들의 모습에 휘겸은 피식 웃었다.


“어제 대답 없어서 너희 다 죽은 줄 알았잖아.”

“뭐야, 설마 삐진 거임?”

“와 씨, 내가 김휘겸 삐진 걸 다 보네.”

“어쩔 수 없었어. 마침 던전을 찾아서 계속 사냥했었거든. 우리 한 40시간 연속으로 사냥했을걸?”


이미 단톡방의 메시지를 모두 확인하였기에 휘겸도 그들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따지지 않고 술잔을 들었다.


그때, 최재영이 휘겸에게 물었다.


“어제 막 전역했으니, 아직 아스가르드 안 해봤겠네?”

“아스가르드를 안 했다고? 개불쌍하다. 인생의 절반은 손해 본 거 아님?”


휘겸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나 해봤어. 오늘 바로 시작했는데.”

“오, 역시 김휘겸! 군바리 주제에 적응 빠르네.”


신승수가 혀를 내두르며 그리 말하였다.


“근데 시작이 너무 늦었어. 너 지금 완전히 도태됐다고.”

“그러게, 입대를 조금 더 일찍 하지 그랬냐.”

“나였으면 탈영하고 아스가르드 시작했다.”


그들은 악담하듯 말했지만, 정작 얼굴에는 악의는커녕 아쉬움이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휘겸이 너무 늦게 게임을 시작해서 아스가르드를 같이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 그들로선 무척 아쉬웠던 것이다.


레벨 차이가 크면 아무래도 같이 즐기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그런데 휘겸이 너 지금 레벨 몇이야?”

“나? 아까 10 찍었어.”


휘겸이 대답하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오늘 했다며?”

“그러게? 레벨 10 찍으려면 적어도 사흘은 걸리지 않냐?”


친구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휘겸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하니까 되던데?”

“아, 재능충 새끼.”

“너희도 곧 따라잡을 거니까, 기다려.”

“미친놈. 그게 되겠냐? 우리 레벨 전부 50 넘는데?”


기존의 RPG 게임에서 레벨 50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만렙이 500 넘는 게임도 많았고, 설령 99가 만렙이라고 해도 2차 전직이니 3차 전직이니 99조차 뉴비 단계인 게임도 있었다.


하지만 아스가르드는 가상현실 게임이었다.

‘딸깍’해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그런 PC 게임과는 전혀 다르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몬스터를 찾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레벨 50이면 랭커까지는 아니어도 상위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근데 직업은 뭐 할 거야?”


김지태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나? 당연히 히든 직업으로 가야지.”


친구들은 한숨을 쉬었다.


“또 히든충이 나타났네. 히든 그거 쓸데없어.”

“왜?”


휘겸이 물었다.


“10레벨부터는 직업 얻을 때까지 레벨업을 못해. 경험치는 쌓이지만, 레벨은 안 오른다는 거야.”

“김휘겸 히든 직업 못 찾아서 평생 10레벨에 묶이는 거 아님?”

“그럼 평생 도태네.”


휘겸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안 그래도 남들보다 뒤쳐졌는데, 10레벨에 발이 묶인다?


확실히 타격이 크긴 할 거 같았다.


‘하지만 나에겐 D월드 상태창이 있잖아.’


아스가르드의 레벨은 오르지 않아도 D월드의 레벨은 오를 것이다.

그리고 D월드의 레벨을 올리며 쌓은 경험치로 나중에 히든 직업을 얻었을 때 단번에 폭렙을 할 수 있으리라.


“어차피 도태라면 더욱 히든을 노려야지. 성공하면 대박인 거잖아?”


친구들은 고개를 저었다.


“정 히든 직업 갖고 싶으면 민우한테 물어봐.”

“민우? 민우는 왜? 그러고 보니 민우는 왜 안 왔어?”

“민우 요즘 엄청 바빠. 랭커인 데다 길드까지 운영하고 있거든. 그래도 이따 9시 전에는 온다던데.”


그 말을 듣고 휘겸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민우가 랭커라고?”

“그냥 평범한 랭커가 아니야. 히든 직업을 가진 랭커지.”


휘겸은 입을 떡 벌렸다.

그런 휘겸의 모습에 친구들은 웃으며 민우가 아스가르드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히든 직업도 얻고, 길드도 차리고, 랭커가 되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말이다.

게다가 현실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몸이 좋아진 데다, 얼굴도 잘생겨졌다나?


“구라 좀 적당히 쳐라. 무슨 민우가 그렇게 바뀌어. 미래에서 회귀라도 했대?”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민우가 그렇게 변했다니.

당연히 휘겸은 친구들이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따 깜짝 놀라지나 마라.”

“차라리 너희 말이 다 진짜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민우 덕 좀 볼 거 아니야?”


민우는 휘겸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다.

그런 민우가 아스가르드의 랭커가 되었다면 휘겸도 그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뭐 쩔까지는 바라진 않지만 말이야.’


휘겸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

히든 직업에 대한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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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거 현실 맞아? 24.06.29 224 7 14쪽
2 운동 천재가 되었다. 24.06.29 250 7 13쪽
1 프롤로그. 24.06.29 264 1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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