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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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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군
작품등록일 :
2016.05.01 15:50
최근연재일 :
2016.05.27 11:28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92
추천수 :
2
글자수 :
24,292

작성
16.05.09 20:12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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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금지된 사랑>

DUMMY

그녀와 나는 결국 영화관에 오게 되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영화표와 그녀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로 찾으시는 영화가 있나요?”


“아니요. 제가 원래 영화엔 관심이 없어서요. 이도윤씨는 찾으시는 영화가 있으세요?”


“네. 그동안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봤었던 영화가 하나 있어요. 여기 잠깐 앉아서 기다리시면 금방 예매하고 오겠습니다.”


“네. 감사해요.”


영화는 2015년에 개봉했던 <<렛 미 인>>이라는 영화다. 사실 이 영화는 1년 전에 개봉을 했지만 그때당시 한창 사무소와 관련된 일 때문에 바빴던 시기라 못 봤던 영화 중 하나다. 이번에 재개봉을 했다고 해서 보려고 했는데 그게 지금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 방금 예매한 것처럼 팝콘과 콜라를 양손 가득 들고, 그녀에게 가기만 하면 된다.


“많이 기다렸죠? 렛 미 인이라는 영화에요. 이번에 재개봉을 했다고 해서 보려고 하는데 괜찮나요?”


“네. 괜찮습니다. 이도윤씨가 카페에서부터 계속 신경 쓰고 계셨던 건데 당연히 재밌겠죠. 시간 다 된 것 같은데 먼저 가있죠.”


“아······.”


역시 그녀는 눈치 챘던 것 같다. 잠시나마 그녀의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을 보니 아무렴 어떤 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내용은 오스칼 이라는 12살 소년이 엘리라는 뱀파이어와 사랑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금지된 사랑인 것 같다. 엘리가 창문에서 문을 두드릴 뿐 들어오지 않는 장면에서 대충 짐작이 갔다. 엘리는 “날 초대해줘 난 초대해야 들어갈 수 있어” 라는 말을 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금지된 사랑에 대한 주제가 강력하게 들어가 있다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녀는 기쁜 표정을 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게 해주셔서 감사하네요. 사실 그동안 많이 바빴거든요. 일도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서 많이 힘들었구요.”


“아닙니다. 저도 영화를 혼자서 보긴 주위시선이 신경 쓰였고, 딱히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볼만한 여유가 없었거든요.”


“다행이네요. 지금 4시30분이니깐 제가 아는 카페에 가서 이야기 좀 나누다가 저녁식사를 할까 하는데, 괜찮나요?”


“네. 저는 괜찮습니다.”


어느덧 그녀가 데이트를 주도하게 되었다.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이제부터 차하윤이라는 여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녀가 네비게이션에 찍어둔 경로를 따라서 20분정도 차를 타고 카페로 향했다. 그 카페이름은 Oedipus였다. 오이디푸스란 그리스신화에서 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코린토스의 한 왕자이름이다.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프로이트는 부모에 대한 성적애착을 지닌 상태를 이 신화에 착안하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명칭을 만들기도 했다. 카페이름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뜻을 가지고 있다. 왜 카페이름이 오이디푸스인지 호기심을 가진 상태에서 카페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카페 안은 바(bar)와 인테리어가 매우 유사했다. 오히려 바(bar)에 있다고 해도 믿을만한 비주얼이었다. 하지만 메뉴판을 보니 술은 없었고, 티(tea)와 커피 등 음료만 있었다. 그녀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자몽에이드를 주문했고, 나는 녹차라떼로 주문했다.


“여기는 기존 카페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렇죠? 원래는 바(bar)였는데, 인테리어를 바꿔서 카페로 이용한다고 들었어요. 저녁 7시 이후에는 라이브카페로 노래도 들을 수 있다고 해요.”


“그렇군요. 이따가 저녁식사 후에 한번 들으러 오죠.”


“네.”


“저기, 차하윤씨. 혹시 가장 마지막에 한 연애는 언제였죠?”


나는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단도진입적으로 물었다.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순 없기 때문이다.


“기억이 안 나네요.”


순간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더 이상 이 대화주제로 진행하기는 어려워보였다. 나는 재빨리 다른 대화로 화제를 돌렸다.


“혹시 칼럼을 쓰시면서 기억에 남는 주제가 있으세요?”


“음······. 하나 있죠. 제목이 남녀사이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었어요.”


“그래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아니요. 저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남성이라는 존재와 여성이라는 존재는 생물학적으로도 다를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달라요. 제가 쓴 글을 보면 초등학교 4학년까지 남녀사이에 순수한 친구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에는 절대 불가능하죠.”


“왜 그렇죠? 제 주변에도 남녀사이에 친구로 지내면서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이렇게 카페에 만나서 자주 대화를 진행하는 친구가 있어요. 물론 그 두 친구는 따로 좋아하는 이성과 결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예외에 해당하는 건가요?”


“아니요. 그 두 친구는 순수한 우정을 갖고 있지 않아요. 사실 이성간의 욕구를 스스로 억제하고 감추는 거죠. 이 사회라는 틀에서는 허용되지 않으니깐. 제가 쓴 다른 글에서 이런 말을 언급한 적이 있어요. ‘다수의 남성은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 저도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성행위에 있어서 남성들의 첫 경험의 감정은 성적인 즐거움과 재미로부터 시작된다고 해요. 반면에 여성들은 첫 경험의 감정을 죄의식, 염려, 두려움 등으로 인식을 하죠. 남성들은 단순히 성적인 즐거움과 그 여성의 호기심으로부터 성행위를 시작하게 되요. 진정한 사랑이 아닌 성적쾌락에 의해 교제를 하는 거죠. 불륜을 예로 들어볼게요. 여성의 불륜은 배우자에 대한 소외감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해요. 하지만 남성은 ‘저 여잔 어떤 면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의 감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성들은 여성에 대해서 우정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없어요. 여러 여성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상태이기 때문에 배우자가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순 없어요. 그 남잔 배우자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성적 호기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너무 남성에 대해서만 비판의식을 갖고 있군요. 만약 진짜 남성이 성적호기심이 강하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반면에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성적욕구를 억제하고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그 행위자체가 우정 아닐까요? 그 감정을 억제라는 과정에서 친구관계가 만들어지는 거죠”


“틀렸어요. 이도윤씨.”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죠?”


“바로 ‘억제’라는 단어에요. 사람들은 억제를 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제재’를 받고 있는 거죠. 제가 앞에 말한 부분은 남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아니에요. 모든 사람이 ‘제재’라는 틀에서 한 사람을 위한 사랑을 하고 있는 거죠. 저는 거짓된 사랑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비판을 하고 있는거에요. 왜 사랑은 한 사람만을 위한 거죠? 모든 사람은 다르게 태어났어요. 그 다른 사람에게 다른 사랑을 느끼는 건 당연한거에요. 두 번째 사랑의 개념이 아닌 다른 사랑의 개념인거죠.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하는 게 제제를 받을 일이고, 그래서 스스로를 억제하면서 한 사람을 위한 사랑을 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요? 그 친구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다른 사랑을 외면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사랑의 감정이 있다는 건 더 이상 우정의 감정은 아니라는 거죠.”


나는 더 이상 반론을 하지 못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진 않았지만 딱히 문제를 제기할만한 논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식의 대화를 하다가 어느덧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 시계는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슬슬 저녁 식사를 하러 가죠. 좋은 카페를 소개해주셨으니깐 이번엔 제가 아는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싶네요.”


“네. 알겠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가네요. 언제쯤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차근차근 느끼게 될 겁니다. 절 따라오시죠.”


내 차를 타고, 그녀와 함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 레스토랑의 이름은 The Last Supper이다. 한국어로 하면 최후의 만찬이라는 뜻이다. 미리 예약해둔 자리에 앉아 이탈리아 풍 코스요리를 주문했다.


“저 잠시 회사에 연락이 와서 잠시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녀는 급히 자리를 비우고 얼떨결에 혼자 남게 되었다. 남은 시간에 차울씨가 보내준 메일이 생각이 났다. 하윤 씨는 통화가 길어질 것 같으니 메일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메일 내용은 그녀가 썼던 칼럼이랑 기타 여러 활동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 중 오늘 봤던 영화 평론도 있었다. 그녀는 사실 나랑 같이 똑같은 영화를 한 번 더 본 것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릴 때쯤 나는 그녀의 교사 시절 활동했던 내용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죄송합니다. 통화가 길어졌네요.”


“아닙니다.”


어색한 분위기가 시작될 때쯤 주문했던 코스요리의 에피타이저인 라비올리와 프리타타가 나왔다. 뒤이어 프로슈토 디 파르마, 폴로 알라 카치아토라, 판체타 등 메인요리가 놓여졌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다니, 조금 새롭네요.”


“네. 식기 전에 어서 드시죠.”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녀와 나는 말없이 음식을 먹었다. 사실 내가 대화를 진행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그녀와의 대화를 피하고 있는 셈이다.


“이도윤씨? 혹시 제가 통화하러 간 것 때문에 화가 난건가요?”


“아닙니다.”


“갑자기 도윤씨 표정이 어두워보여서요. 무슨 일이 있으신 건 아니신지.”


“사실 방금 통화하러 갈 때 하윤 씨가 교사를 그만 두기 전 일을 봤습니다.”


그녀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졌고, 움직임 또한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한참 동안의 침묵이 이어지다가 그녀는 평소완 다른 차갑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화를 진행했다.


“어디까지 알고 있으신가요? 그 얘기를 지금 하는 이유는 또 뭡니까?”


“교사를 왜 그만 두시게 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도 방금 알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합법적인 루트로 구한 정보는 아닌 것 같네요.”


“네. 그 점에 대해선 경찰에 신고를 하셔도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증거를 다 지웠겠죠. 저도 사실 한차울이라는 분에 대해서는 익히 들은 바가 있어요. 정보 수집 쪽에서는 저희 쪽 데이터베이스와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의 정보 수집능력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알고도 연애 상담소에 들어간 제 잘못이죠. 그래서 지금부턴 어떻게 할 건가요? 이도윤씨.”


“하윤 씨의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시켜 줄 겁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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