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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송이 서재

나의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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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송이
그림/삽화
Art & Culture
작품등록일 :
2022.11.24 16:13
최근연재일 :
2022.12.19 20:3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411
추천수 :
37
글자수 :
160,349

작성
22.11.24 16:50
조회
80
추천
3
글자
10쪽

악역의 비밀(1)

DUMMY

정말 게임을 많이 하긴, 많이 했나보다.

게임 캐릭터인 엘가트가 말을 걸고 접촉까지 하다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됐다.


게다가 나를 '닉스'라고 부르다니.


”괜찮아? 어디 아픈 거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빠져 있으니, 엘가트는 나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안 되겠다. 오늘은 좀 쉬어, 닉스. 내가 선생님께 말씀 잘 드릴게."


엘가트는 그렇게 말하며 아래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집어 들었다. 곧 등교 시간이기 때문에, 지각하지 않으려면 이제 출발해야 했다.


”푹 쉬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소년은 손목시계를 보고 방문을 열며 나갔다.


그제야 혼자가 된 나는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펴봤다.

칙칙했던 자취방은 어디 가고, 낯선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햇빛도 잘 들어 곰팡이가 필 일도 없어 보이고, 물이 샐 거 같지도 않았다. 실제로 이런 방은 보증금이 얼마나 되려나.


아니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않은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을 찾아 걸어갔다.


"어······?"


말도 안 돼.

거울 속에는 잘 알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닉스 프테온.'


내가 아니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닉스 프테온의 것이었다.

닮은꼴이라고는 검은색 머리카락 하나뿐이었다. 이런 생각할 때는 아니지만, 벌써부터 어린 녀석이 얼굴에서 퇴폐미까지 느껴지는 게 빌어먹게도 잘 생겼다.


개인적으로 소년 만화 주인공처럼 생긴 엘가트 보다, 빌런이 될 닉스의 어두운 분위기를 가진 얼굴이 더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게 이제 나였다.


"아야!!"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꼬집었다.

꿈속이었으면 방금 그거로 깼을 텐데······.


"아니, 이게 무슨······.“


여전히 거울 속에는 닉스 프테온의 얼굴이 보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부정하기엔,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꿈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었다.


“하하, 하하하······.”


입에서 헛웃음이 계속 나왔다.

어이가 없지 않은가. 내가 게임 캐릭터가 되다니.

아니······, 게임 캐릭터에 ‘빙의’가 된 건지, 아니면 깨지 않는 ‘꿈속’인 건지, 뭐가 뭔지 모르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상식이라는 게 가능키나할까.

확실한 건, 이곳에서의 모든 감각이 현실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해서, 세면대를 잡으며 숨을 골랐다.

너무 많은 혼란한 상황에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다.


치직-


그 순간, 혼이 빠져 있는 눈앞에 푸른색 스파크가 번쩍였다. 그 모습이 너무도 이색적이라, 손으로 벌레 쫓듯 휘두르고 뒤로 물러서다가 벽에 등을 부딪쳤다.


“뭐, 뭐야!”


그것은 움직인 거리 만큼 따라와 점차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상태창]


- 이름 : 닉스 프테온


- 나이 : 17살


- 종족 : 인간


<재능>


- 없음 (???)



이건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었다.

푸른 배경에 글씨가 적혀 있는, 게임에서 보던 상태창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러니까 더 현실적이지 않았다. 허공에 게임 시스템창이 나타나다니.

누군가의 장난이라면 이제 그만해야 할 것이다. 점점 진짜 돌아버릴 거 같으니까.


“하······, 미친!”


입에서 실소와 함께 욕지거리가 흘러나왔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뺨을 쳐봐도 앞에 있는 상태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살아 숨 쉬는 것도, 고통을 느끼는 것도 현실과 같은데 게임에서나 보던 시스템 창이 나온다니.

마치 현실과 게임의 사이에 있는 기분이었다.


끼릭-


몽롱한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물을 틀어 찬물로 세수했다.


“후우······.”


생각했던 차가운 물 그대로 시원함을 느끼고, 다시 거울을 쳐다 봤다.

그 와중에 웃기게도 세수할 때 손에 느껴지는 얼굴의 피부가 매끈매끈한 것이, 기가 막혔다. 이렇게 어린 피부를 다시 느껴볼 수 있을 줄이야.


상황을 정리해 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지금, 이 거지 같은 상황에 골머리를 더 썩여 봤자 바뀌는 건 없었다.

이건 꿈이 아니다. 아무리 부정하고 믿지 않아도, 이제 여기가 현실이다.


그래, 이번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

최근에는 소설이나 만화, 게임, 심지어 드라마, 영화까지, 이세계로 빙의하거나 환생하는 게 트렌드이지 않았는가.

지금 상황이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자취방에서 게임만 주구장창 했던 게이머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제일 잘 알고, 좋아하는 게임 속 세상인데 말이다.


“그래, 이게 게임이든 현실이든 뭐든, 하아······, 이제 될 대로 되라지.”


뭐라 하든, 이곳은 엘가트 게임 속 안이었다.

몇 회차나 클리어한 고인물인데, 뭐가 어렵겠나.

앞이 어두컴컴하던 지구에서의 삶이 암울했으면 더 암울했지, 낫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 해보자.


“문제는, 내가 닉스라는 건데······.”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 닉스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게임 속 세상에 온 것까지는 다 좋은데······,

주인공이 아니고, 무능력자에, 질투와 열등감으로 빌런이 되는 캐릭터인 것이 문제였다.


엘가트와 쌍둥이 형제라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처참하게 재능이 없는 인물.

레르다블 아카데미도 수석으로 입학한 엘가트와는 다르게, 간신히 턱걸이로 아슬아슬하게 입학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쯤이면 이미 아카데미 내에는 닉스가 가문의 힘으로 입학했을 거라는 소문이 자자하겠지.


“될 거면 엘가트나 되지.”


물론 가장 안타까워하는 인물은 닉스였다. 그렇다고 닉스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예를 들면 불쌍한 이웃에게 도움은 주고 싶어도, 내가 그 불쌍한 이웃처럼 되는 건 싫은 거랑 같은 맥락이랄까.


“잠깐만······.”


마침 눈에 들어온 상태창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 없음 (???)


“물음표는 뭐야?”


재능의 목록 중 없음은 알겠지만, 뒤에 물음표가 있는 것이 이상했다. 엘가트 게임에서 나오는 물음표 표시는 숨겨진 것을 의미했으니까.


“닉스는 분명 재능이 없을 텐데?”


재능이 모두 엘가트에게 갔다고 말할 정도로, 닉스는 무능력자가 분명했다. 그러다 그것 때문에 결국 금단의 힘에 손을 대서 빌런이 되는 거였고.

그런데 숨겨진 재능이라니.


모든 걸 해 본 게이머로서 호기심이 끊임없이 증식했다.

이건 참을 수가 없다.


“게임에선 마우스로 선택하면 됐는데.”


지금은 게임처럼 마우스 커서가 없으니, 손가락으로 상태창에 있는 물음표를 터치해 봤다.


치이익-


상태창이 반응하면서 물음표였던 문자가 타들어 가더니 점점 글씨로 바뀌었다.


- 피의 혈족 (봉인)


“피의 혈족? 여기서 왜······?”


정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의 혈족은 게임 후반부 보스, 피의 여왕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금지된 피를 지닌 혈족은 오래전 신성 제국에 의해 이단이라며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불사의 몸을 지닌 여왕만이 수 세기를 살아남아 이성을 잃었고, 결국 엘가트와의 전투에서 소멸하는 것이 혈족의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17살인 닉스의 나이를 보면 아직 게임은 처음 부분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시기에 맞지 않은 피의 혈족이 지금 등장하다니.

게다가 닉스에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번에는, 상태창에 있는 피의 혈족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피의 혈족 (봉인)]


- 설명 : 혈족의 지도자, 피의 여왕과 먼 친척 관계인 로델린 프테온의 조상은, 동족의 저주받은 피를 혐오해 혈족을 떠나 자신의 힘을 봉인했지만, 시대를 걸쳐 닉스 프테온에게만 진하게 전해졌다. 강력한 혈족의 피가 다른 재능들을 집어삼켜, 함께 봉인된 상태이다.



“뭐!?”


엘가트와 닉스의 어머니인 로델린 프테온이 피의 혈족 자손이었다고!?


왕국 제일의 검이라고 불리는 아버지인 이자크 프테온과는 다르게, 어머니 로델린 프테온은 게임 내에서도 비중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저 항상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따뜻하게 아들들을 맞이해주는 자비롭고 현명한 어머니상이었을 뿐.


생긴 것도 엘가트는 아버지를 닮고, 닉스는 어머니를 닮았는데.

물려받은 것마저도 서로 각자 물려받았다니.


게임에서의 닉스는 이 사실을 평생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 또한 지금 상태창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테니까.


“이놈도 사실 엄청난 녀석 아니야!?“


하긴 용사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 엘가트와 쌍둥이 형제인데, 아무 능력이 없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긴 했다.

물론 신의 선택받은 엘가트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겠지만.


”일단 봉인을 풀어야겠는데?“


봉인을 없애야만 재능의 능력이 나타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게임처럼 똑같이 무능력자로 살아가게 되겠지.


그럴 수는 없었다.

이제 닉스가 되어 버린 지금,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이상 배드엔딩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로델린한테 가는 건···.“


혈족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겠지.

봉인에 관련된 것 또한 불 보듯 뻔했다.


”흐음······.“


스스로 봉인을 풀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상태창을 보면 뭔가 알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했는데, 반투명한 그것 너머로 거울에 비친, 레르다블 아카데미 교복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밖에 없겠네.“




재밌게 봐주세요. 추천과 댓글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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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중간고사 (2) 22.12.11 36 1 12쪽
21 중간고사 (1) 22.12.10 3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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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시나리오 시작 (5) 22.12.08 45 1 13쪽
18 시나리오 시작 (4) 22.12.07 47 1 16쪽
17 시나리오 시작 (3) 22.12.06 48 1 13쪽
16 시나리오 시작 (2) 22.12.05 49 1 14쪽
15 시나리오 시작 (1) 22.12.04 54 1 17쪽
14 그의 소문(6) 22.12.03 49 1 14쪽
13 그의 소문(5) 22.12.03 49 1 17쪽
12 그의 소문(4) 22.11.30 52 1 13쪽
11 그의 소문(3) +1 22.11.30 52 2 13쪽
10 그의 소문(2) 22.11.29 49 1 11쪽
9 그의 소문(1) 22.11.29 51 1 13쪽
8 악역의 비밀(7) 22.11.28 53 1 11쪽
7 악역의 비밀(6) 22.11.28 59 1 10쪽
6 악역의 비밀(5) 22.11.27 58 1 13쪽
5 악역의 비밀(4) 22.11.26 61 2 9쪽
4 악역의 비밀(3) 22.11.25 61 1 11쪽
3 악역의 비밀(2) +1 22.11.24 7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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