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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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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군
작품등록일 :
2016.05.01 15:50
최근연재일 :
2016.05.27 11:28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89
추천수 :
2
글자수 :
24,292

작성
16.05.27 11:28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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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DUMMY

“물론 이 육체적인 본능 또한 사랑이라고 제가 앞에서 말했어요. 사랑은 자발적인 거죠. 선생님은 그 본능으로 저를 찾아오게 될 겁니다. 육체적인 사랑의 본능으로요. 그게 곧 정신적인 사랑이 될 겁니다. 사회적 제약 따윈 필요 없어질 만큼.”


“저기 진혁아. 너는 지금 나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착각할 순 있어. 아직 18살이고 청소년 시기니깐. 하지만 그 감정은 그렇게 오래가진 않을 거야. 2년 뒤 대학교에 들어가면 지금 했던 말들이 부끄러운 기억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될 거야.”


“아니요. 이 감정은 사랑이에요. 곧 선생님께서 느끼게 될 겁니다.”




“마치 십대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달콤했죠. 하지만 한편으론 무서웠어요. 마치 눈꽃 같이 손으로 잡으려고 하면 없어질 것 같은 그런 위태로운 느낌이었어요. 그러나 그 후 그 아이는 다시 평범한 학교생활을 했어요. 그 일이 꿈이라고 착각이 들 만큼. 하지만 꿈은 아니었죠. 그 두근거림은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과 가장 가까울 수도 있겠네요.”


“사랑이라는 감정과 가장 가깝다는 말은 사랑은 아니었다는 말이군요.”


“네”


“왜죠? 그 두근거림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처음 연애를 할 때 느끼는 감정이에요. 그 두근거림으로 인해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나중에는 결혼까지 하게 되죠. 만약 하윤 씨말대로 그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면 현재 많은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결혼을 했다고 할 수 있어요.”


“네. 맞아요. 현대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하고 있어요. 많은 여성들이 남성을 보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재력, 학력, 외모”


“네. 정확해요. 하지만 그 세 가지 기준에서도 서열을 가지죠. 바로 재력이에요. 다른 말로 하면 사회에서의 영향력이죠. 만약 학력이 좋은데 무직이라면 어떨까요? 정말 그 사람의 학구적인 면에서 결혼을 생각할까요? 그렇지 않아요. 그 사람이 향후 얻게 될 경제적 가치를 보고 결혼을 하는 거죠. 외모 또한 마찬가지에요. 혹시 에로스와 프시케에 대한 신화를 들어 보셨나요?”


에로스와 프시케. 에로스는 분명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로서 사랑의 신으로 알고 있다. 로마 신화에서는 쿠피도(Cupido), 또는 아모르(Amor)라고 불리는데, 흔히 화살로 사랑의 척도를 정해주는 큐피트라고 불린다. 프시케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아프로디테와 대등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아프로디테는 질투심을 느껴 에로스에게 프시케가 가장 끔찍한 존재와 사랑을 하게 화살을 쏘라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에로스는 눈부신 프시케의 외모에 사랑을 느끼게 되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네.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 프시케라는 여성은 아프로디테의 눈 밖에 나서 두 명의 언니들보다 월등하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가장 늦게 에로스와 결혼을 하게 되었죠. 이 이야기를 통해서 절대적 권력자의 눈 밖에 나서 사회적 영향력이 사라지게 된다면 아무리 뛰어난 외모라도 사랑을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해요.”


“그럼 하윤 씨는 사회적 영향력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것은 진정한 감정에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아니라는 말이죠?”


“네. 맞아요.”


“그렇다면 사회적 영향력이 전혀 없는 18살 제자에게 사랑과 가장 유사한 감정을 느낀 이유는 뭔가요?”


그녀는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옆에 놓여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그제야 대화를 진행했다.


“어쩌면 제가 에로스였을 수도 있겠네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순수한 사랑에 대해서 저는 이성을 잃었었죠. 그 아이와 대화를 진행한 다음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 평범한 모습이 저에겐 초조함으로 다가왔죠. 다시 그 아이에게 순수한 사랑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정말 아무런 이유 없는 사랑을 느껴보고 싶은 욕구가 제 온몸을 자극했죠. 결국······.”


“결국 그 아이와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군요.”


“맞아요. 정확히 3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가졌죠. 2개월 정도 성관계를 가졌을 때, 그 아이와 저는 지금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확신했어요. 그래서 제 집에서 동거를 하게 되었죠. 처음 한 달 동안은 행복했어요. 부모님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는 말을 그때 처음 이해하게 되었죠.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어요. 점점 불안해졌죠. 마치 날아가는 파랑새를 가두어 놓는 새장이 된 느낌이었어요.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을 때 쯤 그 아이의 부모님이 동거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는 교직에서 물러나게 되었죠. 물론 그 아이도 학교에서 나오게 되었어요. 결국 새드엔딩으로 끝나버린거죠.”


취기 때문에 붉어진 그녀의 볼에 아주 희미하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눈물은 분명 실현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슬픔이었다.


오늘 하루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다. 빨리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한다.


“하윤 씨가 느낀 감정은 사랑과 비슷한 감정이 아니에요. 바로 사랑이에요. 물론 그 진혁이란 학생도 마찬가지죠.”


“그걸 어떻게 확신하실 수 있죠?”


“저도 진혁 학생과 같은 감정을 지금 느끼고 있거든요. 제가 느껴왔던 사랑의 감정과 똑같아요. 오히려 더 애틋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사실 하윤 씨에게 사랑을 알려주는 것보단 오히려 제가 가지고 있던 사랑에 대한 물음표를 해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상담과 관련한 비용은 모두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런 말을 하고 난 후 자리에 일어서자 내 입술 근처에 그녀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말했다.


“다른 것도 보상받아야겠어요.”


강한 도수의 보드카 냄새가 은은하게 내 코끝을 자극했다. 그리고 나중엔 보드카와 자몽 맛이 내 혀끝에 맴돌았다.




다음 날, 나는 평소와 같이 9시 쯤 회사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 이미 평소와 같이 차울 씨가 홍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차울 씨는 예전부터 차에 관심이 많았고, 그 중 영국식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티를 만드는 게 좋다고 했다. 매일 홍차를 끓이는 차울 씨에게 늘 미안한 감정이 들지만 그때마다 차울 씨는 홍차를 만드는 게 좋다고 한다. 홍차를 끓이던 차울 씨가 나에게 물었다.


“하윤 씨에게 사랑의 감정을 알려드렸나요?”


“아니요. 실패했어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하루 동안 만들어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하윤 씨가 그러던가요?”


“네. 하루라는 시간은 사랑을 느끼기엔 부족한 시간이라고 했어요.”


“아쉽네요. 아참. 자료실에서 상담관련 면접을 보러 왔어요.”


“지금이 9시인데, 벌써 면접 보러 오다니, 부지런한 친구인가보네요.”


“가보시죠. 차는 자료실에 가져다 놓겠습니다.”


“늘 고마워요. 차울 씨.”


보통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일찍 오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을 배우면 바로 본격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업무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면접 보러 오셨죠? 저랑 같이 하실 일은······.”


“도윤 씨랑 같이 일하게 되는 군요.”


그 곳에 앉아 있는 건, 차 하윤. 그녀였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씀하셨죠? 돈도 아직 환불 안 받았는데 앞으로 일하시면서 사랑을 가르쳐주면 되겠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도윤 씨.”


“칼럼일은 괜찮으신 건가요?”


“원래 회사로 글을 기고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으니, 크게 상관은 없을 거예요. 힘들 것 같으면 그만두면 되구요.”




여전히 그녀의 눈빛은 그동안 내가 들었던 모든 생각들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그녀의 차분하고 예리한 목소리는 나에게 이상한 감정을 갖게 만든다.




“면접 시작하죠. 도윤 씨.”


“방금 끝났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윤 씨.”




차울 씨가 끓인 홍차에 늘 설탕을 섞어마셨지만 오늘은 왠지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작가의말

드디어 5장이 끝났습니다. 이제 6장 부터는 서 연희라는 인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물론 큰 스토리와 연결관계는 유지한 상태로 진행할 겁니다.
사실 5장 까지는 프롤로그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아직 동성애에 대한 얘기도 안했고, 불륜의 심리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지 않았고, 나르시즘, 스톡홀름 증후군, 여러 종류의 성적쾌락, 폴리아모리, 근친상간, 양성애 등 아직 다루지 않은 여러 딜레마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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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성 칼럼니스트의 사랑> +1 16.05.01 119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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