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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송이 서재

나의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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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송이
그림/삽화
Art & Culture
작품등록일 :
2022.11.24 16:13
최근연재일 :
2022.12.19 20:3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406
추천수 :
37
글자수 :
160,349

작성
22.12.17 22:49
조회
28
추천
1
글자
10쪽

파랑새 (2)

DUMMY

이스턴의 길가에서 시민들은 특이한 조합의 무리를 보았다.

두 어린아이가 한 소년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째려보면서 걷고 있었고, 그들의 뒤로 여자와 강아지가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왜 계속 따라와!”

“내 맘이거든!”


닉스가 예상했던 모습과 전혀 달랐다.

서로 좋은 친구가 될 줄 알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서로를 보자마자 원수지간처럼 노려보면서 티격태격했다. 그래서 닉스는 정말 그녀들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어 그녀들의 사이에서 난감한 표정으로 중립을 지킬 뿐이었다.


반면에 뒤에서 아이들의 짐을 모두 들고 따라가는 노엘은 닉스가 그저 부러웠다. 인형처럼 생긴 귀여운 아이들이 양쪽에 있다니.


“비올라, 근데 진짜 괜찮겠어? 엄마 심부름 중이었잖아.”


닉스는 자기 왼손을 잡고 놓지 않는 비올라에게 물었다.

심부름 중이었던 비올라가 딴 길로 새면서 엄마에게 혼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네, 괜찮아요!”


게슴츠레한 눈으로 메르헨을 견제하고 있던 비올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닉스에게 세상 귀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닉스! 얘 시러, 데리고 가지 마!”


비올라의 모습에 뭔가 다급해진 메르헨도 닉스의 오른손을 당기며 말했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네······.“


닉스는 계속 다투고 있는 둘의 모습을 보고, 이유가 무엇이 됐든 자신이 중재를 나서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두다간 몸이 남아나질 않을지도 모르니까.


”그만.“


단호하게 말하며 양손을 들어 그녀들에게서 손을 빼냈다.

아이들에게 너무 오냐오냐해주면 상대에 대한 배려를 배우지 못하고 자라게 될 것이다. 때로는 따끔하고 엄격하게 잘못한 걸 잡아 주는 게, 오히려 아이들을 한층 성장하도록 만들 것이다.


”너희가 계속 이렇게 싸우면 이스턴에 안 나올 거야. 앞으로 초콜릿도, 아이스크림도 안 사줄 거고.“


닉스는 인상을 쓴 근엄한 표정으로 양쪽의 아이들에게 따끔하게 말했다.

그러자 서로 방금까지 싸우고 있던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똑같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그건······.“

”죄송해요······.“


고양이 같이 신경을 세우던 아이들은 꼬리를 축 내린 것처럼, 불쌍한 표정을 짓고 닉스를 쳐다봤다.

그 모습을 본 노엘은 뒤에서 헉, 하며 마음이 약해졌지만, 닉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눈빛을 강렬하게 만들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거 같았다.


”미, 미안해······.“

”아냐, 내가 미안해······.“


아이들은 그 눈빛을 잘 알아들었다. 과거 자신들이 잘못했을 때 엄마가 사과하라고 말할 때의 눈빛과 닮아 있어서였다. 그래서 서로 망설이다가 결국, 누구 먼저랄 것 없이 사과하며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그 잠깐의 마주침으로 서로의 의견을 담아 보냈다.


’잠시 휴전이야.‘


닉스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인 아이들은 피식한 후, 마치 보라는 듯 손을 잡았다.


”같이 아이스크림 먹을래!?“

”응! 좋아!“


그리고 사이좋은 친구처럼 노엘에게 다가가 아이스크림 통을 받아서 같이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애들은 착해.‘


그 모습을 본 닉스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역시 아이들은 순수한 거 같다고 생각하며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렇게 비올라가 합류하고 다 같이 돌아다니면서 간식들을 사주다 보니, 어느새 하늘은 붉게 칠한 것처럼 물들어갔다.


”비올라, 이제 들어가야지. 엄마가 걱정하실 거야.“


비올라가 늦어지면 델라가 걱정할 걸 알기에, 닉스는 저번에 가본 적 있었던 과일 가게로 향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친한 척을 했던 아이들은 돌아다니면서 어느새 진짜로 친해졌는지 서로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비올라, 안 가면 안 돼······?“

”다음에 또 놀자. 다음에는 내가 아는 놀이터에 데리고 가줄게!“


가게의 앞에 도착한 아이들은 손을 잡으며 다시 만날 기약을 했다.

특히 메르헨은 살면서 또래의 친구를 처음 사귀어서 그런지, 좀 더 이별에 대한 슬픔이 큰 거 같았다.


”비올라, 왔으면 얼른 들어오렴~“


가게 안에서 비올라 엄마, 델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럼 메르헨, 닉스 오빠, 노엘 언니, 잘 가요! 리리도 안녕!“


손을 흔들면서 일일이 인사를 마친 비올라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메르헨은 살짝 열린 문틈으로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는 비올라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도끼를 들고 나무를 베어오던 아빠와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다 함께 마중 나갔던 엄마의 모습이 문뜩 떠올랐다.


”······.“


아빠랑 엄마랑 함께 지냈던 때가 떠오른 메르헨은 애써 눈가에 고인 눈물을 삼키며 참아냈다.

분명 닉스의 쌍둥이 형, 엘가트가 부모님을 찾아준다고 말했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리면 아빠랑 엄마를 볼 수 있으니까, 조금만 참으면 될 거야.


”메르헨, 오늘은 아카데미에서 자고 갈래?“


닉스는 비올라가 떠나고 급격하게 텐션이 낮아진 메르헨에게 물으며 다가갔다.

아카데미에서 재우는 이유는 이미 집으로 돌아가기엔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마녀의 숲에서 습격한 마물이 또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메르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은총의 골짜기로 돌아가는 게 무서운 이유도 있었지만, 돌아간다고 해도 혼자 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가자.“

”응······.“


메르헨의 무거운 발은 닉스가 등을 받쳐주면서 떨어질 수 있었다.

괜히 시간도 노을이 질 시간이라서 그런지, 아이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간식거리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바닥만 보면서 걷는 메르헨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말없이 옆에 있어 주는 것뿐이었다.


”왕······.“

”오늘은 나랑 같이 자자.“


리리도 주인의 마음을 알아차린 건지 다리에 몸을 비비며 위로했고, 전까지 뒤에서 있었던 노엘도 앞으로 나와 아이의 손을 잡으며 마음을 달래줬다.

그들의 노력에 메르헨은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졌다. 친오빠처럼 든든한 닉스와 자신을 좋아 해주는 이상한 언니 노엘, 항상 곁에서 있어 주는 리리까지. 이들이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도시에서 벗어나 아카데미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가로등이 켜지지 않았지만, 하늘에 뜬 보름달의 달빛에 은은한 것이 잘 보였다.

남들이 보면 구름에 가려지지 않은 보름달을 이쁘다고 생각하겠지만, 닉스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달빛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보름달이 뜬 날에는 마물의 광증도 심해졌기 때문이다.


”언니가 잘 때 동화 들려줄까?“

”웅!“


아무 걱정 없이 가는 메르헨과 노엘이 눈에 들어왔다.


’괜한 걱정인가.‘


낮에 마물을 놓쳐서인지 너무 신경이 예민해졌던 거 같다.

어느새 이 세계에 익숙해진 건가 하고 피식하며 웃은 닉스는 속도를 올려 앞서가는 이들에게 붙었다.


부스럭-


”······잠깐.“


거의 메르헨의 뒤까지 도착할 즈음, 닉스는 오솔길 옆의 나뭇잎에서 움직임을 느꼈다.

닉스는 바로 메르헨의 어깨를 붙잡아 멈추게 만들었고, 그의 행동에 노엘도 부스럭거린 방향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어떤 남자가 나무에 기대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근데 그의 옷이 찢어져 거의 벗다시피 한 몰골은 꽤 처참했다. 이곳저곳 상처들과 핏자국이 있었고, 무엇을 먹은 건지 입가에는 붉은색으로 가득했다.


”도, 도와줘······.“


그 남자는 닉스와 일행에게 넘어지면서 손을 뻗으며 도움을 청했다.

닉스가 경계하면서 그에게 다가갔고, 노엘은 남자의 몰골 때문에 메르헨의 눈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누구시고요.“

”그, 그들이······, 나에게 이상한 짓을······.“


남자는 나무의 그림자 아래서 신음을 흘리며 어렵게 입을 열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부축하기 위해 닉스가 더 다가갔다.


”그들이라뇨? 누구 말하는 거에요?“

”모, 모르겠······. 녀석들은······.“


남자가 말하는 동안 다가가던 닉스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가, 가면을······ 쓴 놈들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남자의 어깨에서 마치 검으로 뚫린 거 같은 상처가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가진 검의 칼날과 크기가 일치해 보였다.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닉스는 인상을 찌푸리고 그럴 리 없다며 남자를 지켜봤다.


그리고 남자가 그림자 밖으로, 달빛으로 손이 나오는 순간,


”아, 아빠!? 아빠 목소리가 나!!“


뒤에서는 메르헨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앞에서는 달빛이 스며들며 이상하게 변하는 남자의 손이 보였다.

짐승의 털이 전체적으로 나기 시작하며 뼈들이 기괴하게 움직였고, 빠진 손톱 자리에는 날카로운 새것이 자라났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 달빛 밖으로 기어 나오는 남자의 모습에, 말을 잃은 닉스와 노엘은 곧 완전히 변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미, 미친······.“


닉스에게서 욕이 작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노엘은 메르헨의 눈을 가리고 있던 손에서 힘이 풀리며 내려갔다.


”아빠!! 아빠 어딨······!!“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이 내려가면서 아빠를 찾던 메르헨은 앞에 나타난 것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놈이었다.

낮에 봤던 늑대와 사람을 섞어놓은 거 같은,

마물.




재밌게 봐주세요. 추천과 댓글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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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중간고사 (4) 22.12.13 29 1 12쪽
23 중간고사 (3) 22.12.12 32 1 14쪽
22 중간고사 (2) 22.12.11 36 1 12쪽
21 중간고사 (1) 22.12.10 36 1 14쪽
20 시나리오 시작 (6) 22.12.09 42 1 13쪽
19 시나리오 시작 (5) 22.12.08 45 1 13쪽
18 시나리오 시작 (4) 22.12.07 47 1 16쪽
17 시나리오 시작 (3) 22.12.06 48 1 13쪽
16 시나리오 시작 (2) 22.12.05 49 1 14쪽
15 시나리오 시작 (1) 22.12.04 53 1 17쪽
14 그의 소문(6) 22.12.03 49 1 14쪽
13 그의 소문(5) 22.12.03 49 1 17쪽
12 그의 소문(4) 22.11.30 52 1 13쪽
11 그의 소문(3) +1 22.11.30 51 2 13쪽
10 그의 소문(2) 22.11.29 49 1 11쪽
9 그의 소문(1) 22.11.29 51 1 13쪽
8 악역의 비밀(7) 22.11.28 53 1 11쪽
7 악역의 비밀(6) 22.11.28 59 1 10쪽
6 악역의 비밀(5) 22.11.27 58 1 13쪽
5 악역의 비밀(4) 22.11.26 61 2 9쪽
4 악역의 비밀(3) 22.11.25 61 1 11쪽
3 악역의 비밀(2) +1 22.11.24 71 3 9쪽
2 악역의 비밀(1) +1 22.11.24 80 3 10쪽
1 프롤로그 +1 22.11.24 107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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