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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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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59,980
추천수 :
4,249
글자수 :
804,667

작성
23.08.11 09:10
조회
1,120
추천
25
글자
12쪽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DUMMY

“그런데 분위기가 조금 묘하네요.”

“뭐가요?”

“마치 제가 성원생명과학의 대표가 된 것 같은 느낌이네요. 제가 민경 씨한테 보고 받는 것 같네요.”

“원장님은 그럴 자격이 있죠. 원장님, 우리 회사 대주주이시잖아요.”

“제가요?”

“그럼요. 우리 회사 최대 주주는 성원홀딩스고요. 그 다음 대주주가 국민연금이었는데 손해 보고 팔고 나간 지 오래 됐고, 지금은 원장님이 보유지분 순위 열 번째 안에 들어요.”

“우와. 나 의외로 대단한 사람이군요. 민경 씨는요?”

“저는 한 주도 없어요.”

“그래요? 회장님께서 증여 안 해주셨나요?”

“예. 다른 계열사 주식은 조금씩 증여해 주셨는데 유독 성원생명과학 주식은 한 주도 안 주셨어요.”

“어차피 휴지 조각될 주식이니까요?”

“크큭. 뭐, 그렇죠.”

“선 회장님한테는 제가 휴지통이네요. 휴지 버리는 기분으로 저한테 던지신 거네요?”

“크큭.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네요.”

“지금 웃음이 나와요? 아유, 나 배신감 느끼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도 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휴지가 앞으로는 다이아몬드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저도 얼마 전에 좀 샀어요. 첫 월급 받은 돈으로요.”

“회사의 미래에 대해 확신이 생긴 거군요?”

“그것도 그거지만 저는 오히려 원장님의 혜안에 확신을 갖고 있는 걸요.”

“왜 이러세요? 밥 먹은 거 체하게요.”

“원장님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아시면서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모르시는 거 같으세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요.”

“잘못 보셨네요. 저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에요. 그리고 저는 그런 저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고요.”

“회사 경영에는 관심 없으세요?”

“예. 관심 없습니다.”


#


김재철 님은 모텔에서 한의원으로 치료 받으러 올 수 있을 만큼 좋아졌다.


치료를 시작한 지 열흘 만에.


한의원에서 모텔로 가는 길은 좁은데다가 한 쪽으로는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오토바이도 수시로 드나들어 건강한 사람도 다니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용케도 다녔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준영은 10일 치 모텔료를 또 지불했다.


김재철 님의 상태가 많이 좋아진 데다 폐를 끼치는 게 미안해서 이제 그만 수원으로 내려가겠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 미리 선수를 친 것이다.


“아직 하루 남았는데 벌써 돈을 내셨어요, 원장님?”

“어차피 내야하는 돈인데 생각날 때 지불한 거예요. 아! 환불은 안 된다고 하던데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그녀 역시 그의 그런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그녀는 그럴수록 더욱 열심히 일했다.


어느 날, 임 선생님이 그에게 물었다.


“여긴 토요일에 성원 그룹 사람들이 많이 오네요?”

“예. 제가 그 회사 촉탁의를 맡고 있거든요.”

“아아! 그래서 그렇군요.”


그런데 임 선생의 표정이 묘했다.


“왜 그러세요?”

“사실은 우리 양반이 추락했던 그 공사가 성원미래개발이 시행하던 아파트 공사였거든요.”

“성원미래개발이라면 성원 그룹계열사 아닌가요?”

“예. 맞아요.”


그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성원 그룹 분들 보니까 생각이 나서요. 아유! 제가 괜한 말씀을 드렸네요. 신경 쓰지 마세요, 원장님.”


그 말을 던지고 그녀는 황급히 탕전실로 들어갔다.


몇 시간 후. 마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맞습니다. 원장님. 김재철이란 분이 당시 성원미래개발에서 짓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하다가 추락사고 났던 거 맞습니다. 300 만원 보상금 받은 것도 맞고요.-

-수고하셨습니다, 대표님.-


#


그는 선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허 원장님 아니신가? 하하하. 살다보니 자네가 나한테 먼저 전화를 다하고 말이야. 안 그래도 전화를 하고 싶었는데, 자네가 하도 싫은 티를 팍팍 내니까 눈치가 보여서 참고 있었던 중이었네만.-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있지. 아암.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 하지만 물어봤자 모른다고 할 게 뻔 하니까 물어볼 수도 없고 말이야. 물어봐도 되나?-

-아뇨. 묻지 마십시오.-

-아아. 이 사람. 가르쳐 줄 것처럼 하다가 싹 빼는 건 또 뭐야?-

-회장님. 오늘 바쁘십니까? 안 바쁘면 저녁에 저한테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뭔데?-

-그건 직접 뵙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래! 알았네. 내 기다릴 테니 우리 집으로 오게. 우리 집 알지? 저녁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자고.-

-혹시 제가 30분 정도 늦을지도 모르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 괜찮아.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오게. 기다릴 테니.-


그는 선 회장의 자택으로 갔다.


“30분 늦게 올지도 모른다더니 제 시간에 왔네. 내 자네 오면 저녁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네.”


두 사람은 저녁을 먹은 후 접견실에 마주 앉았다.


“요즘 성원생명과학에서 새로 나온 화장품이 폭발적인 판매를 기록한다는 거, 자네도 들었지?”

“예. 민경 씨한테 들었습니다.”

“난리 난리 그런 난리가 없어. 없어서 못 팔아. 야근하고, 생산라인 풀가동해도 수요를 못 맞추고 있어. 하하하.”


그래서 그런지, 성원생명과학 주가는 준영이 받았을 때보다 70%나 올랐다.


“그리고 며칠 전에 발모제도 출시했거든.”

“아! 그 얘기도 들었습니다.”

“얘도 출발이 심상치 않아. 대박 조짐이 보여. 하하하.”

“정말 잘 된 일이네요.”

“민경이가 그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계속 빵빵 터지니까 복덩이가 들어왔다고 난린가 봐. 아무튼 자네 말대로 일이 진행되니 내가 아주 기분이 좋아. 정말 살 맛 나네. 우하하하.”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고맙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지난번에 미국 회사 인수 건으로 고민 중이라고 했었는데 기억 하나?”

“예. 기억합니다.”

“자네 그것 때문에 온 거 맞지? 나한테 해 줄 말이 있어서 온 거지?”

“아닙니다.”

“아냐?”

“그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래! 난 당연히 그 건으로 온 건 줄 알았는데. 그건 그렇고. 뭔지 말해 보시게.”


그는 김재철에 대해서 선 회장에게 말씀드렸다.


그의 말이 길게 이어지자, 선 회장은 점점 못마땅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선 회장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보시게. 허 원장. 우리 성원의 계열사가 몇 갠지 알고 있지?”

“25개 입니다.”

“그 25개 계열사 중 성원미래개발은 21번 째, 22번째야. 내가 성원 그룹의 오너라고 하더라도 25개 계열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속속들이 보고 받지는 않아. 다 알 수도 없고, 다 알면 내 머리가 터져 버릴 걸세.”

“그러시겠죠. 이해합니다.”

“더구나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나한테 보고도 안 들어와. 여러 명 죽어서 뉴스에 나오면 모를까?”

“그 점 역시 이해합니다.”

“건설현장에서 그런 안전사고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그 때마다 회사가 보상금 달라는 대로 다 퍼주면 어떤 회사가 버텨내겠나? 다 망해. 그렇지 않나?”

“저는 건설 전문가도 아니고, 법률가도 아닙니다. 노무전문가도 아니고요. 그래서 김재철 씨의 경우, 얼마나 합법적으로 처리되었는지 알 수도 없고, 판단할 능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보상금 300만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300만원은 확실한가?”

“예. 회장님을 찾아뵙기 전에 알아봤습니다.”

“으음. 300만원은 좀 그렇긴 하네. 그러면 얼마를 원하나?”

“저한테는 보상금을 정할 권리가 없습니다. 회사 관계자가 김재철님 가족 분들을 만나 의논할 문제 아니겠습니까?”

“음. 알겠네. 내가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그 분들을 만나 보라고 하지.”

“감사합니다.”

“이젠 자네가 내 얘기를 들어줄 차례야.”

“말씀하십시오.”

“지난번에 말했던 미국 기업 인수건 말이야. 우리 회사 경영진들하고, M&A 전문가들, 또 경영 컨설턴트들한테 자문을 구했는데 다 인수하래. 가격도 비싸지 않다면서 절호의 기회래. 이런 기회 놓치면 평생 후회할 거라면서 말이야.”

“그러면 인수하시면 되겠네요. 전문가들이 그렇다면 그렇겠죠.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난 왠지 자네 말이 듣고 싶어서 그래. 안 듣고 인수하려고 하니까 뭐라 그럴까? 음, 똥 누고 뒤를 안 닦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아아! 회장님은 비유를 하셔도 꼭 똥으로 비유를 하십니까? 지난번에도 그러셨잖아요.”

“아! 그랬나! 미안하네. 그건 그렇고 인수해? 말아?”

“모른다고 이미 말씀 드렸잖습니까? 모른다고요. 모른다는데 왜 자꾸 그러세요, 회장님?”

“알면서 모른다고 하니까 그러는 거 아냐?”


선 회장이 버럭 소릴 질렀다.


“아, 이러시려고 저녁 주신 겁니까? 저, 지금 체할 것 같습니다.”

“이러면 계산이 안 맞지? 난 자네 말을 들어 줬지 않나? 그런데 자넨 왜 안 주나? 협상을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아니지?”

“전 지금 회장님과 협상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

“협상을 하러온 게 아니면?”

“김재철님은 억울한 일을 당한 겁니다. 잘못된 일을 바로 잡으려고 회장님께 말씀 드린 것뿐이고요. 그런데 협상이라뇨?”

“좋아. 좋아. 협상이든 뭐든 다 좋다고. 그러면 내가 부탁할게. 자네한테 정중하게 부탁할게. 됐나?”

“아아! 정말 내가 미쳐. 미치고 말아. 회장님 정말 비호감이시거든요?”

“이 사람이! 비호감이란 소리 자네한테 처음 들어. 나, 여자들한테 귀엽다는 소리 얼마나 많이 듣는지 알아?”

“그런 여자들 다 회장님 돈 보고 아양 떠는 겁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시는 겁니까?”

“어쨌든! 어쨌든! 우이 씨이!”


아무리 봐도 쉽게 물러 날 선 회장이 아니었다.


그는 빨리 마무리 짓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


“제가 회장님이라면 그 회사 인수하지 않겠습니다.”

“왜? 회사에 문제가 있나?”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회사 이름도 모르고, 뭐하는 회사인지, 또 실적이 어떤 지도 모르는데요? 아는 건 미국회사라는 게 전부인데요.”

“그런데 왜 인수하지 말라고 하나?”

“회장님은 올해는 새로운 일, 큰일은 벌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사주가 그런가? 아니면 관상이?”

“그냥 올 한 해는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최대한 몸을 낮추시는 게 좋습니다. 하시던 일만 하시고요.”


선 회장은 갑자기 혼란스러워했다.


경영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인수하라는데, 비전문가가 하지 말라고 하니 혼란스러운 것이다.


‘괜히 물었나? 이런 걸 긁어 부스럼 만든다고 하는 건가?’


선 회장은 후회했다.


‘저 자식이 뭘 안다고? 한의사로서는 명의가 분명하지만 경영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지 않나!’


선 회장은 숨을 가다듬은 후 말을 이었다.


“저기 말이야. 사실은 지난번에 자네한테 물었더니 모른다고 딱 잡아떼기에 다른 사람한테 물어봤거든. 동양철학 쪽으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한테 말이야.”

“······.”

“그런데 그 양반은 자네하고 전혀 다른 말을 하더라고. 하래. 뭘 이런 걸 망설이냐면서. 그 양반 말로는 앞으로 3년은 대길운(大吉運)이 들어와 있으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래. 뭐든 하면 다 된다고.”

“복채 많이 주셨겠네요?”

“많이 줬지. 그렇게 기분 좋은 소릴 하는데 어떻게 지갑을 안 열겠나?”


그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두 사람 말이 왜 이렇게 다른가? 이럴 수도 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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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2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2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5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1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7 24 12쪽
»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1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2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2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2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8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4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2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8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0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6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8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5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5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5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4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49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39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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