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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일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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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일치
그림/삽화
Dall-E
작품등록일 :
2024.06.29 17:33
최근연재일 :
2024.07.04 07:15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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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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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41,524

작성
24.06.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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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4쪽

이거 현실 맞아?

DUMMY

휘겸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물 앞에 서서 멍한 표정으로 사색에 잠겼다.

서울대에 입학한 지 벌써 한 달.


자신이 이 학교에 다닌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휘겸아! 강의 늦겠다!”


친구 민우의 목소리에 휘겸은 정신을 차렸다.


“어, 그래. 가자.”


강의실로 향하는 길, 휘겸은 문득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상담 시간이 떠올랐다.


“휘겸아, 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그렇다면 일단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게 어때? 가장 좋은 학력을 가진다면 나중에 어떤 직업을 선택해도 유리한 점이 있을 거야.”


선생님의 조언대로 휘겸은 서울대에 지원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그가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소식에 온 가족이 기뻐했다.


특히 할머니는 손주의 서울대 입학이 그렇게 자랑스러우셨는지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셨다.


“우리 휘겸이, 서울대 갔다!”

“어머, 정말요? 축하드려요!”

“휘겸이 어릴 때부터 남달랐어. 내 손주라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정말 대단한 아이야.”


친척들의 축하 인사도 끊이지 않았다.

명절 때 만난 사촌들은 휘겸을 보며 부러움과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휘겸아, 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공부했어?”

“별거 아니야. 그냥 남들처럼 열심히 했을 뿐이야.”


휘겸은 겸손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대학 생활은 새로웠다.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자유로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더 깊이 있는 학문.

휘겸은 이 모든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휘겸은 우연히 한 여학생과 마주쳤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같은 책에 손이 닿은 것이다.


순간 휘겸은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마침 여학생은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아름다웠다.


“아, 미안해요.”

“아니에요. 제가 미안해요.”


서로 웃으며 사과를 주고받는 사이, 휘겸은 그녀의 눈에 빠져들고 말았다.

맑고 영롱한 눈동자, 살짝 올라간 입꼬리.


연애를 몇 번 해봤지만, 휘겸은 여전히 자신의 이상형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는 확신하였다.


눈앞의 여학생이 자신의 이상형이라는 사실을.


“저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커피 한잔할래요?”


휘겸은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좋아요.”


그렇게 휘겸은 여학생, 박서연과 연인 사이가 되었다.

두 사람은 캠퍼스를 거닐며 꿈과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연은 의대생이었고, 국경없는의사회에 가입해 세계 곳곳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와, 멋있다. 벌써 그런 꿈을 꾸고 있구나.”

“휘겸이 너는 꿈이 뭐야?”


그러자 휘겸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글쎄···. 아직 잘 모르겠어. 그냥 남들처럼 평범한 회사원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지는 않을 거 같은데?”

“응? 왜?”

“휘겸이 너는 모든 다 잘하잖아. 운동이든, 공부든. 분명,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뭐든 다 이루어낼 거야.”


서연의 말에 휘겸은 밝게 웃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2학년이 되었다.

휘겸은 여전히 진로를 정하지 못했지만, 서연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휘겸은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서연아, 나 군대에 가려고 해.”

“응? 벌써?”

“응. 빨리 다녀와서 진로도 정하고, 너랑 미래도 설계하고 싶어.”


서연은 잠시 말이 없었다.


뚝. 뚝.


그러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미안, 너무 갑작스러웠지?”


휘겸은 그런 서연을 품에 꽉 껴안았다.

한참을 울던 서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휘겸을 바라보았다.


“기다릴게. 건강하게 돌아와야 해.”

“고마워, 서연아. 사랑해.”


휘겸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였다.


***


입대 전날, 휘겸과 서연은 한강공원에서 데이트하였다.

노을이 지는 강변을 걸으며 두 사람은 미래를 약속했다.


“꼭 건강하게 다녀와야 해.”

“응, 걱정하지 마. 금방 다녀올 거니까.”

“매일 편지 쓸게. 너도 기회 생길 때마다 전화 걸어.”


휘겸은 피식 웃었다.

요즘 시대에 손편지라니.


그녀의 말이 그저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래, 나도 할 수 있는 한 자주 연락할게.”


마지막 포옹을 하며 휘겸은 서연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이 향기를 기억하며 군 생활을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논산에 간 휘겸은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논산 육군 훈련소에 입소하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군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휘겸의 뛰어난 체력과 리더십은 군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는 훈련병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고, 중대장 훈련병이 되어 조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휘겸이 너, 진짜 만능이다. 머리 좋은 거야 서울대니 그렇다 치는데, 어떻게 체력까지 그렇게 좋냐?”

“운동을 꾸준히 했었으니까. 나 고등학교 때 육상 대회에서 우승했었어.”

“헐, 진짜?”


훈련병 시절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그건 자대에 전입한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서연이 덕분이지. 저녁만 되면 서연이 사진을 볼 수 있으니까.’


휘겸은 그 생각을 하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 들어 서연과의 연락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처음 막 자대에 전입했을 때는 개인 정비 시간 때만 되면 그녀와 몇 시간씩 통화하고는 했었다.

일병 초까지는 하루에 한 번씩은 꼭 통화했었던 거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의대생이었고, 그렇다 보니 항상 바쁠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그녀와 통화하는 게 어려워졌다.


-잘 지내고 있어? 우리는 요즘 풀다이브라는 게 유행이라, 실습도 가상현실에서 하고 있어.

“와, 많이 바뀌었구나.”

-응. 몇몇 과는 이미 모든 수업을 가상현실에서 한다고 해. 그래서 아예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도 많아.


모처럼 있는 전화통화도 뭔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가 사회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군대로 오니 사회가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는 거 같았다.


어찌나 많은 게 바뀌었는지 그녀와의 대화를 따라가는 게 벅차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힘이 났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상말이 되었을 무렵, 서연에게서 문자가 왔다.


[미안해. 휘겸아,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그날, 휘겸의 세계가 무너져 내렸다.

그는 며칠 동안 제대로 밥도 먹지 못했다.


동기들이 걱정하였지만, 그는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하였다.

그러다 휴가 날이 되자, 그는 바로 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된 후에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이번에도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휘겸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띵동-!


군복 차림 그대로 그녀의 집을 찾아가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벨을 울리기도 하고 문을 마구 두드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1시간이 넘게 난리를 쳤는데도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도대체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 건데···.”


***


자대로 복귀하고 며칠이 지나자, 생활관 동기인 이연재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야, 너희 아스가르드 들어봤어?”

“아스가르드? 그게 뭔데?”

“새로 나온 가상현실 게임이래. 요즘 이거 안 하는 사람 없다던데?”


이야기를 꺼낸 동기가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영상이 틀어지고 있었다.


“와, 이게 게임이라고?”

“이거 진짜 대박이래. 여기서 연애도 하고 돈도 벌고 다 한다던데?”

“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도?”

“와 씨, 휴가 나가면 무조건 해야겠다!!”


휘겸은 쓰게 웃었다.

가상현실 게임이라?


서연과 사귀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무척 설렜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쓴웃음만 나왔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전역 날이 되었다.

휘겸은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부대를 나섰다.


‘그동안 아껴서 모은 돈으로 우선 주식부터 하자. 나중에 내가 뭐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돈부터 벌어보는 거야.’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휘겸은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가족들이, 친구들이 자신을 반겨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막상 집에 도착했을 때, 휘겸을 맞이한 것은 적막한 침묵뿐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휘겸은 의아해하며 안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부모님이 각각 이상한 캡슐 안에 누워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뭐야, 저건···.”


휘겸은 휴대폰으로 검색한 끝에 캡슐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최신형 풀다이브 기기였다.


‘이게 왜 우리 집에 있지? 2천만 원이 족히 넘을 텐데.’


당황스러웠다.

부모님이 게임을 하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2천만 원이라는 큰돈까지 들여서 가상현실 게임을 하다니.

그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친구들에게 연락이라도 해볼까 싶어 단톡방을 열었다.


-나 전역했다. 오늘 시간 되시는 분?


하지만 7명이 있는 단톡방은 조용하기만 했다.


‘뭐야, 내가 오늘 전역할 거 알고 있을 텐데···.’


그때, 문득 서연이 생각났다.

비록 헤어졌지만, 애절하게 사랑했던 사이니 축하 인사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내어 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휘겸은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숨이 가빠지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서연아, 나야. 휘겸이.”

“···전역했구나.”

“응, 오늘 전역했어. 잘 지냈어?”

“나는 잘 지냈지.”

“···그렇구나.”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휘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서연아, 혹시 우리 만나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미안, 지금은 어려울 거 같아.”

“아, 그래?”

“약속이 있거든.”

“그렇구나.”

“전역 축하하고, 앞으로 잘 지내. 휘겸이 너라면 뭘 하든 잘 될 거야. 참고로 나, 휴학했으니 학교에서 찾지 마.”

“···휴학했다고?”

“응. 이런 말 하면 비웃을지 모르겠는데, 나 지금 게임에 푹 빠져 살고 있거든. 새로운 사람도 거기서 만났고.”


그 말을 듣자 휘겸은 가슴이 아파 왔다.

새로운 사람이라니.


정말 그녀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사귀는 모양이었다.


“게임이란 건 설마 아스가르드를 말하는 거야?”

“너도 아는구나. 맞아, 아스가르드. 휘겸이 너도 그 게임을 하게 되면 금세 푹 빠지게 될 거야. 거기서 나보다 좋은 여자를 만나게 될 수도 있을걸?”


휘겸은 입술을 깨물었다.


“···알았어. 잘 지내는 거 같아 다행이다. 행복하게 지내.”


당장 눈물이 날 거 같아서 휘겸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깟 게임이 뭐라고···.’


***


저녁이 되자 부모님이 캡슐에서 나왔다.


“어머, 휘겸아! 벌써 왔니?”


어머니가 놀란 듯 소리쳤다.

아버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오늘 전역했어요. 근데 그 캡슐은 뭐예요?”


부모님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 그게···. 요즘 아스가르드라고 하는 게임이 유행이라···.”

“아스가르드요? 어머니랑 아버지도 그 게임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 너도 한번 해볼래? 정말 재미있단다.”


어머니가 신이 난 듯 말했다.

휘겸은 고개를 저었다.


“전 별로···. 그건 그렇고, 제가 오늘 온다고 했잖아요. 뭐 준비한 거 없어요?”


부모님은 잠시 당황한 듯 보였다가 이내 웃음을 지었다.


“아, 그래. 우리가 준비한 게 있지. 내일 네 기기가 도착할 거야. 설마 우리가 아무 준비도 안 했겠니?”


아버지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휘겸은 어리둥절했다.


“제 기기요?”

“그래, 풀다이브 기기. 아스가르드를 안 해도 가상현실은 즐겨야지.”


휘겸은 말문이 막혔다.

무슨 평행 세계나 메타버스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게임 하는 시간 아깝다고 컴퓨터도 안 사주던 부모님이 2천만 원이나 하는 가상현실 기기를 사주다니.


“그나저나 배고프지? 저녁 먹자.”


어머니의 말에 휘겸은 애써 웃음을 지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부모님은 계속해서 아스가르드 이야기를 했다.


“휘겸아, 너는 우리 DX 길드에 들어와야 해. DX에서 최고의 마법사가 되는 거야.”

“무슨 소리야. 휘겸이가 운동을 얼마나 잘하는데? 마법 같은 거 배우느니, 기사를 하는 게 훨씬 낫지! 휘겸이 너는 무조건 아바론 기사단국이다. 알았지?”

“서울대생이 기사는 무슨! 무조건 마법사지!”

“기사야, 기사!”


부모님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서로의 길드를 자랑하며 휘겸을 끌어들이려 했다.

휘겸은 부모님의 이야기를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휘겸은 방으로 돌아왔다.

머리가 복잡했다.


전역하면 모든 게 명확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휴대폰을 켜보니 여전히 친구들의 연락은 없었다.

단톡방의 최신 메시지를 확인하니 아스카르드 세상에서 다 같이 놀고 있는 거 같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침대에 누웠다.


‘도대체 아스가르드가 뭐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들인 거지?’


다음 날, 약속대로 휘겸의 풀다이브 기기가 도착했다.

부모님은 흥분한 모습으로 기기 설치를 도와주었다.


“자, 어서 해봐!”

“알았어요, 알았어.”


휘겸은 망설이며 캡슐에 누웠다.


“로그인!”


눈앞이 번쩍이는 걸 느끼며, 휘겸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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