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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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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59,955
추천수 :
4,249
글자수 :
804,667

작성
23.07.22 09:10
조회
1,313
추천
23
글자
12쪽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DUMMY

그는 진료실에서 선민경과 마주 앉았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그는 그렇게 물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반은 진단이 끝난 상태였다.


마주한지 일 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순간에도 미간을 좁혔다폈다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간을 좁힐 때마다 세로로 두 개의 주름이 생기곤 했다.


이는 신경이 예민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정적인 사고가 더 강할 때 이런 현상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미간은 관상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는 관상학이 아니라 진단적인 의미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은 진단학적으로 많은 의학적 정보를 제공해준다.


“며칠 전 조깅을 하다가 오른쪽 발목이 다쳤거든요. 그래서 침을 좀 맞으려고요.”


그녀는 양말을 벗으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어디 한 번 볼까요,”


그는 그녀의 오른쪽 발목 주변을 만져보았다.


그녀는 전체적으로 마른 편이었지만 발목이 유난히 가늘었다.


발목주변을 지지하고 있는 근육이나 인대도 탄력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발목에 손상이 쉽게 올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발목 상태는 심각하지 않았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며칠 동안 걷는 걸 자제하거나 집에서 온찜질만 해줘도 회복될 수 있는 상황

이었다.


그런데 예약까지 하면서 굳이 침 맞으러 온 건 어째 자연스럽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은데!’


그는 잠시 망설였다가 입을 열었다.


“평소 소화가 잘 되시나요?”

“예?”


그녀는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잠깐 당황했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미간을 좁혔고, 여지없이 세로로 주름이 잡혔다.


“예. 소화가 잘 안돼요.”

“신경을 쓰시면 더 안 되고요?”

“예. 맞아요. 그런데 신경 쓰면 누구나 그런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그런데 선민경씨는 자주 그렇다는 게 문제죠. 그리고 상태가 다른 사람보다 심하다는 게 문제이고요.”

“소화가 자주 안 되는 거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신경이 많이 예민하고, 속을 많이 끓인 다는 게 문제란 뜻입니다.”

“아 예. 요즘 그럴 일이 좀 있긴 해요.”

“선민경님의 발목은 꼭 치료를 요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예에. 역시 명의시네요.”

“예?”

“제가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 아시니까요.”

“제가 다 아는 건 아닙니다. 간혹 그럴 때가 있을 뿐이죠.”

“오빠가 왜 선생님한테만 치료 받으려고 하는지 알 것 같네요.”

“오빠 분이 저한테 치료 받은 적이 있나요?”

“한지석씨 아시죠?”

“아. 한지석씨가 오빠이신가 봐요?”

“예. 아, 아니. 친 오빠는 아니고요.”


그 말에 그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친 오빠는 아닌데 오빠라면?’


대충 감이 왔다.


한 편으로는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최고 스타와의 관계를 은연중에 발설하는 이유가 뭘까?’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그건 두 사람의 사생활일 뿐이다.


#


늘 오전에 오던 손영선이 오후에 왔다.


그녀는 오자마자 차 선생과 조 선생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주더니 그에게도 줬다.


“손영선님. 치료비 다 받고 있는데 이러시면 곤란한데요.”

“아유. 선생님께 은혜 입은 거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죠.”

“은혜라뇨? 제 덕에 복권이라도 당첨되셨나요?”

“복권 당첨이요? 호호호. 그러네요. 복권 당첨된 셈이네요. 사실은 저 어제 CF 출연 계약했어요.”

“그렇습니까?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실은 7, 8년 전에 광고 촬영 한 번하고 이번이 두 번째거든요.”

“그렇군요. 그런데 무슨 광곤가요?”

“정장제(整腸劑)요. 배에 가스차고 헛배 부른데 잘 듣는 약 광고요. 저하고 잘 어울리죠?”

“광고주의 안목이 정말 대단하네요. 손영선님을 발탁한 건 신의 한수인 것 같습니다.”

“그렇죠?”

“아니. 광고주는 어떻게 알았을까? 손영선님이 장 쪽에 강점이 있다는 걸요. 마동자님이 귀띔해주셨나?”

“시끄럽고요. 복권 또 하나 더 터졌어요.”

“또요?”

“저 오늘 드라마 출연 제의 들어왔잖아요. 이게 다 원장님 덕분이 아니고 뭐겠어요! 계속 걷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지냈다면 드라마가 뭐예요! 꿈도 못 꾸지. 호호.”

“정말 축하할 일이네요.”

“그런데 원장님 저 드라마 출연해도 괜찮겠죠? 몸 상태가 많이 회복되어 출연해도 괜찮을 거 같아서 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어떤 역이냐에 따라서 좀 다르기는 하죠. 가령 조폭 여두목 역할이라서 17대 1로 싸워야하는 역할만 아니면 별 문제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영선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저 여태 조폭 여두목 역 한 번도 한 적 없거든요. 회사 부장, 간호사, 식당 종업원, 주부, 엉? 나 무지 지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러면 뭐.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미니시리즈 <바람의 나라>의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첫 촬영은 목동의 어느 공원에서 진행되었다.


1회의 17 씬, 39 씬, 그리고 2회의 8 씬을 몰아 찍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밤 8시부터 시작된 촬영은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지현과 지석이 나란히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 두 사람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공원 내 숲길을 산책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찍었다.


아무리 베테랑 연기자들이라도 NG를 피해갈 수 없었다.


두어 차례 NG가 났는데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


재촬영의 막간을 이용해 지석이 지현의 귓가에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지현씨 전화번호도 모르고 있네요.”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닌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어떡하죠? 저 며칠 뒤에 전화번호 바꿀 건데요. 자꾸 이상한 전화가 와서요.”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표정만 보면 아주 다정하게 보였다.


먼발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민경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그러자 그녀의 미간에 세로로 주름이 잡혔다.


두 눈에 시퍼런 불꽃도 일었다.


그 날 공원에서 찍기로 예정되어 있던 마지막 씬은 두 사람의 키스 씬이었는데, 새벽 2시가 넘어 시작되었다.


지석이 적극적인데 반해 지현은 소극적이었다.


베테랑 연기자인 지현이 키스 씬에서 여러 차례 NG를 내자, PD는 그녀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겠어요, 지현씨. 일부러 NG내는 줄 알겠는데요, 하하!”


PD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녀에게는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톱스타의 자리에 오른 후로 이런 키스 씬은 수없이 찍었고, 더한 장면도 여러 번 찍었지만 이렇게 여러 번 NG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씬은 한 번에 끝내자. 그게 낫지. 윤지현 잘 알면서 왜 그래?’


그녀는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촬영에 임했다.


여러 번의 NG를 내는 그녀를 바라보는 민경은 감당하기 힘든 질투심에 사로 잡혔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고 세로로 주름이 졌다.


주먹도 불끈 쥐었다.


#


69. 8킬로.


마동자가 드디어 60킬로대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102킬로에서 69.8 킬로로.


비만치료를 시작한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이룬 결과이니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더 중요한 건 건강을 해치지 않고 이뤄냈다는 점이다.


그녀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젠 공복에 혈당을 재보면 95도 나오고, 100 조금 넘을 때도 있고, 뭐, 이 정도니 괜찮은 거죠?”

“그 정도만 계속 유지하시면 걱정은 안 하셔도 되겠네요. 그러면 혈압만 한 번 재보죠.”

“혈압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재는 걸요? 정상이에요. 완전 정상. 콜레스테롤 정상. 심지어 GOT, GPT도 다 정상이던걸요.”

“믿어도 됩니까?”

“그럼요. 제가 원장님 속여서 뭐하게요?”

“신기해서 그러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허리도, 무릎도 안 아프고, 머리도 개운하고요. 또 뭐냐? 아! 뒷목하고 어깨가 자주 아팠는데 그것도 가벼워졌고요. 피곤한 것도 잘 모르겠고, 식욕도, 으음······, 잠도 잘 자고요.”

“자, 잠깐만요. 식욕은요? 아니, 식욕은 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넘어가려고 하세요?”

“이상한 게 식욕은 하나도 좋아진 게 없어요.”

“거기서 더 좋아지면 어떡합니까?”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식욕이 줄어들지는 않았나요? 좀 줄어들면 좋은데.”

“차차 줄어들겠죠, 뭐. 치료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요.”


그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 말했다.


“하긴 식욕이 더 좋아지지 않은 것만 해도 그게 어딥니까?”

“사람이 원하는 걸 어떻게 다 가지겠습니까? 한두 개 정도는 포기해야죠.”


그녀는 매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마동자님. 저기, 비만 치료를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면 어떨까요?”

“예? 마무리요? 워, 원장님. 방금 마무리라고 하셨습니까?”

“예. 마무리요. 제 생각에는 이만하면 마무리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니. 사람이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마무리라뇨? 사람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실 수가 있어요? 원장님 원래 이렇게 잔인한 분이셨어요? 60킬로까지 빼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에헤이! 잘하면 60킬로까지 빠질 수도 있겠다고 했지, 빼주겠다고 한 건 아니죠.”

“그거나 그거 나요?”

“다르죠.”

“원장님. 갑자기 왜 변심 하신 거예요?”

“제가 처음에 말씀 드렸잖아요. 마동자님의 비만을 치료해 드리는 목적은 외모나 몸매 때문이 아니라 건강 때문이라고요. 그런데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잖아요. 식욕이 여전하다는 것 말고는 다 좋다면서요? 그러면 굳이 여기서 살을 더 뺄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도 제 몸매가 아직 쭉쭉 빵빵은 아니잖아요?”

“지금 마동자씨 몸매, 어디가 어때서요? 나무랄 데 없는 몸매에요.”


동자는 그를 째려보았다.


놀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물론 나무라자고 들면 나무랄 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 그리고 제가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사실은 체중이 너무 갑자기 빠지다보니까 피부에 탄력이 좀. 주름이. 팍! 나이 들어 보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요? 제가 나이 들어 보여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마동자님이 얼마나 동안이신데요. 나이 들어보인다는 뜻이 아니라요. 그러니까, 음, 그렇지만, 음, 뭐나 하면······? 아! 저기, 거 뭐냐? 학교도 중간에 방학도 하고 그러잖아요. 왜 그러겠어요? 치료도 때가 되면 적당한 휴식이 필요하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치료에 방학이 필요하단 말씀이죠.”

“그러면 언제 다시 시작해요?”

“제 생각에는 한 일 년 정도 쉬었다가 그 때봐서 더 쉬던가, 아니면?”

“뭐라고요? 무슨 놈의 방학을 일 년이나 해요? 원장님은 그런 학교 보셨어요?”

“아뇨. 그래서 한 석 달 정도만이라도 휴식을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거든요. 몸이 줄어든 체중에 맞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하여튼 원장님은 좀 이상해요. 전에 치료하던 데서는 효과가 없어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자고 했더니. 펄쩍 뛰면서 뭐라는 줄 아세요?”

“모르겠는데요.”

“비만 치료는 숨 쉬는 거하고 비슷해서 멈추면 안 된데요.”

“숨 쉬는 거하고요?”

“그런데 원장님은 제가 계속하자고 하자고 해도, 쉬자고 쉬자고 그러니 이상하잖아요.”

“어차피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림도 있고 그런 거 아닙니까? 그래서 세상이 재미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거 모르겠고요. 아무튼 석 달 뒤엔 다시 치료 시작하는 거죠?”

“그 때 가 봐서요.”

“봐서는 무슨 봐서요. 안 해주기만 해봐라.”


그녀는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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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1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2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5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1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6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0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2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2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2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8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1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0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1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8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0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4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6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8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6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5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4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3 22 12쪽
»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4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49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38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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