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엘크군 님의 서재입니다.

연애 상담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로맨스

엘크군
작품등록일 :
2016.05.01 15:50
최근연재일 :
2016.05.27 11:28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90
추천수 :
2
글자수 :
24,292

작성
16.05.10 15:09
조회
31
추천
0
글자
11쪽

<포르노그래피와는 다른 사랑>

DUMMY

“하윤 씨의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시켜 줄 겁니다.”

그녀는 이내 곧 평소와 같은 차분한 말투로 대답했다.

“오해가 있으신 것 같네요. 저는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같은 건 갖고 있지 않아요. 그 일 때문이라면 너무 멀리가신 것 같네요. 이도윤씨.”

“아니요. 사실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일로 인해 남성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었고, 그게 곧 사랑에 대한 편견으로 발전이 된 겁니다.”

“그 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죠? 아무리 유능한 데이터베이스에게 정보를 받았다고 해도 그때 느꼈던 감정까지 전달받을 순 없을 겁니다.”

“아니요. 전달받았어요. 그게 바로 사랑이었죠.”

“하······. 일단 장소를 옮기죠. 아까 갔던 카페에서 30분 뒤에 만나기로 해요. 혼자 생각할 시간이 조금 필요해요.”

“그럼 그렇게 하죠.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저는 택시를 타고 갈 테니깐 제 차를 타고 오시죠.”

그 일에 대해선 그녀에게 직접 듣고 싶기 때문에 나는 택시를 타고 전에 갔던 그 카페로 향하고 있다. 시간은 어느덧 8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8시 정각에 나는 Oedipus에 도착했다. 아마 그녀는 30분 뒤에 이곳에 오겠지.

“어서 오세요.”

바(bar)에 있는 듯 한 테이블에서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30대 후반의 남성으로 나보다 나이가 있어보였고, 전체적으로 순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남성이었다.

“네. 자몽에이드 하나 주세요.”

“아까 한 2시간 전에 하윤 씨랑 같이 있으셨던 분 맞죠?”

“하윤 씨를 아세요?”

“여기가 카페로 바뀌기 전부터 오셨던 단골이에요. 도수가 높은 술을 자주 드셨는데 그때마다 가벼운 대화가 오갔죠. 요즘은 바쁘신가. 자주 못 봤어요. 아······. 그리고 오해는 안하셔도 되요. 하윤 씨랑은 정말 가볍게 대화가 오갔으니깐.”

“오해 안합니다. 하윤 씨랑은 일 때문에 어제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일 때문에 만나게 되었고요.”

“그래요? 하윤 씨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당연히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네······. 뭐. 그건 그렇고, 뭐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네. 뭔가요?”

“이 카페이름은 왜 오이디푸스인가요?”

“음······. 사실 카페 이름으로 어울리진 않죠.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땐, 그저 평범한 술집이름이었어요. 그런데 이 가게가 외각에 있어서 그런지 조용한 곳을 찾으려고 먼 길에서 부터 오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 분들 중 대다수의 분들이 각자 사연을 가진 분들이었죠. 그분들과 말벗을 해드리다가 우연히 금지된 사랑에 대한 몇몇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그게 하윤 씨의 이야기인가요?”

“하윤 씨뿐만 아니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분들은 굉장히 많아요. 그 중에 동성애를 하시는 분도 계셨고, 여동생을 사랑하는 분도 계셨고, 또 자기 자신에 대해서 깊은 애정을 가진 분도 계셨죠.”

“그래서 카페 이름이 오이디푸스인가요? 단순히 그 분들이 금지된 사랑을 한다는 이유 때문에?”

“아니요. 저도 사실 금지된 사랑을 했었습니다.”

“동성애인가요?”

“그렇습니다. 쉽사리 인정할 수 없었죠. 하지만 여성에게 사랑뿐만 아니라 성적욕구도 느끼지 못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성에겐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이후 제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그 결과가 동성애였죠. 남자를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금지된 사랑. 그게 제 운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카페가 오이디푸스인겁니다.”

“그렇군요. 혹시 아직도 카페에 술이 있나요?”

“아직 남아있습니다.”

“술이 조금 필요할 것 같네요. 하윤 씨에게 간접사랑을 느끼게 해줘야 하거든요.”

저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차분한 모습과 얇고 빛나는 머리칼을 흩날리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네. 2층으로 오시죠. 지금은 라이브카페라서 2층은 텅텅 비었을 겁니다. 그럼 부디 좋은 결과가 있으시기를.”

그렇게 그녀와 나는 주인의 손에 이끌려 2층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곧이어 두 명의 술이 나왔고, 주문하지 않은 케이크까지 내 앞에 놓여있었다.

“아직까지 술이 남아있는 줄은 몰랐네요.”

그녀가 먼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말을 걸었다.

“자몽에이드만으론 얘기를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그녀는 술을 따르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그녀의 얇고 가는 목덜미 사이로 순식간에 컵에 있는 술이 비워졌다.

“한 5년 전 일이었죠.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운 좋게 임용고시에 통과해서 꿈에 그리던 국어교사가 되었어요. 처음 발령받은 곳은 부산의 한 고등학교였죠.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어요. 처음 1학기 동안은 평범하게 아이들을 가르쳐왔어요. 그런데 그 이후 교내에서 교사 성추행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2학기 때 본격적으로 문제아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성교육을 실시해야한다는 지침을 받았어요. 사실 심리교육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서 수업을 진행해야하지만 예산부족으로 제일 막내였던 제가 그 교육을 맡게 되었어요.”

흔히 있는 일이다. 경력이 부족한 교사에게 전공과 관련 없는 수업을 담당하게 하는 일. 보통 기간제 교사나 신입교사에게 귀찮은 일을 떠넘기는 일은 학교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어떤 날은 포르노의 문제에 대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때 또래아이들의 비해 성숙했던 한 학생이 있었죠. 이름은 유진혁이었어요. 그 학생은 수업 도중 이런 질문을 했어요.”


“선생님. 포르노에 나오는 선정적인 장면은 대부분 성행위를 중심으로 전개가 됩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방금 이 포르노의 선정적인 장면이 우리들의 성윤리의식을 잘못된 길로 빠지게 한다고 했습니다. 포르노가 성행위가 있는 영상물인데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하신다면 그건 곧 성행위가 잘못되었다는 뜻 아닌가요?”


“저는 순간 당황했었죠. 그저 시키는 대로 수업을 하고 있는 신입교사가 아무런 지식도 없는 질문을 받아버렸으니 말이죠. 저는 그때 대충 이렇게 말했어요.”


“진혁아. 선생님은 포르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거야. 지금 예시로 보여준 동영상에서 여성들을 단순히 성적 전유물로 봤어. 이게 잘못된 것 아닐까? 사랑이 없는 성행위는 그저 단순한 놀이에 지나지 않을까? 그런데 남성들의 그 놀이로 인해서 여성들은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있어. 저번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서 너희들이 성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랑 똑같은 상황이야.”


“저는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한 후, 제 답변에 만족했었고, 흠 잡을 때가 없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그 아이는 달랐어요.”


“선생님. 왜 포르노에는 타이타닉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로맨스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왜 포르노에는 사랑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사랑은 포르노와는 다른 개념인가요? 그 개념은 어떻게 다르죠?”

“포르노는 정신적인 사랑이 없는 단순 육체적인 행위일 뿐이야. 동물과 같다고 취급해도 무방해.”


“그 아이는 한동안 곰곰이 생각한 후 이렇게 얘기했었어요.”


“그럼 선생님은 정신적인 사랑이 없는 성행위는 그저 육체적인 활동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는 군요. 그럼 다른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육체적인 활동 없이는 정신적인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안하셨나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둘의 사랑은 동급에 위치해있죠. 그래서 정신적인 사랑이 이루어지고 난 후 육체적인 사랑이 가능하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다. 포르노에 나오는 배우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겁니다. 바로 육체적인 사랑을 말이죠. 성적 욕구를 육체적 사랑으로 충족시키고 있어요. 그것이 정신적인 사랑으로 발전되지 못한 이유는 성행위 이후에 신뢰감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생각됩니다.”

“진혁아. 그건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성행위를 좋아하는 거잖아.”

“성행위 또한 그 사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 성행위를 느낄 때마다 새로운 사랑을 한다는 거니? 그럼 첫 번째 사랑. 두 번째 사랑이 존재한다는 말이잖아.”

“아니요. 다른 사랑의 개념이에요. 첫 번째 사랑과 두 번째 사랑이 아닌, A라는 사람의 사랑과 B라는 사람의 사랑이라고요.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어요. 분명 둘 다 사랑이기 때문이죠. 왜 사랑은 꼭 하나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선 납득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의 논쟁이 오갔어요. 결국 그 아이의 승리로 끝났지만요. 저는 당시 18살 청소년에게 논리로 패한 거죠.”

표정으로는 아닌 척했지만 무척 놀랍다. 지금도 나와 논쟁을 해도 승부를 가릴 수 없는 하윤 씨를 18살 아이가 이겼다니.

“이야기 계속 하시죠.”

“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어요. 그 아이는 뭔가 사람들을 홀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죠.”


“선생님. 성교육 수업과 관련해서 따로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무슨 일이니? 진혁아.”

“지금 여기서 말씀드릴 내용은 아니고, 나중에 수업 끝나고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수업시간에 했던 논쟁에 대해서 사과를 하러 온줄 알았고, 그 아이와 수업 끝나고 얘기하기로 했어요. 그때는 정말 맛있는 걸 사주면서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죠.”


“그래. 진혁아. 할 말이 뭐니?”

“선생님은 제가 오늘 했던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에 대한 얘기 말이니?”

“네.”

“아직까지 잘못된 논리라고 생각되는데, 딱히 반론을 생각하진 못했어.”

“시험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응?”

“저는 선생님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어린 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계시지 않죠. 그래서 다시 제 논리를 증명하고 싶어요. 바로 선생님에게 육체적 사랑으로 시작해서 정신적 사랑까지 도달하게 말이죠.”

“저기 진혁아. 선생님은······.”

“물론 이 육체적인 본능 또한 사랑이라고 제가 앞에서 말했어요. 사랑은 자발적인 거죠. 선생님은 그 본능으로 저를 찾아오게 될 겁니다. 육체적인 사랑의 본능으로요. 그게 곧 정신적인 사랑이 될 겁니다. 사회적 제약 따윈 필요 없어질 만큼.”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애 상담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16.05.27 28 0 8쪽
» <포르노그래피와는 다른 사랑> 16.05.10 32 0 11쪽
4 <금지된 사랑> 16.05.09 35 0 11쪽
3 <플라토닉 러브와 육체적 사랑> 16.05.05 34 0 10쪽
2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2 16.05.02 43 1 10쪽
1 [프롤로그] - <성 칼럼니스트의 사랑> +1 16.05.01 119 1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