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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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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59,949
추천수 :
4,249
글자수 :
804,667

작성
23.08.09 09:10
조회
1,132
추천
27
글자
12쪽

114화 여장하는 준영

DUMMY

그러고 보니 귀티 나는 얼굴로 아니었고 차림새도 허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기까지 왔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정말 수고 많으셨네요.”

“원장님께서 하도 잘 보신다고 해서 오긴 왔는데 두 번은 못 오겠네요. 이 양반 병 고치기 전에 제가 길바닥에서 쓰러져 죽을 것 같네요.”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만에 고쳐주세요, 원장님.”


심한 요구!


패스.


“다치신 거 같군요?”


환자의 상태가 중풍하고는 달랐다.


“이 양반 30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3년 전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쳤어요. 아! 그때 찍은 CD가 있는데 한 번 보시겠어요?”


그녀는 가방에서 CD케이스를 꺼냈다.


그는 CD롬에 CD를 넣었다.


“요추 1,2번 사이에 골절이 됐었네요? 그리고 뒤로 지나가는 신경을 심하게 누르고 있는 상태이고요. 추락사고에서 흔히 발생하는 경웁니다.”

“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수술도 하고, 재활 치료도 받았는데 사고 나기 전 상태로는 돌아가질 않네요.”

“일은 하시나요? 김재철님이요.”

“일도 못 나가고 집에만 있어요. 그러니 어쩌겠어요? 저라도 벌어야 먹고 살죠.”

“회사에서는? 보상금 받지 않았나요?”

“300만원 받았어요. 그것도 너 죽고 나 죽자, 엉! 6개월 동안 실랑이해서 받아낸 돈이 겨우 그거예요.”


보호자는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나쁜 놈들! 자기들 잘못이 아니래요. 조심하라고 교육을 시켰는데도 말 안 듣다가 본인 부주의로 생긴 사고니까 회사 잘못은 없다면서 처음엔 단 한 푼도 못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보호자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300만원이면 얼마 못 가 바닥 났을 텐데요?”

“한 달도 못 가 바닥났죠. 수술비에 입원비. 게다가 치료비까지.”

“그랬겠죠.”

“아파트 전세금 빼서 그 돈 다 말아먹고, 아는 사람들한테 손 벌려 빌린 돈 다 말아먹고, 그러면서 겨우 여기까지 왔네요.”

“그러면 지금은 어떻게 생활하시나요?”

“제가 마트에서 카운터 일을 하거든요. 그 일하면서 버는 돈으로 근근이 먹고 살아요.”

“생활비가 빠듯하겠네요. 김채철님 치료비까지 감당하려면요.”

“그 일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카운터 일도 자꾸 자동화되는 추세라서요.”

“오늘은 여기 오시는 바람에 마트 일도 못 나가셨네요?”

“그렇죠, 뭐.”


정말 처지가 딱했다.


“원장님. 이 양반 추락사고 나기 전 상태로 돌아가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건 안 되는 일이라는 건 저도 알거든요.”


그가 봐도 완치는 불가능한 상태로 보였다.


“나가서 돈 벌어오는 것도 안 바라고요. 그냥 자기 한 몸 건사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냥 밥이라도 자기가 알아서 차려먹고, 대소변 알아서 해결하고, 그 정도만 돼도 감지덕지겠어요.”

“일일이 다 챙겨드려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자기 밥 잘 챙겨 먹다가도 한 번씩 못 챙겨 먹어요. 그러니 밖에서 일하다가 저 양반 밥 차려주려고 집으로 올 수도 없고요. 일마치고 집에 오면 바지에 쉬한 채로 그냥 있기도 해요.”

“매 번 그러시나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요.”

“조금 전에 보니까 보행이 어려우신 것 같던데요?”

“평소엔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아요. 외출을 안 하다가 전철타고 버스타고 오느라 지쳐서 더 그런 것 같네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인다.


“치료 받고 다시 집에까지 갈 거 생각하니 꿈만 같네요.”

“그러게요. 제가 생각해도 정말 막막하네요.”

“그러니까 원장님. 한 방에 고쳐 주세요. 네?”

“하아! 한 방에는 무리고, 아무튼 제가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습니다.”


그는 환자의 현재 상태를 확인한 다음 맥도 짚었다.


그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김재철님은 침 치료를 하셔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제 욕심 같아서는 한약치료도 병행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약이요?”


보호자는 당황하는 정도를 넘어서 깜짝 놀랐다.


왜 놀라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한약을 쓰면 좋죠. 하지만 우리 형편에, 에휴.”

“한약은 제가 무료로 지어드리겠습니다.”

“예? 원장님이 왜요?”

“김재철 씨 병 고쳐야 하잖아요.”

“무,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료로 지어주시는 건 좀······.”

“침 치료비도 안 받겠습니다.”

“예?”


보호자는 더 놀랐다.


“그런데 문제는! 수원에서 여기까지 오셨다 가셨다 해야 하는데, 그러실 수 있겠습니까? 택시를 타고 오실 수도 없고요.”

“매일이요?”

“매일은 아니라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지금 상태가 완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고요. 조금 전에 보호자 분께서 말씀하셨듯이 그 정도요. 당신 식사는 알아서 챙겨 드시고, 대소변 알아서 해결 할 수 있고, 집안 청소하고요. 집 근처 산책하고, 뭐, 그 정도요.”

“아유! 그 정도만 돼도 좋죠. 너무 좋죠, 원장님.”

“조금 더 욕심을 내면 보호자 분처럼 마트에서 계산하는 일이나 주차요원은 하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예. 그런 일도 할 수 있다고요?”

“제 욕심대로 된다면요. 하지만 건설현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무립니다.”

“그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원장님.”

“그 정도로 회복되시려면 수원에서 여기까지 왔다갔다 하셔야되는데, 하실 수 있겠습니까?”

“하아! 글쎄요. 오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되면 제가 일을 못 나가는데, 우린 뭐 먹고 살아요? 벌어둔 돈도 한 푼 없는데요.”


그도 이 어려움에는 아무 대답을 못했다.


그는 그 날 김채철님을 정성껏 치료 해줬다.


한약은 택배로 보내줬다.


물론 모든 걸 공짜로.


김재철님은 오지 않았다.


#


드라마 <바람의 나라>는 시청률 20%를 넘어서더니 최고 시청률 23.7%까지 치솟았다.


윤지현의 연기력에 대해 찬사가 쏟아진 반면 한지석에 대해서는 연기력 논란이 일었다.


십여 년의 연기자 생활 동안, 그는 이런 논란에 휩싸인 적이 한 번도 없어 더욱 괴로워했다.


<바람의 나라> 초반만 해도 이런 논란은 없었다.


그러나 드라마가 중반에서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연기력 논란이 일기 시작했는데, 그가 투자했던 바이오 회사의 주가가 폭락한데다가 거래정지가 되자, 그는 연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던 선민경으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자, 그는 심하게 무너진 것이었다.


그러자 23.7%를 정점으로 시청률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2회의 시청률은 17%까지 내려갔다.


물론 17%도 높은 시청률이었지만 문제는 가파르게 하락한다는 사실이었다.


꽤 많은 돈을 주고 드라마 계약을 했던 해외 업체에서 재계약을 요구했다.


20% 깎아서 재계약하자고 요구하는 업체도 있었다.


심지어 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업체 중엔 50%를 깎자고 요구하는 업체도 있었다.


이런 하락 추세라면 마지막 회는 10%선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불똥은 DS엔터에도 튀었다.


한지석의 광고제의가 완전히 끊겼다.


시청률이 20%를 넘어가자 폭주하던 윤지현의 광고계약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개런티도 떨어졌다.


그러자 DS엔터의 주가도 20%나 떨어졌다.


마 대표는 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은우 문제가 겨우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자마자, 한지석이 또 다시 속을 썩이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윤지현이 위험에 빠졌다.


한지석의 광적인 여성 팬들이 지현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의 연기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윤지현이 워낙 잘하니까 상대적으로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억지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선민경과 같은 심정의 여성 팬들도 있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지석이 비록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윤지현과 사랑에 빠지니까 질투심이 폭발한 것이다.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이 윤지현이 그냥 싫다는 여성 팬들도 있었다.


윤지현을 싫어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라도 일치하는 지점도 있었다.


“윤지현! 이 X을 가만 안 두겠어. 죽여 버릴 거야.”


그게 그들의 진심이든 단순한 협박이든, 지현으로서는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퇴근을 얼마 앞둔 시각이었다.


지현이 준영에게 전화를 했다.


-말도 안 돼. 며칠 째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요?-

-우리 집 앞에 한지석 씨 광팬들이 진을 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호텔에서 전화를 하는 거예요.-

-세상에! 아니, 지현 씨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요?-

-광적인 팬들은 그런 경우가 있어요.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니까 광적이라고 하는 거죠. 매일 호텔을 바꿔야 해요. 귀신처럼 알아내거든요.-

-참! 어이가 없네. 자기 집 놔두고 그게 무슨 일이래요? 몸은 괜찮아요?-

-그래서 전화한 거예요. 매일 매일 잠자리를 옮겨 다니는데다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안검하수가 올 것 같은 느낌이에요.-

-아! 그거 큰일이네. 드라마 촬영 아직 남아 있지 않아요?-

-2회분만 더 찍으면 끝나요.-

-알았어요. 곧 퇴근하면 호텔로 갈게요. 어느 호텔 몇 호실이죠?-

-퇴근 시간에 맞춰 대표님이 한의원으로 갈 거예요.-

-그럴 거 뭐 있어요? 택시 타고 가면 되는데요.-

-대표님 이미 출발하셨어요. 한의원에 도착할 시간 다 됐어요.-

-그래요? 알았어요.-

-준영 씨. 꼭 와야 해요. 알았죠? 꼭이요.-

-별 걱정을 다 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갈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그는 새삼 진료 가방을 점검했다. 혹 빠트린 게 있나, 확인 또 확인했다.


“두 분 다 퇴근해요. 나도 곧 퇴근할 거니까요.”


그는 두 선생도 퇴근시킨 후 마 대표만 오면 곧바로 출발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마 대표가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다. 지현의 여자 매니저와 함께 왔다.


그녀는 손에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


“대표님. 가시죠. 저는 준비가 다 됐습니다.”


마 대표는 그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무슨 준비가 다 됐어요? 하나도 안 됐구먼.”


매니저는 가방을 열었다.


마 대표는 가방 속의 옷을 꺼내더니 그의 품에 안겨주었다.


“이게 뭡니까? 전부 여자 옷이잖아요? 가발도 있고요.”

“예. 그걸로 빨리 갈아입으세요.”

“예? 이걸 나한테 입으라고요?”

“예.”

“왜요?”

“왜라뇨? 지현이한테 가셔야죠. 치료해 주러요.”

“치료하러 가는데 왜 여자 옷을 입고 가냐고요?”

“지현이하고 통화 안 하셨어요?”

“했죠.”

“여장하고 오라는 말은 안 하던가요?”

“그런 말은 없었는데요.”

“아아! 안 했구나! 그 말하면 토끼지 싶어서. 하여튼 여우야. 크크크.”

“???”

“저기, 원장님. 생각해 보세요. 지현이가 묶고 있는 호텔 방에 남자가 드나들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아아!”

“더구나 한지석이 광팬들이 지현일 가만 안 두겠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요. 남자가 드나들면 이건 하이에나한테 먹잇감 던져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알겠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저 이거 못 합니다. 아니, 안 합니다.”

“왜요?”

“저는 남자가 방송에서 여장하고 나오는 거 보는 것도 불편해하는 사람이거든요. 저 하기 싫습니다.”

“원장님.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하고 살 수 있겠습니까? 그런 사람 아무도 없거든요.”

“무슨 말씀을 하셔도 저는 못 합니다.”

“연예인들은 그런 거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세요? 시청자들이 좋아하니까 하는 거잖아요.”

“제가 연예인입니까?”

“이러지 마시고 빨리 갈아입고 가시죠. 지현이가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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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1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2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5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1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6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0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2 23 12쪽
»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2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2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8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1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0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1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7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0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89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4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6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8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6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5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4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3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3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49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38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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