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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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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59,957
추천수 :
4,249
글자수 :
804,667

작성
23.07.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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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7화 가스라이팅

DUMMY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방에서 쉬고 있는데 지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것 보니까 저녁을 아주 맛있게 먹었나보네요?-

-예. 아주 맛있게 잘 먹었죠. 지현씨는요?-

-난 배는 고픈데 너무 피곤해서 손가락 하나 꼼짝하기 싫어요. 이럴 때는 누가 좀 먹여주면 좋겠는데.-

-몸을 너무 피곤하게 하면 안 되는데! 눈은 어때요? 괜찮아요?-

-준영씨가 치료 자∼알 해주신 덕분에 아직은 괜찮아요.-

-스트레스 받는 것도 좋지 않은데. 드라마 PD가 힘들게 하진 않아요?-

-에이, 그거 다 옛날 얘기에요. 요즘엔 PD가 연기자한테 함부로 대하고 그런 거 없어요.-

-하긴 톱스타한테 어느 PD가 그러겠어요.-

-PD보다 한지석씨가 조금 불편하기는 해요.-

-왜? 무슨 일 있어요.-

-촬영 첫날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하더라고요.-

-오 마이 갓! 아니 같이 드라마하면서 전화번호도 여태 안 가르쳐줬어요?-

-저 아무한테나 전화번호 가르쳐 주는 그런 여자 아니거든요.-

-한지석씨는 아무나가 아니잖아요? 같이 드라마 하는 남주 여준데요. 더구나 같은 소속사 식구끼리 전화번호를 모르다니! 난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네.-

-준영씨는 내가 아무 남자한테 전화 번호 가르쳐주면 좋겠어요?-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서 전화번호 가르쳐줬어요?-

-아뇨. 며칠 후에 번호 바꿀 거라면서 스윽 피했거든요. 그랬더니 어제는 바뀐 번호 가르쳐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요?-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빠서 못 바꿨다고 하니까 좀 서운해 하더라고요. 가르쳐 주기 싫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겠죠.-

-아무리 둔한 남자라도 그 정도 눈치는 있겠죠. 처음엔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젠 지현씨 마음을 알았으니까 안 그러겠죠.-

-제 느낌에는 그렇지가 않아서 걱정이에요. 또 물어볼 것 갈거든요. 안 되면 더 노골적으로 추근거릴 것 같기도 하고요.-

-야아 그거 은근히 피곤하겠는데요.-

-준영씨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걱정 되죠. 그런 일로 스트레스 받으면 안검하수 재발할 수 있다니까요.-

-그런 거 말고. 질투 안 나냐고요?-

-질투? 내가 질투요?-

-됐어요. 농담이에요. 끊어요. 촬영 때문에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까요.-


그녀는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허어! 아니 내가 전화했나? 자기가 일방적으로 전화해놓고, 또 일방적으로 끊는 건 또 뭐야? 참. 어이가 없네. ??? 질투난다고 했어야 하나?’


#


그 시각, 지석은 자신의 집 거실에서 민경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는 드라마 촬영으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이러다 난청이 재발할 것 같은 블안감이 수시로 엄습했다.


촬영스케줄을 조절해서라도 한의원에 가서 치료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던 차에 민경이 집으로 쳐들어왔으니 짜증이 확 밀려왔다.


그러나 그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눈을 감았다.


민경을 보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슨 드라마가 그래?”


그녀는 따지듯 물었다.


“남자 주인공이 바람피우는 드라마야? 그래서 제목이 <바람의 나라>야?”

“그런 바람이 아냐.”

“아니면?”

“됐어. 바람피우는 거하고는 거리가 먼 드라마야. 나중에 방영되면 봐.”

“나 첫 촬영하는 거 다 봤어. 목동 공원에서 새벽까지 지켜봤어.”

“너 거기서 촬영 있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

“마음만 먹으면 그거야 식은 죽 먹기지.”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떴다.


눈이 뻑뻑해서였다.


“윤지현이 그렇게 좋아?”

“무슨 소리야?”

“키스 씬 왜 그렇게 NG 많이 났는지 알아?”

“그거야 윤지현 씨가 NG 내서 그런 거잖아!”

“연기 잘 한다고 소문난 윤지현이 왜 NG를 냈을 거 같아? 오빠가 싫어서

그런 거야.”

“말도 안 돼.”

“원래 여자는 여자가 잘 아는 법이야. 드라마 상대역이니까 안 할 수는 없고, 하기는 싫고. 그래서 천하의 윤지현도 어쩔 수 없이 NG가 난거라고. 그런데 오빠만 좋아서 헤벌레, 정말 추접스럽더라.”

“너 말 다 했어?”

“내가 얼마나 질투가 났는지 알아? 처음엔 질투가 나다가 나중엔 화가 나더라. 마치 내가 모욕을 당하는 거 같아서 참을 수가 없더라.”

“네가 뭘 알아?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여 대? 아무리 톱스타라도 처음 보는 남자하고 키스씬을 찍으려면 잘 안 되는 게 당연하잖아. 스텝들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겠느냐고? 남자인 나도 쉽지 않은데, 지현씨는 더 힘들지.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자연스러워지는 거야.”

“앞으로는 윤지현과 키스하지 마. 나 기분 나빠.”

“허 참! 네가 뭔데? 나 배우야. 배우한테 연기를 하지 말라니 그게 말이 돼?”

“싫다고요. 정말 싫다고.”


그는 말문이 막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작가님한테 키스 씬 다 빼달라고 요구하세요. 안 그러면 이 드라마 안 하겠다고 하면 되잖아요.”

“안 하겠다고 하면? 작가님이 쩔쩔 매면서 ‘아이고, 알겠습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 빼드리겠습니다’, 그럴 것 같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제발.”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좋아. 그거는 내가 양보할게. 하지만 아무 감정 없이 해. 느끼지도 말고 무미건조하게. 윤지현처럼 싫은데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하란 말이야. 아주 딱딱하게.”

“허어 참! 너도 알지? 그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 나 피곤해. 좀 쉬어야겠어. 그만 가.”


그의 부탁에도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만 꺼지라고! 꺼지란 말이야아아아!”


#


지현의 매니저는 촬영장에 가져갈 물건들을 가방에 담더니 고개를 들었다.


“언니. 저는 준비 다 됐는데요.”

“너, 먼저 내려가서 차에 시동 걸어놔. 옷만 갈아입으면 돼.”


지현은 보이지도 않고 목소리만 들리는 걸 보니 방에서 옷을 입고 있는 모양이었다.


매니저가 집을 나가고 난 뒤, 그녀도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누군가가 앞을 막고 나섰다.


선민경이었다.


“윤지현씨!”


지현은 ‘무슨 일이시죠?’, 하는 표정으로 민경을 쳐다보았다.


“전 한지석씨하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에요.”


부드러움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말투가 딱딱하기 짝이 없었다.


“아! 그러시군요.”


믿어지지 않았다.


진짜 연인사이면 이런 식으로 불쑥 나타나서 무례하게 자신을 소개 하지 않는다.


톱스타에겐 스토커들이 종종 있다.


지현도 그런 스토커에게 시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잘 알고 있었다.


지현은 그녀에게서 바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은 모른 척하고 믿을 수밖에 없다.


“아, 그러시군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현은 고개를 조금 숙여 예를 표한 다음 ‘그런데 저한테는 무슨 일로’,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바쁘실 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릴게요. 오빠한테 꼬리치지 말아주세요.”

“꼬리요?”


역시 스토커라는 확신이 들었다.


“예. 드라마 촬영하면서 아무 감정 없이 대해 달란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지현은 헛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그런 말씀 안 하셔도 그러고 있습니다. 카메라 프레임 밖에 서는요.”

“카메라 안에서 도요. 서로 바라보는 눈빛도, 주고받는 대사도, 키스신도 딱딱하게 연기해달란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그건 말이 안 된다는 거 본인도 잘 아시잖아요?”


지현은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


그녀의 그런 감정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상식선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녀를 자극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극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짓이라도 벌이면 당하는 것은 자신일 뿐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연예인들 입장이 다 그렇다.


특히 톱스타들은 당하고도 참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카메라 안에서도 그렇게 하면 드라마 망친다는 거 잘 아실 거 아녜요? 그런 식으로 연기하면, 저 같은 연기자는 비난 받아요. 연기 못한다고요.”

“전 연기자가 아니라서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고요. 내가 아는 건 단 한가지예요. 다른 여자가 내 남자하고 웃고, 손잡고, 키스하는 거 싫어요. 미칠 거 같다고요.”

“저기 그건······.”


그 때 매니저가 다가왔다.


“언니.”


지현이 제 때 안 오니까 걱정이 돼서 온 것이다.


민경은 매니저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지현을 노려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그냥 사라졌다.


“저 여자 누구예요?”


매니저는 멀어지는 민경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


“내 팬이래. 가자. 늦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랐다.


#


실내 수영장 안은 드라마 <바람의 나라>관계자들만 있을 뿐, 일반인들은 없었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수영장을 하루 빌렸다.


<지현과 지석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어느 순간 수영장 안에서 뜨겁게 포옹한다.>


<이어서 키스.>


<수영장 의자에 나란히 누워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다.>


오늘 촬영할 장면들이다.


지현은 비키니 차림으로 수영장 주변을 서성이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


‘오늘은 NG 안 돼. 윤지현 자존심이 있지. 한 번에 끝내는 거야.’


PD가 옆으로 슬쩍 다가왔다.


“윤지현씨. 그냥 적당히 하시면 OK 하겠습니다.”


PD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굳이 하는데 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현이 진한 애정씬을 꺼려 한다는 사실은 이 바닥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출연 승낙을 받아낸 것은 애정씬은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사전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현과 PD 사이의 약속이었고, 작가는 생각이 좀 달랐던 모양이었다.


1회부터 지현이 부담스러워할 애정씬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이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얄팍한 수법이기는 하지만 효과적이기도 했다.


드라마 앞부분이 재미없으면 뒤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지현과 작가 사이에 낀 PD는 어느 한 쪽 편을 들지 못하고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이 정도야 야한 축에도 끼지 않은 걸요. 잘 할 수 있어요.”


그녀는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PD는 입이 째져라 좋아했다.


“역시 윤지현씹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PD는 흡족해하는 얼굴을 하며 멀어졌고, 지현은 감정을 잡기 위해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런 다음 수영장 주변을 서성였다.


순간 지현의 얼굴에 갑자기 긴장감이 돌았다.


수영장 한구석에 몸을 숨긴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지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불과 몇 시간 전,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협박이나 다름없는 부탁을 하던 여자.


그 여자가 몇 시간 후 자신 앞에 다시 나타난다는 것은 우연일 수 없다.


그녀는 지현을 계속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한지석을 감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지현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서로 바라보는 눈빛도, 주고받는 대사도, 키스신도 딱딱하게 연기해달란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건조하지만 위협적이었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다른 여자가 내 남자하고 웃고, 손잡고, 키스하는 거 싫어요. 미칠 거 같다고요.”


이번만큼은 NG없이 단 한 번에 끝내고 싶은 자신의 마음과 그녀의 요구가 충돌을 일으켰다.


그러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불길함이 엄습했다.


왼쪽 위 눈꺼풀이 두어 번 꿈틀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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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1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2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5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1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6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0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2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2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2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8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1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0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2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8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0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4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6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8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6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5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4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4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4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49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38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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