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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송이 서재

나의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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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송이
그림/삽화
Art & Culture
작품등록일 :
2022.11.24 16:13
최근연재일 :
2022.12.19 20:3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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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
추천수 :
37
글자수 :
160,349

작성
22.12.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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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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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시나리오 시작 (6)

DUMMY

다음날, 프테온 가문은 아침 일찍 이스턴을 떠났다.

아버지를 선두로 한 기사들은 북쪽으로, 어머니를 태운 마차와 고용인들은 프테온 영지로.

올 때처럼 제복에 망토를 두른 아버지는 다시금 닉스에게 내기를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고, 어머니는 다 좋으니 다치지만 말라고 하셨다.


그렇게 그들은 떠나보내고 닉스와 엘가트는 서로 각각의 반으로 등교를 했다.

닉스는 주말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다행히 늦지 않게 C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서 와, 닉스!”


그를 제일 먼저 반겨준 것은 노엘라였다. 노란 머리에 에메랄드빛 눈동자인 그녀는 아침에 더욱 활기차 보였다.

닉스는 그런 그녀를 향해 손을 들어 대답하고 항상 앉던 노엘라의 옆자리인 창가에 가서 앉았다.

옆에 노엘라를 힐끔 쳐다보니 그녀답게 약초에 관한 책을 열중해서 읽고 있었다.

딱히 관심이 없는 닉스는 주말 동안 느끼지 못했던 평화로움을 만끽하며 의자에 등을 기대 따스한 햇빛이 들어오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종소리가 들림과 함께 교실에 담임 칸이 들어왔다.


“다들 주말 동안 잘 쉬었나.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중간고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각자 전공 과목을 제대로 준비하는 게 좋을 거다. 참고로 검술은 쉽게 점수 얻을 생각하지 말아라.”


칸은 힘 있는 목소리로 강조하면서 얘기했다.

검술 얘기에 교실 안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큰일 났다고 수군거리며 탄식을 뱉었다.

레르다블은 시험의 내용을 교사들의 본인 역량으로 종류도 난이도도 알아서 하게 했다. 그중 칸은 유독 학생들이 곤란해하는 것으로만 골라서 시험으로 냈고,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으로 채점하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점수는 나락을 달리게 될 거다.


‘시험이라 오랜만이네.’


고등학교 수능을 본 이후로 제대로 된 시험을 보는 것은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사회에 치여 살면서 고등학교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것을 느꼈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한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게 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시험 보는 걸 좋아하게 될 줄이야.

그리고 기대하는 사람은 닉스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첫 시험이라니, 너무 기대 돼! 얼마나 다양한 약초들이 사용 될까!?”


옆에 앉은 노엘라는 칸의 말에 눈빛을 빛내며 기대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법학을 전공과목으로 선택했지만, 교양과목으로 듣고 있는 연금술의 시험에 더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녀답다고 해야 할까, 만약 연금술이 전공과목이 있었다면 그녀의 성적은 최상위에서 있었겠지.


‘필기는 문제 없을 거 같고···.’


정작 순위에 걱정해야 하는 사람은 닉스 본인이었다.

레르다블 아카데미에서는 1년에 4번의 시험을 보는데, 중간고사는 필기와 실기로 이루어져 있고, 기말고사는 토너먼트 형식인 대련 경기로 순위를 매겨 평가가 이루어져 있었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물론 기말고사에서 높은 순위에 드는 것이 중요했지만, 중간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놔야 합산한 최종 순위가 높게 나올 수 있었다.

마치 중간고사가 그저 거쳐 가는 곳처럼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최상위 성적을 노리는 학생들은 오히려 중간고사가 키포인트라고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닉스는 그 중간고사를 아주 좋은 성적으로 가져갈 생각이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닉스는 곧바로 훈련실로 갔다.

벌써부터 시험을 준비에 훈련실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다행히 수업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온 닉스는 얼마 남지 않은 빈자리를 하나 차지할 수 있었다.

개인실에 들어간 닉스는 몸을 간단하게 풀었다.


“나쁘지 않네.”


몸 상태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어제보다도 혈폭화의 반동이 많이 줄어들어 있어 지금은 약간의 근육통만 남아 있는 수준이었다.


“그럼 어디······.”


닉스는 가져온 것 중에 홍월을 들었다.

어떤 것보다 강력한 물건이기 때문에 사용하려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홍월의 설명에 나온 것처럼 사용자의 의식을 좀먹혀 버릴지도 몰랐다.

어제 꿈에서 나온 노인처럼.

그리고 피의 혈족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알아내야 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선 현재로서 단서가 너무 없었고, 어쩌면 피의 여왕에게 찾아가 물어야 할 수도 있었다.


스릉-


홍월이 부드럽게 검집에서 빠져나왔다. 그것은 닉스를 주인으로 인정했는지 이제 더 이상 그의 손을 거부하지 않았다.

붉은 칼날인 홍월은 마치 맞춤 제작이라도 한 것 마냥 크기도, 무게도 닉스에게 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칼날을 꺼낸지 얼마지나지 않아 닉스에게 변화가 생겼다.


- 피를 다오···, 힘을 주겠다···. 피를 다오···.


머릿속에서 어떤 말이 울리기 시작했다.


“크윽······.”


그것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속을 울렁거리도록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울렁거림은 짜증으로 바뀌어갔고, 짜증은 분노로 변해갔으며 급기야 무언가에 대한 집착이 되어 욕망이 일어났다.


탁!


닉스는 자신이 무언가로 변해 끔찍한 짓을 저지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바로 홍월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머릿속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하게 돌아왔고, 닉스는 손에 들린 홍월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래도 홍월은 웬만하면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순간적으로 꿈속에서 나왔던 노인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홍월을 휘둘러 피를 보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위험한 것은 그렇게 하면 정말로 엄청난 힘을 줄 거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원하는 것을 모두 이뤄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전능함을 줄 거라고.


“능력을 쓸 때만 뽑는 게 좋겠어······.”


홍월은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할 때에만 잠깐 뽑아, 능력인 피의 참격을 사용 후 넣어야 할 것 같다. 지금으로써는 그것이 홍월의 능력을 최대한 사용하는 방법이다.


다시 홍월을 한쪽에 놓은 닉스는 방금의 나쁜 기분을 잊고 수련을 시작했다.



* * *



“경축 드립니다. 공작님!”


대륙 최대의 광산을 토대로 가장 기계공학이 발전한 나라 트리타 왕국의 연회장.

그곳은 이번에 완공된 기관차의 축하를 피로하는 자리였다.

불모지가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빙 둘러서 가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기관차를 깔아 온 나라들이 오고 갈 때 좀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기관차의 계획은 연회장에서 주인공인 사내, 샤를로트 공작의 입에서 처음 나오게 됐고, 대륙 최대의 건설에 가장 큰 공로자로 그는 선량한 인품과 기사들에게 존경받는 기사도까지 갖추고 있어 그는 트리타 왕국뿐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도 귀감이 되는 인물이었다.

그를 축하하러 온 많은 수의 인사들이 한 명씩 다가와 한마디씩 붙이고 갔다. 샤를로트 공작도 그에 일일이 답해주었고 미소를 잊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서른도 넘지 않은 나이에 공작님은 이런 엄청난 것을 생각하셨을까. 평민들에게도 선망받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샤를로트 공작님이야말로 역시 귀족으로서 너무 잘 어울리는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샤를로트 공작을 바라보는 여인 무리에서 나오는 평가였다.

아직 혼인하지 않은 그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것들로 치장한 여인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자신이 더 그에 대해서 잘 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작님······.”


연회장의 중앙에서 와인을 들고 사람들을 상대하던 샤를로트 공작의 옆으로, 고용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와서 귓가에 무어라 속삭였다.

그를 들은 샤를로트 공작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고용인을 돌려보냈고, 들고 있던 와인을 홀짝 마시고 내려놓으며 근처의 인사들에게 여전히 미소를 지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아무도 그것에 대해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연회가 진행되면서 그에게 사람이 붙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그는 그 모든 사람들을 단 한 번도 얼굴에 피로함을 나타내지 않은 채 맞이해줬고,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고 있기에 그가 잠시 쉬러 가는 것에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은 것이다.


자리를 떠난 샤를로트 공작은 연회장을 벗어나 야외의 정원으로 나왔다. 무성한 풀들이 관리가 잘 되어 모양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나쁘지 않은 풀 내음이 풍겨왔다.


퍼석.


그의 뒤로 누군가 다가온 소리가 들려왔고, 샤를로트 공작은 뒤를 돌아 바라봤다.

그곳에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누군가가 있었다.


“무슨 일이냐. 내가 분명 샤를로트로 행동할 때에는 접근해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연회장에서 있었던 항상 미소를 잃지 않던 그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의 샤를로트가 고개를 숙인 누군가를 노려봤다.


“죄송합니다. 허나······ 여왕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고개를 든 그 사람의 얼굴에는 가면이 씌어져 있었다. 그리고 말을 들은 샤를로트 공작의 눈은 파르르 떨렸다.


“······그 말이 사실이냐.”


깨어났다고? 잘 못 들은 것이 아니겠지.

샤를로트 공작은 본인이 듣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대답 없는 잠자는 여왕이 깨어나기를.


아주 오래전 조상께서는 어느 광산 속에서 거대한 꽃봉오리 같은 호박 결정을 발견하셨다고 했다.

그 안에는 인간 형체의 무언가가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고,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매료된 조상께서는 매일 같이 정성스럽게 곁에서 돌 조각들을 떼어내고 닦아내며 소중한 보물처럼 대하셨는데, 어느 날 그것에게서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 나를 깨우거라······.


- 영원한 삶을 주겠다······.


그 이후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호박을 깨려 했지만,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그러다 불모지에서 마물에게 휘두른 무기를 사용했을 때 호박은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고, 그것이 무기에 묻은 마물의 피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후 아예 마물의 시체를 가져와 받치니 그것은 마치 메말라가는 식물처럼 허겁지겁 검은 형태의 줄기를 뻗어 시체에게서 검은 기운을 빨아 먹었다.

그러자 호박은 조금씩 아주 천천히 꽃이 개화하듯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그것을 깨우기 위한 단체를 만들었고, 나중에는 호박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받아들여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비밀스러운 활동은 수십 년을 걸쳐 현재의 샤를로트 공작의 시대에 다크시커의 여왕이 되어 깨어난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벌써?


샤를로트 공작이 최근에 봤을 때의 여왕은 아직 깨어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그것은 깨어났다.


“여왕님께서는 무어라 하시더냐······.”


말이 떨렸다. 여왕께서 깨어나는 순간에 그 자리에 없었던 자신이 한탄스러웠다.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가면을 쓴 자는 주머니에서 마공학 구슬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잠시 후, 빛을 내며 다크시커의 본거지 안의 모습을 보여줬고 호박이 개화하는 순간을 담아냈다.


적갈색의 꽃봉오리 같은 호박은 정말 꽃이 만개하듯 열렸고, 그 안에 있던 웅크린 여왕이 깨어남과 동시에 검은 기운이 바닥을 가득 채울 정도로 흘러내렸다.

눈을 뜬 여왕은 흰자 대신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눈동자는 호박처럼 진한 갈색으로 악어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그 외에는 매혹적이면서 치명적인 장미 같은 그녀의 모습은 영상만으로도 배 아래 쪽을 뜨거워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샤를로트 공작을 포함한 영상 속의 추종자들 역시, 그녀에게 시선을 뺏긴 채 입을 벌리고 있을 때 핏빛처럼 붉은 그녀의 입술이 서서히 열렸다.


- 가져오거라. 심연의 파편를······.


그녀의 목소리는 황홀할 정도로 듣기 좋았다. 그리고 머릿속의 한편에 새겨질 만큼 강렬했다. 그것을 끝으로 영상은 끝났지만, 샤를로트 공작은 마치 여왕의 모습을 되새기듯 영상이 있던 자리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후 여왕님께서는 다시 잠에 들으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박 속이 아니라 침실로 옮겨드렸습니다.”

“잘······했다. 심연의 파편, 그것이 무엇이냐.”

“현재로써는 알 수 없습니다. 허나, 꼭 알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샤를로트 공작의 눈이 사납게 타올랐다.


“모든 것을 대동해서 알아내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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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중간고사 (3) 22.12.12 32 1 14쪽
22 중간고사 (2) 22.12.11 36 1 12쪽
21 중간고사 (1) 22.12.10 3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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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시나리오 시작 (3) 22.12.06 48 1 13쪽
16 시나리오 시작 (2) 22.12.05 49 1 14쪽
15 시나리오 시작 (1) 22.12.04 53 1 17쪽
14 그의 소문(6) 22.12.03 49 1 14쪽
13 그의 소문(5) 22.12.03 49 1 17쪽
12 그의 소문(4) 22.11.30 52 1 13쪽
11 그의 소문(3) +1 22.11.30 51 2 13쪽
10 그의 소문(2) 22.11.29 49 1 11쪽
9 그의 소문(1) 22.11.29 5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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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악역의 비밀(6) 22.11.28 59 1 10쪽
6 악역의 비밀(5) 22.11.27 58 1 13쪽
5 악역의 비밀(4) 22.11.26 61 2 9쪽
4 악역의 비밀(3) 22.11.25 61 1 11쪽
3 악역의 비밀(2) +1 22.11.24 71 3 9쪽
2 악역의 비밀(1) +1 22.11.24 8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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