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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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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59,967
추천수 :
4,249
글자수 :
804,667

작성
23.07.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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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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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94화 바람둥이

DUMMY

아이의 상태가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서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치료법을 구사할 필요는 없었다.


한의대 본과 3, 4학년 정도면 숙지하고 있을 혈자리면 충분했다.


그는 그래서 합곡과 태충혈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었다.


2분 정도 지압을 하자, 아이는 구토를 멈췄다.


족삼리와 중완도 해 줄 생각이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아이가 구토를 멈추자, 아이 엄마는 안도했다.


“저기, 원장님. 우리 아이가 배탈이 날 걸 어떻게 아셨어요?”

“여기 보이시나요? 양 눈 중간이요. 코가 시작되는 코의 뿌리 말입니다. 이 부위를 산근(山根)이라고 하는데, 이 산근에 가로로 줄이 나있는 게 보이시나요?”

“어머! 그러네, 정말. 저는 하루 종일 아이를 보고 있으면서도 몰랐는데요.”

“산근에 가로로 줄이 잡혀있다는 것은 비위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그렇게 많이 먹이니 배탈이 날 수 밖에요.”

“아아! 그렇구나! 저는 한창 크는 애라서 찾는 대로 먹였죠.”

“엄마 마음이 다 그렇겠죠. 하지만 너무 많이 먹는 거 좋지 않습니다. 식사량을 지금의 반으로 줄이는 게 적당합니다. 아셨죠?”


속이 편해진 아이는 편안한 표정인데, 옆에 있던 마동자가 그의 말에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


월요일 오전.


마동자는 손영선과 함께 한의원으로 왔다.


“좀 어떠세요. 손영선님?”

“정말 원장님 말씀대로네요. 너무너무 좋았던 때보다 딱 반 정도 되돌아가네요. 하지만 치료 받기 전보다는 훨씬 좋아요.”

“걸으실 수 있으면 걸어보시겠어요?”


그녀는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치료 받기 전보다는 많이 호전된 상태였다.


“허리 아픈 건 어떠세요?”

“허리도 덜 아파요. 다리 저린 것도 덜 하고요. 그리고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쭈욱 빠지면서 주저앉을 것 같은 증상은 없어진 것 같아요.”

“한 번 치료했는데 이 정도 차도를 보였다면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그럼요, 저도 아주 만족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살 것 같습니다, 원장님.”

“자! 침대 위에 올라가시죠. 침 놔 드릴 테니까요.”

“저기 원장님. 오늘도 방구 나오게 침놓으실 건가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건 오해이십니다. 토요일에도 방구 나오게 침을 놓은 건 아닙니다. 그날 방구 안 나오게 하려고 제 딴에는 신경 써서 놓은 거거든요. 그런데 손영선씨가 제 의도를 무시하고 그냥 쏘신 겁니다. 푸아∼아아악!”


그는 손으로 방구가 분수처럼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것을 흉내 냈다.


그녀는 못마땅해 하는 표정으로 준영을 째려본 다음 말했다.


“아 예. 제가 원장님의 깊은 뜻을 무시하고 방구를 끼었네요.”

“그 날 집에 돌아와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깟 방구 하나를 못 막다니! 내 침술이 아직 멀었구나! 반성 많이 했습니다.”


그녀는 몹시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방구 얘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네요.”

“방구 얘기는 손영선씨가 먼저 하셨습니다.”

“아 예. 뭐, 아무튼 오늘은 안 나오게 놓으실 거죠?”

“그럼요. 오늘도 그런 의료사고가 나면 저 한의원 폐업하고 한의사 면허증도 반납할 생각입니다.”

“아유, 뭘 그만한 일에 또 폐업씩이나?”

“엎드리시죠. 오늘부터는 무난하게 놓을 생각입니다.”


그녀는 침대 위에 엎드렸다.


그는 마스크를 썼다.


그런 다음 무난한 침법으로 무난하게 자침했다.


그는 이번에는 마동자를 보며 말했다.


“자! 마동자님. 침대위에 올라가시죠. 침 맞으셔야죠. 응? ??? 가만!”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마동자의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아니! 며칠 사이에 체중이 또 빠졌더라고요. 어제 아침에 재보니 77.9 킬로요. 줄어든 몸무게에 맞춰서 얼마 전에 산 옷이 며칠사이에 또 안 맞으니 어떡해요? 지금 몸에 맞게 새 옷 사봤자 또 며칠 지나면 클 게 뻔 하잖아요. 그래서 7, 8 킬로 더 빠질 걸 미리 예상하고 좀 작은 옷으로 당겨서 샀더니 꽈∼악 조이네요. 크큭! 어때요, 원장님? 저 무지 섹시하죠?”

“섹시한 건 잘 모르겠고요. 숨 쉬기 안 힘드세요?”

“힘들어요. 며칠 지나면 한결 낫겠죠, 뭐.”

“숨 쉬는 건 며칠 지나면 편해진다고 치고, 이 바느질한 데가 터져나가는 건 어떡할 거예요? 여기 한 번 보세요. 얘들은 며칠씩은 못 참겠다고, 여기 보세요, 여기. 막 터져나가는 것 좀 보시라고요.”


툭! 투두둑!


“봐요. 계속 터지네요.”

“어머! 내 살들. 얘들이 왜 튀어나오고 난리야?”


마동자는 뜯어진 옷 사이로 삐져나온 살들을 집어넣으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아! 원장님은 살 빠지면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 말씀 왜 미리 안 해주세요?”

“그러게요. 저도 지금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 저 반성 많이 하네요.”


마동자는 뜯어진 옷 사이로 삐져나온 살들을 계속 밀어 넣었다.


“얘들이 정말! 자꾸 삐져나오네. 야! 야! 좀 들어가라 들어가.”


#


며칠이 지났다.


딸깍!


문이 열리자 지현이 영선네 집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왔니?”


영선은 마당에서 걷는 연습을 하다가 반갑게 지현을 맞이했다.


“어머! 이제는 걸으시네요? 제가 유럽 가기 전만 해도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 하시더니.”

“그러게 말이다. 아무래도 허원장님이 나한테 무슨 마법을 건 것 같다. 며칠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니? 신기해 죽겠다.”

“그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준비는 다 되셨어요?”

“나야 뭐 준비랄 게 있냐? 몸만 가면 되는데, 뭐.”

“요 앞에 차 세워 놨는데, 거기까지 가실 수 있겠어요?”

“살살 걸어가면 문제없어.”

“그럼. 가세요.”


그녀는 영선을 부축해서 차 있는 곳까지 왔다.


대로로 접어든 차는 한의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도로는 복잡하지 않았다.


“허원장님 말이야. 난 그 분 이해가 안 되더라.”

“어떤 면에서요?”

“아니, 그 양반 실력이야 이번에 나도 경험했으니 의심할 필요 없고, 그 정도 실력이면 마음만 먹으면 떼돈을 벌 텐데 왜 그러고 있어?”

“선생님이 보시기엔 한심해요?”

“한심한 건 아니지만, 한방병원이라도 크게 차리면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 텐데 말이야.”

“한방병원이요?”

“그래. 한의원에 가보니까 그렇게 크지도 않고, 환자도 미어터지는 것도 아니야. 그냥 몇 사람 침구실에서 치료받고 있고, 몇 사람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고, 그 정도던데?”

“호호호. 그래서 실망하셨어요?”

“실망할 것까지야 없지만, 나는 환자가 하루에 수백 명 오는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

“그 사람 스타일이 원래 그래요. 전에는 하루에 삼십 명만 봤거든요. 그렇게 했더니 항의가 자꾸 들어와서 얼마 전부터 사십 명으로 늘인 거예요.”

“그래!”

“대신 다른 한의원하고 차이나는 거 못 느꼈어요?”

“느꼈지. 실력이 대단하다는 거!”

“그것도 그거지만, 환자 한 명 한 명 정성을 다해 진료하는 거 못 느끼셨어요?”

“아. 그래. 그건 네 말이 맞다. 환자 한 명 진료하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린다니? 다른 의사라면 대여섯 명 볼 시간에 한 명 붙잡고 쭈물딱거리고 있는 것 같더라.”

“맞아요. 그 사람 원래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러니 하루에 환자를 백 명씩이나 어떻게 봐요?”

“그러네. 그랬다가는 쓰러지겠다.”

“사실은 전에 마 대표님이 그런 말씀하시더라고요. 준영씨 한방병원 차리고 우리가 투자하면 어떻겠냐고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

“말도 꺼내지 말라고 그랬어요. 준영씨 그런 욕심 없는 사람이라고요.”

“네 말 듣고 보니 그러네. 허 원장은 실력은 최곤데 떼 돈 벌 생각은 없는 사람이네.”

“맞아요. 그래서 더 믿음이 가는 사람이에요.”

“그나저나 새 미니시리즈는 언제 촬영 들어가?”

“다음 달부터요.”

“한지석은 남미에서 왔대?”

“왔대요. 어젠가?”

“지현아. 한지석이 걔 조심해라.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소문 있더라.”

“그래요? 한지석씨 지금까지 스캔들 한 번도 없었는데!”

“지난 번 소속사에서 한지석이 난청 있다는 거 알고, 재계약 안 한 거 같다고 했지?”

“그냥 그렇게 추측한 거죠. 안 그러면 재계약을 왜 안 했겠어요? 안 할리가 없잖아요?”

“그렇긴 한데 여자문제 터지는 거 막느라고 지쳐서 재계약 안 했다는 얘기도 있더라.”

“그래요?”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지만, 아무튼 너도 조심하라고.”

“알겠어요. 조심할게요.”

“한지석이 난청도 허원장님이 고쳤다며?”

“예, 한지석씨 난청 때문에 대표님 한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잖아요. DS 엔터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가 또 폭등했다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요.”

“남미촬영가서는 청각에 문제가 없었대?”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어제 왔다는 말도 대표님한테 전해들은 거니까요.”


영선은 고개만 끄덕였다.


#


남미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지석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한의원이었다.


여독도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준영을 찾았다.


지석은 진료비를 몇 배 더 주더라도 그를 집으로 오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 때는 한지석씨 사정이 그랬으니까 어쩔 수 없이 댁으로 왕진 갔지만 이제는 한의원으로 오실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석은 내원할 수밖에 없었다.


“남미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까?”

“저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다행입니다.”


그는 지석의 상태를 진맥한 후 침을 놔주었다.


“지난번에 지어주셨던 한약을 한 번 더 지어 먹었으면 하는데요.”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촬영 때문에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그 한약을 한 번 더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다음 달부터 미니시리즈 촬영에 들어가기 때문에 치료 받으러 자주는 못 올 것 같습니다.”

“할 수 없죠. 하지만 시간 나는 대로 오시죠.”


지석이 대기실로 나가는데 지현과 영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의원 대기실에서 두 스타를 함께 보게 된 환자 몇이 환한 얼굴로 수군거렸다.


여차하면 두 사람과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사인도 받았으면 하는 눈치였다.


지석이 먼저 알은체했다.


“지현씨. 여기서 만나네요.”

“그러게요. 지석씨 귀국했다는 소식은 대표님에게 들었어요. 남미에서 드라마 촬영은 잘 마무리 하셨어요?”

“예. 걱정해주셔서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는 뒤늦게 영선을 알아보고 인사했다.


“손영선 선생님 아니십니까?”

“날 알아보네요?”


영선은 약간 빈정 상하는 말투로 물었다.


아무리 조조연만으로 돈 연기자라고 하더라도 선배는 선밴데, 자신에게 먼저 인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의 서운함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요. 저 선생님 팬이에요. 제가 선생님 연기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빈말이라도 지석이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서운했던 마음이 약간 풀어지는 것도 같았다.


“두 분 한 작품에서 같이 연기한 적이 없나요?”


지현의 물음에 그는 잠깐 기억을 더듬더니 말했다.


“안타깝게도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요.”


지석의 말에 영선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 모시고 작품 같이 할 수 있으면 큰 영광이겠습니다.”

“아유. 그런 기화가 온다면 내가 더 영광이죠. 호호호.”


지석이 기분을 맞춰주자, 영선은 서운했던 마음이 다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의원에는 어쩐 일로?”

“아! 허리가 좀 아파서요. 여기 원장님께 며칠 치료받고 많이 좋아졌어요”

“아, 다행입니다. 선생님. 치료 잘 받으시고요. 그럼 저, 먼저 가겠습니다.”

“그래요. 다음에 또 봅시다.”


그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 후 접수대 앞으로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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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1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2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5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1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6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0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2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2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2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8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2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0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2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8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0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6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8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5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4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4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4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49 22 12쪽
»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39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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