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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슬기로운 해결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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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최근연재일 :
2022.04.13 10:05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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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4,302

작성
21.12.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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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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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부: 나는 그 하늘의 색을 기억하지 못한다 (3)

DUMMY

국경을 넘고 우리는 마침내 공국에 들어왔다. 검문소에서는 별 탈 없이 우리를 보내줬다.


사실 에세리아드 공국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옷차림이나 생김새가 살짝 다를 뿐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니까.


그리고 날이 서서히 따뜻해질 무렵이었다. 겨울 내내 북부에 있다가 남부로 내려오니 온도차가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였다.


"지금도 그 난쟁이 공작이 남아있으려나?"

"2년 사이에 죽지 않는 이상 여전히 그 공작이겠지."


에세리아드의 공작, 아이손. 이전에 제국에서 만났었던 것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마리아의 마력이 여기에 남아있다니. 당시 아이손은 마리아를 노렸는데 설마 그 때의 일을 지금까지 품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우리가 공국에 발을 들였다는 것을 반증하듯, 주변의 숲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마 남부의 사막화 영향이 여기까지 끼친 거겠지.


그 때, 멀쩡히 달리던 마차가 갑자기 요동치더니 바퀴 하나가 빠져 균형을 잃기 시작한다. 마차 안에서 애써 몸을 지탱하려는 사이, 다른 바퀴가 다시 하나 더 빠진다.


"우왓! 꽉 잡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기어이 마차는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동시에 말들이 놀라 두 마리가 그만 저 멀리 뛰쳐나가 달아나기 시작한다.


"어이, 멈춰! 이런..."


포드도 함께 넘어진 터라 마차에 끼어 있는 다리를 빼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흙먼지에 휘말려 다 같이 기침을 하고 있었고, 나는 마차 문을 열어 몸을 내밀어본다.


"다들 괜찮아...?"

"그, 그런 것 같아..."


내가 이전에 습격 사건 이후로 항상 길드원들에게 보호마법을 씌워줬었는데, 덕분에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다만 보호마법을 씌운 것 치고는 유독 아픈 감각이 강하게 들어왔고, 지금도 마법이 걸려 있다는 느낌이 별로 없을 정도다.


"카탸, 너는 왜 고양이 폼이 된 거냐."

"모, 몰라..."


마차를 탈 때는 항상 멀미 때문에 인간 모습을 유지하던 카탸가 어느 순간 고양이 모습으로 바뀌어있었다. 아무래도 잠깐 놀란 것 때문에 바뀐 건가 싶다.


"뭐야, 바퀴가 갑자기 빠졌어. 서부의 땅보다 고르지 못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라니..."


"어때, 포드. 수습할 수 있겠어?"


"무리야. 바퀴 여분이 있긴 한데 2개를 갈아준다고 해도 나머지 바퀴들이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상태야. 미안, 아무래도 먼 길을 가는 동안 바퀴 한 번도 안 갈아서 이렇게 된 것 같네."


포드는 의도하지 않은 것 같지만, 왠지 이동을 강행시킨 내 잘못을 탓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 하려는 때, 멀리서 누군가가 오고 있었다.


그들은 말을 타고 오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우리 말을 타고 오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우리의 말이 아닌 이곳 지방의 말이었고, 나는 이를 보고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어이, 거기 무슨 일이지?"


"보다시피 마차가 고장 나서."


"호오, 그래? 혹시 도와줄 일 있나?"


우리에게 도움을 주려는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묻는다. 녹색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여성에 제법 정갈한 복식까지 갖춘 걸 보아 높은 지위의 사람인 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여자의 주변에 있는 사내들은 여자를 지키는 호위병일 것이다. 내가 호위병들에게 시선을 돌린 걸 봤는지 여자는 웃으면서 가볍게 소개시켜줬다.


"두 녀석에게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이참에 소개시켜줄게. 여기 수염 많은 친구는 토리, 그리고 말라 보이는 이 녀석은 바드리드. 참, 나는 그냥 이델라라고 부르면 될 것 같은데 날 본 적 있어?"


"처음 보는데."


"혹시 어디로 갈 생각이지? 목적지가 있으면 같이 가주도록 하지."


분명 우리가 가려던 곳에서 걸어오지 않았나. 만약 목적지까지 함께 하게 된다면 반대 방향으로 가는 셈인데 굳이 이런 호의를 베푸는 이유가 있나 싶다.


그렇다고 너무 거절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다른 녀석들의 눈치를 살피고는 마지못해 그 청을 들어줬다.


"좋아, 그럼 유도기라스 성으로 함께 갈 수 있어?"


"잘됐네! 우리도 때마침 그곳으로 가려던 참이었거든. 그렇지, 얘들아?"


호위병들은 이델라의 대답을 듣더니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대화가 이런 분위기까지 흘렀지만, 그렇다고 지금 거절하기도 너무나 늦은 듯싶다.


애초에 그쪽 방향에서 걸어왔으면서 우리가 가는 방향과 같다니. 그나저나 이델라는 누군가 닮은 구석이 있는데 누굴 닮았는지 도저히 생각나질 않는다.


"그나저나 너희들은 누구야?"


"해결사 길드."


"해결사 길드라! 이야기는 익히 들어봤지. 그럼 이곳에 온 이유가 무슨 일이 있어서 온 거려나?"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본다. 어차피 이곳에서 마리아의 행방만 알고 바로 떠날 생각이다.


이제 미린을 찾아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곳에서 만날 사람이 있어. 지금 이 영지를 다스리는 공작은 누구지?"


"에세리아드 공작 말하는 건가? 아이손 공작이지 누구겠어."


2년 전과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아이손 공작이 이곳을 다스리고 있었고, 그는 아직 살아있다.


사실 에세리아드 공국이 유독 독특한 편이다. 아스트리아 대륙에 전쟁으로 독립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공국은 2곳뿐이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곳, 에세리아드 공국이다.


물론 땅덩이만 큰 남부 왕국이나, 사실상 공국이나 다름없지만 스스로 왕이라 자처한 동남부쪽 왕국들을 생각하면 크게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주변에 죄다 왕국밖에 없는데 그 사이에 끼어있음에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작위 등급으로만 그 세력의 힘을 판단할 건 아니란 거겠지.


솔직히 얼굴도 기억 안 나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마리아의 행방을 알아내려면 그를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 빠른 건 없을 것이다.


포드는 가까운 성으로 가서 수레를 끌고 오겠다고 말하고는 말을 타고 길을 떠났다. 그 사이에 우리는 마차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아이손 공작은 성에 있으려나?"


"그렇지. 군주님이 성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기껏 있어봤자 해외로 나가는 정도?"


이델라는 친절하게 답변해줬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만 보고 대하면 안 된다. 옆에 있는 호위병들도 음흉하게 보일 뿐, 실상은 착할 수도 있잖아.


이윽고 포드가 수레를 끌고 왔을 때, 우리도 마차 분해를 거의 마친 뒤였다. 마차 프레임을 수레에 올리고, 포드는 두 마리의 말을 수레에 고정시켰다.


레벨은 카탸와 함께 말에 올라탔고, 나는 다른 말을 타서 레이나와 함께 올라탔다. 레이나는 말 등에 올라타자 겁에 질린 듯 뒤에서 내 허리를 꽉 안았다.


치즈와 포드는 수레를 이끄는 말에 각자 올라탔고, 이로써 출발할 준비는 모두 마쳤다. 이델라도 우리의 모습을 보고는 천천히 앞장서기 시작한다.


"근데 이런 호의를 그냥 받아도 되나 싶네."


카탸는 이델라의 뒷모습을 보며 불안하다는 듯 말했다. 하긴, 나도 갑작스러운 호의를 받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우리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가 뭐지?"


"응? 사람 돕는데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


저렇게 대답하니 나도 할 말이 없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는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해결하고 다녔으니까 저런 대답이 익숙하지 않은 걸 수도 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에겐스 병을 꺼내 한 모금 마셨다. 그러나 다시 한 모금 마셨을 때도 이상하게 아무런 맛도 나질 않았다.


뭐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랬던 적이 없었는데. 항상 느꼈던 맛이 나오질 않자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린 듯싶다.


"무슨 일이야?"


레벨은 내 표정을 봤는지 옆에서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에겐스 병을 흔들어 보이며 다시 한 번 마셨고, 병을 비운 뒤에 그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질 않아. 정말이지,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가라는 건지..."


가뜩이나 맛을 못 느끼는 나에게 에겐스 병이 유일한 해소책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곤란하다. 당분간 맛을 느낄 수 있는 건 내게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였으니까.


"그거 수상하지 않아? 왠지 여기 느낌이 이상해."


"이상하다니, 뭐가?"


"그냥... 전체적으로 분위기라고 해야 되나. 그냥 느낌이 심상치 않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그런 거 있잖아."


카탸는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영지가 이상하다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텅 빈 에겐스 병을 잠시 주머니에 넣으며 나도 곰곰이 생각해본다.


아, 카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겠다. 확실히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이질적인 무언가를 나도 느껴보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게 뭔지 나 역시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앞서 가는 저 세 사람에게 묻기도 애매했다.


"그래, 카탸. 네 말이 맞는 거 같네. 일단 당분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자."


"거기서 뭘 그렇게 중얼대고 있는 거야?"


이델라가 슬쩍 뒤돌아보며 물었다. 그녀에게 지금 상황을 딱히 설명해주고 싶지 않았으므로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무것도."

"흠, 그래..."


이델라는 약간 마음에 안 든다는 눈치로 우릴 살펴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앞을 본다. 그나저나 제법 높은 지위에 위치한 사람에게 너무 무례하게 대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자아, 도착했어. 저기 있는 성이 바로 유도기라스 성이야."

마리아 (3).jpg

언덕을 넘어서자 아래에 유도기라스 성과 주변의 마을이 보인다. 확실히 왕국과 다를 게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상당히 큰 성벽에 압도되는 것만 같다.


"굉장한데. 작은 공국이라고 무시할 게 아녔어."


"자, 어서들 따라오라고."


이델라가 다시 앞장서고 우리는 그녀의 뒤를 따른다. 길을 따라 내려가 성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 농지를 잠시 훑어봤다.


이곳 시민들은 이상하리만큼 눈에 생기가 없었다. 물론 뛰노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게 이 도시의 생기를 밝혀주지는 않았다.


"아, 오늘 재밌는 볼거리가 있는데 그거라도 보고 갈래?"


"그냥 바로 성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이제 슬슬 내 말에도 좀 들어주지 그래? 보자보자 하니까 너무 무례하게 구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할 거 아냐?"


지금까지 웃음을 유지하던 이델라는 표정을 바꾸며 내게 날카롭게 말한다. 하긴, 나도 근래 날이 설 만한 일들만 벌어져서인지 남들에게도 그다지 호의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후우, 오래 안 걸리지? 그래, 한 번 보러 가자고."


내 말을 들은 이델라는 방긋 웃으며 다시 앞으로 향한다. 솔직히 지금 당장 저 년의 머리를 치고, 그냥 성에 들어가 마리아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자, 여기야. 도착했어."


뭐냐, 저 거대한 톱니바퀴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있는 상태로 마치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모습의 구조물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벌벌 떨고 있는 남성이 족쇄에 걸린 채로 서 있었다. 족쇄의 줄은 톱니바퀴에 연결되어 있었다.


"뭐 하려는 거야?"


"쉬잇, 이제 곧 시작하니까 가만히 지켜보라고."


주변에는 꽤나 많은 관중들이 우리처럼 멀찍이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한 남성이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벌벌 떠는 남성 앞에 선다.


그는 종이를 펼쳐들며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종이의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이 자의 이름은 도레스 골목의 자카르. 에세리아드 공작님을 능멸한 죄로 이 자리에 섰으니, 지금 즉시 처형식을 집행하도록 하겠다!"


"나,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오오오!! 제발... 제발, 자비를...!"


그러나 남성은 자카르의 말을 무시하고, 천천히 톱니바퀴 옆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무언가 조작을 하더니 이내 옆에 있는 레버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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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2부: 나는 그 하늘의 색을 기억하지 못한다 (2) 21.12.28 81 6 12쪽
191 2부: 나는 그 하늘의 색을 기억하지 못한다 (1) 21.12.27 82 7 13쪽
190 2부: 추악한 아름다움 (12) 21.12.24 88 6 13쪽
189 2부: 추악한 아름다움 (11) 21.12.23 78 7 13쪽
188 2부: 추악한 아름다움 (10) 21.12.22 86 7 13쪽
187 2부: 추악한 아름다움 (9) 21.12.21 81 7 13쪽
186 2부: 추악한 아름다움 (8) 21.12.20 80 6 13쪽
185 2부: 추악한 아름다움 (7) 21.12.17 78 7 12쪽
184 2부: 추악한 아름다움 (6) 21.12.16 86 6 12쪽
183 2부: 추악한 아름다움 (5) 21.12.15 89 6 13쪽
182 2부: 추악한 아름다움 (4) 21.12.14 88 8 12쪽
181 2부: 추악한 아름다움 (3) 21.12.13 86 6 12쪽
180 2부: 추악한 아름다움 (2) 21.12.10 83 7 12쪽
179 2부: 추악한 아름다움 (1) 21.12.09 91 7 12쪽
178 2부: 장밋빛으로 물든 그대에게 (12) 21.12.08 81 7 12쪽
177 2부: 장밋빛으로 물든 그대에게 (11) 21.12.07 82 7 14쪽
176 2부: 장밋빛으로 물든 그대에게 (10) 21.12.06 86 7 13쪽
175 2부: 장밋빛으로 물든 그대에게 (9) 21.12.03 81 6 12쪽
174 2부 Intermission: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 21.12.02 81 6 7쪽
173 2부: 장밋빛으로 물든 그대에게 (8) 21.12.02 84 7 13쪽
172 2부: 장밋빛으로 물든 그대에게 (7) 21.12.01 8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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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2부: 장밋빛으로 물든 그대에게 (2) 21.11.24 9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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