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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슬기로운 해결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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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최근연재일 :
2022.04.13 10:05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42,521
추천수 :
1,933
글자수 :
1,494,302

작성
21.12.09 10:05
조회
91
추천
7
글자
12쪽

2부: 추악한 아름다움 (1)

DUMMY

"해결사 길드를 위하여~!"


여관에서 단순히 식사만을 하려고 했을 뿐인데, 저 멀리서 누군가가 호탕하게 웃으며 우리 이름을 댄다. 그러자 분위기에 이끌려 다른 사람들도 우릴 위해 건배하기 시작한다.


고르둑 왕국을 떠나기 전, 수도성에서 여관에 잠시 들렀건만 이런 소리가 들려올 줄이야. 정작 저렇게 외친 사람들은 우리의 얼굴을 모르는지, 우리가 들어와도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마 왕국에서는 해결사 길드가 북쪽 마왕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이야기만 있고, 우리 얼굴을 따로 알리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평민들은 그냥 해결사 길드라는 이름만 찬양하는 걸 테고.


"...랑, 팬케이크 5인분이랑... 그리구 이것도 3인분 주시고..."


내가 신경을 안 쓴 사이, 앞에서 뭔가를 계속 시키고 있다. 레이나가 여관주인을 불러 자기가 먹을 식사를 계속 읊어대고 있던 것이다.


"무슨... 너 미쳤어?!"


"그치만 레이나는 이 정도 시켜도 된다고 생각하는데에... 우리 모두 좋은 일 했으니까 기념으로 맘껏 시켜먹어도 되지 않을까?"


"누구 마음대로 시켜도 된다는 거야! 주인장, 그거 취소해줘."


여관주인은 레이나의 말을 따라 열심히 적던 걸 다 지우고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걸 놓치지 않고 한 마디 더 내뱉었다.


"불만 있어?"

"아뇨, 없습니다요..."

"그러면 그 표정 집어넣고 사슴고기 스튜 6인분만 줘."


여관주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곧장 뒤로 물러난다. 포드는 지금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여관주인도 처음에는 주문 잔뜩 받아서 기분 좋았던 거겠지. 너무 무안하게 대하는 거 아니냐."


"시끄러워, 포드. 애초에 이 녀석이 주문을 막무가내로 하지만 않았어도 되는 거라고."


"아얏! 레이나 아파..."


나는 레이나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하여간, 내가 눈을 잠시나마 떼기라도 하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니까.


로지를 잃고 한동안 울적했는데 길드원들은 슬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평상시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나도 로지를 잃은 슬픔을 내보일 틈도 없이 이들과 비슷하게 행동했다.


단순히 로지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계속 슬퍼할 수만은 없어 저렇게 쾌활한 모습을 보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나 같았으면 떠난 로지에 대해 계속 생각할 텐데.


"주문하신 스튜 6인분 나왔습니다요."


여관주인은 스튜를 그릇에 담아 각자 자리에 놓아줬다. 그런데 내 자리에 내려놓을 때만, 세차게 내려놓더니 내용물이 밖으로 살짝 튀었다.


아까부터 저 주인의 버르장머리가 눈에 거슬린다. 이거에 대해 한 마디라도 해야 정신을 차리려나.


그 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두 남녀가 들어온다. 그들의 행색은 눈에 잔뜩 맞아 옷은 흰색으로 뒤덮였고, 들어오면서도 벌벌 떨고 있었다.


"후우, 후우, 추워... 잠깐 여기 벽난로에 몸 좀 데워도 괜찮겠죠?"


"네에, 그러시죠."


여관주인은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따지려던 시기를 놓쳐버렸으니 하는 수 없이 나는 눈앞의 테이블에 집중한다.


"자, 이거나 먹어. 난 안 먹어도 되니까. 치즈, 네 것도 이 녀석에게 주고."


치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앞에 놓인 스튜 그릇을 레이나에게 밀어줬다. 레이나는 눈을 번뜩이며 앞에 노인 스튜를 말 그대로 흡수하기 시작한다.


"맙소사, 레벨보다 더 빨리 먹네."


"오옷! 나도 질 수 없지. 어이, 레이나. 이 그릇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다!"


"아앗! 안 돼, 그건 레이나 거라고!"


갑자기 시합이 붙은 것 마냥 두 사람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대체 어쩌다가 지금 상황이 되어버린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끝에 왠지 옆의 시선이 따갑게만 느껴진다. 옆을 보니 포드가 석연찮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왜 그렇게 봐?"


"너 아까 눈빛이 엄청 날카로웠거든."


"음,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러나 포드는 마치 대답을 바란다는 눈치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눈을 흘기며 말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으래, 아까 여관주인이 했던 거 봤잖아. 내 자리에만 세게 내리치는 것 봐."


"거기선 안 보이겠지만 내 자리에도 살짝 흘렸어. 여관주인은 그저 바빠서 저렇게 행동한 것뿐이야. 우리가 이해해줄 수 있는 정도 아냐?"


대체 이 녀석은 갑자기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녀석이 뭐라도 되는 것 마냥 말하니까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건데?"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나? 병사 한 명의 머리를 날려버렸다던데."


"그래, 제리였나. 우릴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너도 보지 않았어? 우릴 보고 그 무시하는 태도라든지, 일이 다 끝났는데도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었다든지. 난 그런 꼴 이제 더 이상 지켜보지 않을 거야."


"너 요즘 되게 예민해진 것 같아. 물론 최근의 일 때문에 그런 건 이해하겠다만, 그러다가 너어... 후우, 아니다. 됐어."


포드는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이럴 거면 대체 왜 이런 반응을 보인 거야.


나도 다시 고개를 돌려 에겐스 병을 꺼내 한 모금 마신다. 어째 가면 갈수록 이 에겐스 병도 맛이 없어지는 것만 같다.


"저기이... 혹시 여기 근처에서 해결사 길드 본 적 없어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나는 고개를 돌려 그 소리에 집중해본다.


아까 들어왔던 남자가 여관주인 앞에 앉아 묻는 것이다. 여관주인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뭐, 소문에 따르면 이미 고르둑 왕국을 떠났다고 하던데. 무슨 볼일이라도 있수?"


"아하하.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죠."


남자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고, 여관주인은 더 이상 말해줄 게 없다며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으러 간다. 나는 남자의 얼굴을 좀 더 집중하며 살폈다.


하지만 저 남자와 비슷한 얼굴을 본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 우릴 찾는 건지 알 수가 없네.


"러셀 신부님, 여기도 없는 것 같은데 이만 가죠."

"으응, 그럴까... 몸은 어때? 괜찮겠어?"

"몸도 어느 정도 녹였고, 이곳에 오래 있을 필요 없어요. 이미 이 왕국을 떠났다고 했잖아요."


남녀는 이야기를 나누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관을 떠나려 한다. 이를 놓칠 수는 없다.


"너희들 먼저 먹고 있어."


레벨과 레이나는 서로 자기가 먼저 먹겠다며 그릇 하나를 두고 싸우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여관 바깥으로 뒤따라나갔다.


"이봐, 거기!"


남녀는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본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며 주위의 시선을 잠시 살폈다.


안에서 괜히 주의가 쏠릴까봐 일부러 먼저 알리지 않은 거였다. 가뜩이나 해결사 길드 노래를 부르던 놈들이 있던 곳인데 그런 곳에서 우리를 알려봤자 좋을 건 없었으니까.


"해결사 길드는 왜 찾는 거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요."


남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이상하게 이 두 사람은 내가 갑작스럽게 다가왔는데도 그렇게 경계를 보이질 않는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있지만, 이대로 돌려보내기에는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도 없잖아 있다.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그들에게 보여줬다. 남자는 한참을 쳐다보다가 마침내 깨닫고 크게 외치려 한다.


"그건...!"


"쉿! 일단 골목 가서 이야기하자."


그리고 슬쩍 고개를 돌렸을 때, 치즈가 가만히 내 뒤에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나도 눈치 채지 못했는데 그녀는 어느 샌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던 것이다.


우리는 잠시 골목에 들어가 눈을 피해 지붕이 있는 버려진 집 쪽으로 향했다. 이전에 불이 난 건지 전소되어 남은 게 거의 없는 곳이었지만, 지붕 덕분에 눈이 내리진 않았다.


"여관에서 하는 소리 들었어. 일단 왜 우릴 계속 찾고 있던 건지 알고 싶은데."


"일단 저희 소개부터 해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헛기침을 하더니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저는 붉은 성당의 러셀 신부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막달리나 수녀. 저희가 이 대륙에 파견 오게 된 이유는 순전히 신부로서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랄까요."


"그래, 해결사 길드의 맥과이어야. 그리고 이 녀석은 치즈."


치즈는 그들에게 가볍게 인사한다. 러셀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 제가 왜 여러분들을 찾으려고 했을지 궁금하시겠죠. 사실 여러분들을 추천해주신 분이 있답니다. 혹시 레비아 수녀님이라고 아시나요?"


처음에는 가물가물했다. 워낙 오래 전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아는 붉은 성당 관련 인물은 몇 안 됐기 때문에 금세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래, 기억나네. 3년 전 쯤에 만난 것 같은데."


"네, 저희는 트레빌 씨를 만나려고 해요. 그 분이 이전부터 붉은 성당에 지원했지만, 이 대륙 사람이다 보니 쉽지가 않았죠. 항상 대륙에 다시 돌아올 일이 생기면 돌아올 거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네!' 하면서 답했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그 질문에 항상 막혔던 거냐, 그 녀석은. 아스트리아 대륙 사람이 붉은 성당에 들어가려면 앞으로 대륙에 발을 들일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질문한 걸 텐데 항상 긍정적으로 답했으니 떨어질 만도 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트레빌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어쨌든 트레빌 씨를 만나보려고 여러분을 찾으려고 했어요. 사실 그쪽 신앙과 관련해서 저희가 따로 조사하고 있었거든요."


뭔가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들의 얼굴을 살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 우리 이야기 전혀 알지 못하는구나?"


"네? 아, 엄청 유명한 건 알고 있어요. 대륙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길드 아닌가요? 아, 이건 너무 나갔나..."


그는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인다. 저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트레빌이 다시 떠오르려고 하는 것만 같다.


"몇 년 전부터 우릴 찾고 있었지?"


"음... 레비아 수녀님께 들었던 게 언제지?"

"한 3년 전 아녔어요?"

"그렇구나... "


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는 이내 다시 내게 말한다.


"저희가 이곳에 온 건 약 6개월 전이에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3년 전 쯤에 레비아 수녀님께 소식을 전달받고, 기존에 하고 있던 일을 마무리 짓고 찾아온 거라 좀 늦게 오게 된 거죠.

그래서... 네, 사실 해결사 길드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니에요. 레비아 수녀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도 워낙 바빠서 한동안 찾지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지금 찾으려고 노력하던 중에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네요."


옆에 있던 막달리나는 내 표정을 보고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는지 러셀의 팔을 툭툭 친다. 하지만 러셀은 그녀의 신호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트레빌에 대해 아는 건... 뭐 있어?"


"트레빌 씨의 고향에도 한 번 찾아가 보려고요. 그곳에 트레빌 씨가 믿는 신앙과 깊은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고르둑 왕국 쪽으로 오게 된 것도 여러분을 찾으려고 한 것도 있지만, 바로 옆이 세르아르 왕국이니까요."


러셀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내게 친절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아까부터 내 표정은 영 좋지 않았고, 그제야 러셀도 분위기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어음... 그러면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


"뭔데."


"트레빌 씨는 지금 어디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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