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찌송이 서재

나의 비하인드 스토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찌송이
그림/삽화
Art & Culture
작품등록일 :
2022.11.24 16:13
최근연재일 :
2022.12.19 20:3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408
추천수 :
37
글자수 :
160,349

작성
22.12.18 23:08
조회
24
추천
1
글자
12쪽

파랑새 (3)

DUMMY

닉스는 분명 똑똑히 들었다.

메르헨이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마물로 변하기 전, 사람일 때의 목소리를 듣고 메르헨이 반응한 거라면······.

이 남자는 불모지에서 죽었다는 그 메르헨의 아빠인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마물이 된 것일까.

게임이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무 죄책감 없이 그들을 학살하면서 경험치라고 좋아할 수 있었고, 거부감 없이 비싼 가격에 전리품을 팔 수 있었다.


이 마물이 사람이라는 것을 안 지금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못해······.‘


그것이 대답이었다.

사람을 죽이면서 쾌락을 느끼는 살인마도 아니었고, 사람을 팔 정도로 타락하지 않았다.

물론, 마물 전부가 사람이었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잘 생각해보면 인간형 마물들은 어느 정도 지능이 있어 패턴이 매우 까다로웠었다.


인간형 마물들이 다 사람이었다는 건가······.


작게 중얼거린 닉스는 이제까지 알고 있던 마물에 대한 기본 상식이 완전히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배속 깊은 곳에서부터 신물이 역류할 거 같았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목구멍 근처까지 올라온 것을 억지로 꾹꾹 내려보냈다.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충격이 큰 건 어린 메르헨이지 않은가.


“아······빠······?”


메르헨은 팔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고, 간식이 든 종이봉투를 놓쳤다.

그 안에 든 동그란 모양의 간식이 그대로 굴러 마물의 발끝에 닿았다.


“선배! 메르헨을 대피시켜요!”

“······.”


닉스가 소리쳤지만, 노엘도 상당히 충격받은 상태였다.

입을 벌리고 멍하게 바라보던 그녀도 사람이 마물로 변한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불모지에 있는 인간형 마물들은······.


“선배!!!”

“······어?”


닉스는 그녀가 더 이상 생각하지 못하도록 소리쳤다.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라 움직여야 할 때였다. 아직은 마물이 웅크린 채 반복적으로 등이 들썩일 뿐이지, 언제 돌변해서 공격해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메르헨이요. 데리고 가세요!”

“서, 선배인 내가······.”

“선배가 메르헨을 지키는 게 더 안전해요!”

“······알았어.”


노엘이 판단했을 때도 현재 자신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이미 정신적인 부분에서 무리가 있었고, 오히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검을 든 닉스가 자신보다 더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마물은 닉스에게 맡기고, 노엘은 메르헨을 살폈다.


“이런······, 충격이 너무 큰가.”


메르헨은 의욕을 잃은 것처럼 공허한 눈으로 멍하니 마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강제로라도 이곳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야 했기에 노엘은 메르헨을 끌어안고 일어섰다.

닉스와 눈이 마주쳤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는 의미를 전했다.


“에으으르······헤엔······.”


노엘과 메르헨이 떠나려 할 때, 웅크리고 있던 마물이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주둥이까지 늑대처럼 변해버린 탓에 발음이 새는 거 같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메르헨.


자기 딸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마물이 되어서 본능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작······은, 파, 파······랑새······. 메에르으으······헤은으······흐흐흑!”


웅크린 채 숨만 쉬며 천천히 들썩이던 마물은, 이제는 마치 흐느껴 우는 거처럼 소리 내며 들썩거림이 빨라졌다.


“아, 아빠······, 아빠 맞아! 우리 아빠야!!”

“메, 메르헨!!”


노엘의 품에 안겨있던 메르헨이 갑자기 반응을 보이더니 발버둥 치고 노엘에게서 벗어났다.

울면서 마물에게 달려가려는 걸 노엘이 잡으며 막았다.


“이거 놔! 우리 아빠가 맞단 말이야!! 아빠-!!”

“안 돼, 메르헨! 저건 더 이상 메르헨의 아빠가 아니야!!”

“아빠 맞아!! 아빠만 메르헨을 작은 파랑새라고 부른단 말이야-!!”

“그래도······!!”

“이거 놔아아!!”


메르헨은 자기를 막고 있는 노엘의 손을 울며불며 때리면서까지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작은 손은 검술로 단련된 노엘에게는 그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했다.


“파아랑······새애······, 으으······, 크흐으으아악!!!”


마물이 갑자기 포효를 지르기 시작했다.

끔찍한 손으로 자기 머리를 쥐어뜯다가 메르헨의 소리에 자극받은 거 같았다.


“조심해요!!”

“크으아아아!!”


아니나 다를까, 마물은 메르헨을 발견하자마자 짐승의 비명과 함께 달려들었고, 미리 예상한 닉스가 앞을 막아서면서 그 공격은 일단락됐다.

분명 마물의 뒤에는 닉스가 검을 들고 당장이라도 공격할 거처럼 있었는데, 마물은 그런 그를 무시하고 메르헨을 노리는 것 같았다.


“안 돼!! 아빠 아프게 하지 마!!”

“크와아악-!!”

“제길!!”


아빠를 공격하려는 닉스에게 메르헨이 소리치자, 오히려 마물은 그녀의 소리를 듣고 더 사나워졌다.

두 발로 서 있는 마물의 몸은 더 부풀어 오른 거 같았고, 얼굴도 더 늑대처럼 변해있었다.

광기를 담은 짐승의 눈에는 자신의 딸이었던 어린아이만을 노렸다.


’인간일 때의 기억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메르헨만을 노리는 마물의 모습은 지독한 집착처럼 보였다.

완전한 마물이 되기 위해 본능적으로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머릿속을 괴롭히는 가족을 없애기 위해.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작게 중얼거린 닉스는 검을 다잡았다.

이제부터 마물이 아닌 사람을 벤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했고, 망설임 따위 가져서는 안 됐다.


“크르······ 크흐윽······.”


마물은 하얀 입김을 뱉으며 앞을 가로막은 닉스에게 눈길을 옮겼다.

그것과 마주친 닉스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뭔가 애원하는 눈빛을 느꼈다.


-제발 저를 막아주세요.


마치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딸아이를 헤치지 않도록 자신을 죽여달라고.


“······제가 책임지고 막아 줄게요.”

“키에아아앗!!!”


대답한 듯한 닉스의 말에 마물은 찢어지는 비명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메르헨의 아빠가 안도한 것인지 아니면 남은 이성을 없애려는 마물이 분노한 것인지, 누가 됐든 관심의 대상을 메르헨에게서 옮긴 것만은 확실했다.


쾅!


닉스가 검을 들고 자세를 잡자, 마물은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덤벼오는 속도는 낮에 만났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달빛에 광증과 함께 신체 능력이 올라간 모양이었다.


솨아악!


손톱이 공간을 찢는 소리가 매서웠다. 닉스가 옆으로 스텝을 밟으며 회피하자, 마물이 쫓아오며 쉴 틈도 없이 공격을 계속했다. 공격에 담긴 힘에 허공을 가르는 파열음이 나올 정도였다.

닉스가 아슬아슬하게 피하자마자 곧바로 검을 놀렸다. 공격을 피할 생각이 없는 마물은 흉측한 몸으로 검을 받아냈다.


촤악-


마물의 비어 있는 옆구리가 베이면서 피가 하늘에 흩뿌려졌다. 그 양으로 봤을 땐 큰 타격이었는데, 바로 돌아서 공격하는 마물의 힘을 봤을 땐 전혀 그렇지 않은 거 같았다.


콰과과광!


피한 자리가 마물의 공격에 금이 가고 부서졌다. 머리카락과 학생복이 미친 듯이 펄럭였다.

그러나 닉스는 불어닥치는 강풍과 바닥의 잔해를 몸으로 맞으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기회가 날 때마다 곧장 마물의 체력을 깎아냈다.


“크르르-!”

“체력도 엄청 늘었나보군.”


닉스는 베고, 또 벴다.

분명 그가 압도하고 있었으나, 쓰러지지 않는 마물이었다. 점점 상처가 늘어날 때마다 마물의 폭력적인 기세는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촤악-!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살갗을 파고드는 칼부림의 난도질에도 마물은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거뭇한 짐승의 털가죽이 피와 함께 붉게 물들며 더욱 괴악하게 변해갔다.


“제길, 네임드화인가.”


삐죽삐죽 선 붉은 털이 원래 모습과 완전히 달라지고 있었다. 마치 하수도 야수처럼 불길한 기운도 내뿜었고, 점점 존재감 자체가 거대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것은 게임에서도 흔한 현상은 아니었다. 가끔 일반 마물의 체력이 바닥을 보일 때, 폭주하며 네임드로 변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외형이 바뀌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체력과 공격력이 올라가는 것이 컸다.

마물이 진화한 것이다.


“크롸아아악-!!”


붉게 물든 갈기가 휘날리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마물의 포효가 천둥 같은 굉음을 울렸다. 그 광경을 목격한 닉스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세상이 운명대로 따르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려는 거 같았다.

이래도 바꿀 생각이냐며······.


“빌어먹을 만큼 너무하네.”


있을지도 모르는 하늘에 계신 누군가에게 한 말이었다. 하수도 야수에게 없던 3 페이즈가 생긴 거부터, 일반 마물의 네임드화까지, 모든 상황이 악의가 있다고 할 만큼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키야아앗-!!”


콰앙!


닉스의 말에 하늘이 진노한 것처럼 답하는 마물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단순한 발 구름 한 번에 바닥이 부서질 정도로 강렬했다.


’패턴이 크게 바뀐 건 아니다.‘


닉스는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큰 동작으로 달려드는 마물의 품으로 파고들며, 다시 상처가 있는 옆구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닉스는 섬뜻함을 느꼈다.


“이런!”


마물은 마치 닉스의 움직임을 예상했다는 듯 공격의 괘도를 바꿨다. 짐승의 발이 올라가며 사납게 닉스의 복부를 걷어찼다.


퍼억!


둔중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닉스의 몸이 뒤로 떠오르며 내동댕이쳐졌다.


“쿨럭······!”


눈 깜빡할 사이에 타격을 허용한 닉스의 몸이 휘청거렸다. 곧바로 일어나서 반격하려 했으나, 입속의 핏물이 터져 나오면서 그럴 수 없었다.


’무슨 힘이!‘


생각보다 강해진 마물에 닉스는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이 정도면 하수도 야수와 맞먹는 정도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네임드 마물은 보스가 아니었다. 아무리 높게 쳐줘도 일반 마물보다 조금 더 나은 체력과 공격력, 미세한 패턴의 차이 정도였다. 그러니 결코 보스 마물과는 맞먹을 수 있는 수준이 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앞에 있는 마물은 달랐다. 공격을 당한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보스 마물인 하수도 야수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는 것을.


네임드화가 된 순간, 잠깐의 방심도 해서는 안 됐다.


’생각보다 피해가 크다.‘


닉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게임에서 이 세계를 몇십 번이나 위험으로부터 구해냈을 만큼 경험이 많았다. 또한 수많은 전투를 겪었고, 끝도 없이 죽기까지 해봤다. 그런데 이 정도로 당할 수준이라면 이후에 나올 무시무시한 것들에게 살아남지도 못할 것이다.

운명을 바꾸는 걸 하늘이 방해한다면 더더욱이나.


쿵쿵쿵!


마물이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오자, 겨우 몸을 일으킨 닉스의 눈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저게 무슨!”


노엘은 닉스가 갑자기 들고 있는 검을 집에 넣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러나 다음 행동으로 그녀의 눈은 의문으로 바뀌었다. 닉스가 이제껏 뽑지 않은 다른 검에 손을 올렸기 때문이다.


“닉스······?”


닉스는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잡지는 않았다. 그저 올리고 있는 상태 그대로, 자세를 낮추고 언제든 발검(拔劍)하려는 것처럼.


콰앙!!


마물이 발사되듯 먼저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쇄도한 마물의 커다란 손톱이 닉스의 머리를 노렸다.

닉스는 마치 피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마물을 보지 않고 있었다.


“안 돼!!!”


노엘은 닉스의 눈앞까지 도달한 날카로운 손톱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보지 않고 싶었다. 조금 전까지 같이 있던 후배가 죽는다니. 아직 어린 노엘에게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촤아악-!


“끼에에아앗-!!!”


그 순간,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사람의 것이 아닌 목소리였다.

눈을 뜬 노엘이 본 장면은 큰 충격이었다. 생각한 것의 반대였기 때문이다.


쿵!!


붉은색 검을 들고 있는 닉스와 그의 발밑에 쓰러진 마물이 보였다.




재밌게 봐주세요. 추천과 댓글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비하인드 스토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파랑새 (4) 22.12.19 23 1 11쪽
» 파랑새 (3) 22.12.18 25 1 12쪽
27 파랑새 (2) 22.12.17 29 1 10쪽
26 파랑새 (1) 22.12.16 32 1 12쪽
25 중간고사 (5) 22.12.14 31 1 12쪽
24 중간고사 (4) 22.12.13 29 1 12쪽
23 중간고사 (3) 22.12.12 32 1 14쪽
22 중간고사 (2) 22.12.11 36 1 12쪽
21 중간고사 (1) 22.12.10 36 1 14쪽
20 시나리오 시작 (6) 22.12.09 43 1 13쪽
19 시나리오 시작 (5) 22.12.08 45 1 13쪽
18 시나리오 시작 (4) 22.12.07 47 1 16쪽
17 시나리오 시작 (3) 22.12.06 48 1 13쪽
16 시나리오 시작 (2) 22.12.05 49 1 14쪽
15 시나리오 시작 (1) 22.12.04 53 1 17쪽
14 그의 소문(6) 22.12.03 49 1 14쪽
13 그의 소문(5) 22.12.03 49 1 17쪽
12 그의 소문(4) 22.11.30 52 1 13쪽
11 그의 소문(3) +1 22.11.30 51 2 13쪽
10 그의 소문(2) 22.11.29 49 1 11쪽
9 그의 소문(1) 22.11.29 51 1 13쪽
8 악역의 비밀(7) 22.11.28 53 1 11쪽
7 악역의 비밀(6) 22.11.28 59 1 10쪽
6 악역의 비밀(5) 22.11.27 58 1 13쪽
5 악역의 비밀(4) 22.11.26 61 2 9쪽
4 악역의 비밀(3) 22.11.25 61 1 11쪽
3 악역의 비밀(2) +1 22.11.24 71 3 9쪽
2 악역의 비밀(1) +1 22.11.24 80 3 10쪽
1 프롤로그 +1 22.11.24 107 3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