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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콩의 서재입니다.

가난한 S.T.A.L.K.E.R 이야기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공포·미스테리

whitebean
작품등록일 :
2014.09.26 14:12
최근연재일 :
2014.09.20 23:34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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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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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63
글자수 :
1,071,755

작성
14.07.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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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3-54

DUMMY

53.


가비지는 밴디트의 영역인지라 망원경으로 보이는 먼곳에 밴디트들이 경계를하고 있는것이 종종 보였다.

아마도 그들도 어쩌다가 우리를 봤을지도 모르지만 먼저 덤빈경우도 없었다.


그들의 무기나 방어구가 빈약한 탓도 있겠고 그들도 사람인이상 특별한 일 없으면 가만히 있는게 목숨부지에 도움이된다.

우리와 싸운다면 그들도 피해는 감수해야 하니까.


암묵적인 경계랄까, 우리는 그 경계에서 되도록 멀리멀리 돌아갔다.

이 '암묵적인 경계'를 넘어서서 가까워 진다면, 아마 우리는 그들과 싸워야 할거야.

뻔히 가까운 앞에서 보고도 싸우지 않을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만큼 조심하며 이동하고 있었고, 밴디트에게 이목을 끌만한 짓은 하지않았다.


가비지에 들어온지도 어느정도 꽤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다.

멀리멀리 오른쪽으로 쓰레기 산이 보이고,


이반은 그곳이 방사능이 넘쳐난다고 설명해주었다.


이반이 앞장서서 걷다가 오른손을 들어 '정지' 수신호를 보냈다.

우리는 가비지에 들어와서 오전동안 대여섯번은 넘게 '정지'를 했으므로

모두가 아무소리 없이 그자리에 착 멈췄다.


이반은 스코프로 살피고 나머지 사람들은 망원경으로 살폈다.


"밴디트 같습니다. 정면에 둘, 10시 방향에 셋, 그 뒤로 셋, 총 여덟이군요."


슈호프가 판단을 내리자 이반이 그말을 받았다.


"아니야. 밴디트 다섯에, 스토커 셋이다."


"그렇군, 꿇어앉은 셋은 스토커다."



오른쪽으로 높이 솟은 쓰레기산 왼쪽에

낮은 지역에 폐차장이 보이는데, 곳곳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맨 처음에는 땅밑의 가스가 새어서 불길이 치솟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자리를 바꾸고 불규칙하게 땅에서 솟는것을 보고 이상현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렉스, 저거 이상현상인가요?"


"그래."


멀리 우리의 정면에 있는 두명은 샷건을 들고 경계를 하고있었고

뒤의 밴디트 셋은 꿇어앉은 셋중 하나의 뒤로 묶을 끈을 칼로 잘라주었다.


"뭐하는거 같냐?"


"뻔하지 않나... 시켜먹으려는거지. 아티팩트가 있나본데."


"돌파 할건가?"


"아니. 그냥 돌아서 가자고. 어차피 저 쓰레기 산을 돌아 나가면 저쪽에선

보이지도 않으니까."


그때 끈을 잘라준 스토커가 밴디트의 발길질에 이상현상쪽으로 밀려났고

밴디트가 총을 겨누자 할 수 없이 아티팩트를 찾기 시작했다.


맨처음에는 별 이상이 없으나 가면갈수록 그가 방사능에 괴로워 한다는게 눈에 띄게 보였다.

체력이 순식간에 고갈 된듯 허덕이며 움직임이 느려졌다.


방사능에 오래 쏘이면 시야가 흑백이 되면서 정신까지도 혼미해졌다.

아무런 방비도 없이 탐지기 하나만 들고 전진하다가 발밑에서 순식간에 불길이 5m 가까이 치솟았고 그 불쌍한 사람이 불길에 휩싸여서 버둥대는게 보인다.


"저런!"


"쯧쯧..."


불쏘시개가 된 그 사람이 불붙은 몸으로 밴디트쪽으로 달려갔으나 밴디트가 도로 이상현상 쪽으로 발로 차버렸다.


그는 아직 살아있었으나 발길질에 도로 이상현상에 휩쓸렸고,

쓰러진 그에게 다시금 불길이 치솟았다.

못봐주겠다 진짜.


그가 죽자 다른 사람의 끈을 칼로 자르고, 또 집어넣는다.

한명은 묶인 채로 도망친다...

그러다 넘어지고, 밴디트가 쓰러진 그의 뒷통수에 총을 쏘았다.


-탕!


"가자고. 구해내려다가 우리가 죽어."


기분이 영, 씁쓸했다.


...


초저녁이 되어서 우리는 가비지의 끝의 마지막 프리덤 초소에 들어섰다.

마지막 프리덤 초소는 총 6명 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뒷면의 높은 언덕을 제외한 사방을 경계하도록 되어있고

풀숲 사이로 위장막으로 천장을 한 천막이 하나 세워져있다.


분대장인 이반은 그쪽의 분대장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 넷은 천막안에 누워서 어두워질때까지 자기로 했다.


"렉스가 움직이는거보니 한바탕 난리를 칠 모양이군."


"정 반대야. 이번엔 쥐새끼마냥 하수구를 기어야 할걸."


"자네 답지 않군. 아예 덮어놓고 싸우는게 자네 체질 아니었나?"


"뭐 임무가 그런거니 그래야지. 별 수 있나."


초소 분대장의 말에 렉스가 대답했다.


우리는 나란히 천막안에 누웠다.


"하루종일 걷는다는거, 정말 힘들군."


렉스의 말.


"걷는게 건강에 좋다고는 하던데요."


"정신건강에는 안 좋아."


내말에 대한 이반의 대꾸.


아직은 빛나는 햇빛이 얼룩덜룩한 무늬를 가진

위장막사이로 어른어른 빛났다.


사방은 밝아서 잠들기에 곤란 했지만

나는 후드를 덮어쓰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54.


...



내가 깎은 나막신.

비올때도 좋고 소똥 치울때도 좋지.

나는 이제껏 나를 위해 나막신을 깎았다.


-사각사각...


나는 햇볕이 잘드는 마당의 짚단위에 앉아서 나막신을 깎았다.

대충 깎고 신어 보니 영 작단말야.

나는 구부러진 조각칼을 안에 넣어서 나무를 파냈다.


"뭐해?"


담너머의 이웃집 꼬맹이가 흰색 테두리를 한 빨간색 사각모를 쓰고

눈만 내놓은 채로 내게 말했다.


"보면 모르니?"


"내것도 하나 해주면 안돼?"


"싫어."


"히잉... 나 발아프단 말이야..."


내가 싫다고 하자 꼬맹이는 우는 소리를 냈다.


"그럼 이걸 줄게."


그러면서 꼬맹이는 담너머에서 빨간 사과를 쥔 손을 내밀었다.

꼬맹이의 마른 손과 팔이 눈에 너무 파고 들어 온다.


"좋아."


"헤헤! 그럼 약속한거야!"


그리고 꼬맹이의 빨간 사각모가 담 너머로 쏙 사라졌다.

아참, 그러고 보니 난 저애의 발 사이즈를 모르는데...



...



"일어나라!"


이반이 손뼉을 짝짝 치면서 우리를 깨웠다.

꼭 이렇게 어떻게 잠든지 모르게 잠이들면, 더 피곤한 법이야.


"우우우...!"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서 천막밖으로 나왔다.

맑은 하늘엔 별이 총총뜨고 회색빛 구름이 별 몇개를 가렸다.


우리는 모닥불가에 앉아서 잿불에 햄을 파서 구웠고

그러는 동안 마지막 남은 흰빵을 먹었다.


"난 흑빵이 싫은데."


이반이 운을 뗐다.


"나도."


"난 좋은데요. 크크."


"요상한 취미로군. 난 딱딱해서 말야."


랙스의 나에대한 감상이다.


"흑빵도 꼭꼭 씹으면 맛있어요..."


확실히 흑빵은 밀의 껍질만 벗기고 별도의 도정을 안거쳐서 거칠고 색도 진한 갈색 빛이 난다.


"하지만 저는 여기 오기 전까지 이거라도 하루 세끼 배불리 먹는것을 꿈꿨어요."


하얀 밀가루를 만들기 위해 버려지는 밀기울과 밀의 씨눈은 엄청났다.

가난한 농꾼에게 그건 사치였다.


"가난했나 보군..."


이반도 한때는 굶어죽을 뻔한 일이 있다고 한다.

존에 갓 들어온 초보 시절에 밴디트에게 잡혀서 묶인채로 풀숲에 버려졌다.


그래서 프리덤에게 구출 될때까지 나흘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중간에 비라도 오지 않았다면 이반은 거기서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런지 이반은 배가 고픈걸 참지 못했다.


-찌지직,


재를 헤쳐 꺼낸 햄을 꺽으니까 껍질이 소리를 낸다.

뜯어진 햄에서 김이 솟았다.


"난 햄이 좋아."


이반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햄을 받아들었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한때 굶주리고 절망적이었던 그때의 기억이 그를 조금 숙연하게 했다.




...



우리는 끼니를 때우고 일어서서 마지막 초소 근무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멀리 멀리 보이는 쓰레기산에선 간헐적으로 약한 녹색의 빛을 냈다.

정면에서 보면 보이지 않았지만

옆눈질로 보면 약하게 녹색의 빛이 하늘로 솟았다.


그리고 우리는 곧 가비지의 경계를 넘어

아그로프롬 리서치 인스티튜트에 들어섰다.


"이제 모두 PDA를 끈다."


그렇지. 여기서 부터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적이다.

스토커들은 그들의 기지와 그주변으로, 활동범위가 적다.

그렇지만 밴디트와 듀티는 여기저기 흩뿌려져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좀더 소리를 죽여 걸었고

가끔 이반이 멈추라는 말이 들리면 멈춰서 주위를 살폈다.




...


우리는 듀티의 초소를 크게 돌아서 위로 한참을 북상하다가

듀티의 기지와 멀리 떨어져 한적한 폐허 마을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을씨년한 마을은 일정한 방향으로 지붕이 뜯겨나갔다.

아마도 이 부분이 폭발한 쪽을 가리키는 거겠지.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때가 때이니 만큼 불은 피울수가 없었다.


우리는 빈집 벽에 기대어 주저 앉아서 쉬었다.

슈호프는 앉은채로 눈을감고 있었고

렉스는 그냥 자는거 같았다.

이반은 음료를 하나 까서 마셨다.


나? 나는 오줌이 마려워서 좀 덜 부서진 가까운 옆집의 벽에 붙어 볼일을 봤다.


"으으, 추워."


찾아드는 한기에 몸을 떨고 내가 몸을 돌려 일행이 있는 옆집으로 가려고 했을때 였는데,

일행이 있는 집과 내가 있던 옆집의 도로 너머 무언가가 서있었다.


4m 가량의 작은 도로를 건너 그것은 어떤 집의 마당에 서 있었는데,

맨처음에는 그것이 나무 둥치로만 보였었다.


그도 그런것이 어두운데다가 그 뒤로는 나무울타리가 있었기때문에 비슷한 색의 '그것'은 잘 눈에 띄는 상황이 아니었었다.

ControllerSHOCYantar.jpg

이상한 한기에다가,


-사아아아아아아


하면서... 이 이상한 소리는 또 뭐지?


그 '이상한 것'이 도로 너머서 손을 뻗침과 동시에,


"컥! 흐으!"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토할것같은 미칠것같은 소리와 함께, 나는 바닥에 엎드러 졌으나

바로 강제로 고개가 꺽이며 쳐들리면서 그 것과 눈이 마주쳤다.


죽을것같다!


나는 벗어나기 위해 몸을 뒤틀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미칠것같다!

제발 좀 누가 도와줘!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침을 흘리면서 그것과 눈을 계속 마주쳐야 했다.


"허, 허으..."


목구멍이 막혀서,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리가 절정에 다다르더니 순식간에 '그것'의 얼굴이

바로 앞에서 대면한것처럼 확대되어 눈에 보이고...


-화악-


씨발!!!!


왜, 왜!!!! 왜!!!!!!


눈앞이 시뻘게 졌다 허얘지면서 나는 우그러졌고

나는 생사를 넘나드는 그 순간에 절망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케...흑!!!"


'그것'은 봅이었다.


...


"흐아!!!"


알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내 소리를들은 이반이 뛰어들었고

나를 보고 도로 건너를 보고 상황을 판단하고 그것에 권총을 쏘아댔다


-탕탕!


"컥!!!"


그러나 세발도 못쏘고 그는 쓰러져서 경련하기 시작했고

나는... 잠깐의 그 순간에 또 약간의 오줌을 쌌다...


총소리에 놀란 나머지 사람들도 뛰어와서 응전하기 시작했으나


"끄으...!"


슈호프도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달려오던 채로 미끄러지며 무릎을 꿇었고,

허공과 땅에 대고 소총의 탄환을 죄다 갈겨버렸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남은 렉스 만이 그것이 안보이는 왼쪽으로 도로를 건너 벽에 기댔다가 수류탄을 던졌고


-콰웅!


소리와 함께 몸에 걸린 제약이 풀리는게 느껴졌다.


"컥, 커흐! 헉!"


"켈룩, 켈룩!!"


랙스는 그것만으로 숨이 끊어지지 않고 여전히 서있는 그것과 싸웠다.


-펑!


눈에 아른아른한 눈물의 벽을 넘어 랙스가 샷건을 갈기는게 보인다.

봅의 팔이 날아가고 비틀대는 봅의 얼굴에 탄환이 날아들었다.


-푸확!


나는 미친듯이 덜덜거리는 몸으로 이반이 비틀비틀 뛰어가는것을 보았다.

슈호프는 나를 뒤집고 정신차리라고 흔들어댔다.


샷건에 얻어맞은 봅이,

귀도, 머리카락도 없던 봅이, 결국 쓰러졌고


-탕탕탕! 탕탕탕탕탕!


렉스가 탄창을 가는 사이에 이반이

그의 뒷머리가 너덜 너덜 해지도록 권총을 쏘았다.


그러자, 랙스가 발을 들어 머리를,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도록,

으깨어 밟아버렸다.


-콰즉-


"으어어어어어!!!!!!!!!!!!"


결국 참았던 울부짖음이 쏟아져나왔고,

나는 머리가 터져버린채로 온몸을 푸들대는 그에게 뛰쳐나갈듯,

손을 내밀어 보았지만...


그가 도로 살아날 리는 없었다.





-짤짤짤짤


'잘봐라. 내 생각에 이것은 청어가 틀림없다.'


'헤에, 그걸 어떻게 알죠?'


'이것만 먹다보니 그런가보다.'



그는 죽었다.


"크흐으, 크흐... 크흑흑흑..."


고통스러운 눈물만이 계속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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