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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기린or
작품등록일 :
2020.03.12 18:14
최근연재일 :
2020.05.24 11:12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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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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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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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작되는 내전 3

DUMMY

하지만 레이어스 백작부인의 말대로 해모스 남작부인의 입담은 솔직히 자신이 생각해도 꽤나 재미있다.


“레이어스 백작부인의 말씀에 동감해요.”


스텔라 황후까지 동의하자 해모스 남작부인의 얼굴에 홍조가 드리운 것은 물론이며 레이어스 백작부인은 자신의 말에 황후가 동조한 사실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들은 제국에서도 제법 영향력 있는 백작 가와 남작 가의 귀부인으로 현재 자신들의 가문이 조금이라도 더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자청하여 황후의 시녀로 들어온 상태였다.

이처럼 귀족들이 시녀를 자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들은 기존의 시녀들과는 엄연히 달랐다.


우선, 하루 종일 성에 매여 있는 일반 시녀들과 달리 이들은 성에 매여 있는 시간이 자유롭다.

그리고 힘든 일은 당연히 하지 않았으며 황족의 가벼운 시중이나 지금처럼 그들의 말 상대를 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한참 담소를 나누며 웃고 떠들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황후의 전속 시녀, 앤이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어스 백작부인과 해모스 남작부인은 담소를 방해한 앤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흘깃 쳐다보았다.

하지만 스텔라는 안 그래도 슬슬 지겨워져 가던 상황이라 앤을 반겼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귀부인들과 마찬가지로 다소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별일 아닌 일이 아니고선 절대로 방해하지 말라 일렀거늘······.”


황후의 말에 두 귀부인의 얼굴에 화색이 짙게 드리우자 앤은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황후가 미리 자신에게 상황을 봐서 지루해질 쯤,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담소를 방해하라 지시해뒀었기 때문이다.


해서, 실제로 변명거리를 만들어 온 것일까? 그건 아니었다. 정말로 용무가 있어서였다.

마침 잘됐단 생각에 부랴부랴 황후에게로 달려온 그녀는 숙련된 기도를 발휘해 정중히, 대단히 송구럽다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아침에 마마께서 지시하신 일에 대해 보고를 올리려고 부득이 무례를 범하였사옵니다.”


앤의 말에 스텔라가 반색을 했다.

그러자 레이어스 백작부인과 해모스 남작부인의 얼굴에 궁금증이 가득 번져나갔다.


“마마, 무슨 일이옵니까?”

“저희들이 알면 안 되는 일이온지요?”


부인들의 호기심 가득한 질문에 황후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라 오늘은 이만 물러들 가주세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얘기해 줄 테니 궁금하시더라도 지금은 참아주세요.”


황후가 그러겠다는데 일개 백작부인과 남작부인인 자신들이 계속 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두 귀부인은 황후의 축객령에 마지못해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

.

.


“그래, 이제 말해 보거라.”


두 귀부인은 물론, 자신을 호위하던 기사마저 잠시 밖으로 퇴출 시킨 스텔라는 느긋하게 앉아있던 몸을 곧추세우며 앤을 바라보았다.


지난밤 그녀는 대전 회의실에서 있었던 황자의 언행을 떠올리며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대체 누가 황자를 부추겼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느라 결국 뜬눈으로 지새웠던 것이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이렇다 할 정답을 찾지 못한 스텔라는 아침이 되자마자 앤을 불러 가장 원초적인 일을 지시했다.

요즘 황자의 주변 인물을 낱낱이 알아올 것.

일개 시녀가 그런 것을 어찌 알까 싶겠냐만 스텔라가 원하는 것은 단순했다.


지난날, 황자의 근처에 오랜 시간 누가 가장 함께했는지, 또 누가 황자를 만나러 왔는지 등등··· 말이다.


그런 기본적인 사실을 알아오는 대는 모름지기 그곳에서 일하는 시녀나 일꾼들이 적당하다.

앤은 비록 황자와 사이가 좋지 않은 자신의 시녀이나 황성에서 나고 자란 역사적인 인물이었기에 발이 넓었다.


또 무엇보다 이런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기도 하여 가끔 예상치 못한 정보를 물고 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처음 앤의 입에서 흘러나온 인물들은 스텔라 또한 예측할 수 있는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그니스 기사단 단장인 안토니 베르티아 백작과 대전 회의실에서 일 황자 측에 서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하던 할린 공작과 케이티 후작.


그 외, 대충 예상 할 수 있는 몇몇 귀족들의 이름이 앤의 입에서 흘러나왔지만, 스텔라는 애꿎은 이마에 주름만 더 세울 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베르티아 경과 할린 공작, 케이티 후작, 이 세 사람인가?’


스텔라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 고지식한 공작이 먼저 황자를 부추겼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후작이?’


가능성은 있지만 그럼에도 스텔라는 설마설마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아니야··· 분명, 뭔가가 더 있을 거야. 분명 황자가 자신을 가질 만큼 대단한 제삼자가······.’


스텔라가 혼잣말로 속으로 중얼거리는 와중에도 앤은 계속해서 자신이 조사해 온 바를 자랑하듯 주절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서 보고를 올렸던 때와는 달리 살짝 말끝을 흐리면서 느릿느릿 말하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이건 말이죠, 제가 아끼던 루비 반지와 세트로 이루어진 목걸이까지 뇌물로 빼앗기고 알아온 일급비밀인데요.”

“······?”


꽤 상당한 뇌물이 들어간 것을 보니 제법 구미가 당기는 소식인 모양이다.

스텔라가 말해보라는 얼굴로 턱짓을 하자 앤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자신의 말끔한 손가락을 쫙 펴 보이며 몸을 살짝 꼬았다.


“제 루비 세트를 몽땅 선물했사옵니다. 참고로 알도 새끼손톱만큼이나 꽤 커다랬죠.”


유독 루비 세트와 크기를 말하는 대목에 힘을 주자 스텔라의 미간에 깊은 골이 생겼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왼손에 끼고 있던 여러 반지 중, 가장 투명하고 알이 큰 반지를 빼내 앤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내용이 생각만큼 흡족하다면 이보다 더 좋은 보석을 주겠다.”


대번에 얼굴이 밝아진 앤은 곧바로 자신이 알아온 소식 중 가장 빅 소식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

.

.


“뭐라? 새로운 마법사?”


과연, 보석을 뿌릴 만큼 꽤나 놀라운 소식이 분명했다.


벌떡!


앤은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키는 스텔라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 두 눈을 깜빡이며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마법사가 언제부터 생겼다더냐?”


지금껏 다소 차가우면서도 차분했던 스텔라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황자께서 돌아오시던 날, 그날 함께 오셨다 하옵니다.”


‘역시!’


스텔라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추스르며 다시금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마법사에 대해 아는 바를 전부 말해 보거라.”


앤의 얼굴에 처음으로 낭패감이 어렸다.

더 이상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 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마법사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이상 이렇다 할 정보는 없사옵니다. 허나, 소인이 알아온 바에 의하면 황자전하께선 새로운 마법사 외에도 다른 새로운 일행과 함께 돌아오셨다고 하옵니다.”


벌떡!


자주 벌떡 거리며 일어서는 스텔라의 모습에 앤은 속으로 ‘그럴 거면 그냥 그대로 서 계시지.’ 하고 중얼거렸다.

반면에 또다시 몸을 일으킨 스텔라의 얼굴은 조금 전과 달리 아주 심각하게 변해 있었다.


‘새로운 일행이라······.’


그렇다는 말은 한 둘이 아니라는 소리지 않은가.


“황자가 돌아온 지 며칠 된 것으로 아는데··· 어째서 그러한 사실이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을까?”


혼자 중얼거리는 스텔라의 말에 앤이 조심스레 대꾸했다.


“마법사에 대해선 잘 모르겠으나, 그 일행에 관해선 뉴마궁전에 한해 제법 알려져 있었사옵니다.”

“그래?”

“다만 그들의 확실한 신분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사옵니다.”


앤의 말에 스텔라는 다시금 몸을 소파에 기대며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녀는 뭔가 결심을 했는지 묵묵히 소파 아래 무릎을 꿇고 있던 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다오.”

“······예?”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


어정쩡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키는 앤을 바라보며 스텔라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뉴마궁전으로 가야겠다는 말이다.”




* * *




“뭣이? 토토가 돌아왔다고?”


계속되는 골머리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리던 라피스는 뜻밖의 소식에 오랜만에 반색을 했다.

반면에 토토의 소식을 전하러 온 살르만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십 여분 전, 붉은 전사들의 훈련을 지켜보다 이질적인 기운을 느끼고 훈련장 밖으로 뛰쳐나온 살르만의 시선에 오랜만에 보는 토토와 낯선 인물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질적인 기운은 아무래도 토토가 스크롤을 이용해 공간이동을 해오며 흘러나온 기운인 모양인 듯했다.


평소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상대였지만 그래도 같은 주군을 모시고 있는 동료였다.

그런데 무사 귀환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반갑게 다가간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건방지기 짝이 없는 것이 아닌가.


녀석은 다짜고짜 자신에게, 함께 온 두 사람을 씻고 쉴 수 있는 방으로 안내해 달라 지시를 내리듯 툭 한마디 내뱉더니 이내, 어디론가 휙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처음엔 주군께 경과보고를 하기 위해 내성으로 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무래도 자신의 방으로 먼저 간 모양입니다.”


평소의 토토가 보일 행동은 아니었지만 살르만은 내심 그런 그의 행동을 반겼다.

눈엣 가시 같은 존재가 삐딱 선을 타며 알아서 주군의 눈 밖에서 나가주겠다는데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헌데 주군의 반응이 또 의외였다.


“흠··· 그래? 하긴······, 며칠 동안 죽을 고생만 했을 테니 먼저 씻고 싶기도 하겠지.”

“······!”


언제부터 라피스가 이토록 부하들에게 배려심이 강한 주군이었던가?

살르만은 오히려 토토에 대해 이를 갈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낯선 인물 둘을 데리고 왔습니다.”

“······낯선 인물?”

“남자 하나와 여인 한 명이었습니다.”


전혀 토토답지 않은 보고가 계속 이어지자 라피스의 얼굴에 결국 주름이 잡혔다.

하지만 어느새 말끔해진 토토가 예의 검은 무복차림으로 눈앞에 나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라피스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뒤에 벌어질 일은 꿈도 꾸지 못하고 말이다.




* * *




따뜻한 정오의 햇살이 정원 한쪽에 푸르게 깔린 고운 잔디 위에 따사로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 위에서 이설은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하며 모건의 부드러운 적갈색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모건의 입매가 좌우로 찢어진 채 좀처럼 오므라들지를 않고 있었다.


“······좋으냐?”


이설의 듣기 좋은 음성에 모건의 고개가 살짝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의 고운 입매도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갔다.

이설은 계속해서 브러시로 모건의 머리를 빗질하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아무리 사내아이라도 이렇게 빗질을 자주 해주지 않으면 머리카락이 돼지 털이 되고 만다.”

“피이.”

“너 그거 아니? 여자들이 머리카락 고운 남자를 은근히 좋아한다는 거.”

“정말요?”


자신의 말에 ‘피’ 거리며 관심 없어 하던 모건이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말에 눈을 반짝이자 이설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번져갔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정원 구석 한켠에 높이 솟아 있는 커다란 나무 뒤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남은 주말 잘들 보내세용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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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크레이뇽의 화신 3 +2 20.05.09 16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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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램프의 정령 2 +8 20.05.03 210 6 13쪽
53 램프의 정령 1 +5 20.05.02 203 5 12쪽
52 보물의 방 3 +2 20.05.01 183 4 11쪽
51 보물의 방 2 +4 20.04.30 183 6 12쪽
50 보물의 방 1 +2 20.04.29 19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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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할린 가의 귀공녀 1 20.03.17 610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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