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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일치
그림/삽화
Dall-E
작품등록일 :
2024.06.29 17:33
최근연재일 :
2024.07.04 07:15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459
추천수 :
45
글자수 :
41,524

작성
24.06.29 22:15
조회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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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3쪽

운동 천재가 되었다.

DUMMY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오후, 13살의 휘겸은 학교를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늘 그렇듯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휘겸은 익숙하다는 듯 우산과 신발을 정리하고는 자기 방으로 향하였다.


좁고 냄새나는 방, 그 안에서 유일한 친구인 컴퓨터가 휘겸을 반겼다.

가방과 학교에서 입었던 옷을 대충 어디론가 던져두고는 컴퓨터 본체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모니터에 빛이 들어오자 죽어있던 그의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그는 늘 혼자였다.


하지만 컴퓨터의 세상에서는 달랐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휘겸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번졌다.


곧이어 ‘D월드’라는 게임이 실행되었다.

벌써 10년도 넘은 오래된 게임이었지만, 휘겸에겐 여전히 재미있었다.


화려한 그래픽은 아니었지만, 2D로 이루어진 세계는 그에게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도적 캐릭을 한 번 키워보자!’


거의 모든 직업을 다 만렙까지 찍어본 휘겸이었다.

하지만 도적을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휘겸은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몬스터를 잡으며 빠르게 레벨을 올린 휘겸은 10레벨이 되자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지!”


휘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다.

화면 속 그의 캐릭터는 민첩하게 몬스터들을 피해 다니며 경험치를 쌓아갔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우르르-! 쾅!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창문을 통해 번개가 번쩍였다.


“으악!”


휘겸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는 순간, 모니터가 깜빡이더니 이내 꺼져버렸다.

당황한 휘겸이 전원 버튼을 연신 눌러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서, 설마 고장 난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 없었다.

컴퓨터는 그의 모든 것이었다.


스마트폰도 초창기에 나왔을 법한 구닥다리 모델을 사용하는 그에게 컴퓨터 없는 삶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 아니야. 자고 나면 괜찮을 거야. 정전 같은 것일 수도 있잖아.”


절망감에 휩싸인 휘겸은 침대에 누워 한숨을 쉬었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더욱 거세져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다 보니 피곤함이 몰려와 그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휘겸은 이상하리만치 개운한 몸으로 눈을 떴다.

평소라면 늘 피곤했을 시간인데, 오늘은 달랐다.


몸이 가벼웠고, 머리도 맑아진 기분이었다.


‘아, 맞다! 컴퓨터!’


그러다 휘겸은 문득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낡은 책상 앞으로 간 휘겸은 본체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아무리 눌러도 컴퓨터는 반응이 없었다.

컴퓨터가 고장 났다는 사실에 다시 우울해지려는 찰나, 이상하게도 그렇게까지 슬프지 않았다.


“휘겸아, 왜 이렇게 오래 자니? 학교 늦겠다!”


엄마의 목소리에 휘겸은 부엌으로 뛰어가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컴퓨터가 고장 났어. 새로 사주면 안 돼?”

“뭐? 컴퓨터가 얼마나 비싼데! 안 돼!”


엄마의 단호한 목소리에 휘겸은 입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울화가 치밀어 오르지는 않았다.


원래 같았으면 울고불고 떼를 썼을 텐데 말이다.


“배고파. 밥 줘.”


식탁에 앉은 휘겸은 엄마가 밥그릇을 내려놓자, 걸신들린 듯 밥을 퍼먹었다.


“천천히 먹어라.”


아빠가 신문을 보다 말고 한마디 하였지만, 휘겸은 밥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비우고는 “한 그릇 더!”를 외쳤다.


“어머, 오늘 왜 이렇게 많이 먹니?”


엄마가 놀란 눈으로 휘겸을 바라보았다.

평소 입맛이 없다며 밥을 잘 먹지 않던 아들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배고프니까 먹지, 뭐. 엄마, 오늘 요리 진짜 맛있다!”

“그러니?”


휘겸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엄마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휘겸이, 너 키가 좀 큰 거 같은데?”


작고 왜소한 체격의 휘겸은 엄마의 말을 듣자 기분이 좋아졌다.


“뭔가 옷이 작아진 거 같긴 해!”

“오늘처럼 잘 먹으면 너도 아빠처럼 클 거다.”


아빠의 말에 휘겸은 “아싸!”를 외쳤다.


***


학교로 향하는 길, 휘겸은 발걸음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평소라면 힘들게 느껴졌을 언덕길도 오늘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업도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됐다.

난생 처음으로 영어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을 정도였다.


‘근데 학교 끝나면 뭐 하지. 컴퓨터도 없는데···.’


집중하면서 수업을 듣다 보니, 순식간에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러자 그의 머릿속에 컴퓨터가 떠올랐다.


컴퓨터 없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할까?

그저 막막한 심정이었다.


그때였다.

교실 문이 열리더니 축구공을 손에 든 김진규라는 친구가 들어왔다.


“사람 한 명 비는데 축구 할 사람!”


소심하고 내향적인 휘겸과는 달리 진규는 축구를 좋아하는 외향적인 친구였다.

그는 자신에게 몰린 아이들의 시선이 아무렇지 않은지 계속해서 같은 말을 외쳤다.


그러다 아무도 자신의 말에 호응해주지 않자, 휘겸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친구야! 같이 축구 할래? 어차피 골키퍼라서 안 뛰어도 되는데.”


내향적인 휘겸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몰리는 상황이 오면 더욱 소심해지고는 하였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오르는 기분이 들면서 왠지 모르게 용기가 났다.


“알았어. 해볼게.”

“오, 진짜?”


진규는 그런 휘겸을 보며 되레 놀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운동장으로 갔고, 휘겸을 데려온 진규는 마치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자랑하였다.


“시작!”


경기가 시작되자 휘겸은 골대 앞에 섰다.

초반부터 상대의 공격수가 수비수를 제치고 달려오더니 그를 향해 강한 슛을 날렸다.


평소라면 겁에 질려 눈을 감았겠지만, 오늘의 휘겸은 달랐다.


‘어? 뭔가 느리게 느껴지는데?’


공이 날아오는 궤적이 눈에 들어왔다.

휘겸은 저도 모르게 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탁!


공이 그의 손에 멋지게 잡혔다.


“와아아!”

“어떻게 막았냐? 개쩐다!”


수비하던 친구들이 놀란 얼굴로 환호하였다.

하지만 가장 놀란 건 휘겸 자신이었다.


‘방금 나, 어떻게 한 거지?’


골키퍼를 해본 적이 몇 번 없기에 긴가민가하였다.

그래서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김종우 진짜 개빠르네!”

“휘겸아, 김종우 막아!”


탁!


하지만 다음 슈팅을 막은 순간, 휘겸은 깨달았다.

아까 전에 슛을 막은 건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와!! 또 막았어!”

“미친, 쟤 뭐야?”

“골키퍼 개 잘하잖아!!”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휘겸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게임 속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짜릿한 흥분이 전신을 관통했다.


‘나, 어쩌면 재능 있을지도?’


***


그날 이후, 휘겸의 생활은 180도 바뀌었다.

방과 후에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주말에는 농구, 탁구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겼다.


어떤 운동이든 처음 해보는 것 같지 않게 잘 해냈다.

체육 시간마다 휘겸은 반 친구들의 주목을 받았다.


달리기, 높이뛰기, 멀리뛰기···.

모든 종목에서 그는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


친구들은 그를 ‘운동 천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6학년 체육대회에서 휘겸은 단숨에 스타가 되었다.


단거리 달리기, 축구, 피구 등 참가한 모든 종목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다.

그의 활약으로 반 전체가 우승을 차지했고, 친구들은 그를 어깨에 들쳐 매고 운동장을 돌았다.


“휘겸아, 언제 이렇게 운동을 잘하게 됐니?”


체육대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휘겸에게 부모님이 물었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모습에 휘겸은 뿌듯함을 느꼈다.


“나도 몰라. 그냥 되던데? 나 운동에 재능 있나 봐.”

“우리 아들, 나중에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리스트 되는 거 아니야?”

“헤헤!”


중학교에 입학하자 휘겸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었다.

키가 쑥쑥 자라더니 1학년 때 165cm, 2학년 때 173cm까지 자랐다.


몸도 균형 잡힌 근육질로 변해갔다.

운동뿐만 아니라 공부에서도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학원을 따로 다니지도 않았는데도 시험 때마다 전교 1등을 차지했다.

그저 수업 시간에만 집중해서 공부했을 뿐인데 그런 성과를 거둔 것이다.


교우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키 크고 잘생긴 데다 운동까지 잘하는 그를 싫어할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 휘겸은 강민우라는 친구를 만났다.

민우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학기 초, 휘겸은 교실 뒤편에서 몇몇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민우를 발견했다.


“그만해! 얘가 싫다잖아!”


휘겸이 나서자 괴롭히던 아이들은 슬그머니 물러났다.

반에서 휘겸이 어떤 아이인지 모르는 아이들은 없었다.


“괜찮아? 난 김휘겸이야. 너는?”

“가, 강민우야.”


그날 이후, 휘겸과 민우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휘겸은 민우에게 운동을 가르쳐주었고, 민우는 휘겸에게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추천해주었다.


둘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완벽한 친구가 되었다.


“야, 넌 진짜 대단하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진짜 다 가졌네.”

“얼굴 이야기는 죽어도 안 하네. 내 얼굴 칭찬도 좀 해봐.”

“뭐래.”


휘겸은 씩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2년 전까지만 해도 휘겸 역시 애니와 만화, 게임에만 빠져 살던 아이였다.

그때는 그의 곁에 친구 한 명 없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도 많았고 다양한 취미를 즐겼다.


‘뭔가 게임 속 능력이라도 얻은 거 같아.’


***


고등학교에 진학한 휘겸은 학교의 스타였다.

공부는 물론이고 운동, 음악, 미술 등 못 하는 게 없었다.


여자친구도 생겼고, 친구들도 많아졌다.

한때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1학년 때, 휘겸은 학교 대표로 전국 수학 경시 대회에 나가 1등을 차지했다.

문제를 보는 순간 답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듯했다.


마치 컴퓨터처럼 빠르게 계산하는 그의 모습에 심사 위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휘겸아, 너 천재 아니야?”


담임 선생님이 물었다.

휘겸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천재까진 아니에요.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이죠. 재밌더라고요, 수학이!”

“겸손하기까지 하네. 하하.”


2학년 때는 전국 체육대회 육상 부문에 출전해 100m, 200m, 400m 전 종목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그의 기록은 고등학생의 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났다.


일부에서는 도핑 의혹까지 제기했지만, 검사 결과 그의 능력은 순수한 재능임이 밝혀졌다.


“김휘겸 선수, 어떻게 이런 기록을 낼 수 있었나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리는 게 정말 즐거워요!”


3학년이 되자 휘겸은 전교 회장이 되었다.

리더십 또한 그의 뛰어난 능력 중 하나였다.


그는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학교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학교는 더욱 활기차고 즐거운 곳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바로 진로였다.


“휘겸아, 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진로상담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물었다.

휘겸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뛰어난 운동 실력으로 체육특기자 전형을 노려볼 수도 있었고, 우수한 학업 성적으로 서울대를 지원할 수도 있었다.

예체능 쪽으로 가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왜 끌리는 게 없지.’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정작 하고 싶은 일은 없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그러니?”


담임 선생님이 의외라는 듯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항상 뚝 부러진 모습을 보였던 휘겸이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게 의외였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일단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게 어때? 가장 좋은 학력을 가진다면 나중에 어떤 직업을 선택해도 유리한 점이 있을 거야.”


휘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휘겸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달빛이 유난히 빛나는 밤하늘을 보며 그는 문득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과거의 자신이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참 많은 게 변했네.”


휘겸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생각하였다.


자신의 본질,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단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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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태창이 두 개잖아? 24.06.30 188 6 13쪽
3 이거 현실 맞아? 24.06.29 224 7 14쪽
» 운동 천재가 되었다. 24.06.29 251 7 13쪽
1 프롤로그. 24.06.29 265 1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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