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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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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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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9
글자수 :
804,667

작성
23.07.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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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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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2쪽

99화 선 회장

DUMMY

마 대표가 심하게 화를 내자, 지석은 기가 눌러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우리 그렇게 심각한 사이 아닙니다. 솔직히 몇 달 만난 건 사실이에요. 그, 그래요. 며, 몇 번 잤어요. 하지만 그게 끝이에요. 저는 걔한테 결혼하자고 한 적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걔가 일방적으로 결혼이니뭐니 떠들고 다니는 거란 말입니다.”


그는 간절한 심정으로 말했다.


마 대표는 거친 숨을 몰아 쉴 뿐 듣고만 있었다.


“아닌 말로 요즘 같은 세상에 몇 번 같이 잤다고 다 결혼하나요? 아니잖아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제가 피해자일수도 있어요.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걔한테 얼마나 시달렸는지 아세요? 이 난청이 재발할 것 같아 불안해 죽겠다고요.”


그는 자신의 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누가 그 말을 믿어요? 선민경이 결혼을 전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면 어떡할 겁니까? 아니라고 맞서서 싸울 겁니까? 맞서서 싸우면 누가 죽을 것 같냐고? 잃을 게 많은 사람하고 잃을 게 없는 사람하고 죽기 살기로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냐고요?”


지석은 아무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나는요? 지난 번 한지석씨 난청 사건 때 봤죠? 우리 회사 주가 곤두박질쳐서 내 돈이 하루에 수백억씩 연기처럼 사라지는 거요. 난 무슨 잘못이 있어 당신들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하냐고?”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건 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전들 난청이 좋았겠습니까?”

“그리고 지현이는요? 지현이는 무슨 잘못이 있어서요? 이번에는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 정도로 넘어갔지만 다음엔 알 수 없어요. 선민경, 그 미친 X이 가만 있겠어요? 언제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불안해서 사람이 살 수 있겠어요?”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지현씨는 나중에 만나서 정식으로 사과 하겠습니다.”

“그리고 허 원장님. 그 분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그 분이 아니었으면 한지석씨 난청 때문에 배우 인생 끝났을 거예요. 그랬다면 나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을 거고요.”

“그 부분은 저도 허 원장님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놔? 겨우 깨어났는데 기억을 못 한다잖아!”

“예? 기억을 못 한다고요?”

“그래. 부모님도 몰라보고, 지현이도 몰라본다잖아! 어우 씨이!”


지석은 아무 말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내 솔직히 말할까? 당신하고 허 원장님 하고, 두 사람 중에 한 사람만 선택하라면 난 허 원장님이야. 나한테는 그만큼 중요한 분이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지석은 다시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아무튼 선민경이. 당신이 책임져. 당신이 저지른 일이니 당신이 책임지라고!”


마 대표가 나가자마자, 그는 민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경의 휴대폰은 꺼진 상태였다.


“어이구 이걸 그냥 확! 사고 쳐놓고 숨으면 다야?”


그는 집을 나서 준영이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갔다.


마 대표의 말대로 준영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


성원그룹 선 회장의 대저택.


선 회장은 접견실의 소파에 외로운 섬처럼 앉아있었다.


박건영 변호사가 들어와 허리를 꺾어 인사했다.


25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고, 재계서열 10위 안에 드는 성원그룹.


그는 성원홀딩스의 법률팀 소속이지만 사실상 선 회장의 개인 변호사나 다름 없었다.


성원홀딩스는 순수 지주사가 아니라 사업형 지주사이다.


즉 자체 내 사업도 하면서 25개의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인데, 직원이 2만 명 가까이 되는 거대기업이다.


박 변호사의 월급은 성원홀딩스에서 나오니 평소에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선 회장이 부르면 즉각 달려온다.


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데다가, 선 회장이 용돈으로 찔러주는 돈이 월급보다 더 많다.


그리고 선 회장의 말 한마디면 법무팀장 자리릍 꿰차는 것은 일도 아니라서,

그는 충실한 개노릇을 기꺼이 하고 있었다.


“민경아가씨가 윤지현이라는 여배우의 머리채를 잡고 싸움을 벌였나봅니다. 아, 윤지현은 아시지요, 회장님?”

“나, 윤지현을 모를 만큼 무식한 영감탱이는 아냐.”

“아 예. 그런데 허준영이라는 한의사가 두 사람사이에서 싸움을 말리다가, 민경아가씨가 미는 바람에 계단에서 굴러서 뇌진탕이 왔나봅니다.”

“죽진 않았고?”

“제가 지금 병원에서 오는 길인데 겉으로 봐서는 멀쩡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기억상실이 왔나봅니다.”

“돈 더 뜯어내려고 쇼 하는 건 아니고?”

“담당 의사도 만나봤는데, 뇌진탕 환자에게서 기억상실은 간혹 있는 일이랍니다. 물론 피해자도 의사이니 이런 걸 알고 돈 더 뜯어내려고 쇼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얼마를 달래?”

“조금 전에 말씀 드렸지만 피해자가 기억상실 상태라서 대화를 하기가 좀. 그래서 내일 다시 가볼까 합니다.”

“민경이는 어디 있어?”

“어디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전화를 안 받습니다.”


선 회장은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금방 찾아내겠습니다.”


선 회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게 큰 사고는 아니거든요. 그냥 단순과실치상! 아가씨는 전과가 없으니 그냥 피해자와 적당한 선에서 합의 보면 그냥 깨끗하게 끝날 일이기는 한데······.”

“나도 그 정도는 알아. 걔가 내 딸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지.”


재계 10안에 드는 성원홀딩스 선 회장의 외동딸이 저지른 일이라면 문제는 많이 심각해진다.


회사의 이미지에 똥칠 할 게 뻔하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일이 커지기 전에 조용히 마무리 지으려고 간 건데, 피해자가 그런 상태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조용하게 처리하시게. 자네 그런 일 잘 하잖아.”

“알겠습니다, 회장님.”


#


마 대표는 그의 각종 얼라들을 동원해서 선민경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그녀가 선회장의 외동딸이라는 사실을 안 경찰이 뭉개고 있는 동안 각종 얼라들은 금방 알아냈다.


“남양주의 한 호텔에 숨어 있습니다. 대표님.”

“멀리도 못 갔네. 난 외국으로 토꼈나 했네.”

“그리고 선민경이 성원그룹 선회장의 외동딸입니다.”

“뭐? 그거 사실이야? 틀림없어?”


그 말을 들은 마 대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자신과 한지석이 잃을 게 많은 쪽이라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선민경이 선 회장의 외동딸이라면 잃을 게 많은 쪽은 오히려 저 쪽이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나설 이유가 없지. 괜히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칠지도 모르는데, 내가 왜?’


이쪽에서 가만있어도 저쪽에서 먼저 나서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할 것이다.


그는 일단은 상대가 하는 걸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되면 그 때 나서도 늦지 않아.’


그렇게 마음 먹고 나니 이해가 안 되는 게 한 가지 있었다.


‘한지석은 왜 선민경을 멀리했을까?’


그녀가 선 회장의 외동딸이라는 걸 몰랐나?


‘아니면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던 건가?’


그가 그만큼 선민경에게 질려있었다는 말인가?


‘선민경이 선회장의 외동딸이라는 사실을 내가 먼저 한지석에게 말할 이유는 없어. 먼저 떠들어봤자 좋을 거 하나도 없어.’


그리고 그는 준영이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


준영은 병원에서 준 저녁밥을 깨끗이 비웠다.


맛은 없었지만 배가 몹시 고팠다.


어지러움은 덜했고, 메슥거리는 것도 견딜만했다.


그는 이곳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그 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버지! 엄마!”


그는 중얼거리듯 두 분을 불렀다.


“아이고, 준영아. 엄마 알아보겠어?”

“예. 그럼요, 엄마. 제가 엄마를 왜 몰라봐요? 아버지도요.”

“아이고, 세상에! 우리 준영이가 돌아왔네. 돌아왔어.”


엄마는 그를 끌어안고 울었다.


“그런데 저, 왜 여기 있는 거예요?”


그는 자신이 입고 있는 환자복과 실내를 둘러보더니,


“여기 병원이잖아요.”


그 말에 엄마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기억 안 나? 너, 어제 밤에 있었던 일 기억 안 나냐고?”


안 난다고하면 병원에서 나가기가 힘들 것 같았다.


“기억나는 것도 있고.”


엄마는 지현에게 전해들은 대로 어제 일을 자세히 말해줬다.


“아 예. 생각나요.”


거짓말이 반이다.


다 생각나는 것은 아니었다.


지현에게 침을 놔 줬던 일, 그리고 선민경이 지현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러나 자신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던 일은 기억나지 않았다.


“가만 이럴게 아니라 선생님께 와 보시라고 해야겠어.”


아버지는 급히 나가시더니 당직의사를 불러왔다.


당직의사가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말했다.


“제가 보기에도 처음보다는 기억이 많이 돌아왔네요. 하지만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봐도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얘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하도 성화를 부려서 말이죠.”

“퇴원은 과장님이 보시고 나서 판단하셔야 되는데 지금은 곤란합니다.”


#


얼마 후 박건영 변호사가 입원실에 다시 나타났다.


병원에 심어 둔 남자의 연락을 받은 것이다.


“허준영님이시죠? 저는 오전에 찾아뵀던 변호사 박건영입니다.”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이나 오셨네요?”

“하하. 허준영님이 기억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또 왔습니다.”

“선민경씨는 찾으셨나요?”

“아직은요. 그것보다 저기······.”


건영은 마음이 조급했다.


그가 몇 시간 전보다 의식이 또렷해졌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멍청할 때 합의를 보면 유리하지.’


건영은 목을 가다듬은 후 말을 이었다.


“사실 이 사고가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사고입니다.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니까요. 만일 그 사고가 일어난 곳이 계단 옆이 아니라 평지였다면 허준영님께서 입원해 계실 일은 없을 거고요. 하하. 그렇다고 선민경씨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그는 듣고만 있었다.


“선생님께서도 한의원에 출근하셔서 환자 진료도 하셔야하지 않습니까?”

‘한의원? 그럼 내가 한의사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자신이 한의원에서 진료하던 기억들이 파편처럼 떠올랐다.


“저도 저이지만 선생님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마무리지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제가 지금 기억을 되찾고 있는 중이라서 지금 당장 합의를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건영은 자신의 얄팍한 꼼수가 막히자 조금 당황했다.


“제가 기억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선민경씨하고 직접 얘기하겠습니다.”

“이미 말씀 드렸듯이 제가 선민경씨 대리인입니다. 저하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선민경씨가 어디있는지도 모른다면서요? 그런 대리인하고 무슨 합의를 봅니까?”


건영은 뜨끔했다.


“변호사요? 명함이요? 저도 명함만 박으면 당장 변호사 되는 건가요?”

“하하. 저, 변호사 맞습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나도 변호산데! 한의사 겸 변호사요. 그런데 그 쪽 같은 변호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건영은 당황했다.


“다음에 오실 때는 선민경씨하고 같이 오시죠. 아니면 최소한 법률 대리인이라는 위임장이라도 가져 오시던가요. 변호사라는 분이 진짠지 가짠지도 모르는 명함만 달랑 내미니, 제가 선생님을 어떻게 믿습니까? 혹시 나, 기억상실 왔다고 막 무시하는 겁니까?”

“아, 아뇨. 그럴 리가요.”

“오늘은 이만 가시죠. 저 쉬어야겠습니다.”


그는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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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1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2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5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1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7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0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2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2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2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8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3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2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8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0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6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8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5 25 12쪽
»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5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4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4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49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39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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