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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군 님의 서재입니다.

연애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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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군
작품등록일 :
2016.05.01 15:50
최근연재일 :
2016.05.27 11:28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87
추천수 :
2
글자수 :
24,292

작성
16.05.02 20:38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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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DUMMY

나는 연애상담소라는 사무소를 차리고, 많은 사람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우리 사무소가 이렇게 사람이 많아진 이유는 얼마 전에 나와 같이 상담업무를 담당하게 된 전직 고등학교 국어 교사 겸 전직 성 칼럼니스트인 하윤 씨 덕분이다.

이름은 차 하윤. 나이는 30세. 녹스(knox)라는 여성잡지에서 성과 관련된 칼럼을 쓰던 칼럼니스트다. 꽤 유명했던 잡지사의 칼럼니스트가 갑자기 우리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 덕분에 사무소는 점차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약간은 큰 목소리로 밝게 인사를 하는 저 여성은 자료 수집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연희 씨다. 이름은 서 연희. 나이는 25세. 세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얼마 전 우리와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좋은 아침은 너 혼자 하시고, 문 막지 말고 절로 가”

저기 퉁명스럽게 연희 씨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이 사무소의 초창기 때부터 나와 같이 일을 해온 차울 씨다.

이름 한 차울. 나이는 25세. 최연소 국제 해킹대회 우승자로 과거 나와 같은 기업의 IT보안 업무를 담당했었고, 현재는 연애상담소 사이트 관리 및 홍보, 데이터베이스로 일을 하고 있다.

“야. 한차울. 너는 말을 그렇게 밖에 못하냐? 아침에 활기차게 보내야 오후에도······.” “어.”

중간에 말을 끊고, 차울 씨는 주전자에 물을 채우며 홍차를 준비한다.

“아니. 그러니깐 말 끊지 말라고!!”

차울 씨와 연희 씨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자주 티격태격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두 분은 언제나 활기차시군요.”

방금 전 차분한 목소리로 아침인사를 건넨 그녀가 바로 차하윤이다. 늘 신비로운 미소만 짓고는 다시금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그녀의 미소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이상적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만든다.

“네. 좋은 아침입니다. 하윤 씨는 커피였죠?”

“네. 늘 신세를 지네요.”

연희 씨와 대화할 때는 볼 수 없었던 차분한 목소리로 매너 있게 대화를 나눈다. 그는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에게는 늘 차분하고, 매너 있는 태도로 대화를 진행한다. 물론 연희 씨를 제외하곤 말이다.

이렇게 나른한 오후,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가장 어려웠던 상담이 떠오른다. 바로 차하윤, 그녀와의 상담이다.


때는 일주일 전 오후 4시를 넘긴 시각.


"저는 성칼럼니스트로 많은 글을 썼고, 많은 연애상담을 해왔고, 또 많은 연애를 했어요. 그런데 아직 사랑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런 말이 어울리겠군요. 사랑이 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의 직업적인 측면에서 이 부분은 해결해야할 숙제인 것 같아요."

"그럼 저희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르쳐달라는 말인가요? 아니면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달라는 건가요?"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부드럽게 물었다.

“똑똑하시네요. 이도윤씨. 저는 둘 다 상관없어요. 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신가요?”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일단은 이 종이에 이름과 나이, 주소, 전화번호, 회사주소를 적어주시죠. 내일 오전에 전화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일정도 남아있어서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한 번에 답을 내리기에는 어려운 문제였다.

“그럼 알겠습니다. 저도 내일은 한가한 편이라 그때 전화주시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도윤씨.”

어느덧 4시 40분. 아무런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차울 씨가 말을 걸어왔다.

“여기 녹스(knox)라는 회사의 정보에요. 여성잡지에서 꽤 유명한 편이더라고요. 기사주제는 주로 남자와 여자의 심리, 그리고 연애에 대한 사소한 팁을 제공해주고 있어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죠. 또한 원활한 성관계를 지향한다는 취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서 일부 남성분들도 지지를 한다고 해요. 또 동성 간의 사랑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요. 조금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칼럼니스트들은 전부 여성이라는 점이에요.”

나는 그녀가 쓴 종이를 바라보았다. A4용지에 지나치게 깔끔한 여성의 필기체가 한글자도 빠짐없이 일자로 대열을 이루었다.

차하윤, 30살, 주소는 사무실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한 고급오피스텔, 회사 또한 오피스텔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오늘 의상이 조금도 젖지 않은 걸 보아 개인용 차량으로 지하주차장까지 왔겠지. 또 회사도 차량으로 출근을 할 것이다.

그나저나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30살에 성 칼럼니스트라······. 꽤 어려운 의뢰가 될 것 같다.

“차울 씨. 가장 최근에 연애를 해본 적이 언제였죠?”

“음······. IT 보안 쪽에서 일을 할 때였으니 한 1년도 안됐죠. 그건 무슨 일로 물어보시나요?”

“그때 차울 씨는 사랑을 느꼈나요?”

한동안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곧 평소와 같이 침착한 표정으로 그는 말했다.

“네. 저는 사랑을 느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의 감정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었지만 처음에 느꼈던 제 감정은 확실히 사랑이었어요.”

“그래서 그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또 다시 그는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는 이번엔 침착하게 미소를 띠며 말했다.

“사랑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에요. 제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는 우정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거구요. 그래도 굳이 사랑의 개념을 말하자면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고, 그 사람을 아끼며 소중하게 대하는 게 아닐까요?”

다른 사람을 소중히 하는 마음.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다라······.

“그러면 친구관계에 있어서 계속 같이 있고 싶고, 또 이 친구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들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동네에서 놀고 있는 꼬마아이를 예로 들어볼게요. 우연히 놀이터에서 또래의 친구를 만나 반갑다는 감정을 느꼈어요. 그리고 헤어질 시간에 아쉬움을 느껴요. 그리고 이 친구가 다치면 같이 놀 수 없다는 생각에 소중함의 감정까지 느끼게 되요. 그러면 이 꼬마아이는 사랑을 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우정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가요?”

차울 씨는 계속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음······. 음······. 그건 사랑이 아니죠. 제가 앞에서 말했잖아요. 굳이 사랑의 개념을 정의하자면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고요.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예외도 많고, 또 말로 설명할 순 없는 그 무언가가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두근거리는 감정 말입니다.”

“그러면 차울 씨는 말로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그 감정을 어떻게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나요?”

차울씨는 아까와는 다르게 바로 답을 했다.

“만났을 때 드는 그 감정이 사랑이었어요.”


저녁 6시. 차울씨는 퇴근을 하고, 혼자 남아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사실 나또한 연애를 많이 해봤지만 그동안 느꼈던 감정이 사랑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바로 그 신비로운 차하윤이라는 여자 때문에 사랑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대학교에서 철학공부를 할 당시 사랑의 개념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내용으로 배웠다. 처음 그 책을 접할 당시 굉장히 의문을 가졌다. 가장 감정적인 ‘사랑’과 가장 이성적인 ‘기술’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같이 사용될 수 있을까?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고독에서 벗어나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 반감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왜 고독에서 벗어나야만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독한 상태에서는 사랑을 할 수 없을까?

반대로 고독한 상태에서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엇일까? 사랑이 아닌가?


나는 이런 질문에 대해서 차하윤이라는 여자로 답을 해보고 싶다.


<사랑이 느껴지는 저녁>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차울씨가 문을 열고 가볍게 인사를 했다.

“네. 어제는 생각할게 조금 있어서 사무소에서 잠을 잤네요.”

“그럼 저기 앞에 있는 카페에서 샌드위치랑 커피를 사와야겠네요.”

언제나처럼 차분한 태도로 주전자에 물을 채우던 그는 다시 물을 버리고 외투를 입으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아니에요. 차울씨. 지금 집에 갈겁니다. 오늘은 바로 집에 가셔도 좋습니다. 아참, 지금 몇 시죠?”

의아한 표정을 짓던 그는 다시 평소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9시 10분이에요. 출근시간이 9시니깐요.”

“그렇군요. 그럼 지금 바로 전화를 걸어야겠네요.”

“네?”

나는 주섬주섬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몇 번의 전화가 오고 간 후,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네. 연애상담소의 이도윤입니다. 전화통화 가능하신가요?”

“네. 지금은 칼럼작성이 끝난 상태라 바쁘진 않아요.”

“그럼 지금 만날 수 있나요?”

“그럼요. 그럼 이따가 사무실에서 뵙죠.”

전화를 통해서도 그녀의 침착함이 전해져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가 당황할 말을 할 것이다.

“아니요.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저는 오늘 차하윤씨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줄거에요.”

“그게 무슨 소리죠?”

“오늘 하루 동안 저랑 데이트를 하게 될 겁니다. 차하윤씨 오피스텔 옆에 있는 카페에서 1시까지 만나죠.”

이번엔 그녀가 당황했을 거라고 확신에 차있을 때,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럼 거기서 보도록 하죠. 하루 동안 데이트를 해야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얼마든지요.”

전화를 끊고 차울씨가 말을 걸어왔다.

“데이트라니, 뭘 하실려는거죠?”

“제가 생각한 사랑의 감정을 시험해보고 싶어서요. 그 차하윤이라는 여자한테”

그는 곧 침착한 표정을 짓곤 “그럼 오늘 홍차는 안 끓여도 되겠네요.”라며 웃고는 퇴근을 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0 한자씩
    작성일
    16.05.02 20:42
    No. 1

    현대인가요?평행세계?조금 세계관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랑 약간 다른 @ 느낌이?가까운 미래같기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 엘크군
    작성일
    16.05.02 20:49
    No. 2

    현대입니다. 세계관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랑 똑같습니다. 가까운 미래 또한 아닙니다.
    이 소설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사랑과 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소설이라고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차하윤이라는 인물을 조금 더 신비롭게 묘사하려다 보니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킨 듯 합니다. 아마 2화부터는 그런 의문이 들지 않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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