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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SanE

차원의마신 아틀라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깃팬
작품등록일 :
2022.02.13 13:26
최근연재일 :
2022.03.04 00:17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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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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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83,453

작성
22.02.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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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전사의 결투

DUMMY

"그냥 덤벼!"


손을 까딱이는 우주 공통 도발에도 괜히 오크 족장이 아닌지 노련하게 웃어넘겼다. 인간의 가소로운 만용은 손바닥 위에 올려둔 개미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개미는 불에 지져야 맛이지.'


인간을 잡아서 사지를 잘라내고 꼬챙이에 끼워서 산 채로 구우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만 해도 신이 난 오크 족장은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또한, 인간은 누린내만 잡아내면 세상에 이런 별미가 또 없었다.


"뭔 주접인지 모르겠다만, 집에 혼자 있을 때 하지."


"인간! 그만 죽어라!"


타앗!


무지막지하게 돌격하면서 휘두른 도끼는 그 자체만으로도 태풍을 일으키는듯한 일격이었다. 정면에서 받아낸다면 고래라도 두 동강 낼 수 있을 것이다.


다다닥!


인간은 그 태풍을 피해서 태풍 속으로 달려들었다. 불나방 같은 인간을 비웃은 족장은 오랜만에 피 맛을 볼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가고 광기에 물들었다.


우웅~!


도끼가 막 인간의 연약한 살을 찢으려는 순간 눈앞에 인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허공을 갈랐지만, 족장은 실망하지 않고 적을 찾아내 재차 휘둘렀다.


슈웅~ 키리릿!


첫 공격을 한 뼘 차로 피해낸 이현은 족장에게 파고들어 허리를 베려 했지만, 생각보다 갑옷이 튼튼해서 긴 상흔만 새겼다.


우웅!


아쉬워할 새도 없이 지척까지 다다른 도끼를 피해 앞구르기를 하자 간발의 차이로 등을 스쳤다. 회피 후 공격에서 또 회피까지 한 동작처럼 미끄러웠기에 가능한 일이다.


속도에서 완벽히 뒤진다는 것을 인정한 오크 족장은 자신의 힘과 체력을 이용해서 계속 밀어붙였다.


웅~! 웅~! 슈웅!


계속해서 휘둘러지는 도끼를 인간이 모두 피해내자 족장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지만, 도끼는 쉬지 않았다. 물론 자신은 아직 지치지 않았으나 인간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건만 숨소리가 하나도 거칠어지지 않고 있었다.


"쥐새끼같이 잘도 피하는구나!"


족장은 몰랐으나 이현이 입은 갑옷은 착용자의 모든 능력을 보조하는 물건이었다.


또한, 이곳의 인류는 퓨어지만, 지구는 차원도약과 동면을 견디기 위해 전 인류가 한차례 유전자 변형을 거쳐서 다음 세대까지 이어졌기에 이곳의 인간과는 달랐다. 신체 능력은 오크보다 못해도 장비가 보조한다면 평범한 시민들조차 오크보다 셀 것이다. 거기다 모든 시민이 예비역이라 현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웅~! 웅~! 웅~!


뿅! 뿅! 뿅!


전투가 이어질수록 요상한 소리의 공격에 데미지가 쌓여가지만, 적은 데미지가 없어 보였다. 갑옷도 이음새란 이음새는 적의 공격에 너덜너덜해져 갔다.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한 족장은 도끼를 크게 휘둘렀고 보폭이 커졌다.


슈우욱!


이현은 문지기에게 썼던 대로 와이어를 잡아당겨서 속도를 올려서 슬라이딩으로 족장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했다. 물론, 에너지 건으로 급소란 급소는 모조리 알 까기를 했다.


크악!


점프 팩으로 자세를 바로 한 이현은 좀 전에 에너지 세이버로 상흔을 남겼던 곳을 베었지만, 멀쩡했다. 곧바로 검 끝에 에너지를 집중시켜서 찌르자 깊진 않았지만 충분히 박혔다.


"크!크!크! 인간 공격은 끝인가?"


족장은 끝난 줄 알았는지 비릿한 미소를 지었지만, 아직 아니다. 이현이 검의 에너지를 모조리 과부하 시키자 전기가 발생했고 족장의 속살과 금속제 갑옷이 전도체가 되어서 검을 타고 내외부로 퍼져나갔다.


파찌지직~!


"크아아악! 크악!"


"템빨도 실력이지."


고통스러운 비명이 광장을 울렸고 살타는 기분 나쁜 냄새가 이현의 코를 찔렀지만, 이 순간만큼은 승리의 향기로 느껴졌다.


"...그,, 그걸 쏴라!"


족장이 직접 나선 결투는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전사의 결투이다. 무엇보다도 결투광인 오크들에겐 누구나 꿈꾸는 명예로운 결투이다. 치열한 혈전의 끝에 승자는 족장으로서 권리와 경의를 패자에겐 오직 죽음뿐이다.


동물의 세계와 같지만, 이것이 오크들의 법이고 의의고 전쟁과 복수의 신을 섬기는 종으로써의 의무다.


'난 살아야 한다...'


족장은 그것을 저버렸다. 부족민들의 신의는 잃을 테지만, 차기 족장 후보들은 죽거나 다쳤기에 아무도 불만을 들어내지 않을 것이다. 삶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그에겐 더는 명예가 중요하지 않았다.


구경하던 오크들이 갈라지면서 3기의 석궁을, 아니 공성용 발리스타 같은걸 든 오크들이 나타났다. 두 명이 등으로 고정하고 한 명이 조준했다.


피슝! 피슝! 피슝!


"와 이걸..."


-뚫려요!


퉁! 퉁! 파앙!


검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공격이 아니다. 피할 새도 없이 2발이 방어막에 튕겨 나갔고 1발이 전투복의 복부에 꽂혔고 그 충격으로 땅에 처박힌 이현은 고통에 신음하면서 장창 같은 화살에 달린 밧줄을 잘라냈다.


쿠당탕!


마침 밧줄을 잡아당기려던 녀석들이 단체로 뒤로 발라당 넘어갔다. 이현은 상처가 생각보다 깊지 않은 것 같아서 안도하며 복부에 꽂힌 화살을 빼내 살펴보니 철시였다. 절대 사람에게 쏘는 무기가 아니다.


"...괴, 괴."


"죽어!"


바닥에서 일어나 당황하고 있는 족장에게 점프 팩으로 순식간에 파고들어서 목을 잘라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다물지 못한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경고! 에너지 레벨0》


명예의 결투를 구경하거나 부지런히 발리스타를 재장전하던 오크들이 모두 손을 멈추고 침묵에 잠겼다. 족장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취익! 괴물이다!"


"취이익! 오크 살려라!"


"족장님이 죽었다! 도망쳐라!"


괴성을 지르면서 오크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뭔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한 이현은 그들을 말릴 수 없었다. 그래도 의리는 있는지 부상자를 이고 지고 매고 어린애들까지 챙겨서 자취를 감췄다.


"우리가 나쁜 놈이야?"


-그래도 마을을 쑥대밭(?)을 만들긴 했으니까요...


광기와 살기로 가득하던 광장은 어느덧 이현과 아이 둘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젠 상처 좀 봐요.


크윽.


전투복 상의를 벗자 피가 흘러내렸고 고통에 신음했다. 겉보기보다 상태가 심했던 것이었다. 조금만 위로 갔다면 피가 문제가 아니라 심장이 뽑힐뻔했다.


-미련하게.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소독제와 지혈제로 치료하고 압박밴드를 붙였다. 간단하게 야전에서 할 수 있는 완벽한 처치였다.


"괜찮네."


여유를 되찾으니 100여 구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잘리고, 뚫리고, 찢어져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고, 녹색의 피가 웅덩이를 이뤘다. 인간의 비릿한 피 냄새와는 다른 피 냄새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우웩!


모두 자신의 손에 죽어 나간 생명이다. 문득 손에 묻은 녹색의 피를 보니 헛구역질이 나왔다. 먹은 게 없어 희멀건 위액과 피가 섞여서 바닥을 적셨다.


-마스터 괜찮아여?


"괜찮아."


살인이야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지겹게 했으나 실제로 피가 튀기고 내장이 쏟아지거나 뇌수가 흘러내리는 광경은 보지 못했다. 연합과 제국의 전쟁은 포로는 있어도 시체는 많지 않았다.


굳이 따지면 살인은 아니지만, 그들도 유사인종이라서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듯 속이 쓰렸다.


-나쁜 생각하는 거 아니죠?


=====


-나쁜 생각하는 거 아니죠?


"나는 나의 삶은 지켰을 뿐이야."


자기 위안으로 내뱉은 말이었으나 틀린 말은 없었다. 싸우지 않고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저들이 먼저 공격했고 최후에는 자신이 살아남았다. 저들은 자신의 목숨으로 책임을 졌다. 그저 그것뿐이다.


이현은 본인도 놀랄 만큼 깔끔한 정리에 모든 게 해결됐다. 죄책감에 자신을 몰아붙여서 정신을 갉아먹는 일은 사양이다.


"... 너,너희들은 안 갔네?"


"..."


광장 구석에는 전날 잡았던 오크들이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다가 이현과 눈이 마주치자 괴물을 만났다는 얼굴로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다른 오크들과 섞여서 달아나려고 했지만,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다행이네."


"취이익! 살려줘라."


"취익! 우리는 죄 없다."


빠악!


"장난질을 쳤다 이거지."


약 20여 분의 매타작으로 조련된 녀석들에게 광장 구석에 땅을 파게 시켰다. 군기가 바짝 든 녀석들은 이제는 손동작 하나로도 알아서 눈치를 챘다. 진작 교육했으면 싸우지 않았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거기 제대로 안 파지!"


"..."


"손 보인다!"


"취익! 잔인한 인간!"


빡!


혼자 구시렁거리는 덩치녀석의 머리에서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났다.


"욕한 거 다 알아!"


"..."


영문도 모르고 얻어맞으니 죽을 맛이었다.


"라떼는 말이야 손도 안 보이고 그랬어!"


-되게 꼰대 같다.


아얏!


"100lv 꼰대는 볼 꼬집기를 시전했다."


-재미없어요.


"...그래."


공사를 오크들에게 맡기고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발리스타를 주워든 이현은 중세시대의 발리스타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에 깜짝 놀랐다. 시험으로 쏴보니 완성형이라 할 만큼 성능이 좋았다.


오크의 문명 수준으로 절대 불가능한 기술력이었고 인간의 것이라기에도 너무 뛰어났다. 연방의 기술력으로도 쉽게 재현하기 힘들 정도다.


'이곳 인간들의 기술력이 이렇게 좋은 건가?'


-중세 시대가 몇천 년 넘게 이어지면 나올 기술력 정도?


"동감이야."


활, 몸체, 장전 지렛대로 분해해서 2개는 가방에 억지로 욱여넣었고 1개는 불태워 버렸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가 인간을 잡아먹는 데 쓰일게 뻔하다.


-갑옷이 제법 튼튼한데요?


"라이트 세이버를 3번이나 막았으니까."


족장에게 입혀진 갑옷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곳의 야금술은 경이로웠다. 굴곡이며 이음새며 통으로 갑옷을 찍어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우주 주기율표에도 없는 금속이에요. 학계에 보고하면 우주를 뒤흔들 발견이라니까요! 이름은 음... 현금? 아니면 아이리늄도 괜찮고!


"너 너무 흥분했다."


침을 튀겨가면서 흥분하는 아이를 무시했다.


"다 끝났다 취익!"


대공사가 끝나자 오크들의 시체를 묻어주었다. 물론, 이현은 명령만 내렸을 뿐이다. 그러고 그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던 녀석들은 마을의 대피 장소가 따로 있는지 숲속으로 사라졌다.


"주인들도 없겠다. 본격적으로 손맛을 볼까..."


-장르가 괴도 물로 바뀌었어!


제일 크고 화려한 곳. 누가 봐도 족장의 움집이었다. 지도나 보석, 하다못해 종이 쪼가리라도 뭔가 있을 것이다. 족장의 시체에서는 별 쓸데없는 것만 주렁주렁 달고 있어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나도 피해자야!"


-네네... 누가 뭐래요.


다른 곳에 5배는 되어 보이는 족장의 움집은 동물 뼈와 고급스러운 천으로 한껏 치장되어 있었다. 고풍스러운 문양이 수놓아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인간이 만든 것으로 보였다.


-금속 반응이 많아요.


"노다지인가."


움집 안으로 들어서자 꼬릿한 냄새에 얼굴을 찡그렸지만, 반짝이는 금실로 수놓은 화려한 천으로 휘황찬란한 광경에 냄새까지 잊혔다. 움집의 벽에는 온갖 무구들이 장식처럼 걸려있었다.


-여기에 보석이 있어요!


왕좌처럼 꾸며진 뼈 의자의 뒤로 투박해 보이는 상자가 눈에 띄었는데, 아이는 어서 열어보라는 듯 연신 상자를 뚜드리면서 보챘다.


"보석은 없는데?"


상자를 열자 날이 없는 장식용 검과 도끼, 은화와 금화가 섞여있었다.


-보석함! 보석함요!


작은 보석함을 열어보자 각종 보석이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뽐내듯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반짝였다.


-와아아아....


뭐가 좋은지 아이는 침까지 흘리면서 바보 같은 소리를 내었다.


이현은 그중에 투박해 보이는 은빛 반지가 눈에 띄었고 전투복의 팔목을 벗고 무심코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보았다. 무식하게 큰 반지였지만 끼는 순간 손가락에 맞게 조절되었고 이현은 신기한 나머지 반지를 자세히 살펴보자 처음 보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아이 이 반지 무슨 재질이지?"


-족장 갑옷에서 봤던 금속인데 이건 순도 99%에요!


은이랑 굉장히 비슷해 보였지만 흘러나오는 빛이 신비한 매력을 가진 금속이었다.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달까.


'뭔가 시원하면서 뜨겁고 역동적이면서도 정적인 이중적이고 모호한 기운?'


-와! 예쁘다!


아이는 어느새 자신의 몸만 한 목걸이를 들어 탐난다는 듯이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어차피 넌 못 걸지 않나."


-치이~! 여자의 로망이란 거라구욧!


정확히는 AI라서 여자라고 하기에는 힘들었지만, 정신이 여성이니 굳이 따진다면 여자라고 할 수 있었다.


반지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었기에 보석함과 화폐로 보이는 금화와 은화를 자루에 대충 담아서 가방에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움집을 훑어보고 미련 없이 밖으로 나왔다.


-피이!


과한 욕심만큼 위험해지는 것이다. 아이는 미련이 남는 얼굴로 계속 움집을 돌아봤다. 이현이 목걸이를 기어코 놓고 왔기 때문이다.


"선물도 두둑하게 챙겼고 이제 출발할까?"


-...


고생한 만큼의 대가라고 하긴 그렇지만 두둑한 가방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도가 없는 게 아쉽지만, 많은 것을 남겨준 오크들에게 고마웠다.


"일단 처음에 공터로 돌아가자.


-마스터!


지도를 확인하면서 막 광장을 벗어나자 다급한 아이의 목소리가 발을 붙잡았다.


"???"


-생체 반응이에요!


"무슨 소리야? 오크야? 아니면 무덤에서?"


-저쪽 구석의 움집인데, 신호가 엄청 미약해요.


"이거 뭔가 불안한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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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몬슽처 토벌(2) 22.03.04 9 0 18쪽
12 몬스터 토벌 22.02.27 9 0 15쪽
11 일기장 22.02.26 11 0 16쪽
10 바람그리고나그네 22.02.26 12 0 16쪽
9 대가 22.02.23 14 0 13쪽
8 라누스 마을 22.02.21 15 0 14쪽
7 삶과 죽음의 경계 22.02.16 16 0 16쪽
» 전사의 결투 22.02.15 24 0 14쪽
5 오크 마을 22.02.14 22 0 14쪽
4 이세계종족 22.02.13 21 0 15쪽
3 깨어난 파일럿 22.02.13 32 0 14쪽
2 착륙 22.02.13 40 0 15쪽
1 프롤로그 22.02.13 53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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