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614,227
추천수 :
11,629
글자수 :
1,244,787

작성
21.04.07 18:00
조회
5,438
추천
82
글자
17쪽

내 등은 반드시 네가 지켜다오..

DUMMY

18. 내 등은 반드시 네가 지켜다오..


리먼은 오크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는 이들과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카온을 보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딘가에서 팔려 왔고 어디론가 팔려 갈 노예들이었다.

갑옷 대신 냄새나고 더러운 옷을,

검 대신 곡괭이와 삽을 들었을 노예들이었다.

고기와 술이 아닌,

다 식은 죽과 딱딱한 빵을 먹을 노예들이었다.


그런 노예들이 카온이라는 한 귀족 소년을 만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몬스터 숲에서 살아남은 것도 모자라 용병이 된다면

인정받고 많은 돈을 벌만큼의 실력이 되었다.


그런 이들을 귀족 소년을 자신만의 기사단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가 전수하려는 연공법이, 검술서가 어느 정도 인지 모른다.


하지만..


귀족 소년이 카온이라는 것이 문제다.

4급 용병을 죽인 도적을 어떻게 죽였는지 모르게

죽인 사람이 카온이다.

요새로 올라오는 동안 고블린은

카온과 눈이 마주치자 도망치기 바빴고,

오크는 방망이를 들기도 전에 이미 목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무엇보다 리먼은 리아의 구속구가 풀리는 과정을 보았다.

카온의 검이 빛나는 것을 보았다.


고작 15살이다.

하지만 카온의 실력을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그런 그가 전수하려는 연공법이며 검술서다.


문득 카온을 중심으로 저들이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이 상상이 되자 몸이 떨려왔다.


"저기.. 상단주님?"


"어? 불렀어? 왜?"


"우리도 당연히 마법 계약서 작성하겠죠?"


"당연하지."


"다행입니다.."


"다행?"


"지금까지 본 것들.. 믿을 수가 있는 것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마법 계약서라도 작성하지 않으면

술 먹다가 다 말해 버릴 것 같습니다..

뭐.. 믿어 줄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미친놈 소리는 참을 수 있지만..

도련님은 좀 두렵네요.."


"나도 작성할거다.."


카온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리먼 일행뿐만이 아니었다.


영주성 내 별채.

샤를의 방에서 샤를과 오랜만에 찾아온 펠리스가

카온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었다.


"그냥 못 보던 목걸이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티펙트였구려.."


"카온에게 들었군요?"


"그렇소. 얼마 전 출정 회의해서

케인이 별채 시녀들의 목걸이를 문제 삼았지..

그들뿐만 아니라 그대와 프레시아의 아티펙드도

카온이 직접 밝혔소."


잠시 흔들렸던 샤를의 눈빛이 돌아왔다.


"우리를 싫어하는 이들의 경계가 심해지겠지만..

그것이 카온의 뜻이라면 저는 괜찮아요."


요 며칠 사이 샤를도 변했음을 펠리스는 느꼈다.


"어떠한 움직임도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카온을 신경 쓰고 있지 않은 것 같으니

당장은 괜찮을 것이오.."


별채의 집사와 시녀를 쫓아낸 것과

집사부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해서

카온도 집사도 정확히 알리지 않아

본채에서는 카온이 망나니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또한 이자벨과 두 아들, 집사장 케인도

갑자기 바뀐 카온의 모습을 단순한 반항이라 여기고 있었다.


"당장이요?"


"지금 카온을 궁지에 몰린 쥐 또는 망나니라 불리고 있소.."


"아니예욧!"


샤를이 펠리스를 향해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다.


"후.. 알고 있소..

나도 카온의 변화에 놀랍고 당황스럽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소."


궁지에 몰린 쥐가 도망가거나 살기도 바쁜데

수신호까지 이용해 해독제를 건네고,

샤를을 몰래 찾아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샤를을 통해

두 번째 해독제를 전했을 리 없다.


진짜 망나니라면 돈을 흥청망청 쓰기 바빴지

자기 어미와 동생, 그리고 몇 없는 자기 사람들을 위해

고가의 아티펙트를 마련하고,

가문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밝혔을 리 없다.


이자벨을 포함한 그들의 무리가 생각하는 무시의 크기가

생각보다 큰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며

펠리스는 말을 이었다.


"이번 토벌에서 카온이 공이라도 세운다면..

그들의 인식이 이번 일들을 포함해 한 번에 바뀔 것이오."


"전 카온을 믿어요."


펠리스는 샤를의 말에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카온이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아버지라는 것을

스스로도 알기에 믿는다고 말하는 것도

자신에게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각자의 하루가 또다시 지나갔다.


*


다음 날.


깨워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잘 쉬지 못해서 그런지

조금 늦게 일어났다.


요새의 마당으로 나오자 리아를 중심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많이 피곤하셨나 봅니다?"


"아! 리먼! 응. 조금 피곤했나 봐..

술보다.. 연공법이 먼저라고 말했는데.."


"그게.. 문제가 있었습니다."


"문제?"


"리아를 제외한 이들이.. 까막눈에 가깝습니다..

리아도 난해한 단어들은 잘 모르고요.."


"아.. 그건 생각 못했네.."


이들의 신분이 노예였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

귀족은 당연히 글을 읽고 쓰는 것이 가능하고,

평민의 필요에 따라 익히고 있는 자가 있지만,

노예는 글을 익힐 여유도 기회도 없었다.


"흠.. 방법은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나..? 다들 모여!"


모두 내가 있는 곳에 모이자 리아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저희가 무식해서.."


"너희들의 무지는 죄가 아니야.

너희들을 무지하게 만든 자들이 문제지."


"도련님!"


리먼이 기겁하며 나를 말렸다

지금 리먼의 심경이 유진님과 대화했을 때

내 심정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 아무런 깨달음이 없었다면

이런 말 자체는 하지도 않았다.


"리먼. 맞는 말이야.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귀족들이 넓게 베풀지 않아서야."


리아와 카시오스를 제외한 이들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리먼. 봐봐.

저들에게 글이란 필요 없는 것이고

그것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어..

아무튼 그건 나중에 해결하고..

모두 잘 들어!

글을 익히고 스스로 오러 홀을 만들어 볼래?

아니면 내 도움을 받고 빨리 만들래?"


"무엇이 도련님께 더 도움이 되는 겁니까?"


리아의 그녀다운 질문이 나왔다.


"지금 너희들 실력이라면 크게 차이는 없어.

어느 것이 도움이 되냐의 질문에는

당연히 내 도움을 받아 만드는 것이 낫지.

쉽게 설명해서 오크를 일대일로 싸워서 이기느냐

이대 일로 싸워서 이기느냐의 문제지."


"그럼 저는 도련님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리아의 답 또한 그녀다웠다.


리아가 선택하자

리아를 대장이라 생각하는 이들 모두 같은 답을 내렸다.


"좋아! 깨끗하게 씻고!

리아가 제일 먼저, 그다음이 여자 넷,

다음으로 다섯 명씩 한 조로 내가 있는 건물로 들어오도록.

건물 안에서 어떤 비명이 들리고,

어떤 소리가 들려도 들어오지 마.

나와 동료들을 방해하는 순간..

도 동료도 죽을 수 있으니까."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를 뒤로하고 건물로 들어갔다.


"도련님. 오러 홀을 만드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겁니까?"


"음.. 오러 홀을 여는 것 자체만으로는

신체와 마음을 단련한 이들에게 주는 고통은 없어.

익스퍼트와 마스터의 문을 여는 것은 다르지만.."


"조금전에.. 비명이니.. 죽을 수도 있다느니.."


"어제 내가 말했지?

오로지 나만이 줄 수 있는 연공법이라고."


"네.."


"아마 저들의 재능에 내가 도와주면

오러 홀은 금방 만들 거야. 문제는 그다음 작업이지.."


"그다음 작업.."


"리먼. 차례대로 저 방으로 보내줘."


생각에 잠겨있는 리먼에게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앉아서 리아를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상황이 오히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연공법을 글로 남긴 것이

이렇게 한 명씩 열어주기 힘들어서였지.."


오히려 소수이자 처음인 인원들에게

직접 오러 홀을 열어 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도련님. 리아 입니다.


"들어와."


문이 떨어져 나가 임시로 천으로 만든 문을 열고

리아가 들어왔다.


"리아. 일단 순서를 말해 줄게.

내가 마력을 너의 몸에 넣어 그것을 느끼게 할 거야.

그럼 너는 네 몸속에서 똑같은 느낌을 찾고

그것을 배꼽 아래로 가져온다는 생각으로 끌고 와야 해.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거야

하면서 다시 한번 알려 줄 테니까 일단 들어."


"네!"


"여기까지는 연공법이라는 것의 공통적 부분이야.

각 가문과 기사단들의 연공법이 다른 이유는 이제부터야.

라이거 가문의 핏줄들은 대대로 오러 홀이

다른 오러 홀보다 크기가 조금 작았어.

그래서 남들보다 오러가 비워지는 시간이 짧았지.

작은 이유가 있지만 그건 때가 되면 알려 줄게..

아무튼, 작은 오러 홀로도 라이거 가문에서 마스터가 나오고

그와 근접한 영주과 후계자들이 나온 이유는

선천적으로 작은 오러 홀에 많은 오러를 담기 위해..

쉽게 말하면 억지로 압축했기 때문이야.

즉, 작지만 단단한 오러 홀이 생겨난 거지."


"아.."


"난 그런 라이거 가문의 오러 연공법을 너에게 만들 거야."


"네? 가..가문의 연공법 말입니까?!"


"응.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야.

일단 끝까지 들어.

라이거의 핏줄도 아니고 연공법 자체를 모르는 네가

같은 크기로 압축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임의로 너에게 잠재된 오러를 이용해

틀을 만들어 줄 거야.

너는 그 틀 안에 오러를 꾹꾹 눌러 담으면 돼.

그때 처음으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견딜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고통은 충분히 견딜 수 있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그렇게 오랜 고통도 아닌 거야.

하지만 그 이후에 찾아오는 고통은

네가 감당 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닐 수 있어.

심장의 고통이 끝나면 머리가.. 머리의 고통이 끝나면

그 고통은 등뼈를 타고 내려올 것이고,

마지막에는 배꼽 아래..

즉, 오러 홀이 자리한 곳에 도착할 거야."


리아의 눈에는 공포가 아니라 비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좋아. 뒤 돌아서 전부 벗고 가장 편하게 앉아."


"네!"


단 한 줌의 망설임도 없이 뒤돌아서서 옷을 벗는 리아였다.


"리아? 너에게 부끄러움을 찾아볼 수 없는

내 눈이 이상한 건가?"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천막과 경계 속에서 씻는 어제의 모습과 다른데?"


"그들은 도련님이 아닙니다."


"큭큭.. 그래 리아 너답다."


14살의 아이젝도 여자를 아는데 겉만 15살인 나도

당연히 여자를 알고 성욕도 있다.

게다가 만약 리아가 귀족가의 영애였다면

사교계가 리아를 중심을 돌아갈 만큼 미모가 뛰어나다.


하지만 그런 미모를 가진 리아와,

리아를 나체를 보고 있는 나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아니었다.

나의 등을 맡기고픈 검과 충성을 맹세할 주군일 뿐이었다.


리아의 등에 손을 올려 마나를 아주 몸속으로 넣었다.


"뭔가 느껴지는 게 있어?"


"뭐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처음 느껴보는 뭔가가 도련님의 손에서

내 몸으로 들어 온 것 같습니다."


"좋아.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내가 틀을 만들기 위해

이끄는 것들을 다시 느껴봐."


리아가 조금 더 쉽게 느낄 수 있게

리아 몸에 있는 오러를 이용해 틀을 만들었다.


"있습니다! 완전 똑같지는 않은데..

비슷한 느낌? 오히려 더 익숙한 느낌입니다.."


"아주 좋아 리아!

이제부터 그것들을 내가 만들어 놓은 틀로

끌고 온다고 생각하고 집중해."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눈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라,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리아도 모르게 만들어져 있던 오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아. 금방 네가 틀에 넣은 것이 바로 오러야.

마법사는 서클을 만들어 외부 마나를 이용해 마법을 사용하고

기사는 오러 홀을 만들어

내부의 오러를 이용해 검을 휘두르지..

하지만 마법사들이 말하는 마나나 기사들이 말하는 오러는

모두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어."


리아의 틀에 차곡차곡 오러가 쌓이는 것을 느끼며

마법사의 마나와 기사들의 오러,

그리고 그들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마력에 관해 설명했다.


"도..도련님.. 아랫배? 틀?

아무튼 아프기 시작하고 더 이상 들어가지 않습니다.. 윽.."


"참아! 그리고 상상해!

틀 안에 있는 오러는 종이야! 너무나 쉽게 접히는 종이!"


"종..이.. 윽.."


"접어! 접는다고 생각해! 그렇게 압축해!"


리아가 고통스러워할수록 내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접어.. 압..축.."


리아는 이후 몇 번이고 압축에 의한 고통과 압축으로 인해

빈 공간에 오러를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리아! 그만!"


리아가 고통을 참으며 다시 압축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틀 안으로 이끌 오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리아를 멈췄다.


"하..하.. 후..하.."


만들어 놓은 틀이 마지막으로 흡수되며 리아는

라이거 가문의 오러 홀을 만들었다.


온통 땀으로 물든 리아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리아. 이제부터 소리치지 않고,

몸부림치지 않고서는 못 견딜 거야.

참지 말고 소리치고 나를 믿고 몸을 의지해!

대신, 절대! 무조건! 정신 잃지 마! 명령이야!"


명령이란 단어에 눈을 번뜩였지만 대답할 힘도 없는

리아를 위해서는 빨리 끝내는 것이 좋았다.


나는 뫼비우스의 고리를 회전시켜 뿜어져 나오는 기세로

리아의 몸을 구속했다.

그리고 고리에서 한 가닥 마력을 실 뽑아내듯 뽑아내

손바닥을 통해 리아의 몸에 꽂았다.


"꺄아아악!"


그리고 지체없이 리아의 심장을 통과했다.


"으아아악! 아아악!"


심장을 통과한 뫼비우스의 실은 그녀의 머리로 향했고

뇌의 정 중앙을 꿰뚫었다.


"아아아아아아악!"


뇌의 중앙을 통과하고 뒤쪽으로 이동한 실은 뒤통수를 지나

목부터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뼈의 시작을

과감히 파고들었다.


"끄으으윽.."


"정신 차려! 리아!"


"으..으.. 으아아아아악!"


뼈를 통과한 실은 무서운 기세로 리아의

갓 만들어진 오러 홀을 꿇고 지나갔다.


"아아아악! 으악! 꺄아아아아아!"


지금까지의 비명 중 가장 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잘 참았다. 잘 견뎠다. 리아."


"으윽.. 도..도련님.."


"그래. 리아. 나 여기 있다."


리아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걸면서도

오러 홀을 관통하고 빠져나온 실로 리아의 오러 홀을

감싸기 시작했다.


"도..련님.. 도련님의 등에는.. 제가.. 반드시.."


리아가 어떤 의지를 다지며 고통을 참았는지 알 것 같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래. 리아.. 내 등은 반드시 네가 지켜다오.."


오러 홀을 모두 감싼 것이 느껴지자

나는 뫼비우스의 실을 끊었다.

심장과 뇌, 뼈를 지나 오러 홀까지 연결되어있던 실이

완전히 리아에게 흡수되어

칠흑 기사단의 오러 홀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리아는 환한 웃음과 함께 잠들었다.


리아의 옷을 입히고 옆 방으로 옮기려고 천을 걷어 내자,

리먼과 차례를 기다리던 여자 넷이 사색이 되어있었다.


"리먼. 마실 물 좀."


뫼비우스 고리에서 마나의 실을 뽑아

칠흑의 오러 홀을 만드는 작업.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체력과 정신력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리아를 시작으로 25명 모두가 칠흑의 오러 홀을 만들고 나니

이미 밤이 깊어져 있었다.


"하.. 보통 일이 아니네.."


"제가 고문받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받아 본 적도 없지만,

그곳보다 더 심한 소리가 들렸을 거로 생각합니다.."


"큭. 다들 내일까지 푹 잘 거야."


"그나저나 오크들이 조용하네요?

바로 쳐들어올 줄 알았는데.."


"다섯 개의 기둥이 보이지?

저 기둥 중의 하나가 요새의 모습을

숲의 일부처럼 보여주는 마법진이 그려진 기둥이야."


"헉! 도련님과 만나고 오늘을 겪으며

이제는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을 자신있었는데.."


"크크 재밌지 않나?"


얼굴을 쓸어내리던 손을 멈추고

어이없다는 듯 리먼이 나를 바라봤다.


"재미요? 전 점점 무서워집니다."


"무서우면 지금이라도 빠져."


"빠지는 게 더 무서워지는 이유가 뭘까요?"


"푸하하하"


"언제 복귀하실 겁니까?"


"날 밝으면. 그리고 리먼."


"네?"


"죽은 이들 중에 가족이 있는 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금화 50개씩 전달해 줘..

여기서 떠났던 이들 중에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가족에는 30개씩..

그리고.. 올해 토벌이 끝나면 라이거 영지 내에

새로운 상단을 만드는 건 어때? 자금은 내가 낼 테니."


리먼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상단 지점이 아니라 새로운 상단요?"


"토벌 이후 나를 경계하기 시작할테고..

그들의 눈이 내 사람들에게로 향할 테니까.

상단이 지점이면 본점이 마노 영지에 있다는 것은

바로 알아차릴 거야.

본점까지 신경 쓰기에는 너무 멀어.."


"아.."


"영주성이 있는 `필라`,

성내 상업 구역인지.. 성내 페페 구역인지 모르겠거든.."


"독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상단의 분점을 열 곳은 창의 마을.

라이거 백작령에서 가장 먼저 변화하는 곳이

바로 창의 마을이 될 거야.."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리먼 상당이 중심이 되란 말이군요?"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리아에게.. 쯧.."


"그건..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내가 중심이고 내 돈과 내 사람이 벌릴 일이야..

이후에 발생하는 이익도

나와 내 사람이 가져가는 게 맞지 않겠어?"


"준비하겠습니다."


"한배를 탄 거 축하해."


"축하가 조금 늦었군요. 하하"


버려진 요새.

이제는 카온이 `시작의 요새`라 이름 지은 곳의

하루가 또 지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대가리 두 개 끼리 싸워야 하지 않겠어? +1 21.04.10 5,109 76 16쪽
23 오로지 주군의 명만 받습니다. +5 21.04.09 5,210 83 16쪽
22 미친 듯이 종을 울려라! +2 21.04.09 5,139 83 16쪽
21 관문을 열어라! +4 21.04.08 5,229 82 15쪽
20 주군의 목을 벨 것을 맹세합니다. +2 21.04.08 5,236 86 16쪽
19 가려던 참이었으니 수련해. +1 21.04.08 5,319 85 17쪽
» 내 등은 반드시 네가 지켜다오.. +2 21.04.07 5,438 82 17쪽
17 죽어도 살아라! +5 21.04.07 5,417 84 17쪽
16 희망이라는 놈을 줄 거야. +1 21.04.06 5,541 85 15쪽
15 내 뺨을 때리고 외쳐줘. +4 21.04.06 5,636 85 15쪽
14 저는 이렇게 책임을 졌습니다! +1 21.04.05 5,682 88 19쪽
13 그렇게 입에 담을 분이 아니다. +3 21.04.05 5,828 88 15쪽
12 죽어도 살아라. 그 명을 따를 뿐. +3 21.04.04 6,025 93 20쪽
11 모든 것을 바로 잡아야겠지요.. +5 21.04.04 6,099 96 14쪽
10 아주 큰 것은 얻었습니다. +1 21.04.03 6,302 100 15쪽
9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야. +3 21.04.03 6,586 101 18쪽
8 따라오지 못하면 죽음뿐임을 기억하라. +5 21.04.03 6,649 105 16쪽
7 주제넘게 나서지 마라. +1 21.04.02 6,801 106 14쪽
6 제 안전을 맡기고 싶지 않습니다 +1 21.04.02 7,020 116 15쪽
5 그들의 목숨은.. 무겁다. +1 21.04.01 7,262 103 15쪽
4 어둠은 가까이 있을수록 짙은 법입니다. +3 21.04.01 7,828 104 19쪽
3 여기는! 라이거다! +6 21.03.31 8,418 113 17쪽
2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5 21.03.31 9,757 122 15쪽
1 무덤은 있는가? +9 21.03.31 14,380 12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